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문제 제기: 멀티태스킹은 일잘러의 필수 조건인가요?</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여러분이 생각하는 일잘러는 어떤 모습의 사람인가요?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그중 하나는 여러 업무를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는 사람의 모습이지 않나요? 우리는 보통 이런 사람들을 ‘멀티태스커’라 부릅니다. 그와 함께 일잘러의 필수 능력이 ‘멀티태스킹’이라고 생각합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IT 직무에서도 멀티태스킹 역량은 중요하게 간주합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사람, 운영과 이슈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사람 등 멀티태스킹 능력은 직무를 가리지 않고 채용의 단골 우대 사항 중 하나죠. 자기계발서들은 멀티태스킹을 잘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제시하며, 생산성 툴도 이를 위한 다양한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60%;"><img src="https://yozm.wishket.com/media/news/2926/image2.png"><figcaption><출처: 레딧 r/memes 채널></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멀티태스킹(Multi-Tasking), 스크럼 회고의 단골 개선 과제</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제가 매년 진행하는 스쿼드 연말 회고 세션에서도, 가장 많은 투표와 공감을 받는 개선 과제 가운데 하나는 단연 멀티태스킹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멀티태스킹으로 고통받은 팀 구성원들이 “멀티태스킹을 줄일 방안”을 개선 과제로 선정했고, 이에 다양한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회고에서는 멀티태스킹을 잘하기 위한 개인적인 팁부터 팀의 프로세스 개선 아이디어까지,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하나의 과제 또는 프로젝트만을 맡아 업무를 수행하게 내버려두는 조직, 회사는 없습니다. 이렇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액션 아이템을 도출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멀티태스킹 능력은 조직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모든 구성원이 갖춰야 하는 필연적인 업무 능력”이라는 씁쓸한(?) 의견도 나왔죠.</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yozm.wishket.com/media/news/2926/image4.png"><figcaption><출처: 작가, 스크럼팀 회고 내용 캡처></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진짜 ‘멀티태스킹’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구글에 ‘멀티태스킹’을 검색해 보면 부정적인 기사와 글들이 넘쳐납니다. 특히, 멀티태스킹이 뇌에 미치는 안 좋은 영향을 다룬 것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지속적인 멀티태스킹은 뇌 손상을 일으켜 지능 지수를 낮추며, 장기적으로는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급적 멀티태스킹을 지양하고 한 가지 작업에 집중하는 ‘싱글태스킹’(또는 모노태스킹) 기법이나 일정 간격을 두고 작업과 휴식을 번갈아 하는 ‘포모도로 테크닉’이 유행하고 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멀티태스킹이라는 단어는 컴퓨터의 중앙 처리 장치(CPU) 같은 공용 자원을 여러 작업이 나누어 사용하는 일을 말하는 컴퓨팅 단어에서 유래했습니다. 문제는 CPU와 뇌의 작업 구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람의 뇌는 한 번에 하나의 작업만 수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strong>사람의 멀티태스킹은 ‘하나의 일에서 다른 일로의 전환을 반복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strong></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60%;"><img src="https://yozm.wishket.com/media/news/2926/image5.png"><figcaption><출처: 레딧 r/memes 채널></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그런데 왜, 멀티태스킹을 일잘러의 능력이라고 생각할까요?</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현실의 업무 환경은 우리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하나의 일에 집중하다가도 급히 처리해야 할 우선순위 높은 다양한 업무들이 꾸준히 생겨나기 때문이죠.</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예를 들어, 개발자는 스프린트에서 계획한 주요 기능을 개발하다가도 긴급한 사고(incident)를 처리해야 합니다. 때로는 코드 리뷰를 하다 중요 미팅 참석을 요청받기도 합니다. 프로그램 매니저는 어떨까요? 미팅 중에도 급한 고객의 메일에 응답해야 하거나, 높은 직급 이해관계자들의 긴급 질문에도 빠르게 응대해야 합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할 때는 이러한 상황들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납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60%;"><img src="https://yozm.wishket.com/media/news/2926/image9.png"><figcaption><출처: 레딧 r/ProgrammerHumor채널></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이를 종합해 볼 때, 우리가 생각하는 멀티태스커 일잘러는 동시에 여러 일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자가 아닙니다. <strong>지금 하는 일에서 다음 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 즉, ‘퀵 스위칭’을 하는 사람입니다.</strong></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전환점: 어떻게 퀵 스위처가 될 수 있죠?</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저는 스크럼 마스터로 일하며 여러 프로그램과 스쿼드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행 중인 업무를 이해하고 따라잡는데 항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어지는 회의와 긴급한 업무 지원들로 정작 본 업무를 위해 자료를 찾고 내용을 확인하려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했고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싱글태스킹, 타임 블락킹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업무 전환이 필요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다음 업무를 이해하고 확인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그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척이 있었는데요. 이 아이디어는 애자일의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 개념, 스크럼 프레임워크의 “WIP Limit” 가이드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60%;"><img src="https://yozm.wishket.com/media/news/2926/image7.png"><figcaption><출처: 작가, 챗GPT로 생성></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컨텍스트 스위칭 비용(Context Switching Cost)” 이해하기</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컨텍스트 스위칭 비용(Context Switching Cost)이란 “컴퓨터에서 실행 중인 기존의 프로세스를 중단하고 다른 프로세스를 실행할 때 발생하는 프로세스 교체 대기 시간”을 의미합니다. 애자일 방법론에서는 개발자의 멀티태스킹을 이 개념에 빗대어 설명하며, ‘지양해야 하는 행동’이라고 가이드합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컨텍스트를 스위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람과 컴퓨터의 차이점 때문인데요. 컴퓨터는 하나의 작업이 끝나고 다음 작업으로의 전환을 신속하게 이루어 내지만, 사람은 이전 작업에 대한 잔상(afterimage)과 다음 작업을 위한 대기(Loading)가 발생합니다. 이 잔상과 대기로 인한 시간 소요를 애자일은 “업무 전환 시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이를 야기하는 멀티태스킹은 애자일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능력입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yozm.wishket.com/media/news/2926/image6.png"><figcaption><출처: <a href="https://www.bryanbraun.com/2012/06/25/multitasking-and-context-switching/">Bryan Braun Blog</a>></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아이디어: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을 줄이는 WIP(Work In Progress)</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그렇다면 어떻게 컨텍스트 스위칭(업무 전환)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요? 저는 애자일의 WIP(Work In Progress) 개념을 제 업무에 적용해 보고자 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WIP는 “진행 중인 업무를 정리하고 가시화한다”는 개념인데요. 이를 컨텍스트 스위칭에 접목하면 진행 중인 다양한 업무를 그룹화해 정리하고 전환이 빈번한 항목을 가시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다른 업무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죠. 실제 적용은 4가지 단계를 거쳐 시도해 보았습니다.</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yozm.wishket.com/media/news/2926/image3.png"><figcaption><출처: <a href="https://resources.scrumalliance.org/Article/mastering-art-work-progress">ScrumAliiance</a>></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첫 번째, 진행 중인 업무 정리하기</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strong>WIP를 적용하기 위해 먼저, 지금 어떤 업무들이 진행 중인지 정리합니다.</strong>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방식과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지 포함해서 말이죠.</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간단한 예로, 진행 중인 업무가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백로그에 등록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요구사항 정리서(지라 티켓), 관련 커뮤니케이션 내용(이메일, 메시지), 회의록(워드, 컨플루언스) 등 해당 업무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목적에 맞게 모두 찾아보았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두 번째, 업무 전환 비용 항목 찾기</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strong>진행 중인 업무 가운데 가장 업무 전환이 빈번하고, 이에 따라 비용이 드는 항목들을 찾습니다.</strong> 저 같은 경우 현재 하나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두 개의 스쿼드 팀을 운영합니다. 그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관리, 미팅 운영, 진척 관리, 이슈 관리, 백로그 정제 등 다양한 업무 전환이 일상에서 발생하고 있었죠.</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이 중 가장 업무 전환이 빈번했던 것은 프로그램 미팅과 스쿼드 팀의 애자일 이벤트 진행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업무 전환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과 툴(지라, 컨플루언스, 루시드차트, 슬랙, 메일 등)을 이동하느라 전환 비용이 크게 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세 번째,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그룹화하기</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strong>업무 전환에 필요한 자료들을 하나의 위치에 그룹화합니다.</strong> 진행 중인 업무에 필요한 자료들을 목적에 맞게 하나의 장소에 옮겨 놓는 것입니다. 자료 유형에 따라 장소를 달리할 수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 대부분 자료가 웹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크롬 브라우저의 ‘Tab 그룹’ 기능을 활용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예를 들어, 진행 중인 A라는 프로그램의 관련 자료를 “프로젝트 진척(지라 보드)”, “진행 중인 태스크들(지라 티켓, 슬랙, 이메일)”로 나누어 크롬 Tab 한곳에 옮겨 놓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 스쿼드 팀, 지원 중인 이슈 등 구분으로 관련 자료들을 모두 그룹화했습니다. 곧 업무 전환이 필요한 순간에 탭과 사이트를 이동하며 컨텍스트를 빠르게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yozm.wishket.com/media/news/2926/image1.png"><figcaption>크롬 브라우저 Tap 그룹을 활용한 업무 그룹화 <출처: 작가></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네 번째, 나만의 시각화된 POV(Point Of View)를 구성하고 관리하기</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strong>그룹화된 정보들을 기반으로 나만의 가시적인 대시보드를 구성합니다.</strong> 진행 중인 업무 가운데 전환이 빈번한 항목의 필요 자료들을 그룹화하고 정리했다면, 이제 이를 시각화해 빠르게 컨텍스트를 옮겨 다닐 수 있도록 합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가시화를 위한 대시보드 구성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저는 크롬의 Tap 그룹 기능과 더불어 아크(Arc) 브라우저를 활용해 보았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아크 브라우저의 최대 장점은 크롬에서 제공하는 Tap 그룹뿐만 아니라 화면 분할 기능까지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필요한 정보를 화면 전환 없이 한 화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면 전환으로 인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작업 생애 주기에 따라 진행 중인 업무에 필요한 자료들을 지속해서 관리하기에도 유리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span style="color:#757575;">*아크 브라우저 활용법은</span> <a href="https://yozm.wishket.com/magazine/detail/2783/">요즘 IT zwoo 작가님의 글</a><span style="color:#757575;">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span></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yozm.wishket.com/media/news/2926/image8.gif"><figcaption>아크를 활용한 나만의 스위칭 대시보드 구성 <출처: 작가></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아크 브라우저로 구축한 ‘나만의 WIP 대시보드’는 업무 전환마다 필요한 자료를 찾아 헤매던 비효율적인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었습니다. 특히, 화면/탭 전환을 위한 Ctrl+tab 무한 반복에서 벗어나 보다 직관적으로 정보를 한눈에 캡처할 수 있었죠. 또, 미리 구성한 화면 분할로 서로 참조가 필요한 정보들을 한눈에 확인하며 포괄적인 시각을 확보한 채 빠르게 업무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나아가 미팅을 진행하며 화면을 공유할 때마다 많은 분이 아크 브라우저로 구성한 제 대시보드를 궁금해했는데요. 이때마다 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제로 그들이 실무에 활용하는 모습을 볼 때면 무척 뿌듯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마치며</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멀티태스킹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 결과와 싱글태스킹 같은 아이디어들의 유행에도, 조직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이 멀티태스킹 능력을 강요받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하지만 제가 멀티태스킹의 한계를 애자일 방법론의 WIP로 극복했듯, 이번 기회에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업무 전환에 대해 모두 이해하기 시작했으면 합니다. 2025년은 “일잘러에게 필요한 능력은 멀티태스킹이 아닌 빠르게 업무를 전환할 수 있는 퀵 스위칭이다”라는 명제에 많은 분이 공감하며, 이를 실천할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center;"><span style="color:rgb(153,153,153);">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spa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