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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업에서의 슈퍼 앱 발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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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업에서의 슈퍼 앱 발전 현황
여행은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여행이 끝나고 기록을 남기는 일까지 모두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국내 여행 산업의 특징은 여행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을 조합해 공급자 위주로 중개하는 데 있었는데요. 이미 2010년대 글로벌 OTA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하며, 2018년 빅3 여행사(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의 영업이익이 반으로 급감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여행산업의 온라인화와 함께 마이리얼트립, 트리플, 야놀자, 여기어때와 같은 국내 IT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며 산업 구조가 소비자 경험 중심으로 변화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다시 위기를 겪자, 수익성 보완을 위해 슈퍼 앱 전략을 펼치며 돌파구를 찾았는데요. 세계관광협회에서는 올해 관광산업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에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95% 정도까지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행 수요가 다시 활성화된 지금, 여행 앱이 지향하고 있는 슈퍼 앱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국내 주요 여행 앱의 슈퍼 앱 전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전략을 살펴보기 앞서 슈퍼 앱은 무엇이기에 많은 기업이 택하고 있는 걸까요? 슈퍼 앱이란 하나의 기능이나 서비스에 한정되지 않고, 연결된 서비스들을 함께 제공해 고객들에게 보다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슈퍼 앱 전략을 사용하면 락인(Lock-in) 효과로 고객의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려 다른 서비스와의 연결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객 데이터를 쌓아 더 넓은 범위의 고객 여정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고객을 광고로 유도하거나 전환율, 리텐션을 높임으로써 앱의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추가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한 앱 다운로드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고객에게 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고, 나아가 추가 인증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보안성 증대에도 도움이 됩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올해 발표한 ‘상반기를 빛낸 모바일 앱 순위’에 따르면, 여행/교통 카테고리에서 월간 사용자 수 기준 국내 숙박으로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각각 1, 2위, 종합 여행사에서 트리플과 인터파크 투어, 마이리얼트립이 2위부터 4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앱을 살펴보면 이들 모두 숙박, 액티비티, 맛집 등 여행에 필요한 상품들을 서비스하고 있을 만큼 슈퍼 앱은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여행 앱이 슈퍼 앱으로써 락인 효과를 얻으려면 여행을 계획하는 것부터 여행 후 기록을 남기는 것까지 전체 과정을 포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여행 슈퍼 앱들은 사용자가 여행을 계획할 때 고려하지 못했던 현지의 변화나, 여행 중간의 변동 사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마이리얼트립과 트리플이 있습니다. 이들 애플리케이션은 서비스의 주요 특성과 방향성에 따라 서로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현지 투어 및 액티비티 중개 서비스를 지향하는 마이리얼트립은 커뮤니티 메뉴에 게시판 UI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2030 고객들에게서 중장년층으로 타깃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되는데요. 전 연령에 익숙한 커뮤니티 게시판 형태를 사용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여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행 찾기’ 메뉴를 이용해 배낭여행자들의 현지 동행이라는 니즈를 충족하고, ‘질문하기’ 메뉴를 통해 당근마켓의 동네생활 서비스처럼 게시글로 현지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여행 앱 트리플에서는 일정 계획과 포켓 가이드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사용자와 앱 사이의 상호작용 빈도를 높이고, 커뮤니티 활성화를 독려하기 위해 등급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행자 클럽’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사용자들이 리뷰를 작성하거나 라운지에 여행기를 공유하고, 맛집 메뉴/메뉴판 사진을 등록하고, 정보 수정을 제안하는 등의 활동을 할 때마다 여행 포인트를 모을 수 있습니다.
라운지의 여행기는 트리플의 컨셉에 맞게 리뷰 중심보다 일정 중심의 공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해당 여행지에 있을 때만 들어갈 수 있는 ‘여행톡’을 서비스하고 있어, 현지에서 여행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공급자 중심이었던 여행 산업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었지만, 여행 공급업체와 여행 소비자 사이에서 상품을 중개하는 유통구조도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여행의 경험을 매끄럽게 하려면 숙박부터 이동, 관광지와 맛집 방문 등 여행의 과정에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여행 업체들의 원활한 서비스 제공 또한 필요합니다. 때문에 코로나 이전의 여행 산업에서는 여행사가 현지 업체와 협업해 여행 패키지를 기획하거나, 호텔 등 숙박 시설이 OTA(온라인 여행 대행사)를 객실 판매 채널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니즈가 크게 증가하게 되면서, 야놀자는 적극적인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여행 과정 전체를 통합해 나가고 있습니다. 2016년 호텔 예약 서비스 ‘호텔나우’를 인수한 것이 시작입니다. 야놀자는 2019년 국내 1, 2위 PMS 업체인 ‘가람’, ‘씨리얼’과 해외 1위 PMS 업체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해 세계 2위 PMS 업체로 거듭났습니다.
2020년에는 IoT 선도기업 ‘비네트웍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2021년에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전문 기업인 데이블을 인수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호텔 객실 관리 시스템 Y FLUX GRMS(Guest Room Management System)을 출시했는데요. 2022년에는 이제까지의 B2B 야놀자 클라우드로 분리하며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호텔 운영 시스템을 제공, 시스템의 확장성을 증대하고, 나아가 초개인화 서비스 제공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행 산업에서 고객 접점(B2C), 호텔 운영 방식(B2B)을 동시에 갖춘 기업은 야놀자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또한 야놀자는 글로벌 여행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2021년 인터파크를 인수하고, 2022년 인터파크를 통해 트리플을 합병했는데요. 올해는 글로벌 B2B 솔루션 기업 ‘고 글로벌 트래블’을, 북미 현지 시장 확대 거점 마련을 위해 북미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기업 ‘인소프트’를 인수했습니다. 그 결과 야놀자는 여행 전체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슈퍼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죠.
한편으로 연관 산업에서 슈퍼 앱을 추진하며 여행 산업에 진출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모빌리티 앱 쏘카가 있습니다. 쏘카는 5월 ‘쏘카 스테이’ 라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야놀자의 API를 연동하여 이동과 숙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이용 경험과 묶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쏘카는 차량 공유 서비스로 시작해 데이터와 인공지능 역량으로 운영 관리 효율성을 높여 2022년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부터 여행, 숙박 산업에 진출해 스트리밍 모빌리티 슈퍼 앱으로 본격 성장할 계획에 있습니다.
앞으로 여행 산업에서 온라인 채널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경쟁은 글로벌 단위로 심화될 것입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여행업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에 따르면, 2027년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 시장’ 성장 규모는 2020년 대비 89.8%로 예측했습니다. 기술이 여행 방식 변화를 계속해서 촉진함에 따라, 슈퍼 앱 또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슈퍼 앱 전략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먼저 슈퍼 앱 전략을 통해 사업 다각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다 보면 수익성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4월 당근마켓의 매출은 전년 대비 94%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당기 순손실도 48% 늘었습니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당근페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800만 명까지 늘었지만, 2015년 출범 이후로 아직까지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한 상태입니다.
한 산업 안에서 여러 앱이 동시에 슈퍼 앱을 추구한다면 서로 겹치는 서비스 영역이 늘어날 가능성도 큽니다. 그렇게 되면 서비스가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원래의 특장점이 희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서비스의 일관성이 부족해져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소지가 있죠. 컬리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선두주자였지만 다른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들과의 경쟁이 심화되자 뷰티 상품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그러나 수익성 개선에선 아직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첫 번째, 미니 앱을 통해 효율성과 편의성을 보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미니 앱이란 애플리케이션 마켓을 통해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고, 슈퍼 앱 안에서 필요할 때마다 다른 회사(서드파티)의 미니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사용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2017년부터 위챗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알리페이, 바이두. 인도네시아의 고젝(GO-JEK), 싱가포르의 그랩(Grab)에서도 비슷한 방법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색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트립비토즈는 슈퍼 앱은 아니지만 MZ 세대가 여행을 기록하는 방식 자체를 서비스에 반영해 즐거움과 공유의 요소를 직관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사용자들은 숏폼 콘텐츠를 활용해 여행의 순간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여행 경험과 숙박 정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트립비토즈에서는 콘텐츠 업로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랭킹과 챌린지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영상을 업로드하거나 좋아요, 댓글을 남기고, 챌린지에 참여하는 등 더 많은 활동을 한 사용자에게 시즌별 상금인 ‘트립캐시’라는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죠. 사용자들은 이 포인트를 사용해 플랫폼 내에서 호텔 숙박이나 액티비티 티켓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에 다른 여행 슈퍼 앱들도 트립비토즈의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여행 콘텐츠와 광고 링크를 업로드하고, 고객이 여행 상품을 구매하여 프로그램을 완료하면 수익의 50%를 제공하는 ‘마케팅 파트너’ 베타테스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트리플도 ‘트리플 리포터’의 참여를 통해 해외 현지 정보를 공유하고, 잘못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증가한 여행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니즈는 결국 여행 산업 체계 변화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재 여행 앱들은 플랫폼 락인효과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고객들에게는 친화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 위해 슈퍼 앱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현지 상황에 더 가까운 정보를 얻기 위해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고,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유통 과정 전체를 일원화함으로써 통합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듯 슈퍼 앱 전략은 장점도 많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신중히 추진해야 하며, 다층적인 사용자 경험 제공이 필요합니다. 현재 슈퍼 앱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번 글을 참고해, 기업에 알맞은 전략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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