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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IT에 연재 글을 올린 지도 거의 4년이 되어간다. 2021년 3월부터 시작해 한 달에 최소 한 편, 많을 때는 4편 이상 연재하며 글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평소 관심이 많은 프로덕트 관련 글을 주로 썼고, 기획이나 비즈니스 내용도 다뤘다. 비개발자이지만 개발 글도 몇 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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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요즘IT에 쓰는 100번째 글: “나도 개발자가 읽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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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IT에 연재 글을 올린 지도 거의 4년이 되어간다. 2021년 3월부터 시작해 한 달에 최소 한 편, 많을 때는 4편 이상 연재하며 글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평소 관심이 많은 프로덕트 관련 글을 주로 썼고, 기획이나 비즈니스 내용도 다뤘다. 비개발자이지만 개발 글도 몇 개 올렸다.

 

<출처: variety.com, 작가 편집>

 

그리고 이번 글이 나의 요즘IT 100번째 글이 된다. 지금까지 써온 글의 제목을 주욱 살펴보니 망한 것도 많았고, 인기 글에 오른 것도 여럿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글을 연재해 오면서 얻은 데이터, 노하우, 생각을 정리해 나눠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살짝 스포 하자면, 글을 잘 쓰는 것보다는 꾸준히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적어도 내 전략은 그렇다.

(*에디터 주: 이번 글에서는 맨오브피스 작가와 처음부터 호흡을 맞춰온 에디터 K가 중간중간 코멘트를 남겨둘 예정이니, 하나의 재미 요소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1. 내 글에 대한 데이터

<데이터 출처: 요즘IT, 작가 편집>

 

이번 글을 준비하며 요즘IT 에디터님께 데이터를 이것저것 요청했다. 현재 사이트에서 보이는 것은 조회수, 좋아요, 해당 글을 읽은 독자들의 직무와 연차 정도이다. 이 데이터만으로는 인사이트를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에(하나하나 눌러야 하는 것도 귀찮고) 따로 정리된 CSV 파일을 전달받았다.

 

지금까지 업로드된 내 글의 개요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연재 글 수

99편(지금 이 글까지 포함하면 100편)

최초 및 마지막 업로드 날짜

- 최초: 2021년 03월 15일(구글의 OTP는 어떻게 비행기 모드에서도 작동할까?)
- 마지막: 2024년 11월 13일(‘아크(Arc)’ 브라우저는 왜 벌써 무덤으로 갔을까?)

평균 업로드 간격13.7일(2024년부터는 27.3일)
글 카테고리 비율

- 프로덕트: 61%

- 기획: 24%
- 비즈니스: 10%

- 개발: 4%

- 아웃소싱: 1%

조회수

- 누적: 약 143만
- 최고: 75,223
- 최저: 3,320
- 중앙값: 8,227

*2024년 11월 22일 기준

좋아요 수

- 최고: 40

- 최저: 0

- 중앙값: 2

*2024년 11월 22일 기준

인기 글 비율2023~2024 기준 42.3%

 

요즘IT는 2021년 1월 10일에 오픈된 서비스로 나는 초창기부터 연재해 오고 있다. 취미 겸 브런치에 올린 IT 글이 에디터님 눈에 띈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나는 의아했다. 도대체 내 글의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원고료까지 준다니 “도대체 왜?” 상태였지만 어쨌든 돈을 준다니 기쁜 마음에 인연을 맺었다.

(*에디터 주: 섭외 당시 작가님의 글이 어렵지 않고 재밌다고 느꼈는데요. 분량은 좀 짧은 편이었지만, 앞으로 핏을 맞춰가면 좋은 콘텐츠가 나올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정보성 글 위주로 썼다. OTP의 작동 원리,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방법, PM 업무에 도움 되는 툴 등 어디서 한 번쯤 읽어봤을 주제의 글을 올렸다. 이런 글의 장점은 비록 개성은 약해도 글을 빠르게 뽑아내기 좋다는 점이다. 요즘IT의 원고료는 글을 작성한 개수에 비례하므로 많이 쓸수록 돈을 많이 받게 된다. 따라서 나는 오직 글을 빠르게 완성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단 회사 일과 별개로 한 달에 글을 6~8편씩 쓰는 것은 지치는 작업이었고, 가면 갈수록 흥미로운 주제를 찾기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1년 11월에 ‘나를 만족시킨 QR 체크인 앱은 무엇일까?’라는 글을 썼었는데, 솔직히 말해 억지로 뽑아낸 글이다.

(*에디터 주: 앗, 그러셨군요… 그럴 수 있죠. 그래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2022년부터는 연재 분량을 한 달에 한 편꼴로 확 줄였다. 회사 일만으로도 바쁘니 아예 그만둘까 싶었지만 조금이라도 계속 쓰는 편을 택했다. 일단 플랫폼에 글을 연재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므로 놓치기 싫었다. 또 원고료라는 부가 수입이 있는 것도 기분이 좋았고, 나의 온라인 존재감이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글을 쓰는 행위는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비대면으로 일할 때가 늘어난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분량을 줄이니 숨통이 트였고, 줄인 만큼 퀄리티를 올리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요즘IT의 글은 어디까지나 인터넷 글이므로 희대의 걸작 수준의 퀄리티를 목표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런 글을 쓸 능력도 없을뿐더러 독자들도 스크롤을 쓱 내리며 읽을 것이므로, 내가 추구해야 할 스타일은 ‘적당한 완성도 & 꾸준함’이었다. 자연스레 한 달에 한 편을 쓰는 일정으로 굳어졌다. 가끔 내킬 때는 한 달에 두 편을 쓸 때도 있지만, 괜히 무리하다 지속성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2. 주제를 선정하는 방법

<출처: 요즘IT, 작가 캡처>

 

그래서 어떤 글을 써야 하는가? 새 글을 쓸 때마다 드는 고민이다. 처음에는 개인적 궁금증을 주제로 삼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 연재 글이 읽히지 않으면 쓰고 싶은 글을 쓸 기회조차 사라지기 때문에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요즘IT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누군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읽는지 함께 살펴보자.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요즘IT에서 ‘인기’ 마크가 붙은 글을 훑어보면 기술적인 주제가 많다. 랭체인, Redis, PostgreSQL 등 내 업무에서 전혀 쓸 일이 없는 기술에 대한 심층 분석이 여럿 있다. 내가 주로 읽는 건 IT 비즈니스나 프로덕트 관련 글이지만, 인기가 많은 것은 주로 기술 관련 글이다. 따라서 요즘IT의 주 유저는 ‘개발자’라고 유추할 수 있다.

 

이것은 요즘IT 광고 상품 소개 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요즘IT의 월간 사용자는 39만 명 정도이고, 그중 개발자 비율이 48.7%이다. 단순히 개발자와 비개발자로 나누면 반반이지만, 비개발자는 또다시 사업 개발, PM, 디자이너, 기획자 등으로 갈라진다. 즉, ‘유저 절반이 개발자’인 요즘IT에서 인기 글이 되려면, 개발자들의 관심 없이는 어렵다고 결론지어도 될 것이다.

(*에디터 주: 물론 개발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뤄주시면 좋습니다!)

 

<출처: 요즘IT, 작가 캡처>

 

요즘IT에서는 각 글을 어떤 직무의 독자들이 많이 읽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로그인만 하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이므로(글을 누르면 제목 아래에 그래프로 표시됨), 한 번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인기 글뿐만 아니라, 어떤 글을 눌러봐도 백엔드, 풀스택, 프론트엔드 이 셋 중 하나는 90% 확률로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내가 10월에 쓴 ‘구독자 3억 유튜버, '미스터비스트'와 일하면 어떨까?’ 글은 비즈니스 카테고리임에도 불구하고, 풀스택 및 백엔드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읽었다.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요즘IT의 월간 유저는 39만 명이다. 꽤 크다.
  • 주요 독자는 개발자들이다.
  • 인기 글에는 기술 관련 글이 많다. 개발자 유저가 많으니 당연하다.
  • 개발자라고 기술 관련 글만 읽지는 않는다.
  • 나는 기술 관련 글을 쓰지 못한다.

 

마지막 항목은 나에게 뼈아프다. 독자의 절반이 개발자인데 기술 관련 글을 쓰지 못하면 그냥 쓰지 말라는 이야기 아닌가? 하지만 다행히 개발자들이라고 해서 기술 관련 글만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도 사람인 이상 관심사가 다양한 것이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다. 그리고 기술에만 집착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기에, ‘개발자니까 기술 관련 글만 읽을 것이다’라는 전제는 맞지 않는다.

 

그럼 자연스레 내가 써야 하는 것은 ‘개발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비개발자의 글’이 된다. 거기에 내가 지켜야 할 원칙은 ‘적당한 완성도 & 꾸준함’이므로 방향성을 한층 더 좁힐 수 있다. 예를 들어, ‘비개발자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칠 때 주의점 5가지’라는 글은 개발자들의 흥미를 끌면서도 너무 깊은 내용으로 들어가지 않아, 마감 부담도 크지 않았던 글이다. 조회수가 잘 나온 덕분에 오랫동안 인기 글에 머물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개발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비개발자가 쓴 적당한 완성도의 글이면서, 꾸준함을 해치지 않는 주제’가 무엇인지는 매번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가끔은 분석 없이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쓸 때도 있다(높은 확률로 실망스러운 조회수로 이어진다). 하지만 적어도 방향성이 있으면 고민하는 과정이 덜 괴롭다.

(*에디터 주: 주제에 관한 고뇌는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좋은 주제를 잘 찾아주시는 작가님들 리스펙합니다…! 무한 감사!)

 

 

3. 어그로 끄는 제목

<출처: 네이버 시리즈/카카오페이지/카카오페이지>

 

글의 주제를 선정하는 것 못지않게 제목을 잘 짓는 것도 중요하다. 산만함의 시대에서 제목에 어그로가 묻어있지 않으면 관심받기 힘들다. 그리고 아무리 정성 들여 쓴 글이라고 해도 관심을 끌지 못하면 아무 성과도 낼 수 없다.

 

어그로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 2004년에 출시된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적의 주의를 끈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던 게임 용어가 이제 ‘관심을 끈다’라는 표현으로 정착했다. 요즘IT도 콘텐츠로 승부를 겨루는 곳이므로 어그로가 무척 중요하다. 어쨌든 모든 것의 시작은 독자의 클릭으로부터 시작된다.

 

독자들이 요즘IT 글을 접하는 통로는 2가지다. 검색이나 뉴스레터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경우와 독자가 요즘IT에 스스로 방문하는 경우다. 에디터님의 데이터에 의하면 이 둘의 비율은 7:3 정도다.

 

우선 외부에서 유입되는 경우를 살펴보자. 외부 유입의 대부분은 검색이므로 검색만 놓고 이야기해 보겠다. 검색의 경우 아마 개발자가 개발 작업 중 막히는 부분을 찾아보거나, 새 프로덕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다 유입되는 시나리오가 대다수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 경우 글의 제목과 찾고 있는 정보와의 연관성이 높아야 하며, 검색량이 증가하는 시기와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노션이 캘린더 앱을 내놓는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글을 준비했다. 노션은 개발자/비개발자 구분 없이 대중적인 제품이고, 이 제품에 캘린더 앱이 추가된다는 것은 큰 업데이트이기 때문이다. '노션 캘린더'라며 검색하는 사람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요즘IT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편집과 검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는 측면에서 뉴스나 블로그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 ‘노션, 0월 0일부터 캘린더 서비스 시작’ 같은 제목으로는 어그로를 끌 수 없다. 글이 올라온 시점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퍼져있는 뉴스이기 때문에 클릭이 저조할 것이다. 즉,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타이밍에 올려야 함은 변함없지만, 속도전에 목숨 걸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나는 타이밍이 중요한 글은 되도록 빠르게 올리되 제목과 내용을 살짝 비트는 식으로 신선도를 유지한다. 예를 들어, 노션 캘린더 글은 ‘노션은 왜 지금 캘린더를 출시했을까?’라는 제목으로 업로드되었다. ‘노션이 캘린더 앱을 출시했다’라는 소식을 전달함과 동시에 ‘왜 하필 지금일까’를 함께 살펴보는 식으로 구성했다. 이러면 ‘노션 캘린더’라고 검색했던 사람들이 “그러게, 왜 하필 지금 출시했지?!”라며 내 글을 클릭할 확률이 올라간다. 지금 구글에서 ‘노션 캘린더’라고 검색해 보자. 내 글이 검색 결과 상단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캘린더 사용법을 정리한 블로그 글들보다도 위에 있다.

 

두 번째는 요즘IT 플랫폼에 유저가 직접 방문하는 경우다. 이 경우 유저의 속마음은 아마 “뭐 읽을만한 글 없나?”, “심심하다…” 정도일 것이다. 뭔가를 읽고는 싶은데 뭘 읽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이런 유저는 흥미로운 제목에 끌릴 확률이 높을 것이다. ‘노션은 왜 지금 캘린더를 출시했을까?’라는 제목도 흥미롭다면 흥미롭지만, 직접 방문하는 유저의 어그로를 끌려면 정보보다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고민을 파고드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내가 쓴 것은 아니지만 ‘개발자가 영어를 놓지 말아야 할 4가지 이유’라는 글이 모범적 예시라고 생각한다. 요즘IT는 한국어 사이트이니 한국인 개발자가 가장 많이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한 국가다. 따라서 “아… 나도 영어 좀 할 줄 알아야 하는데”라고 고민하는 개발자가 많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이 고민은 단순히 개인의 콤플렉스일 수도 있지만 커리어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IT 산업은 그야말로 국경 없는 정글이니 영어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가 없다. ‘개발자가 영어를 놓지 말아야 할 4가지 이유’라는 제목은 독자들의 정곡을 찌르면서도 자극이 과하지 않아 참으로 적절한 제목이라 느낀다.

 

나는 글의 제목을 정할 때 ‘이것은 어떤 종류의 글인가’를 정의한다. 정보를 주는 글인지, 고민을 탐구하는 글인지를 알아내려고 한다. 이걸 알아야 어울리는 양념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색에 잘 걸리는 깔끔함으로 갈지, 개인적 느낌이 묻어나게 할지를 골라야 한다.

 

물론 요즘IT는 웹소설 플랫폼이 아니므로 양념은 적당량이 좋은 것 같다. 어그로 양념이 너무 진하면 독자의 기대와 내용이 동떨어지게 될 수 있다. 적당한 기대의 클릭, 심장이 터질 것 같은 클릭 어차피 둘 다 똑같은 클릭 1개다. 기대감을 과하게 올리면 역효과다. 단순히 클릭 수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클릭 후 실제로 읽게 되는 흐름까지 만들어져야 한다.

(*에디터 주: “양념은 적당량이 좋다”에 매우 공감합니다. 에디터들도 이에 집중해서 작가님이 주신 원제목과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낸 제목 중 열심히 고르고 있죠… 정말 어렵다는…)

 

 

4. 썸네일은 적당하면 충분

썸네일과 제목
ChatGPT 등장 후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
구글에 도전장 내민 AI 검색엔진, 'You.com'
썸네일 자극도

조회수

37.3k

31.3k

 

유튜브 영상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영상의 썸네일이다. 이것은 3억 유튜버인 미스터 비스트도 늘 강조하는 부분이다. 썸네일이 별로면 사람들이 클릭하지 않으며, 클릭하지 않으면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다. 조회하지 않으면 콘텐츠가 아무리 좋다 해도 소용없다. 유튜브에서는 일단 썸네일이 어그로를 끌고 제목이 이를 보충해 준다.

 

그러나 요즘IT는 조금 다르게 작동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인기 글들을 살펴보았을 때 각 썸네일에서 자극의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심심한 것도 그렇고 무색무취의 무료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썸네일이 나름의 역할을 하겠지만 유튜브에서 만큼의 존재감은 아니라고 짐작할 수 있다.

(에디터 주: 아직까진 썸네일에 큰 공수를 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 언젠가 더 업그레이드되겠죠?)

 

위에 정리된 표를 함께 살펴보자. ChatGPT 글은 크게 놀란 표정의 만화 캐릭터 썸네일로 자극도를 높인 반면 You.com 글은 서비스 화면의 스크린샷으로 자극이 거의 없다. 그러나 두 글 모두 비슷한 조회수로 인기 글에 올랐다. ChatGPT 글이 6,000 정도 더 높지만, 이건 썸네일 덕분이라기보다는 ChatGPT가 당시 워낙 주목을 받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요즘IT에서의 썸네일은 ‘이상하지만 않으면 된다’ 정도로 결론을 내렸다. 유튜브와는 반대로 제목이 어그로를 끈 뒤 썸네일이 이를 받쳐 주어야 한다. 콘텐츠 형태가 영상이 아닌 글이라 그런 것 같다. 게다가 외부 검색으로 유입되는 유저가 많다는 점도 한몫할 것이다. 썸네일에 대해 내가 이야기할 만한 것은 이 정도다. 혹시 관련해 다른 인사이트가 있다면 꼭 알려 주면 좋겠다.

 

 

5. 그저 계속 쓰기

<출처: Henrik Kniberg>

 

에디터님과 확인한 사실 하나는, 요즘IT에 글을 100개 연재한 사람은 내가 최초라는 것이다. 100개를 썼다고 원고료 보너스를 받거나 할 일은 없다. 그러나 꾸준함의 증거를 남겼다는 점에서 나름 자부심을 느낀다.

(*에디터 주: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요즘IT는 국내 최대 IT 매거진이다. 매거진인만큼 IT 관련 글이 계속해서 올라와야 한다. 역사에 남을 글 2~3개가 영원히 보존되는 곳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 글이 올라와야 하는 장소다. 그러니 ‘희대의 걸작보다는 괜찮은 퀄리티의 글을 꾸준히 납품하는 편이 유리하다’가 나의 결론이다. 그리고 어차피 원고료는 글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지급되므로, 많이 쓸 수 있으면 쓰는 편이 이득이다. 물론 형편없이 쓰면 에디터님이 거절할 수도 있다.

 

결국 꾸준히 글을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글을 꾸준히 쓰려면 어떡해야 할까? 그거야 뭐… 꾸준히 쓰는 수밖에 없다.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야 한다. 생각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워드 파일을 채우는 일은 결국 손가락이 한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글이 써지는 세상이 올 수도 있지만,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는 부지런히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냥 하는 걸 어떻게 하냐고”라고 묻는다면, 테크닉 하나 정도는 공유할 수 있다. 작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배운 내용을 내 나름대로 재해석한 방법이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에게 훈수를 두는 것이다. 세상은 원래 훈수 두는 게 제일 재밌다. 예를 들어, 직접 유튜브 영상을 만들기는 어려워도 남의 유튜브 영상을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것은 쉽다. 새로 출시된 서비스의 고칠 점을 찾는 것은 쉽지만 스스로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쓰는 것보다는 쓰여 있는 내용을 고치는 게 쉽다. 그러려면 일단 뭐라도 내용물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엉성한 글이라도 상관없다. 오타가 있어도 괜찮고 근거 데이터가 없어도 상관없다. 예를 들어, 브라우저 시장에 관한 글이라면 서문에 ‘브라우저 시장은 크롬이 짱먹었다’라고 써놓자. 문장을 고치는 일 없이 계속 쓰며 분량을 채우자.

 

든든한 분량으로 엉망인 글이 완성되었으면 글의 첫머리로 돌아가자. 그리고 하나씩 고쳐나가면 된다. 서문에 쓴 ‘브라우저 시장은 크롬이 짱먹었다’를 ‘크롬의 전 세계 점유율은 2023년 3월 기준 62.3%로 압도적 1위이다’로 고치는 식이다. 처음부터 정성 들여 쓰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내가 직접 하기보다는 훈수 두는 것이 훨씬 쉽다. 그러니 과거의 내가 쓴 못난 글을 지금의 내가 훈수 두는 방법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에디터 주: 이 방법 꿀팁인데요? 저도 이렇게 써봐야겠어요.)

 

IT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MVP부터 시작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시작부터 잘하기보다는 변변찮은 완성체를 계속 개선해 나가는 편이 효과적이다. 완벽한 미완성보다는 그럭저럭 괜찮은 완성이 더욱 가치 있다.

 

 

결론: 돈도 별로 안 되는데 왜 쓰는가?

<내용 정리>

1. 나는 2021년부터 요즘IT에 글을 연재해 오고 있으며 이 글이 나의 100번째 글이다.
2. 내 글의 방향성은 ‘개발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비개발자가 쓴 적당한 완성도의 글이면서, 꾸준함을 해치지 않는 주제’이다.
3. 글의 제목에는 어그로가 있되 내용과 어울려야 한다.
4. 유튜브와는 반대로 요즘IT는 썸네일보다 제목이 중요하다.
5. 꾸준히 쓰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일단 엉성한 글을 완성해 놓은 뒤 처음부터 고쳐 쓰는 ‘과거의 나에게 훈수 두기’ 방법을 추천한다.

 

그래서 내가 요즘IT에 계속해서 글을 연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연재한 글이 인기 글로 선정되는 것이 뭐가 좋은가? 원고료를 받기는 하지만 들이는 시간에 비해 금액이 크지 않고, 인기 글이 되어도 인센티브가 추가로 떨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즐겁다. 성취감이 있고, 글쓰기 훈련도 되며, 글을 계기로 우연한 만남이 생기는 것도 좋다. 이런 식으로 나의 성과를 전시할 기회가 생기는 것도 좋다. 에디터님이 읽어보라며 책을 여러 권 보내준 것도 좋았다(요즘 책값이 얼마나 비싼데!). 돈은 별로 안 되지만, 글 쓰는 행위가 나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그러니 계속 쓸 수밖에 없다.

 

나는 20대 초반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아서(정말이다. 교과서나 잡지 외에는 단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다) 작문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도 글을 쓸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다. 언젠가 쓸 거라며 바라는 것이 아닌 실제로 쓰고 있어서 좋다. 

(*에디터 주: 지금 글쓰기를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작가님처럼 그냥 한번 써 보세요. 그럼 어떤 글이라도 나오지 않을까요? 다만 너무 큰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나도 요즘IT에 글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작가 지원’ 언제든 열려있으니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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