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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AI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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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AI 시리즈
② “AI야, 내 얼굴에 윈터의 코가 붙으면 어떨까?”
⑥ 10년째 투자자가 말하는 AI로 ‘커뮤니케이션 간격’ 줄이기
저는 PMF인베스트먼트라는 이름으로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하여 5년째 투자를 해오고 있습니다. 액셀러레이터의 부대표로 근무한 시간을 합하면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초기기업 투자자로 경험을 축적해 오고 있습니다. 저 역시 십몇 년 전 즈음에는 한 명의 창업자였고 실패를 했었습니다. 으레 “그때 이런 일들을 더 잘했더라면, 이런 실수를 피할 수 있었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어떤 것들을 그때 알고 있었더라면” 하는 부끄러운 기억을 되새기기도 합니다. 그 아쉬움 중 하나는 “그때 투자자를 잘 만나서 좋은 투자를 받고 성장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경험들이 저를 초기 투자로 이끌었을지도 모릅니다.
투자자와 창업자가 한두 시간씩 충분하게 시간을 가지고 사업과 투자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IR(Investor Relations)이라고 부릅니다. 창업자들은 이러한 IR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주변 사람으로부터 투자자를 소개받기도 하고 콜드메일을 보내기도 하면서 자신의 IR 덱(IR deck, 또는 pitch slide)을 소개합니다. 이 IR 덱을 보고 투자자가 흥미를 느낀다면 IR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또 여러 팀이 모여서 이런 IR 덱을 발표하는 자리, 데모데이가 여러 기관이나 행사를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5분 안에 발표를 하고, 5분 정도의 질문을 받는 형식이 대부분입니다.
초기 투자를 하는 동안 아주 운이 좋게도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해외 스타트업의 한국 진입(이하 “인바운드”), 그리고 동남아시아 현지 기업에 대한 투자 등을 다양하게 경험했습니다. 특히 인바운드를 위해서 거의 천여 개에 달하는 해외 스타트업의 소개 자료를 매년 받아보았고, 수백 번의 IR 피치(IR pitch)를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데모데이를 포함한다면 1년에 5~6백 개 이상의 IR 피치를 직접 듣고 평가한 셈입니다.
한국이든, 유럽이든, 동남아시아이건, 또 인도를 포함한 서남아시아에서건 공통된 경험 중의 하나는 5분의 발표를 경청하고 난 후에도 이 회사가 정확하게 무엇으로, 어떤 가치를, 누구에게 전달하려고 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입니다. 대부분 그 사회에서 우수한 경험과 재능을 가지고 있을 창업자들이 짧게는 수개월에서 수년을 고민했을 그 스타트업에 대해 열정을 다해서 설명하는데 말입니다. 그들 앞에 앉아 있는 투자자들은 왜 그 회사를 파악하지 못하는 걸까요?
앞서 제시한 문제의 원인을 저는 이렇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창업자들은 투자를 받기 위해서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습니다. 이 시장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지, 특히 나는 왜 뛰어나고 어떤 인사이트가 있는지, 내가 조사해 봤더니 이것이 얼마나 훌륭한 기회를 가지고 있는지, 게다가 왜 지금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직전인지 같은 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반대로 초기투자자들이 ‘지금 여기 데모데이’에서 듣고 싶은 말은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기업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것이 누구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그래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우선 듣고 싶습니다.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 이상의 얘기는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그저 거창한 미사여구에 불과합니다.
5분의 시간이 짧아서 전달하지 못했거나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5분은 굉장히 긴 시간입니다. 누군가가 하는 얘기를 5분이나 경청하는 것은 평상시에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정치인의 연설이나 사장님 훈화 말씀을 듣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의 간격, 저는 이것을 커뮤니케이션 간격이라고 부릅니다. 숙련된 ‘평가 노동자들’에게도 대표님들이 작성한 문서나 발표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간혹 투자자로서 창업자가 자신의 업을 분명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것을 마주할 때면, 아쉬움을 넘어 투자 검토 대상에서 제외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투자 검토에서 제외했던 회사들이 추후에 다른 누군가의 투자를 받고 또 크게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업자에게도 투자자에게도 IR에서의 ‘커뮤니케이션 간격’은 위험하고 또 아쉬운,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입니다.
‘일’상의 AI라는 시리즈에 참여해 투자자와 창업자의 ‘커뮤니케이션 간격’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생성형 AI가 이들 사이 간격을 줄여줄 선물 같은 존재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기 투자자로서 기업으로부터 일이십 장 수준의 IR 덱을 받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평가를 위해서 역시 수십장 정도의 문서로 사업계획서를 받아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생성형 AI를 잘 활용하면 검토의 수고를 줄이면서 창업자의 높은 이해를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사용된 예제는 최근 받아보았던 사업계획서입니다. 잘 작성되어서 ChatGPT의 요약이 특별히 필요하진 않았지만 이 글을 위해 예시로 사용해 보았습니다. (기업의 이름은 모두 제거하였습니다)
프롬프트 A.
이 자료는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야. 이 사업계획서에서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을 3가지만 요약해 줘.
ChatGPT의 요약
이 사업계획서에서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세 가지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장 진입 전략: - 싱가포르에 있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사전 시장 조사를 실시하여 수요를 평가하고 서비스를 맞춤화할 계획입니다. - 싱가포르에 현지 자회사를 설립하여 현지 라이센스와 규제 요구 사항을 준수할 것입니다. - 초기에는 싱가포르에 있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후략…)
2. 서비스 차별화: - 기존 및 새로 개발된 서비스에 대해 글로벌 특허를 출원하여 국제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 국제 IT 시장에서 신뢰와 신용을 높이기 위해 ISO/IEC 27001과 같은 국제 인증을 취득할 것입니다.
3. 글로벌 확장 및 파트너십: - 기존 주주 및 벤처캐피탈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베트남 및 기타 아세안 시장의 기업들과 협력하고, 이들의 발판을 활용해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대할 것입니다.
이 전략들은 싱가포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글로벌 확장을 위한 강력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
이 회사의 사업에 대해서 2~30장짜리 문서를 훑어보지 않아도 더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숙련된 평가 노동자들에게는 아주 작은 수고일 뿐입니다.
그러면 좀 더 시간이 많이 필요한 ‘현지의 라이선스/규제’에 관해서라거나 이 회사의 특허에 대해서 더 많은 내용을 조사해 봅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을 요약해 볼 수도 있습니다. ChatGPT는 경쟁력의 하나로 창업자의 경력을 꼽고 있네요.
프롬프트 B.
이 스타트업 창업자의 이력에 대해서 조사해줘. 링크드인에서 찾아서 허위 경력이 없는지 알려줘 / 이 문서에 있는 창업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공개된 자료를 조사해 줘
ChatGPT의 답변
창업자의 이력을 문서에서 찾았습니다. 이 창업자는 중앙대학교에서 법학, 경영, 중어를 복수 전공했으며, HOOO, WHOOO, POIXXXX 에서 OOO 사업 관련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한국ABCD에서 전략이사로 근무하며 핀테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현재 이 스타트업의 CEO로 재직 중입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CEO로, 이전에 POIXXXX과 한국ABCD에서 근무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ABCD에서는 전략이사로 재직하며 핀테크 분야에서의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매출채권 유동화 서비스에 특화된 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현재까지의 공개된 정보로는 그의 경력에 허위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볼 때 창업자의 경험과 경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7년 인도에서 백여 개의 스타트업 발표를 평가할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인도 창업자들의 경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제게 이런 선물이 도착하기 전 이었으니까요. 당시에는 사람 인턴이 동행해서 몇몇 기업의 창업자에 대해 구글 검색과 링크드인을 뒤져보면서 진위 여부를 파악해 보기도 했습니다.
창업자들 역시 자신의 자료를 위와 같이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곧 투자자의 눈높이를 예상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창업자들에 비해서 투자자의 이해도는 매우 낮기 때문에, 창업자들에게는 위에서 언급한 커뮤니케이션 간격이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24시간 이 사업만을 고민하는 창업자의 이해도를 따라갈 수 있는 투자자는 없을 테니까요.
창업자가 생성형 AI라는 선물을 활용하는 방법은 똑같습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투자자에 직접 빙의하지 않더라도, 생성형 AI에 대신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맡기고 연극을 시켜볼 수 있습니다.
아래 예제는 상당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IR deck을 요약한 결과입니다. 이 회사의 많은 내용이 매력적이었지만 저는 아래처럼 매력적으로 요약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창업자가 이 요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춰 적합한 설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창업자와 투자자 간에는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상대적으로 자료를 받아보는 투자자 쪽이 정보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창업자는 초기 투자를 받을때에 특히 투자자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많은 지분을 취득하며 이사회에 참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때문에 투자자금 이상의 영향력을 갖기도 하니까요.
*창업자라면 아래 칼럼에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7 questions founders should ask when choosing their first investor board member
저도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정보불균형을 경험하고 있기에 아래 인터뷰처럼 저와 제 투자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개인투자조합 GP를 만나다 - PMF 인베스트먼트
다만 아직 생성형 AI가 저와 제 투자에 대한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네요. 여러분도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아래 이미지처럼 PMF 인베스트먼트가 아래 3개 회사에 투자를 했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으니까요.
액셀러레이터를 하는 동안에도, 그 이후에도 흔히 말하는 IR 강의를 종종 하고 있습니다. 데모데이 피치(Demo Day pitch)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강의이고 또 스타트업 피치 덱(pitch deck)에 대한 코칭이기도 합니다.
이런 강의나 코칭은 창업자와 투자자의 ‘커뮤니케이션 간격’ 덕분에 진행됩니다. 많은 창업자가 이 간격이 힘들어서 제게 의뢰를 합니다. 또 그 간격을 크게 느끼는 분들일수록 성공하는 IR 덱을 위해 많은 공식을 찾고 또 예제를 원합니다. IR 덱은 그저 창업자와 투자자 간의 ‘좀 더 쉬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어느 정도 형식화 해놓은 것에 불과한데도 말입니다. 그 간격은 상상하는 것보다 넓고 또는 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창업자들일수록 자신이 만들어 놓은 IR 덱이나 사업계획서를 생성형 AI에게 요약시켜 보고, 투자자 입장에서 꼭 알고 싶은 2~3가지를 꼽아보길 권장합니다. 나아가 이것들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 나간다면 저 간격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창업자였을 때, 제게도 IR은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투자자와의 대화는 잘 안되기 일쑤였고 데모데이에 나가서도 평가자들과 대화하기 어려워하는 자기주장만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때의 흑역사 때문에 자주 이불킥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 투자를 하는 입장으로 만나는 창업자들에게서 간혹 그때의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IR은 너무 힘들고 어려우니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분들도 간혹 만납니다.
이런 창업자를 위해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창업자에게 IR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들이 과도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때로는 자신감을 잃어버려 사업의 방향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창업 관련 지원기관들이 너무 IR에만 집중하는 것도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액셀러레이팅 배치는 물론 초기기업 육성 프로그램들은 더 예쁜 IR 덱을 만들고 무대 발표 매너를 조언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창업자들은 제품 개발보다 IR이 더 중요하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제 제 IR 강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예쁘게 꾸미는 일도, 무대에서 으레 하는 무의미한 감사 인사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생성형 AI가 저를 포함하여 진짜 기업의 가치를 알아줄 투자자를 찾는 많은 창업자에게 반갑고 뜻깊은 선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일’상의 AI 시리즈
② “AI야, 내 얼굴에 윈터의 코가 붙으면 어떨까?”
⑥ 10년째 투자자가 말하는 AI로 ‘커뮤니케이션 간격’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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