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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AI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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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AI 시리즈
① AI는 파괴자일까, 조력자일까?
② “AI야, 내 얼굴에 윈터의 코가 붙으면 어떨까?”
오랫동안 프로덕트를 구성하는 프레임워크를 설명할 때 참조해 온 다이어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IDEO의 제품 프레임워크입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디자인, 개발의 전문 영역을 교차하는 원으로 묘사하고, 그 교차점에서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 요소(공감, 기능, 프로세스)의 반복적인 협업을 강조합니다. 사용자와의 공감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능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반복하여 솔루션이 혁신적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요구와 밀접하게 연계되도록 보장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세 주체 간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각 역할을 위해 필요한 전문 도메인 지식 영역에 AI 기술을 이용하면 예전보다 쉽게 접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I를 ‘파괴적(Disruptive)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도메인 간 업무의 간극이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 예상치 못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납니다. AI 기술이 우리 동료의 경험까지 파괴하는 데 쓰이는 것입니다.
약간의 개발 경험을 가진 프로덕트 매니저(이하 PM)라면 깃허브 코파일럿과 ChatGPT를 사용하여 훌륭한 개발 코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디자인 배경을 갖지 않은 PM도 피그마 AI 기능을 사용하면 프로토타이핑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PM이 코드를 생성해 보니 개발자의 능력이 예전처럼 우수해 보이지 않습니다. AI 디자인 도구로 쉽게 프로토타입이 나오니 본인 의견을 강하게 이야기하던 디자이너가 고집스럽게 느껴집니다.
AI는 한쪽으로만 파괴적이지 않습니다. PM이나 기획자의 애매한 요청 사항에 말 못 할 불편함을 느낀 개발자나 디자이너라면 ChatGPT 같은 LLM을 사용하여 PM의 프로세스를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Zeda.io와 같은 전문 서비스를 사용하면 24시간 일하는 훌륭한 AI PM을 곁에 둘 수도 있습니다. 자연스레 내 옆에서 잔소리만 하는 PM을 배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는 AI의 능력은 인간 PM을 쉽게 능가할 뿐만 아니라 현재 PM 업무의 대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지각변동은 단순히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작업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기 때문입니다. AI는 PM 업무뿐만 아니라 UX 디자이너, 개발 매니저의 업무도 대신합니다. 이렇게 되면 조직의 역할이 재정의될 것입니다. AI 시스템은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인간 지성의 보루를 파고듭니다. 정교한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예측 기반의 추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시장 격차 파악부터 미래 트렌드 예측까지, AI의 역할은 인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기술을 동료 파괴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그들의 업무와 그 가치를 이해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깃허브 코파일럿의 코드가 좋은 개발자가 디자이너와 문제 해결을 고민하며 최선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과 최적화된 코드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AI 도구를 사용하여 프로토타입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디자이너와 PM이 사용자의 페인포인트에 느끼는 공감 능력까지 복사해 올 수는 없습니다.
PM의 프로세스는 정해진 교과서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변하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적절한 판단으로 최적화된 길을 찾는 과정입니다. AI 기술 자체가 좋은 프로덕트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좋은 프로덕트는 여전히 세 개 직군의 역할이 균형을 이룰 때 만들어집니다.
AI 기술 도구는 PM이 예측 분석을 기반으로 기능의 우선순위를 정하게 도와주고, 디자이너에게는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디자인 결정에 도움이 되는 공감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개발자에게는 코드 제안 및 오류 감지를 지원하여 전체 워크플로우를 간소화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상호 배타적이 아닌 조화로운 협업의 개념을 적용한 AI 기술은 어떤 것일까를 지난 6개월간 제 업무 경험의 예를 통해 설명해 볼까 합니다.
업무와 역할을 유지하는 운영 모델 내에서 AI를 조화시킨다는 것은 기존 프로세스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고 향상하는 방식으로 AI 기술을 통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점진적이고 보다 수용 가능한 변화를 촉진하여 AI가 파괴자가 아닌 조력자 역할을 하도록 합니다.
사례
고객 서비스 업무를 상담원에서 AI로 대체하는 대신 SAP는 AI 기술을 이용하여 고객 정보에 대한 즉각적인 액세스와 인사이트가 들어간 답변을 주는 코파일럿의 역할을 제공합니다. 상담원이 고객과 공감 대역폭이 넓은 대화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여 전체적인 업무 효율성과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사내 임직원을 위한 HR 서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고객은 나를 기억하는 서비스, 나의 경험에 따른 맞춤 서비스를 선호합니다. 특히 아래 그림의 화살표가 나타내는 부분과 같이 자연어 프롬프트를 작성하기 전에 현재 대화 맥락을 이해하여 제공 가능한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기능을 원하였습니다.
파괴는 기존 시스템과 워크 프로세스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갑작스럽고 급진적인 변화를 의미하지만, 통합은 팀이 꾸준히 적응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AI를 보다 원활하게 통합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사용하는 정책, 전략과 프로덕트의 방향을 설명할 때 AI 기술은 더 큰 기회와 도전을 제공한다는 의미의 적절한 ‘단어’와 ‘어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심리적 저항의 가능성을 줄이고 보다 지속 가능한 AI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을 유도합니다.
경쟁력의 근본
기업의 프로덕트/서비스를 P라고 했을 때 AI 전략을 (P + AI) 나 (P x AI)로 정하기보다 (P) ^ AI, 즉 AI를 거듭제곱 승수로 사용하는 전략이 통합 마인드에 적절합니다. AI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사업 기반이 되고 경쟁력의 근본인 프로덕트(P)를 구성하는 (도메인 지식 + 업무 프로세스 + 데이터)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베이스를 키우면 승수 AI의 효과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베이스가 되는 곳에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고 중요 포인트에서 AI를 이용하면 그 가치는 극대화됩니다.
사례
SAP의 많은 고객들은 업무 환경에서 재무 지표와 리포트를 보게 됩니다. (위에서 설명한 프로덕트 P를 구성하는 요소 중 업무 프로세스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재무 지식을 넘어서 비즈니스 환경과 시대 흐름을 모두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도메인 지식) 프롬프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어려워하는 고객에게 가능한 선택을 제시하는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이 리포트의 의미가 무엇이고 어떤 면에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가(데이터의 가치)를 승수가 되는 생성형 AI를 사용하여 요약 해설로 제공합니다.
기존 제품의 기능에 새로운 AI 기술로 조화롭게 접근하는 방식은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운영 중단을 최소화하며, 인간의 전문성과 AI 역량이 함께 작동하는 협업 환경을 촉진합니다. 이러한 효과는 의사 결정 개선, 효율성 증대, 전반적인 성과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AI 기술이 기존의 제품에서 새롭게 추가된 ‘드러나는 기능’의 형태로 나타나면, 사용자들은 그것을 새롭게 익혀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을 갖습니다. 이런 형태보다는 이미 사용자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기능에 알게 모르게 사용되는 ‘스며드는 기능’일 때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는 사용자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의 휴대폰에 있는 사진 편집툴에서 밝기나 노출 정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자동 향상(auto enhance)’ 기능, 각 사진에 대한 메타데이터, 즉 설명 정보를 생성하고 그 정보에 따라 사진을 자동으로 정렬하고 분류하여 특정 사진을 찾거나 앨범을 만드는 기능이 ‘스며드는 기능’이 될 수 있습니다.
사례
필자 역시 B2B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업무 환경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세스가 무엇일까, 그곳에 어떤 AI 기능을 스며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나라와 지역을 불문하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는 엑셀과 같은 형태의 가로세로 열로 되어 있는 보고서였으며, 이들 사용자는 컬럼 단위의 정렬이나 필터를 가장 빈번하게 사용합니다. 이 사용자 리서치 결과를 가지고 PM, 디자인, 엔지니어링이 함께 조화로운 협업을 통해 자연어를 사용한 프롬프트 기반의 정렬과 필터라는 스며드는 AI 기능을 구현하였습니다. 이러한 통합은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면서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전략적 실험, 창의적 아이디어, 복잡한 인간 상호 작용을 포함하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서 프로덕트의 목표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그리고 시장에서 이기는 프로덕트를 출시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목표입니다. AI 기술은 프로덕트를 이루는 PM-엔지니어링-디자인 프레임워크의 거리를 줄일 뿐만 아니라 깊이를 만들어 내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매우 조화롭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철저한 사용자 요구 사항 분석을 수행하여 AI가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특정 영역을 파악합니다. 고객 지원, 데이터 분석, 운영 효율성과 같은 측면을 고려합니다. 이 평가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기회와 과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참조: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으려면 고전이지만 힐러리 메이슨과 DJ 패틸의 ‘Data Driven’을 추천합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팅, 고객 지원 등 여러 부서의 팀과 협력하여 AI 이니셔티브를 전반적인 비즈니스 목표에 맞춰 조정합니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AI 솔루션이 관련성 있고 실용적이며 널리 수용될 수 있도록 합니다.
예: AI 기반 고객 세분화를 구현할 때 마케팅 팀을 참여시키면 AI 모델이 마케팅 전략에 부합할 수 있습니다. 또 타기팅 캠페인에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빠른 성과를 입증하고 기술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작고 관리하기 쉬운 AI 프로젝트로 시작하세요. 애자일과 같은 반복적인 개발 방법을 사용하여 사용자 피드백과 성능 메트릭을 기반으로 AI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테스트, 학습 및 개선하세요.
참조: 확장 가능한 데이터 솔루션 개발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은 마틴 클레프만의 ‘데이터 중심 애플리케이션 설계(Designing Data-Intensive Application)’를 추천합니다.
AI 솔루션의 성능과 영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명확한 지표와 KPI를 설정하세요. 이러한 지표를 정기적으로 검토하여 진행 상황을 평가하고 필요한 조정을 수행합니다. 피드백 루프를 구현하여 사용자 의견을 수집하고 AI 애플리케이션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세요.
예: 고객 만족도 점수와 응답 소요 시간을 사용하여 AI 챗봇의 효과를 평가하고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정을 수행합니다.
AI는 자연어 처리, 예측 분석, 자율적 의사 결정과 같은 영역에서 더욱 발전된 기능을 통해 점점 더 정교해지고 그 역할을 지속적으로 구체화할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하는 프로덕트를 이루는 균형 잡힌 프레임워크의 형태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더 사용자의 페인포인트를 공감하고, 도메인 지식에 충실하고, 현재의 업무 프로세스를 존중하며, 생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가 가치를 만드는 프로덕트가 사랑받을 것입니다. 이 목표를 위해선 함께하는 업무 동료들과 배타적인 혼란보다 상생하는 조화에 우선순위를 둠으로써 일상 업무에 AI를 보다 원활하고 생산적으로 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덧붙여 PM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AI 기술의 발전, 업계 동향 및 모범 사례에 대한 최신 정보를 지속적으로 습득하고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치어리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학습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AI의 이점을 극대화할 것입니다. PM은 AI를 보완적인 도구로 받아들여 기술 발전에 대한 균형 잡히고 조화로운 통합적 접근 방식을 리드해야 합니다.
‘일’상의 AI 시리즈
① AI는 파괴자일까, 조력자일까?
② “AI야, 내 얼굴에 윈터의 코가 붙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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