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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산업 완전분석: ②당신은 카드를 구분할 수 있는가?
결제산업 완전분석: ③당신이 카드를 긁으면 벌어지는 일들
언제부터인가 PLCC라는 단어가 여러 매체에서 자주 보인다. 업계에서도 잘 쓰지 않던 단어인데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다루면서 트렌디한 단어가 되었다. 카드 업계에도 트렌드라는 게 있긴 했지만 화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핀테크가 활성화되면서 업계 트렌드도 덩달아 조명받게 되었고, PLCC라는 단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이다. PLCC는 데이터와 연결되면서 마냥 트렌디한 단어로 치부하긴 어렵게 되었으니 이번 글에서 자세히 짚어보고자 한다.
PLCC는 ‘Private Label Credit Card’의 약어다. 개별 상표를 부착한 카드라는 뜻이다. 이렇게 말하면 잘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스마일 페이 카드라고 하면 어떨까, 토스 신용카드나 대한항공 카드는? 아니면 정말 특이한 디자인으로 SNS에서 화제가 된 배달의민족 카드는 보았을지 모르겠다. 이 카드들이 PLCC라고 불리는 카드들이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원래 그런 카드들은 많지 않았냐고. 물론 기존에도 엄청난 수의 제휴카드들이 있었다. 대한항공 제휴카드, 지마켓 제휴카드, 현대백화점 제휴카드 등은 원래 여러 카드사에서 다양한 종류로 나온 바 있다. 그렇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우선 카드의 겉모습부터가 다르다. 혹시 지갑에 제휴카드가 있다면 한번 꺼내서 살펴보기 바란다. 카드 앞면에 제휴된 회사와 발급한 카드사의 로고가 보일 것이다. 물론 비자나 마스터와 같은 국제 브랜드사의 디자인까지 선명하게 노출된다. 따라서 신용/체크카드이며, 어느 카드사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PLCC는 많이 다르다. 카드의 발급처가 제휴사인가 싶을 정도로 제휴처를 부각하고, 카드사의 로고는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처음부터 카드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 신용카드라면 필수로 가지고 있는 카드번호, 유효기간과 같이 중요한 정보를 작게 표시하거나 뒷면으로 넘길 정도로 파격적이다. 해당 브랜드의 멤버십 카드처럼 보이게 할 정도다. 실제 PLCC 카드들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 예시로 배달의 민족 카드는 이게 과연 신용카드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디자인이다. 근엄하고 진지한 금융의 세계에 고등어의 등장이라니 웬 말인가 싶었다.
대한항공 PLCC는 항공기 티켓처럼 디자인하여 화제가 되었고, 스타벅스 PLCC는 마치 스타벅스 기프트카드인 것처럼 디자인했다. 토스가 하나카드와 손을 잡고 내놓은 PLCC는 아예 반투명 카드 디자인을 채택했다. 내부의 IC칩, 후불교통 기능을 위한 카드 주변의 안테나까지 모두 보인다. 보통 카드에 있는 엠보싱도 없앴다. 대부분의 카드들은 카드번호, 유효기간이 볼록 튀어나오도록 각인되어 있다. 이는 과거 신용카드 단말기가 보급되기 이전 시절, 가맹점에서 압인 방식으로 카드를 사용했다는 증빙을 남겼기 때문이다. 지금 젊은 세대는 모르겠지만, 신용카드 가맹점 단말기가 없던 시절에는 먹지를 대고 카드를 통째로 찍어서 카드가 사용되었음을 인증하기도 했다. 토스 PLCC를 비롯한 최근의 카드들은 디자인에 방해되는 요소라 판단하여 이를 제외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고객이 느낄 수 있는 PLCC의 특징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동안의 제휴카드와 카드 서비스의 구성도 차이를 보인다. 특정 브랜드에 매우 한정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카드사에서 출시한 지마켓 제휴카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카드는 전월 실적 30만 원 달성시 지마켓 구매액의 5%를 5천 원 한도로 할인해준다. 또 이동통신요금 자동이체 시 3천 원까지 할인하며, YBM어학원과 제휴하여 학원비도 5천 원까지 할인해준다. 이렇게 기존 제휴카드는 특정 브랜드와 제휴는 하되 여러 가지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탑재하였다. 이렇게 하는 것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하지만, 보편적인 서비스를 태워서 넓은 범위의 고객을 잡고자 함에 있었다. 반면 PLCC는 특정한 브랜드 하나에 철저히 집중한다. 스타벅스 PLCC의 경우 스타벅스 관련 서비스 외에는 다른 서비스는 아예 탑재하지 않았다.
고객은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에서 PLCC가 나오면 즐겁게 사용하면 된다. 그렇다면 카드와 연계된 사업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PLCC를 만들어낸 카드사의 입장과 스타벅스/대한항공과 같은 브랜드사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금융당국은 지난 수년 동안 계속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낮춰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이 가맹점 수수료이다.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자 금융당국은 높은 혜택을 주는 카드에 대해서도 규제를 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되자 카드사는 카드 설계단계에서부터 새롭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 제휴카드는 대부분의 비용을 카드사가 안는 구조였다. 카드사는 초기에 적자를 보더라도 고객의 주력카드가 되고 나면 흑자를 볼 수 있다. 초기에 카드를 발급하고 배송하는 비용이 들지만 이후에 고객이 계속 사용해주면 수익도 비례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드사간 혜택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PLCC가 주목받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PLCC는 하나의 브랜드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용카드에 가깝다. 그래서 카드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을 해당 브랜드사와 카드사가 분담한다. 지난 시간에 언급한 것처럼 카드를 출시하면 카드사는 여러 항목에서 수익을 얻게 된다. 먼저 연회비가 있고, 고객이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가맹점에서 받는 가맹점 수수료가 있다. PLCC는 주요한 이 두 가지 수익을 브랜드사와 카드사가 나눠 가진다. 제휴카드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브랜드사에 주게 되는 것이다. 대신 서비스 비용도 브랜드사가 많이 부담하게 된다.
유명 브랜드 입장에서는 원래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실하게 Lock in 하는 효과가 있다. 유명 PLCC카드의 경우 카드가 출시되고 나서 고객이 카드에 반해서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경우 해당 브랜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덕심이 가득한 고객이 자발적으로 PLCC를 발급받는다. 보통 때보다 혜택 서비스를 강하게 만들기에 브랜드사에서도 비용이 발생하지만 고객을 확실히 관리할 수 있으니 PLCC에 집중하게 된다.
신규 가입 절차 또한 기존의 카드와는 많이 다르다 보니 카드사 입장에서는 카드 모집인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유명 브랜드의 채널을 통해 발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PLCC 가 스타벅스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발급되는 식이다. 또 매번 반복되어 온 것처럼 혜택 위주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유명 브랜드의 시장지배력을 빌려서 카드 발급을 유도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즉, 카드사와 브랜드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타벅스와 같은 브랜드 사들은 제휴카드로 진행할 때 보다 PLCC로 진행할 때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고객과 관련된 정보는 대부분 카드사가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제휴카드는 카드사와 브랜드사가 계약 시 혜택 비용률 위주로 분담을 하지 데이터에 관해서는 별도로 논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PLCC는 카드를 신청한 고객에 대한 정보는 물론, 그 고객의 카드 사용정보도 브랜드사가 받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가입부터 브랜드사를 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하여 운영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스타벅스의 예를 들어보자. 스타벅스 본사에서는 스타벅스 PLCC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기본정보와 결제정보를 활용해 고객의 거주지, 연령, 성별, 소득 수준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고객이 어떤 경로에서 소비를 하는지, 온라인 구매는 어디서 얼마나 자주 하는지 등을 볼 수 있다.
PLCC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현대카드이다. 2021년 8월 기준으로 카드사에서 발행한 PLCC는 총 75종, 464만 장인데 이중 410만 장을 현대카드에서 발급했다. 현대카드는 국내 1호 PLCC인 이마트 카드를 출시했고, 이어서 지마켓과 옥션으로 대변되는 이베이 그룹과 제휴하여 스마일 카드를 내서 국내에 PLCC를 알리기 시작했다. 스마일 페이 카드는 출시 2년 만에 발급자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고객정보와 마케팅의 유리함 때문에 스마일 카드 또한 이베이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실제로 지마켓의 결제창을 보면 스마일 카드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발급을 유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대카드는 이후 다양한 PLCC를 선보였다. 오랫동안 삼성카드가 전담하고 있던 코스트코를 빼앗아와서 코스트코 PLCC를 낸 것은 유명하다. 코스트코는 카드결제에 대해 독특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한 나라에서 1개 카드사와만 계약하여 결제를 받는 것이다. 코스트코에서는 현금과 현대카드 외에는 다른 카드로 결제가 불가능하다. 현대카드는 코스트코 제휴를 이루어내면서 전용 PLCC를 출시했다. 코스트코 구매액의 적립률을 기존 대비 3배까지 늘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카드는 코스트코 이외에도 배달의 민족, 스타벅스, 현대차, 기아차, 이마트, GS칼텍스, 쏘카, 무신사 등 업계 탑티어 플레이어와 PLCC를 냈다. 향후에도 제휴사간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부터 빅데이터와 IoT, 4차 산업혁명 등의 키워드가 핫해졌다. 동시에 데이터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2021년 12월부터는 마이 데이터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등 핀테크 분야에서도 데이터의 중요성은 커져가고 있다. 유통, 통신, 금융 영역의 초대형 사업자들이 모두 데이터를 활용해서 어떻게 사업을 전개할지 고민하고 있다. 데이터 확보라는 측면에서 PLCC는 좋은 대안이 되고 있어, PLCC는 향후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