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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산업 완전분석: ④카드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까?

[결제산업 완전분석] 시리즈 보러 가기 ▼

 

결제산업 완전분석: ①신용카드의 역사

결제산업 완전분석: ②당신은 카드를 구분할 수 있는가?

결제산업 완전분석: ③당신이 카드를 긁으면 벌어지는 일들


여러분은 지금 가지고 있는 카드를 왜 신청했는지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각 카드의 혜택과 혜택 조건을 알고 있는가? 평소에 카드를 사용하며 이상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지 묻고 싶다. 카드를 신청하고, 배송받고 등록하여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이 카드사마다 모두 비슷비슷한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누가 법으로 정해놓았나?’라고 생각했다면 정답이다. 놀랍게도 당신의 카드 사용 경험은 대부분 무언가에 의해 강제되어 있다. 신용카드의 크기가 천편일률적인 것은 국제규격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고, 카드가 늘 우편이 아니라 무뚝뚝한 배송원에 의해 전달되는 것은 법규에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카드를 수령하고 등록하는 절차가 카드사별로 다르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많은 부분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니 카드사들이 천편일률적이라고 너무 비난하진 말자.

 

카드 규격
ISO 7810에 따른 카드 규격. ID-1이 우리가 사용하는 카드이다. 출처: 국제표준화기구(ISO)

 

그나마 카드사가 무언가 해 볼 수 있는 부분, 즉 자유도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 바로 카드 디자인과 카드 상품의 서비스 구조 정도이다. 카드산업 설명할 때 늘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용어인데 카드의 ‘서비스’는 ‘혜택’과 동일한 의미다. 서비스라고 해서 콜센터 상담과 같이 카드사가 고객응대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니 주의해야 한다. 카드사는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다 보니 늘 고민한다. 그래서 신규 상품을 만들 때, 사실 가장 큰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디자인과 상품 구성이다. 

 

지난 편에서 얘기한 것처럼 신용카드가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땐 별다른 혜택이 없어도 충분했다. 은행에 가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단기부채가 가능해지는 것만으로 충분한 혜택이었다. 그러나 카드사가 많아지고, 고객의 손에 쥐어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자 카드사들은 디자인과 혜택을 중심으로 변화를 추구했다. 그 결과가 지금 여러분의 손에 들려있는 카드다.

 

카드 서비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간편 결제와 모바일카드 등 현재의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무슨 페이를 사용할 때마다 1만 원씩 적립해준다고 하면 아마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어떻게 해서든 그 페이만 사용하지 않을까? 이처럼 핀테크 전반에서 고객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혜택이다. 카드사에서 혜택을 설계하는 로직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를 잘 알고 있다면 간편 결제 간 경쟁구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카드 상품 기획, 구독 경제 특화카드

연말이 되면 서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은 단연 트렌드 서적이다. 모바일이 일상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매년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사라진다. 평범한 우리는 트렌드를 보며 쉽게 지나치지만 몇몇 업종은 거기서 인사이트를 찾고 반영하려고 애쓴다. 그중 하나가 카드사이다. 카드사는 고객정보와 소비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성별과 연령대별로 언제부터 갑자기 어떤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세상의 어떤 회사보다도 빨리 알아챌 수 있다. 따라서 이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에 대한 기획이 늘 이루어진다. 1인 가구, 반려동물, 소셜커머스의 대두, 배달산업의 발달 등 시대가 변할 때마다 그 전조를 미리 알아채고 관련 상품을 준비해왔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카드사의 상품담당부서라고 가정하고, 새로운 카드 상품을 기획해 본다고 가정하자. 연계해 볼 트렌드는 바로 구독 경제다. 사실 구독 경제라는 말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부터 카드사에서는 이를 상품에 반영해 왔다. 정수기 요금 할인카드, 가전제품 할부금 할인카드, 학원비 할인카드 등은 구독 경제의 여러 상품들과 비슷하다. 카드사로서는 매월 정기적인 결제가 이루어지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카드를 만들어서 배송하기까지 이미 큰 비용을 사용했기 때문에 고객이 사용하지 않고 넣어두는 이른바 장롱카드가 되는 상황은 최악이다. 매월 결제가 일어나는 카드라면 고객이 소지하고 다니며 다른 데서 사용할 가능성도 높다. 

 

콘셉트를 정했으니 이에 맞는 디자인을 고민해야 한다. 예전에는 화려한 디자인이 트렌드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심플한 디자인의 카드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재질 또한 플라스틱에서 티타늄이나 금도금, 다이아몬드 삽입 등 다양한 변화가 있다. 토스에서 하나카드와 제휴해서 만들었던 카드는 반투명 재질로 출시하여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배송 방법 또한 그렇다. 일반적인 카드는 전문 배송업체를 통해 특수 우편으로 전달되나, 몇몇 카드들은 해당 상품의 전문 배송원이 직접 방문한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거나 고급 서비스 느낌을 주기 위해서이다.

 

토스 신용카드
하나카드를 통해 출시된 토스 신용카드. 반투명 재질로 주목받았다. 출처: 토스 홈페이지

 

카드 제작과 배송에 대해서도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며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카드를 발급해 본 사람들은 ‘모바일카드 우선 발급’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것이다. 실물 카드가 제작되어 배송되기 전에 카드사의 결제 앱으로 카드가 발급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받은 카드는 NFC나 바코드, QR 코드 방식으로 오프라인에서 결제가 가능하며, 온라인에서는 다른 카드와 똑같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카드사로서는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카드 사용액을 높일 수 있어 좋다. 고객은 신청 즉시 카드를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카드 상품 서비스 설계
출처: unsplash

 

카드 상품 서비스 설계

상품의 콘셉트(구독 경제카드)와 디자인을 결정했다면 이제 서비스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 카드 서비스라 함은 여러분이 많이 본 카드 혜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월 실적 얼마를 달성했을 때 어떠한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한다.’가 기본이다. 카드 홍보물에서 많이 본 내용일 것이다. 사실 디자인이 같은 카드는 없지만 서비스는 비슷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다. 통신비 할인카드를 예로 들면 대부분이 전월 실적을 30만 원으로 두고 1만 원 전후를 할인해 주는 형태이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이는 카드사의 수익성 이슈가 크다. 전월 실적이 얼마일 때 가장 카드사에 효율적인지 경험적으로 알고 상품을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는 구독 경제카드를 만들려고 하니 기왕이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구독 모델에 특화된 카드가 된다면 좋을 것이다. 11월 12일 디즈니 플러스가 오픈하면서 꽤 큰 화제가 되고 있으니 가상이지만 디즈니 플러스 제휴를 메인 서비스로 잡아보자. (재미있게도 2021년 11월 기준, 실제로 디즈니 플러스 전용 제휴카드는 아직 없다) 디즈니 플러스는 OTT 중에서도 후발주자이니 이를 구독하는 유저는 다른 OTT도 구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다른 서비스도 추가 할인이 가능한 형태로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

 

현대카드 M포인트
현대카드는 11월 12일부터 M포인트 소진처로서 디즈니플러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출처: 현대카드

 

실제로 카드 콘셉트를 이렇게 잡았다면 수요조사가 필요하다. 카드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 Pool 내에서 설문과 FGI를 진행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고객의 관성을 피해 핵심을 찾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이어서 챙겨야 할 것은 수익성이다. 앞의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카드사의 수익은 가맹점 수수료에서 각종 제반 비용을 제외한 것이니 수익 범위 내에서 고객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1.9%, VAN Fee 등 각종 제반 비용을 0.8%라고 가정해 보자. 이러면 1.1% 안에서 서비스 비용과 카드사 수익이 구분된다.

 

단순한 요금할인이 아닌 디즈니 플러스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카드사와 디즈니가 제휴해서 고유의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한국시장에 이제 막 진입하고 있으니 빠른 가입자 확대가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카드사 회원을 유입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양사 협의가 진행된다.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상상력을 펼쳐보자면, 카드사 회원 전체에 무료 1개월 서비스를 제공하고 디즈니 플러스 제휴카드 신청 고객에게는 추가 혜택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매월 카드 결제를 제휴카드로 해야 하는 조건이다. 전월 실적 30만 원일 경우 디즈니 플러스의 1개월 구독료 9,900원을 할인해준다. 첫 신청 고객은 1개월간 무료 시청이 제공된다. 여기에 다른 OTT 서비스도 이 카드로 결제할 경우 추가로 건당 1천 원씩 최대 5건까지 할인이 제공된다고 상품을 설계해보는 것이다.

 

고객에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사업자에게는 비용이다. 디즈니 입장에서는 우량고객을 늘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점이다. OTT를 위해 별도로 카드를 발급받는다는 것은 충성도가 매우 높은 고객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구독료 할인액 9,900원의 일부를 부담한다. 편의상 50%를 부담한다고 하자. 이외 디즈니는 카드의 홍보지원을 약속한다. 카드사는 나머지 50%와 다른 OTT의 건당 1천 원 할인 비용을 부담한다. 쓰다 보니 점점 이런 카드가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카드의 손익은 어떻게 될까? 

 

 

카드 서비스 구성의 비밀

위에서 정한 서비스의 비용 부담을 살펴보면 디즈니 5,000원, 카드사 최대 9,900원(4,900원+최대 5,000원)이다. 디즈니는 자사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외부에서는 손익을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다. 카드사는 어떨까?

 

카드 상품 서비스를 구성할 때 우리가 놓치는 부분이 있는데 먼저 연회비의 존재이다. 보통 국내전용은 5천 원, 국제 겸용은 1만 원 이런 형태로 연회비가 추가된다. 고객이 매년 지불하는 이 돈은 카드사의 수익이다. 이 카드는 신용카드이고 신용카드에는 리볼빙, 카드론, 현금서비스, 할부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들어간다. 이들 서비스는 간접대출상품으로써 일정 수준의 이자가 발생한다. 

 

전월 실적 30만 원이라는 조건만 보면 고객이 정확히 30만 원을 맞춰 쓸 때 카드사로서는 3.3%가량의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9,900/300,000) 카드사가 가맹점에서 수취하는 가맹점 수수료는 대형가맹점과 영중소 가맹점의 차이가 큰데 계산 편의상 1.9%라고 가정하자. 이러면 (1.9%-3.3%)이니 1.4% 만큼 손해가 발생한다. 이는 정확히 맞춰 쓰는 고객인 경우이다.

 

삼성카드 부가서비스
부가서비스는 카드사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된다. 출처: 삼성카드 홈페이지

 

그러나 절대다수의 일반 고객들은 전월 실적에 정확히 맞춰 쓰지 않는다. 매달 이를 신경 쓰면서 소비를 컨트롤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대략적으로 카드를 어느 정도 써야 한다는 것만 인지하며 사용한다. 카드사들은 오랫동안 이 데이터를 수집해왔고 그렇게 만든 기준이 바로 전월 실적 30만 원당 1만 원가량의 서비스인 것이다. 많은 카드사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기준을 내세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만약 카드론, 리볼빙 등 부가서비스를 전혀 쓰지 않으면서 전월 실적 30만 원에 정확히 맞춰 소비하는 고객만 존재한다면 카드사는 무조건 적자를 보는 구조가 된다. 종종 커뮤니티 등에서 혜택이 많은 카드라고 알려지는 카드가 있다. 이는 카드사로선 서비스 설계에 실패한 카드라는 의미가 된다.

 

 

결국은 아는 것이 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카드는 기획부터 치열한 손익 계산이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와 제휴처의 조건, 카드사의 손익 3가지를 조절하여 적정한 합의를 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간편 결제와 모바일카드 역시 카드 상품 설계와 유사한 구조이다.

 

네이버페이 오프라인 결제
네이버페이는 오프라인 결제를 강화중이다. 출처: 네이버페이 홈페이지

 

네이버페이로 예를 들어 보자. 네이버페이는 현재 오프라인 영향력을 키우고자 네이버페이 주문하기와 같이 O2O 결제를 확대하고 있다. 고객들이 어떤 것을 더 좋아할지 고민하고, 프로세스 상의 여러 업체들 간 손익을 조정하면서 결제처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카드 서비스를 구상하는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간편 결제들 역시 카드를 포용한 채로 고객에게 자신들의 강점을 어필해야 하기에 상황은 비슷하다. 새로 나오는 카드나 간편 결제의 서비스 내용을 평소에 잘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자. 단순히 마케팅적인 측면 외에도 결제 프로세스 전반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16년째 핀테크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현 토스카드 총괄 PM이며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구축PM, 정부재난지원금 PM을 했습니다. 브런치(https://brunch.co.kr/@jinsekil)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논문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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