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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사들의 평가 시스템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
이전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평소에도 다양한 택시 신규 서비스들을 이용해 보고 각각 전달하는 고객 경험과 가치에 대해 분석하곤 했다. 아이엠 택시(i.M Taxi)를 이용하게 된 이유도 짧은 시간에 많은 신규 유저를 확보한 아이엠 택시의 서비스를 직접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아이엠 택시 서비스를 이것저것 살피려는 찰나 기사님과 대화를 하게 됐다. 그제야 플랫폼 내 서비스 제공자가 느끼는 UX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과연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운수업이 왜 운수업인지 아시나요?
말 그대로 ‘운’이 따라줘야 해서요 허허…”
아이엠 택시 이용 중에 기사님께서 나지막이 내뱉은 말이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택시업의 고단한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시켰지만 괜스레 마음이 메어져 왔고, 이날 운행만큼은 기사님의 온전한 말 동무가 되어 드리기로 했다.
18년 차의 택시 운전 경력을 보유한 기사님은 아이엠 택시에 합류한지 2개월 밖에 안되었지만, 필자가 택시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해당 서비스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이동’의 가치를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필자가 계속해서 먼저 말을 걸었음에도 기사님께서는 혹여나 필자가 대화에 불편함을 느끼진 않을지 재차 확인하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평소에도 아이엠 택시를 꾸준히 이용하며 기사님들과 담화를 나누곤 했는데, 이날은 일반 택시 대비 나아진 업무환경과 관련해서만 아니라 여전히 존재하는 운행 중 몇몇 가지 고충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날 대화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사실은 아이엠 택시가 승객들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매너 승객들이 많이 탑승을 한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보면 상대성인 것 같아요. 비용은 일반 택시보다 조금 높지만, 택시 시설도 그렇고 기사들도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갖췄다 보니까 손님도 이에 걸맞은 분들이 많이 탑승해요.”
물론 모든 승객이 높은 수준의 친절함을 표하진 않지만, 과거 일반 택시와 비교 시 최소한 불쾌한 행동이나 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들이 현저히 적어졌다는 점에 매우 다행스럽게 여기셨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엠 택시는 ‘사납금 제도(정해진 하루 할당량)’가 아닌 월급제로 운영이 되어, 주어진 할당량을 무조건적으로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적은 동시에 고정된 수입에서 오는 심적 안정감이 있다고 하였다.
“아이엠 택시는 사납금(법인에 속한 택시 기사가 회사에 납부하는 당일 소득의 일부)이라는 게 없고요, 월급제에요. 그래서 저희는 손님 행선지가 어디가 되었든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콜이 떨어지면 손님을 모시러 가면 돼서 편해요. 기존에는 어떻게든 기본 사납금을 채우고 추가로 돈을 더 채워야 내가 가져가는 돈이 생기니까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죠.”
특히 기사님 말로는 승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별도의 인센티브 제도가 있는 걸 장점으로 꼽았다. 승객들로부터 높은 별점을 받는 기사에게는 소정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데, 현재는 서비스가 일부 고도화되어 하차한 승객이 직접 소정의 팁을 전달하는 시스템까지 구축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회사에서는 손님들에게 더 친절하게 응대하면 별도의 인센티브도 지급해 줘요. 물론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도 있죠”
결국 아이엠 택시 기사님이 계속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서비스 제공자의 친절이 일방향적으로만 머물지 않고 기사와 승객 간의 상호보완이 된다는 점, 그리고 정해진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벗어나 온전히 손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렇게 적극성을 가질 때 돌아오는 물질적 보상이 있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아이엠 택시에 별다른 고충이 없어 보였지만, 이어진 대화에서 ‘의도성이 없는 상황에서 받게 되는 불이익’에 대해 털어놓았다.
“손님께서 나중에 하차하시면 앱에 기사 평가 화면이 나올 겁니다. 그런데 해당 평가가 너무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가능하다 보니까, 솔직한 평가를 내려주시는 것은 좋지만 또 어느 한편으로는 억울한 경우가 많이 발생하더라고요.”
첫 번째는 본인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한 길이 기사님에게는 낯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승객들로 인해 발생하는 억울한 경우였다.
“예를 들어 지금과 같은 큰 아파트 단지를 들어오면 손님을 찾는 과정이나 단지를 다시 빠져나오는 길을 찾는 게 쉽지 만은 않습니다. 내비게이션도 정확하지 않고요. 마음 같아선 손님께서 직접 나가는 길을 알려주셨으면 하는데, 앱 사전 요청사항으로 대화는 원치 않는다고 하시니 길을 잠깐 헤매다 보면 나중에 손님께서 ‘잘못된 길로 진입함’이라는 피드백을 남깁니다.”
또 안전 운행 중에도 도로 상황에 따라 급하게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당시의 비자발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평가를 받게 된다고 한다.
“근방에서 차가 갑자기 끼어들 경우 사고를 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급정거를 하게 될 때가 있는데 당시 도로 상황을 온전히 알 수 없는 승객은 ‘급정거 및 급발진’이라는 피드백을 남기게 되는 것이죠.”
이뿐 아니라 운행 중 내비게이션의 잘못된 길 안내로 인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고작 1분을 줄이기 위해 몇km를 둘러서 이동하라는 내비게이션 안내를 받을 때면 손님의 비용을 아껴드리고자 손님 동의 하에 안내를 무시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최종 지불 금액이 초반 예상 운임료보다 더 나오게 되는 경우 마치 제가 제안한 길로 이동하여 비용이 더 많이 나온 것처럼 느끼고 나쁜 평가를 줄 때가 있습니다. 분명 안내대로 이동했으면 훨씬 더 금액이 많이 나왔을 텐데도 말이죠.”
앱 호출이 아닌 길가에서 손님을 태울 때면 높은 기본요금으로 인해 발생하는 난처함도 있다고 한다. 승객이 탑승하기 전에 일반 택시 대비 700원 가량 높은 기본요금에 대해 사전 고지함에도 불구하고, 최종 운임료가 승객 본인이 생각했던 요금보다 더 높게 나올 경우 이에 대한 불만을 기사님께 토로한다는 것이다.
“저희는 일반 택시와 똑같기 때문에 길가에서도 손님을 태웁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희가 기본요금은 일반 택시 대비 조금 더 높기 때문에 손님에게 먼저 해당 내용에 대해서 고지를 합니다. 하지만 하차 시에 높은 운임료 때문에 기분이 상한 채로 내리시는 분들도 종종 계세요.”
결국 위 상황들과 같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도로 환경, 내비게이션의 잘못된 길 안내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외부 변수들로 인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면서 억울함이 누적된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대비 운행 중에 승객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하차 후에 전달되는 피드백에 있어서는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아이엠 택시와 마찬가지로 현존하는 많은 플랫폼사들도 별점 평가 시스템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물론 고객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렴하여 더 나은 서비스로 개선하고자 하는 플랫폼사들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나, 해당 과정에서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은 배제한 채 서비스 이용객들의 고충만을 일방향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특히 오늘의 사례를 통해 서비스 제공자들의 의도적인 행동이 아닌 여러 외부 요인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억울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억울함이 발생한 경우라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한 창구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카카오T에서는 이러한 서비스 제공자의 니즈를 파악하여 기사도 승객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승객 화면 대비 기사가 승객을 평가하는 화면은 매우 간소화되어 있지만, 그래도 양측의 피드백을 모두 수렴하려는 해당 플랫폼사의 시도 자체는 매우 바람직해 보였다. 결국 피드백은 받는 입장에서 자신이 납득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수렴하고 개선할 의지가 생긴다. 단순히 서비스 이용자의 입장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의 마음까지 수렴할 수 있도록 많은 플랫폼사들의 평가 시스템이 개선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