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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광고 요금제 구독자가 4,0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구독자 2억 7,000만 명에 비하면 15%에 불과한 수치지만, 최근 신규로 구독하는 고객 40% 이상이 광고 요금제를 선택한다고 한다. 실물 경제는 계속 안 좋고, 넷플릭스는 봐야겠으니 저렴한 요금제에 끌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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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광고 요금제 구독자가 4,0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구독자 2억 7,000만 명에 비하면 15%에 불과한 수치지만, 최근 신규로 구독하는 고객 40% 이상이 광고 요금제를 선택한다고 한다. 실물 경제는 계속 안 좋고, 넷플릭스는 봐야겠으니 저렴한 요금제에 끌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구독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넷플릭스의 광고는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프라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광고 요금제가 매출에 확실한 도움이 되니 내재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다. 광고 없이 드라마를 정주행할 수 있는 게 OTT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무엇이 시대를 바꾼 것일까? 넷플릭스는 왜 광고 플랫폼이 되려고 할까?
일반 TV와 디지털 광고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개별 타겟팅이 가능한가?’이다. 화면을 보고 있는 사용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뭘 좋아할지를 유추해 낼 수 있다. 구글에 선풍기를 검색하면 웹사이트 배너가 쿠팡의 선풍기 광고로 도배되듯이 말이다. 유튜브에서 내 관심사 위주의 광고가 나오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런 타겟팅 환경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 삼아 온갖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2016년 유럽에서 등장한 GDPR을 시작으로 정말 많은 규제가 생겨나고 있다. 구글이 광고 관리자에서 공식 지원하는 것만 해도 6개(GDPR, EPD, CPRA, СРА, VCDPA, LGPD)나 되고, 앞으로 더 추가됐으면 추가됐지, 줄어들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광고 타겟팅에 활용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 크롬의 제3자 쿠키 삭제 계획이다.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에서 제3자 쿠키가 광고에 활용되는 현재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중심으로 여러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사파리나 파이어폭스에서는 이미 제3자 쿠키가 기본으로 차단되어 있고, 아크(Arc)같이 새로 부상하는 브라우저들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광고를 노출하며 돈을 버는 일반 웹사이트나 블로그에서 활용할 수 있는 타겟팅 정보가 줄어들 것이라는 뜻이다. 타겟팅 정확도가 줄면 광고의 단가도 떨어지게 되는데, 그럼 광고주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타겟팅할 수 있는 환경으로 예산을 옮길 수밖에 없다. 결국엔 광고 타겟팅에 활용할 수 있는 제3자 쿠키 외 데이터가 있느냐 없느냐로 많은 것이 갈리게 된다.
넷플릭스는 이런 변화가 달가울 것이다. 왜냐하면 넷플릭스는 딱히 쿠키 같은 고윳값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사용자 프로필별로 쌓아놓은 취향 데이터가 있다. 굳이 인터넷 활동 기록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유추해 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 광고주는 각 개인이 누구인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어떤 주제에 흥미를 가졌는지만 알아도 광고비를 허투루 쓰지 않을 근거가 마련된다. 거기에 국가, 접속 빈도, 시청 시간, 사용 기기 등 부가적으로 활용할 데이터도 충분하다.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를 선보인 2022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플랫폼에 광고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다 코로나 격리 완화, OTT 경쟁 심화, 가격 부담 등의 이슈가 겹치며 구독자 성장세가 줄었고, ‘넷플릭스, 이대로 괜찮은가’와 같은 우려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성장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했고, 그 전략 중 하나로 광고 요금제가 등장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자체 광고 서버가 없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15년 동안 플랫폼에서 광고를 보여줄 필요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출로 인해 전략이 바뀌었고, 광고 서버를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 일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광고 인프라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광고 요금제를 1년 넘게 운영하면서 광고가 넷플릭스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확인을 마쳤으니, 자체 서버를 구축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넷플릭스 광고는 드라마나 영화가 시작하기 전, 10/20/60초 광고(스킵 불가)가 나오는 방식인데, 인터넷 반응을 검색해 보았을 때 ‘광고 짜증 난다’라는 의견이 많다. 원래 없었던 불편함이 생긴 것이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이 오히려 양반이고, 광고는 앞으로 더 늘어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광고도 초창기에 비해 정말 많아지고 길어졌으나 결국 사람들은 적응했다. 물론 넷플릭스는 ‘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광고가 나온다’라는 점이 유튜브와 다르지만, 광고 요금제의 구독자 수 증가세를 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고 본다. 아마존 파이어 TV처럼 메뉴와 섬네일 사이사이에 배너 광고가 붙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체 플랫폼으로 운영을 효율화하여 비용은 낮추고, 광고 종류와 횟수는 늘려 수익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또한 자체 플랫폼이 구축되면 광고주들에게 선택지가 늘어나는 동시에, 최저 입찰 단가는 낮아질 것이다. 광고 요금제 론칭 당시 노출 1,000회당 단가가 59.5 달러(한화 약 81,000원)로 “너무 비싸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2023년 4분기 기준 47.05 달러(한화 약 64,000원)로 내려오긴 했지만 다른 OTT에 비해서는 여전히 비싸다. 그러나 자체 플랫폼으로 인한 효율화가 지속된다면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 생각하며, 단가가 낮아질수록 더 다양한 광고주가 자신들의 제품을 넷플릭스에 광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에 타겟팅 옵션도 확장될 것이다. 현재 확인된 타겟팅 방법은 기기별, 장르별, 시간대, 시청자 특성(국가, 나이, 성별 등), Top10 작품에만 노출하기, 몰아보는 사용자에게 노출하기 정도이다. 처음에는 국가 및 장르별 타겟팅 정도였는데 계속 추가되었다. 개인적 경험으로 비추어봤을 때 광고주의 타겟팅 니즈는 끝도 없기에 타겟팅 옵션의 종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 본다.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유명한 넷플릭스이기에, 구글 광고 관리자에서 제공하는 것과 비슷하게 ‘넷플릭스 타겟팅 알고리즘에 맡기기’ 같은 옵션도 추가될 것이다. 관련해 제공되는 수치의 종류도 함께 늘어날 것 같다.
넷플릭스는 외부 광고사들과의 협업도 발표했다. 디지털 광고 업계의 대표 3사인 The Trade Desk, Google DV360, Magnite와 손을 잡는다고 한다(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 이 말은 광고주가 넷플릭스 광고 지면을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외부 업체에 부킹 되어있는 광고가 넷플릭스로 흘러들어올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즉, 넷플릭스에 나오는 광고의 종류는 훨씬 더 다양해질 것이고, 다른 업체와의 협력을 거치면서 넷플릭스의 타겟팅 기술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Adweek 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광고 플랫폼은 2025년 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한다. 거기에 넷플릭스 채용 페이지에 광고(Advertising) 관련 포지션이 계속 늘어나는 것까지 더하면, 그들이 광고에 꽤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돈을 더 적게 낼 테지만, 그만큼 광고 보느라 소비된 시간이 넷플릭스에 의해 철저히 수익화될 것이다. 광고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가 더 비쌈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 광고 요금제가 넷플릭스 수익성에는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결론은 뻔하다. 광고형 스탠다드의 가격이 단돈 5,500원이니까, 무려 프리미엄 17,000원의 1/3 수준이다. 만약 내가 혼자 자취했을 때 넷플릭스가 있었다면 무조건 5,500원 요금제를 선택했을 것 같다. 13,500원인 스탠다드와 비교해도 광고가 있냐 없냐만 다르지, 기기 제한이나 화질은 똑같기 때문이다. 경제 불황이 길어지면서 저렴한 가격을 선호하는 경향은 계속될 것 같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 미국 넷플릭스에 새로 가입한 사용자 중 40%가 광고 요금제를 택했다. 2023년 1분기에 18%였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성장률이다. 디즈니플러스, 훌루, 파라마운트+ 등은 모두 50~60%를 넘어가며 광고 선호도가 더욱 높은 모습을 보여준다. 넷플릭스에 광고 요금제가 있는지 몰랐던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호라이즌 미디어의 보고서(2023 Inflation Nation Report)에 따르면 가계소득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니, 소비를 줄이는 것이 확실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 말고도 또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서 보고 싶은 시리즈/영화가 있을 때 일회성으로 구독하고 싶을 때가 있다. 어차피 작품 1개 보고 말 경우엔 광고 요금제를 구독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일 것이다. 돈은 돈대로 내면서 광고까지 봐야 하는 게 억울할 수도 있지만,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라면 어쩔 수 없다. 내 주변에서도 ‘그래도 넷플만 한 게 없다’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참고로 현재의 넷플릭스 구독자 수는 2억 7,000만 명으로 역대 최고로 많다.
얼마 전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로쿠(Roku)의 ‘HDMI customized ad insertion’이라는 특허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로쿠는 자체 OTT 플랫폼이 있을 뿐만 아니라, LG나 삼성처럼 TV도 판매한다. 로쿠 TV에는 로쿠의 운영체제가 탑재되어 있는데, 이 운영체제를 통해 광고 노출을 통제한다는 특허다.
OTT별로 광고가 나오는 거야 지금도 그렇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로쿠 TV에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외부기기를 연결했을 때, 그리고 외부기기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던 중 일시 정지를 했을 때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HDMI 케이블이 ‘화면이 정지되었다’라고 인식하게 되면, 마치 화면 보호기 같은 형태로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다시 재생을 누르면 광고가 사라짐)
옛날의 TV는 단순했다. 운영체제도 뭐도 없는 기계 덩어리였다. 내가 원하는 외부기기를 마음대로 꽂아 쓰면 그만이었다. 그러다 운영체제가 생기고, 인터넷에 연결되고 하면서 또 하나의 스마트 기기가 되었다. 상황에 맞춰 내용물이 변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덕분에 디지털 광고가 안방까지 침투할 수 있게 됐다. 이게 더 좋은 변화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끊임없이 수익화되는 느낌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HDMI 광고 반대론자들은 “내 돈 주고 산 TV니 내 소유물이다. 내 소유물인데 무슨 권리로 광고를 주입하느냐”라는 주장을 펼친다. 나는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결국 적응할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한때 DVD로 판매하던 영화와 게임이 디지털 형태로 변해가던 때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서비스 제공자가 사업을 종료하면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사용자가 소유한다’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물 DVD와 동일한 가격에 판매했다. 논란과 비난이 많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실물을 사는 사람이 적은 상황이 되었다.
광고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저렴한 TV에는 덕지덕지 광고가 노출되고, 광고를 없애려면 프리미엄 모델을 사거나 별도 요금제를 구독해야 하는 방식이 자리 잡을 것이다. 광고 없는 요금제는 계속 프리미엄으로 발전하고, ‘보통’이라는 것은 당연하게도 광고가 있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이지만, 단순히 선택 문제로 치부하기엔 광고 없는 선택지가 너무 비싸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OTT라는 것이 없던 시절, 어떤 TV 방송을 보든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광고가 있었다. 그게 당연했다. 그러다 ‘월 구독하면 광고가 없다!’라며 OTT 플랫폼이 등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환호했다. 그리고 이제 광고가 다시 들어오려 한다. 세상은 역시 돌고 도는 것일까?
<내용 요약>
과거 넷플릭스는 “광고는 절대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 중계는 우리와 맞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철저히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할 것이라는 완고함이 있었다. 그러나 구독자와 매출 증가세가 멈추면서 그 고집은 결국 무너졌다. 광고 사업은 이미 현재진행형이고, 스포츠 쪽에서도 WWE RAW 레슬링이나 NFL 크리스마스 경기를 라이브로 중계할 예정이다.
“저기요, 왜 말을 바꾸세요?!”라고 따지고 싶지만, 계속해서 성장을 보여줘야 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2011년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구독 요금은 한 달에 8달러였다. 지금은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요금제가 각각 15.49달러와 22.99달러에 판매되고 있고, 아마 계속해서 오를 것이다. 이에 “넷플릭스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면 광고 요금제를 선택하세요!”라는 명분도 계속 단단해질 것이다.
다만 가격을 인상할 때 광고 요금제도 덩달아 올릴지, 아니면 요금은 그대로 놔두고 광고 종류를 늘릴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둘 다 올리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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