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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입문자를 위한 SI 산업 가이드북①] SI 회사는 가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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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산업 가이드북②] 스타트업, SI를 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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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입문자를 위한 SI 산업 가이드북①] SI 회사는 가면 안되나요?

[IT입문자를 위한 SI산업 가이드북②] 스타트업, SI를 해도 되나요?

[IT 입문자를 위한 SI 산업 가이드북③] 갑은 SI 프로젝트를 어떻게 만들까?

 

최근에는 대학생 창업도 많습니다. 대부분 지인의 부탁을 받아 뭔가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시작하더라고요. 일종의 SI 사업인데요. 그래서 이번 회차에서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SI를 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점을 이해하도록 돕고,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선 위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가능하면 내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독립형 사업”이 좋습니다. 하지만, 돈이 넉넉지 않아 “수주형 사업”을 해야 한다면 하십시오. 단, 두 개 사업이 어떻게 다른지, 그래서 내가 어떤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지 미리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

ChatGPT 로 이러이러한 게 된다면서요. 

우리 회사에 이러이러한 게 필요한데 만들어 줄 수 있어요? 1억이요.

 

아, 우리 방금 스타트업 했는데. 

저거 하려고 모인 건 아닌데. “화장품 추천 서비스” 만들려고 했는데…

그래도 저 돈이면 한동안 따뜻하겠지? 

그래, 저거 잠깐 하고, 원래 하려던 거 하자.

 

유혹을 피할 수 있는 CEO 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다음 일거리도 와 있습니다. 요즘에는 ChatGPT로 뭔가를 만든다고 하면, 일 주겠다는 분들이 너무 많거든요.

 

아, 이렇게 일거리가 끊이질 않다니. 내가 이렇게 돈을 많이 벌다니… 이런 기쁨에 빠져 2-3년을 일하고 나면, 어느새 회사는 SI 회사가 되어 버립니다.

 

원래 하려고 했던 “내 서비스”는 언제쯤 만들 수 있을까요? 글쎄요. 언제든 할 수 있겠지만, 언제나 할 수 없는 그런 일이 되었습니다. 회사의 사업방향, 인적구성 등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으니까요. 당장 EC2 서버 하나 열어 웹 서비스를 오픈할 수 있겠지만, 그걸 지속적으로 해나가려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닥치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회사 대표들이 자기 사업을 정의할 때는 “계약방식”에 따라 구분을 합니다. 돈을 버는 방식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병원 진료 알리미”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합시다. 이 기업이 “똑닥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큰 병원의 모바일 앱에 제공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똑닥 서비스”는 동네병원의 진료 알리미로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앱입니다. 처음에는 진료 알리미 기능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진료 예약 서비스까지 제공합니다. 2013년에 설립했는데 직원이 채 60명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유치액이 370억 원을 넘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기능이지만, 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는 거죠.

 

반면 큰 병원의 모바일 앱에 들어간 예약 알리미 기능은 대부분 아웃소싱으로 만듭니다. SI 회사들이 입찰에 참여, 해당 기능을 개발하죠. 하지만, 이런 SI 회사는 독립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업 기획을 어떻게 할지 관심이 없습니다.

 

두 개가 다른 기술일까요? 아닙니다. 같은 기술입니다. 예약을 받고 시간이 되면 예약자에게 알림을 보내줍니다. 카카오톡을 연결하냐 아니냐에 따라 세부 기술들이 달라지긴 합니다만, 똑닥 기술은 엄청 어렵고, 큰 병원 앱은 쉽고 그런 건 아닙니다.

 

즉, 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누구 돈을 받느냐에 따라 사업 내용이 달라진 겁니다.

 

 

무엇이 다른가?

무엇이 다른지 한 번 살펴볼까요?

 

현실은 SaaS처럼 “웹 서비스”로 제공하는 수주형 사업도 있고, 여러 유형이 함께 섞인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초보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특징을 나누어 봅니다. 대기업, 정부 같은 큰 시장은 아래 특징이 또렷한데, 개인 쇼핑몰 같은 작은 시장은 꽤 모호합니다. 하지만, CEO분들이라면 이 정도 설명만 들어도 이해할 거라 믿습니다.

구분독립형 사업(인스타그램)수주형 사업(SI형 사업)
고객일반인기업, 정부
상품일반소비제품, 구독형 서비스

IT 인프라 솔루션(SaaS 등)

IT 인프라 컨설팅 노동(전략 컨설팅 등)

IT 인프라 구축.운영 기술

결정권자일반인 개인기업 내 책임자, 실무담당자
제품특징

비타민형(있으면 좋음)

- 호기심, 취미, 재미있는 거

진통제형(문제해결에 반드시 필요함)

- 기업 내 문제해결, 수익 극대화 등

판매방식적정가 대량판매고가제품, 소량 판매
판매전략

마케팅을 통해 대량 구매 유도

- 조직, 마케팅 채널 개발 필요

대인영업. 설득을 통한 구매유도

- 기술영업, 수주업무(제안서, 발표 등)

제품연구시장연구(트렌드, 소비패턴 등)

대상기업(업무) 연구

- 업무흐름 이해, 고객업무 개선 연구

제품개발

AB 테스트로 시장니즈 확인

- 완성도가 낮아도 팔림

필요기능을 풀 패키징

- 완성도가 높아야 팔림

대금회수주기

판매 즉시 회수(상시판매)

- 현금흐름이 좋음

프로젝트 후 회수(6개월~1년)

- 현금흐름 관리 필요

조직운영

전 프로세스 개발, 튜닝, 관리

- 전략, 기획, 설계, 개발, 운영 등

부문 프로세스만 심화, 전문화 가능

- 예) 개발 관련 전문업체

인적구성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성향의 사람분석적이고 반복업무에 내성이 높은 사람

표1. 독립형 사업과 수주형 사업의 차이점

 

우리가 흔히 SI라고 부르는 산업의 정체는 사실 “기업 시장”입니다.

‘Enterprise Market’이라고 부르는데, 왠일인지 우리나라에선 이렇게 잘 표현하진 않습니다. 

 

기업 시장은 자기 본업이 IT가 아닙니다. 금융이거나 제조이거나, 유통입니다. 개발 역량이 없으므로 필요할 때 IT 시스템을 기술 시장으로부터 구매합니다. 정부에선 “조달한다”고 표현하고, 일반 기업들은 “외주를 준다”고 표현합니다.

 

그때그때 필요한 기능을 사는 거니까 당연히 양산형 제품은 없습니다. 다 커스텀 제품입니다. 그래서 이 시장의 기본 상품은 “기술노동력”과 “IT부품”들입니다. 솔루션, API 등이 “IT부품”이고, “IT컨설팅”, “프로젝트”가 “기술노동력”입니다.

 

당연히 SI 회사들도 다 자신들만의 상품전략, 판매전략이 있습니다. 회사 조직도 다르고 투자 방향도 다릅니다. 이제 막 시작한 SI 회사들은 가진 게 기술 노동력밖에 없지만, 오래된 기업들은 대부분 노하우 기반의 솔루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SI를 할 것인가?’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면 오산입니다. SI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고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내 아이디어가 통할까?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거 하면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누구나 남의 일하기보다 내 아이디어로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를 얻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그 이야기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림1.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생태계 지도 2.0 (2018, 스타트업얼라이언스)

 

2018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라는 곳에서 만든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지도”입니다.

 

얼마나 많은 회사가 살아남았을까요? 검색을 해봅니다. 사라진 업체들이 많습니다. 흠, 생존하기 힘든 “뉴스 미디어” 분야임을 감안하더라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상황이란 건 어디나 다 비슷합니다. 3년 내 매출을 내고 굴러가지 못하면 실패입니다.

 

여기서 굴러간다는 건 매출이 난다는 걸 의미합니다. 적자가 나더라도 매출이 나서 시장이 있음을 확인했다면 “굴러간다”고 표현합니다. 우리나라는 코스닥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12년 정도라고 합니다. 미국이 5년 정도라고 하니 2배 정도 걸리는 셈입니다. 5년 이내 폐업율은 64.2%입니다. 이건 미국도 비슷하다고 하네요. 폐업 이유는 1위 “시장수요 부재”(42%), 2위 “자금부족”(29%), 3위 “팀구성”(23%) 입니다. 이 이유는 국내도 비슷하겠네요.

※ 출처: 코스닥시장 신규상장 경로분석 : 자본시장연구원, 2018.11

 

즉, 아이디어가 좋아도 대부분 저 확률로 성공하거나 실패하게 됩니다. 생각보다 빡빡하죠.

네, “독립형 사업”은 생각보다 실패율이 높은 사업입니다. 내 제품을 만들어 팔아보기 전까진 소비자가 내 제품을 사줄지 알 수 없거든요.

 

초기 제품은 내 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실패하면 다시 만들어야 하죠. 시작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12년을 버텨야 합니다.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죠. CEO가 자기 사업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없다면 버티기 힘든 시간입니다.

 

어떻게 해야 성공확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을까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일하는 겁니다. 시행착오를 줄여야 하거든요.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같은 방향으로 가거든요. 빨리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훈련된 사람들을 고용합니다. 인맥, 평판 등으로 검증하고 친밀도를 이용해 관리하죠.

 

업무 체계는 없습니다. 아직 시장에서 인정받는 제품이 없으니까요. 그걸 제작하는 개발 프로세스가 세팅되었을 리 없습니다.

 

기술은 어떨까요?

맨땅에서 시작하니 가능하면 최신 기술을 사용합니다. 기존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스택 단위로 기술을 사용하거나 오픈소스를 활용하죠.

 

어떤 개발자와 일을 해야 할까요?

변화가 많으니 고립형 개발자와는 일하기 힘듭니다. 책임 소재를 민감하게 가리는 사람도 함께 하기 어렵습니다. 실력보다는 우리 사업과 핏이 맞는 사람을 선호하게 됩니다.

 

언제쯤 돈이 벌려야 할까요?

대부분 투자모드인 동안은 적자입니다. 다만, 매출이 성장세여야 합니다. 매출이 안 난다는 건 시장을 잘못 타게팅했다는 뜻입니다. 작더라도 매출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영업이익률은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고 난 다음 챙깁니다.

 

“야놀자”를 살펴 봅니다. 

창업은 2005년에 했습니다. 인지도는 2010년에야 얻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올 때 대응이 잘된 거죠. 앱은 2015년에야 출시합니다. 그전까지는 PC 웹이었죠. “series A”를 그때서야 받았다고 하니, 이전까지는 매출을 내면서 버텼다는 뜻입니다. 투자받기 직전의 2014년 성적표는 매출 201억 원에 영업적자 60억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돈을 벌지 못했죠. 반면 성장률이 40%였습니다. 2015년 투자를 받으면서 흑자전환이 됩니다. 어언 10년 만이었죠.

 

그때 받은 돈이 100억 원이었습니다. 어디에 필요한 돈이었을까요? 2015년 “야놀자”는 “리스타트”를 선언하고 종합 숙박/여행서비스로 정체성을 확장합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TV광고”를 하기 시작하죠. 거기에 100억 원을 부었습니다.

 

성공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런 확신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시장확인, 고객분석, 마케팅에 대한 오랜 데이터와 경험이 쌓여야만 가능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2016년 150억, 2017년 800억, 2018년 400억을 더 투자받습니다. 완전히 살 떨리는 돈들이죠.

 

의사결정이 쉽지 않았을 테고, 조직관리, 운영의 방향도 많이 헷갈렸을 겁니다. 기업별로, 사례별로 다르긴 하지만, ‘시장을 공략해서 매출을 먼저 내고, 버티면서 시장을 넓혀간다. 이후 큰 자본이 들어오면서 크게 성장한다’는 기본 뼈대는 동일합니다.

 

 

SI를 하면 어떻게 되나?

선배들을 만나보면, 가능하면 SI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

왜일까요? 힘들기 때문입니다. 앗, 힘들다는 건 미래가치가 낮다는 뜻입니다. 고생한 만큼 돌아오는 게 적다는 뜻이죠.

 

여기서 미래가치란, 수백억 원, 천억 원을 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영업이익률 30%, 40% 되어서 주주배당 펑펑 하고, 주가도 2배, 3배 막 오를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서비스 고객이 1천만 명, 2천만 명 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업 시장은 이렇지 않습니다. 기업 개수가 빤하기도 하고,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제품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신 트렌드를 덜 타는 편이고, 시장 수요가 꾸준한 편입니다. 시장 진입도 쉬운 편이고요.

 

그래서 작은 스타트업들도 수주형 사업을 합니다. 하지만 케이스가 너무 많아 설명하기 힘듭니다. 비교적 정형화된 대기업부터 이야기해 봅니다. “삼성SDS”, “LG CNS”, “현대오토에버” 같은 기업들입니다. 수주형 사업은 대부분 기업 시장입니다. 누군가 “발주”(주문발주)를 하고 누군가 “수주”(주문접수)를 합니다. 제품을 납품하면 거래가 종료되고 돈을 받습니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되고, 만들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하기 쉽습니다. 기술력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일을 시작하면 됩니다. 시장분석을 할 이유도 제품을 연구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업무 경험이 중요합니다. 같은 값이면 해 본 회사에 일을 맡기고 싶어 하니까요.그런데 회사는 업무경험을 어디서 쌓을까요?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관련 프로젝트를 뛰면서 어깨너머로 배웁니다. 회사도 말이죠.

 

표2. IT서비스산업과 SW산업 특징(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그래서 SI 기업에선 “기술 경험”, “업무경험”은 매우 큰 경쟁력입니다. 그 자체가 상품이 되기도 하죠.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30년 경험” 이런 게 큰 강점이 됩니다.

 

가격은 어떻게 산정할까요? 일종의 중간재이자 부품시장이기 때문에, “소비자 가치”보다 “투입원가”를 기준으로 봅니다. 옛날에는 “노동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했는데, 요즘에는 “기능 점수”라는 방식을 씁니다. 기능별 난이도를 감안하여 투입원가를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노동 시간” 방식이 계산하기 쉬워 아직도 쓰는 곳이 많습니다.

※ 기능점수: 개발해야 할 기능의 난이도와 영향도 등을 기준으로 개발비용을 책정하는 방식, 정부에서 권고하는 기준안이 있다.

 

발주 기업은 어떤 곳들일까요?

대부분의 전통 기업들입니다. 금융, 제조, 선박, 반도체, 자동차, 화학, 유통, 행정, 국방, 정부까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기간 사업 전부가 해당됩니다. 이 기업들은 뭔가를 팔기 위해 계속 “소비자”를 자극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할 때만 개발 업무가 있습니다. 상시 개발팀을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앱이나 웹 없이 사업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기업 내에 개발팀을 두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내 개발팀이 있다 하더라도 여차 저차한 이유로 외주를 안 할 수는 없습니다.

 

기술은 어떨까요?

대부분 오래된 시스템을 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옛날 기술들이 여전히 쓰이고 있습니다. Java 7, ANSI C 등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습니다. 수백억이 투자된 시스템이므로 가능하면 필요한 부분만 고쳐가며 씁니다. 그러다보니 기술 변화 속도가 느립니다. 느린 만큼 SI 업체도 대응할 여유가 많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서 많이 쓰이는 SAP ERP 는 ABAP이라는 언어로 개발되어 있습니다. 1992년에 만들어졌는데 SAP에 특화되어 나온 언어라 진화도 더딥니다. 10년 전에 배운 걸 아직도 써먹을 수 있죠. 물론 최근에는 여기도 변화가 있긴 합니다만…

 

단점으로는 개발자 구하기가 힘듭니다. 오래된 기술에다 미래가치로 승부하는 사업분야가 아니라 신입 개발자들이 잘 안 옵니다. 일이 끊이질 않는 대신 상대적인 연봉은 낮습니다.

 

그래서, SI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글쎄요. 남의 일을 하는 거라 재미가 좀 없습니다. 대신 시장 탐색을 위한 스트레스가 덜 한 편입니다. 제품을 내놓아야 시장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전화 약속을 하고 고객을 만나면 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을 놀라게 할 필요 없습니다. 그건 고객의 일이지 SI 회사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SI 회사에선 고객의 문제를 잘 듣고 해결해 줄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시키지 않은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한 일이 장애로 이어져서 고객사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천만원 벌려다 2천만 원을 물어낼 수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개발팀이 보수적인 성향으로 물갈이 됩니다. 새로운 시도는 사라지게 되죠. 어느 순간 새롭게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을 때 그런 일을 할 직원을 주변에 볼 수 없게 됩니다.

 

 

규모로 보는 기업 시장

프로젝트 규모발주기업주요 수주기업입찰정보 게시수행기간
10억원 이상정부, 대기업꽤 큰 중견기업 이상회사 홈페이지1년 이내
10억원 이하정부, 대기업100인 규모 스타트업회사 홈페이지1년 이내
1억원 이하꽤 큰 법인20인 규모 스타트업회사 홈페이지6개월 이내
5천만원 이하큰 소상공인4-5인 규모 스타트업위시켓 등3개월 이내
1천만원 이하소상공인개인, 프리랜서 개발자위시켓 등1개월 이내

 

그러면 프로젝트 정보는 어디서 얻을까요? 어디에 한곳에 딱 모여 있는 그런 곳이 있을까요? 

음, 없습니다. 사회는 무규칙 경기장이니까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발주사들은 그냥 자기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합니다. 그래서 일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그 회사 홈페이지나 입찰공고가 뜨는 곳을 찾아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보통 입찰공고는 연초에 많이 뜨고 가을, 겨울에 잔여분이 조금씩 뜹니다.

 

정부기관들은 입찰공고가 모여 있습니다. “나라장터”라는 곳입니다. 공공기관들 대부분 여기에 공고를 띄웁니다. 다만 입찰 자격들이 조금 까다롭습니다. 여기에 공지하지 않고 자사 홈페이지에만 게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쨌든 발주정보를 얻기 위해 발품을 파는 것 자체가 시작이자 능력입니다.

 

금액이 적은 경우는 “위시켓”같은 사이트를 모니터링 합니다. 5천만원 이하의 프로젝트들이 주로 올라오는데, 3-4인의 개발자들이 할 수 있는 업무량입니다. 장점으로는 관리를 위한 “문서작업”이 없고, 결과물만 제대로 납품하면 됩니다. 단점으로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IT를 모르고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소통능력이 아주 좋아야 합니다.

 

참고로 위시켓에는 1억원 이상의 프로젝트들도 꽤 올라옵니다. 발주업체들이 좋은 SI 기업들을 찾으려고 노출을 늘리는 전략인데, 이런 변화는 앞으로 계속될 겁니다. 요즘에는 믿을만한 SI 기업들이 없어 망가지는 프로젝트들도 꽤 많거든요. SI라고 해서 일거리가 굴러다니고 아무거나 집어서 일할 수 있는 그런 분야가 아닙니다. 발주사들도 다 자기 사업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의뢰를 하는 것이고, 가능하면 경험 많고 일 잘하는 기업이 와서 도와주기를 바랍니다.

 

전문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해당 분야 경험이 많고 오래 되어야 합니다. 결코 노력과 시간이 작게 걸리는 산업분야가 아닙니다.

 

 

그래서 SI를 해도 될까?

미래 가치를 믿고 야놀자나 쿠팡같은 기업을 하고 싶다면 SI를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SI를 하는 순간 인적구성이 바뀌고, 현금흐름 및 자금집행계획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바뀐 질적 변화는 나중에 바꾸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시장과 호흡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들이 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죠.

 

반면 호구지책과 생존이 필요하다면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제1목표는 존속과 생존이니까요. 이거 한다고 회사가 망한다거나 직원들이 죽지는 않습니다. 그냥 할 만합니다.

 

“특별한 아이디어와 창업 아이템은 없지만 개발은 하고 싶어.” 이럴 때도 괜찮습니다. 우선 일부터 배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SI를 하는 게 아니라, 기업 시장에 도전하는 거다.”

 

SI를 그냥 “기술 노동력”으로만 생각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없습니다. 해볼 만한 게 없거든요. 반면, “기업 시장에 도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다릅니다.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거든요. A회사의 고민을 B회사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입문턱이 낮은 편이고 비슷한 일을 계속하다 보면 전문성이 쌓입니다. 비교적 시작하기 쉬운 시장입니다. 통찰력도 생기고 회사의 역량도 높아지면 그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줍니다. 기업 시장에는 “기술 노동력”만 상품이 아니니까요.

 

“아임포트”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개발자들 사이에 아주 핫한 서비스입니다. 온라인쇼핑몰을 만들 때 카드결제를 붙이는 서비스입니다. 이게 있기 전에는 PG사 연동이 매우 지저분했습니다. PG사마다 수수료도 달랐고, 연동 방법도 달랐습니다.

 

이 서비스를 만든 장지윤 대표는 프리랜서 개발자였습니다. 2014년 SI를 뛰면서 쌓은 경험으로 “아임포트”를 만듭니다. 손익분기는 2019년에야 넘깁니다. 5년 동안은 번 돈을 까먹으면서 운영을 한 거죠. 2020년에 차이코퍼레이션에 인수됩니다. 지금은 “포트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냥 월급 버는 게 목표였다면 SI만 하고 말았을 겁니다. 하지만, 똑같은 어려움을 반복해서 겪으면서 다른 사람도 이 문제를 겪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할 “제품”을 만든 거죠. 

 

SI는 커다란 “기업 시장”에 속한 한 영역일 뿐입니다. 어느 사업이건 마찬가지겠지만, 하나에 매몰되면 아무런 기회도 보이지 않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쎄요. 저도 성공한 사업가는 아니어서 제 이야기를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인이나 후배들 이야기들로 조금씩 풀어가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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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자, 자덕, 에듀테크, 50대는 처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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