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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산업 완전분석: ① 신용카드의 역사

모바일카드 이야기가 나온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왜 아직도 우리는 플라스틱 카드를 쓰고 있을까? 삼성페이라는 대체재가 나왔지만, 실물카드를 없애진 못했다. 이유를 알기 위해선 30년 전 신용카드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계속 누적된 여러 가지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바코드, NFC, 삼성페이, QR결제 등이 계속 등장해도 변하지 않는 오프라인 결제의 변화 방향까지, 신용카드 산업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어디로 가고 있는지. 6회에 걸쳐 조심스레 예측해 보겠다.

 

1부: 우리가 잘 몰랐던 신용카드의 역사

2부: 당신은 신용/체크/선불/직불을 구분할 수 있는가

3부: 카드를 사용한 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4부: 카드 상품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

5부: PLCC, 카드업계에 불어닥치는 트렌드

6부: 모바일로 인한 카드사업의 급격한 변화

7부: 온라인 결제와 간편결제의 등장

 

우리가 잘 몰랐던 신용카드의 역사

사회생활을 하며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카드 강국이다. 1인당 4장 이상 카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새로 가게를 열 때 카드 가맹점 등록률은 100%에 근접한다. 엄청난 속도로 국내에 플라스틱 카드가 자리 잡았음에도 모바일카드로 이동은 지지부진하다. 10년 전 통신사에서 카드사로 자리를 옮길 때만해도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해가 간다. 카드 산업의 변화방향과 속도는 한두 개의 단편적인 것만 봐서는 이해가 불가능했다. 사용자의 심리, 정책의 변화, 신용카드 본연의 목적, 기술발전까지 여러 가지가 섞여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었다. 이 모든 변화를 같이 이해해야 현재까지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용카드는 1950년 미국사업가 프랜시스 맥나마라가 처음 만들었다. 그는 어느 날 평소와 같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지갑을 호텔방에 두고 와서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현금이 든 카드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업자와 자신의 친구들 수십명을 대상으로 카드 한 장을 만들어 낸다. 동시에 뉴욕에 있는 14개 레스토랑을 가맹점으로 확보했다. 자신이 만든 카드만 보여주면 당장 계산을 하지 않아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는 위의 프로세스가 굉장히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핵심은 말 그대로 ‘신용’에 있다. 프랜시스 맥나마라가 모집한 회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그들은 어떤 리스크를 짊어질까? 일단 프랜시스를 믿고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다가 겪게 될 곤란한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있다. 또 대금결제를 했는데 프랜시스가 돈을 들고 사라질 리스크도 있다. 이들은 프랜시스가 친구이기 때문에 ‘믿고’ 이 카드를 사용한다.

 

14개 레스토랑의 입장에선 어떨까? 고객보다 훨씬 더 리스크를 크게 느낀다. 프랜시스의 카드를 가진 자들에게 외상을 주고 나중에 받는 것인데, 돈을 받지 못할 리스크가 늘 있다. 프랜시스는 일개 개인일 뿐이다. 그가 어느 날 사라진다면 큰일이다. 프랜시스가 만든 카드를 믿어야 하는데 누군가 이 카드를 주워서 사용한다면 어떨까. 또 비슷하게 만들어서 사용한다면?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가 생겼을 때 프랜시스와 잘 협의해서 해결할 수 있을까? 14개 레스토랑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프랜시스를 ‘믿었다’. 속으로는 치밀한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결제방식을 받아주면 주변의 다른 레스토랑으로 갈 손님을 자신들에게 끌어들이는 효과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프랜시스는 자신의 신용을 바탕으로 고객과 가맹점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결제는 월 말에 한 번만 하도록 협의하고 카드를 소유한 사람에게는 5달러의 연회비를 받았다. 이 카드는 1년 후 회원이 4만 명 이상으로 늘어나며 큰 성공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다이너스 카드의 시작이다. 저녁식사라는 뜻의 디너(Dinner)와 동료들을 뜻하는 클럽(Club)을 결합해 상표로 사용한 것이다.

 

최초의 신용카드

<최초의 신용카드 출처: 다이너스클럽 홈페이지>

 

비자의 로고 변화과정

<비자의 로고 변화과정 출처: applevisaservices.com>

 

이후 1958년 여행자 수표 기업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사가 신용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하고, 비자카드(Visa Card) 설립을 주도한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도 Bank Americard라는 브랜드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카드산업이 성장하면서 카드산업의 복잡성 증대, 카드사기 사건의 빈발, 전국적인 네트워크 미비 등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66년 캘리포니아 은행들을 중심으로 미국 전역의 은행들의 제휴카드망인 InterBank Card Association이 설립되었다. 이 단체는 후에 우리가 잘 아는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된다. 또 Bank AmeriCard 발급은행들을 중심으로 National Bank AmeriCard 주식회사가 만들어지는데 이게 현재의 비자카드이다. 

 

 

본격적인 신용카드 시장의 성장

신용카드는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나갔다. 유럽은 최초의 범용 신용카드인 다이너스 카드가 1954년에 소개되면서 카드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이후 1966년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이 ‘바클레이즈 카드’를 발행하면서 세계 2번째 신용카드 시장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일본은 1960년 후지은행과 일본교통공사가 공동 설립한 일본 다이너스 클럽이 최초의 신용카드를 만들었으며, 1961년 신와은행 등 6개은행이 일본 크레딧뷰로를 설립하면서 JCB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어땠을까? 백화점 카드인 신세계카드가 1969년 처음 설립된 이후 1982년 5개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비씨카드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신용카드 시장의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신세계 백화점 카드

<국내 최초의 신용카드인 신세계 백화점 카드. 출처: 신세계백화점연보>

 

해외와 국내의 카드산업 발전과정은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유럽과 미국은 신용카드 네트워크사가 국지적으로 생겨나고 이들이 서로 힘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다. 이는 은행이나 카드사업에 대해 시장을 우선하는 특성 때문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고, 설립이 자유로운 탓에 지역별로 많은 사업자가 생겨났다. 이들이 서로의 필요성에 의해서 서로 손을 잡아 나갔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신용카드 산업의 시작이 늦었던 탓에 국가 주도로 산업이 형성되었다. 정부에서 국내 사업자를 우선하여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직접 가맹점을 모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의 카드업계는 글로벌 브랜드사인 비자와 마스터를 중심으로 연결되었다. 큰 줄기의 나무에 가지가 연결되는 구조였기에 효율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자국의 개별 카드사들이 독자적 네트워크를 각자 구축하게 되었다. 통신사와 비교해 보면 차이를 좀 더 느낄 수 있다. 작은 국토 내에서 통신 3사가 각자 기지국을 설치하여 전국을 커버하는 것은 상당한 비효율을 가져온다. 도심 속에서는 각자 기지국을 세우는 것이 의미가 있겠으나, 산속에도 3개 사가 중계기를 설치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카드의 경우 가맹점망을 관리하는 1개사를 공유한다면, 여러 카드사가 중복으로 투자하지 않아도 될 것이나 현재 국내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여러분이 만약 가계를 낸다면, 8개 카드사와 각각 가맹점 계약을 해야 한다.

 

 

신용카드의 정의

당신에게 신용카드를 정의해 보라고 한다면 뭐라고 할까? 업계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신용카드는 가맹점 확보 등 일정한 자격을 구비한 신용카드 사업자가 카드 신청인의 신용상태나 미래소득을 근거로, 현금 없이 재화나 용역을 신용 구매하거나, 또는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의 카드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발급하는 지급 결제수단이다”라고. 읽기 거북할 정도로 딱딱한 것, 잘 알고 있다. 조금만 더 참고, 법에서 뭐라고 정의하는지도 보자. 신용카드 업 전반을 규제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신용카드라 함은 이를 제시함으로써 반복하여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증표로 신용카드업자가 발행한 것을 말한다. 이때 금전채무의 상환, 관련 법률에서 정하는 금융투자상품, 사행성게임물의 이용대가 및 이용에 따른 금전의 지급, 기타 사행행위 등은 결제대상에서 제외된다”

 

딱딱한 정의와 법률 문구를 언급하는 이유는 여기에 신용카드 산업의 기본적인 참여자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의 프로세스는 3개 혹은 4개의 사업 참여자로 구성된다. 이를 3당사자 체제, 4당사자 체제라고 구분한다. 3당사자 체제는 회원, 카드사, 가맹점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롯데카드, 현대카드와 같은 전업계 카드사가 이에 해당된다. 카드사는 회원을 모으고, 가맹점도 모은다. 예를 들어 삼성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은 삼성카드와 가맹 계약을 맺은 가맹점에서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 시장이 완전히 성숙해지면서 사실 카드가 안되는 경험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선뜻 와닿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대를 열고 있는 테슬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내에도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의 카드결제는 BC카드와 삼성카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코스트코 역시 삼성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가 최근 현대카드만 가능한 것으로 바뀌기도 했다. 다른 여타의 카드 가맹점과 달리 테슬라나 코스트코가 이런 특징을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렇게 함으로써 테슬라는 카드사들에게 수수료 경쟁을 시킬 수 있다. 자사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소수의 카드사와만 계약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정책은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하기에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그러나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를 가진 사업자라면 이런 전략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카드사는 고객만 회원으로 관리하는 게 아니라 자사의 카드를 받을 수 있는 가맹점도 계속 모아 나가야만 한다.

 

 

카드 구조를 봐야 핀테크를 안다

3당사자, 4당사자 구조

<3당사자, 4당사자 구조. 출처: 여신금융협회 및 한국투자증권>

 

3당사자 체계는 비교적 이해하기 쉽지만 4당사자 체제는 조금 복잡하다. 카드사, 회원, 가맹점의 구조에서 카드사를 발급사와 매입사로 분리한 게 4당사자 체제이다. 발급사는 말 그대로 카드를 발급한다는 건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Card Holder, 즉 고객에게 발급한다는 것이다. 비씨카드를 통해 국내에서 카드사업을 하는 은행을 비롯한 여러 사업자들이 4당사자 체제에서의 발급사이다.

 

A은행에서 누군가 신용카드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A은행은 회원에게 가입신청서와 신분증을 받고 가입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러면 고객은 A은행의 회원이 된다. 이 A은행을 발급사라고 부른다. 직접 카드를 제작하여 배송해도 되겠으나 국내 대부분의 발급사들은 회원을 관리하는 일에 집중하며 실제로 카드를 생산하여 고객에게 배송하는 일까지 비씨카드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받은 카드를 가맹점에 가서 사용하게 되면 카드의 승인과 매입이라는 절차가 일어나는데 이는 매입사인 비씨카드에서 담당한다. 비씨카드는 가맹점과 계약을 맺고 가맹점망을 가지고 있다. 이 가맹점은 A은행이 아니라 비씨카드의 가맹점인 점이 중요하다. 고객과 가맹점을 소유한 주체가 분리되는 것이 3당사자 구조와 4당사자 구조의 큰 차이점이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토스뱅크 체크카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상)와 토스뱅크 체크카드(하) 출처: 각 사 홈페이지>

 

국내 여러 은행과 기관들이 비씨카드를 통해 카드사업을 하고 있다. 30여 년간 국내에 매입사업자는 비씨카드가 유일했으나 최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사업에서 매입업무를 시작했고 최근 시작한 토스뱅크의 체크카드는 하나카드사에서 매입을 전담한다. 발행과 매입이 분리되고, 여러 프로세스가 다변화되면서 카드산업 역시 변화의 기로에 서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카드를 구분하는 방법과 우리가 몰랐던 실물 카드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저자 책 홍보>

 

안녕하세요! 핀테크와 회사 생활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요즘 핫한 위시켓 요즘IT까지 글을 올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핀테크 관련 글은 요즘IT를 통해 앞으로도 계속 찾아뵐 거고요. 직장인으로서의 소회와 회한(...?)은 이번에 책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무리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인데요. 제가 16년간 회사 생활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유용한 팁을 엮었습니다. 저 자신이 양산형 자기계발서를 싫어하기에, 정말로 도움이 될 내용으로 책을 만드느라 힘썼습니다. 이 가격대의 강력한 라이벌인 치킨 1마리보다는 훨씬 많은 걸 드릴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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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17년째 핀테크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카드사에서 금융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을 했습니다. 브런치(https://brunch.co.kr/@jinsekil)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왜 지금 핀테크인가', '더이상무리하지않겠습니다'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논문을 냈습니다. fintech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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