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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모른다는 것이다. 메타 인지라고 부르는데 즉,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것이다. 성장한다는 것은 내가 잘하는 것을 더 보강하여 더욱 잘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개선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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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모른다는 것이다. 메타 인지라고 부르는데 즉,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것이다. 성장한다는 것은 내가 잘하는 것을 더 보강하여 더욱 잘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개선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메타 인지를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피드백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개발자들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울 때부터 피드백에 익숙해져 있다. 코드를 타이핑하는 순간 컴파일러가 바로 구체적인 피드백을 준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바로 인지하고 고친다. 한 줄을 작성해도 그 안에 컴파일러 간의 몇 번의 피드백이 담겨 있다.
피드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만으로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피드백 받는 당사자 입장에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법을 다룬다.
피드백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기 앞서 자신이 충분히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인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예전에 중국 개발자들이 사용할 도구를 만든 적이 있다. 당시 나는 한국 사무실에서 혼자 만들었으며 다 만든 도구를 문서와 함께 중국 사무실에 전달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아무도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았고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개발 중간중간 피드백을 거의 받지 않았던 것이다. 지리적으로 사무실에 떨어져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드백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방치했던 것이다. 이처럼 피드백이 없는 상황을 방치하면 심리적으로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잠재적인 위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험해 보기 전에 정해진 방향은 특히 수명이 짧다.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변화는 피드백을 필요하게 만든다. (중략) 한번에 완벽하게 해결하기 바라는 것보다 점진적 개선에 만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피드백을 이용해 목표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간다. _<익스트림 프로그래밍>
충분한 피드백이 없는 환경이라면 의도적으로 피드백 고리(feedback loop)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주기적으로(일주일에 한 번) 만나 결과를 함께 보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현장에 직접 가보는 것이다.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관찰하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질문함으로써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내가 요즘IT에 기고한 <성장하고 싶은 당신이 꼭 해야 하는 인지적 활동>이라는 글에서 언급한 ‘공개적으로 학습하라’를 실천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나는 글을 본인만 볼 수 있는 곳이 아닌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쓰게 했다. ‘공개적으로 학습하라’를 실천하는 것이다. 글을 본인만 볼 수 있는 곳에만 쓰거나 내 주변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경우 효과적인 피드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결이 비슷한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경우 많아 생각이 비슷하여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말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람들은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피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에게 거절당하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에 상처받을까 경계하는 것이다. 미래의 어떤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느낄지 예측하는 것을 ‘정서 예측(affective forecasting)’이라고 부르는데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정서 예측을 엉터리로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움직이고 적응하는 존재다. 의도적으로 피드백 고리를 만드는 것은 사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행동함으로 인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하지 않은 것으로 인한 후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용기를 내어 상대에게 피드백을 구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적이 있는가? 먼저 피드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책 <일의 99%는 피드백이다>에서는 피드백을 세 가지 유형(인정, 조언, 평가)으로 구분한다. 피드백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고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시각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해야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피드백을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피드백에서 조언을 구별해야 한다. 평가는 쉽게 자존감을 자극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조언은 상대적으로 자극이 덜하다. 조언은 상대가 나를 돕기 위한 피드백임과 동시에 상대방의 의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조언이 구체적일수록 실천하기는 쉽지만 그 결과가 효과적이기보단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 이유는 상대방이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의 피드백은 내가 상대에게 준 정보(행동)에 기반한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으로 나타난 ‘나’의 일부분일 뿐이다. 상대가 내 안의 감정과 생각들을 모두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조언은 메타 인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를 통해 내 문제는 내가 주도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언은 좋은 시작점이다. 상대방의 조언을 소화하여 내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실천할 때 동기가 크기 때문에 계속 실천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자존감은 내 존재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자존감은 남이 만들어 줄 수 없는 것이다. 내 문제를 내가 주도적으로 정의할 때 내 존재가 보이기 시작한다.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정의했다면 그다음으로 해야 하는 것은 내일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만드는 것이다. ‘내일 당장 할 수 있는 일’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생각만으로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며 미루지 말고 내일 당장 하라는 뜻이다. 또 하나는 내일 당장 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시도하라는 것이다. 즉, 행동할 수 있은 작은 무언가를 내일 당장, 날마다 하라는 것이다.
내일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성장에 도움이 되려면 난이도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쉬우면 지루함을 느끼고 너무 어려우면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위키(wiki)를 만든 전설적인 프로그래머 워드 커닝햄(Ward Cunningham)의 ‘가장 단순하면서도 동작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는말은 실용적인 난이도 조절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자세한 내용은 내가 쓴 글 <당신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에서 ‘일의 난이도’ 부분을 참고하라.
상대는 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처음에 주는 피드백은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상대에게 피드백을 보다 정확하게 인지 시키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다시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작은 것을 해보고 상대에게 다시 피드백하라. 피드백을 순환시키면 상대가 이해도가 높아져서 더 효과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피드백은 단방향이 아니다. 피드백은 순환이며 상호적이다.
앞서 나는 바로 시도(내일 당장 할 수 있는 일) 하는 것을 말했다. 이런 방식은 필연적으로 실패를 마주친다. 사실 실패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시도할 때 다 배우고 나서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실수를 실패로 받아들이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 기저에는 오류 범하지 않는 것을 너무 강조하는 환경이 있다. 또한 많은 것을 안다는 것 자체가 시작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
IBM의 설립자 토마스 왓슨이 “성공률을 높이고 싶다면 실패율을 두 배로 늘려라.”라고 말했듯이 빨리 시도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학습에 훨씬 효과적이다. 2023년에 카이스트에서는 ‘실패 자랑’ 행사를 했으며, 비슷하게도 파리 대학원의 ‘실수 축제(Festival of Errors)’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페일콘(FailCon)’이 있다. 이런 행사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실패는 학습의 건설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빨리 배우려면 일찍 자주 실패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이다.
최근 책 <Tidy First?>를 낸 켄트 벡은 그의 서브스택글에서 애자일(XP)이 되돌리기 버튼(Undo Button)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워드프레스 같은 것으로 문서를 작성한다고 가정 해보자. 문서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작고, 수많은 지우기와 되돌리기가 있다. 문제는 실패의 크기인 것이다. 크게 실패하면 되돌리기가 어렵지만 작게 실패한다면 되돌리기 쉽고 실패에서 배운 것을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그래서 내일 당장 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시도해야 한다.
대부분 긍정적인 피드백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문제는 부정적인 피드백이다. 인간은 논리적인 동물이 아니라 감정적인 동물이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책 <일의 99%는 피드백이다>에서는 자극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진실 자극은 상대의 피드백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관계 자극은 상대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피드백 자체(동기)를 의심하는 것이다. 또한 정체성 자극은 자존감이 흔들리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자극에 휘둘려 피드백을 놓치는 실수를 할 수 있기에 우리는 피드백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피드백과 자극을 구분해야 한다.
피드백과 자극을 구분한 후에 자극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글을 시작하며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언급했다. 나는 자극을 내면을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경험적으로 부정적인 자극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족 심리 치료의 선구자 버지니아 사티어(Virginia Satir)는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는 모델로 ‘빙산 메타포(The Personal Iceberge Metaphor)’를 제시했다. 자극이 내 어떤 ‘감정’과 ‘생각’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내가 어떤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열망’을 갖고 있는지 이해해 결국 ‘자기’에 도달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우리는 도망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모든 부정적인 피드백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참고 받아들이기만 해야 할까? 피드백과 자극을 구분하고 자극을 통해 내면의 ‘자기’를 발견하면 자극이 주는 불편함의 이유를 알게 된다. 그에 따라 부정적인 피드백을 한결 받아들이기 수월해지며, 설사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을 하더라도 마음의 짐은 한결 덜하다.
상처받은 부부들의 신뢰 회복을 다루고 있는 책 <가트맨의 부부 감정 치유>는 믿음과 사랑을 지속시키는 위한 노력을 말한다. 하지만 ‘헤어져야 할 때인지를 아는 방법’도 말하고 있다. 피드백 역시 마찬가지다. 피드백을 잘 받아들인다는 것은 거절의 의미도 있다.
김창준 애자일 컨설팅 대표의 글 <혹독한 조언이 나를 살릴까?>에서는 글로리아라는 여성을 심리상담가 3명이 상담하는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며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혹독한 조언의 미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일부 내용을 옮겨 보면 아래와 같다.
글로리아를 비난하는 조언은 그녀를 성장시키지 못했습니다.
(중략)
심리상담학이 수십년 연구를 통해 결론을 내린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내담자를 존중하지 않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거나 부정적이었다는 것이고, 동시에 내담자들은 이 방식에 현혹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중략)
이 글로리아 필름에서 일반인들에게 교훈이 있다면, 쓰다고 꼭 몸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 또 그걸 통한 폭력성을 정당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 존재에 대한 존중이 없고 위협이며, 비난과 일방적인 피드백으로부터 나를 지켜야 한다. 특정 행동에 대한 평가가 아닌 인격을 공격하고 있는가? 모욕감, 모멸감, 수치심, 분노를 느끼는가? 상대방이 계속해서 원하지 않은 피드백 주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때가 바로 나를 보호해야 할 때다. 내 존재를 보호하는 심리적인 경계가 필요하다.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려면 피드백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뿐만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잘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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