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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호감을 키우는 디자인 (下)

사용자가 서비스에 대해서 갖는 감정은 변동성이 큽니다. 가장 큰 애정을 갖고 사용했던 서비스에 대해서 어느 순간 극심한 분노를 느끼기도 하는데요. 가장 좋아했던 인물에게 어떤 계기로 크게 실망한 뒤에는 가장 적극적인 안티팬이 되는 것과 닮았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감정, 호감은 저장할 수 있는 그릇이 있어서 어느 수준까지는 호감이 찰 수 있지만, 사용자가 들인 노력과 기대에 호응하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할 때에는 그릇이 비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릇이 비었을 때 사용자는 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탈퇴를, 더 심한 실망감을 경험했을 때에는 자신의 SNS에 서비스 문제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변하기도 하죠.

 

음식점 금탄
금탄 SNS

 

음식점에 비유하자면 판교에는 금탄이라는 식당이 있는데요. 매달 특정한 날짜, 자정부터 SNS를 통해서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금, 토요일에는 특히 예약이 어려워서 예약이 대학교 수강신청에 비유될 만큼 경쟁이 치열합니다. 8월 예약은 7월 19일 자정부터 받는다는 공지가 SNS에 올라왔는데요. 만약 이렇게 예약을 해서 8월 21일, 토요일 저녁에 식당을 이용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기다리는 한 달이란 시간은 기대감으로 부풀 겁니다. 어떤 메뉴를 가서 먹을지 고민도 하겠죠. 그런데 막상 8월 21일에 식당에 도착했더니 한 달 전에 예약한 내용이 누락된 거예요. 어수선한 상황을 겪고 한편에 자리를 마련해줬지만 이미 기분은 상했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감도 큰 법이죠. 높은 곳에서 공을 떨어뜨렸을 때 반작용으로 더 높게 튀어 오르는 것과 유사합니다.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감정은 공교롭게도 기대감과 실망감이 동일한 한계치를 갖습니다. 상편에서는 <호감을 키우는 요인들>에 대해서 소개해드렸는데요. 이어서 <호감을 줄이는 요인들>을 사례와 함께 알려드릴게요. 이번에 소개해드린 요인들은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업데이트할 때에 체크리스트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호감을 줄이는 요인들

[호감을 줄이는 요인들]

1.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숨겨둡니다.

통신사의 해지방어가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가입하고 결제할 때는 그렇게 간단하더니 해지는 왜 이렇게 어려워?” 서비스에서 가장 흔히 숨겨두는 정보에는 고객지원센터 전화번호, 제품 배송비, 서비스 해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전화번호를 숨겨두는 이유는 전화를 가능하면 적게 하려는 목적이 있는데요. 그 목적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비용을 줄인다는 차원, 즉 서비스 공급자의 이익을 늘리려는데 있다는 것이 호감을 줄이도록 만듭니다. 전화를 하기 전에 FAQ에서 찾아보게 한다든지, 채팅 서비스를 먼저 제안한다든지, 번호를 남기면 전화를 주겠다고 해서 기다리게 한다든지 등의 방법을 통해 사용자가 바로 행동을 하는데 의도적인 장애물을 만듭니다.

구글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구글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Google One 요금 안내 페이지에서는 월 단위 요금을 강조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1년 단위로 결제를 하면 2개월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Google]

 

링크드인(LinkedIn) 멤버십

[LinkedIn은 Google One과 다르게 월 요금보다 연간 멤버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LinkedIn]

 

두 번째로 가격을 숨겨두는 이유는 생각보다 너무 비싼 가격을 보고 서비스에서 이탈하는 것을 가능한 뒤로 미루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미 너무 많은 정보를 입력했거나, 많은 시간을 들여서 서비스에서 탐색한 상태에서 사용자는 추가적인 정보탐색 비용을 들이지 않기 위해서 기대보다 비싼 가격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 중에 호텔이나 공항에서 무료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접속했더니 메일 계정과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한 후 안내 페이지를 몇 차례 확인하고 난 후에야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가격을 숨겨두는 것과 유사합니다. SaaS 형태의 서비스를 가입할 때에는 요금을 1년 결제할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12개월로 나누어서 보여줄 때가 많습니다. 서비스를 구독할 때 요금을 한번 더 계산하도록 만들어서 가격이 마치 저렴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으로 원하는 가격 정보를 숨겨놓는 대표적인 방식 중 하나입니다.

 

 

2.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귀찮게 합니다.

<테슬러의 법칙>을 잘못 적용한 경우입니다. 전화번호, 신용카드 번호 사이에 띄어쓰기나 줄표(-)가 없다는 이유로 입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경우인데요. 사용자가 데이터를 넣을 때 어떤 형식으로 넣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면 안 됩니다. 띄어쓰기가 없어도, 줄표가 없어도 입력이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 감당하지 않은 수고스러움은 고스란히 사용자가 떠안게 됩니다.

 

 

3. 관련이 없거나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물어봅니다.

회원가입을 할 때 생년월일, 결혼기념일, 집 전화번호를 묻는 경우가 해당합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면 모두 선택적으로 기입하도록 해야 마땅합니다. 요즘 집에 전화기를 두고 지역번호가 붙는 회선을 유지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호감을 높이는 서비스는 오히려 극도로 단순한 정보만 요청합니다.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 설정만 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그 단계에서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도록 안내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용자가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일단 정보를 수집해두고 결제할 때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은 고객경험 중심이 아니라 서비스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4.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고로 도배합니다.

ㅍㅍㅅㅅ

[ㅍㅍㅅㅅ는 여러 주제에 대한 글을 다루는 인터넷 매거진입니다. 콘텐츠 상단과 하단, 좌우의 광고로 인해 콘텐츠 주목도가 떨어집니다. ©ㅍㅍㅅㅅ]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은 가장 오래된,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돈을 벌어야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를 없애야만 좋은 서비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웹페이지에서 광고를 보여줄 때에는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 있는데요. 콘텐츠가 되는 정보를 광고로 가려서는 안 됩니다. 사용자는 자신이 보고 있는 화면의 약 30%를 가리는 광고에 대해서 불쾌감을 느끼며, 페이지를 이탈하는 행동을 보입니다. 특히 광고 콘텐츠가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행동, 예컨대 검색이나 콘텐츠 감상과 전혀 무관하다고 느끼면 서비스에 대해 신뢰도가 떨어지고 심지어 광고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갖습니다. 즉, 고민하지 않고 할당한 광고로 인해 서비스는 물론 광고하는 제품에 대해서까지 부정적인 감정을 형성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광고 창을 닫으려고 할 때 눌러야 하는 버튼의 크기를 의도적으로 작게 만들고, 닫기(X) 버튼 옆에 광고 페이지로 진입시키는 다른 버튼을 배치함으로써 광고를 클릭하게 만드는 행동은 가장 피해야 할 디자인입니다.

 

사용자 호감의 크기를 늘리는 것은 모든 브랜드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더 많은 고객의 머릿속에서 서비스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고, 더 자주 떠올리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 광고 팝업창을 하나 더 띄워서 수익을 5% 늘릴 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호감을 5% 잃고 수익을 5% 더 늘릴 것인지, 고객의 호감을 5% 더 얻고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늘릴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단, 사용성을 헤치면서 수익을 늘리는 방식은 지속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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