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디자인 기록을 업로드하는 1인 크리에이터 “이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5만이고, 유튜브도 함께 운영하고 있죠. 이 외에도 바이브 코딩으로 카카오톡 대화 신호를 분석하는 웹사이트 ‘톡시그널(Toksignal)’과, 마음에 드는 문장을 채집해 저장하는 앱 ‘문채’도 직접 만들어 출시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제가 9개월 전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하나를 열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멀리 있는 사람들과 조금 더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9개월이 지난 지금, 그 방에는 메시지가 87,000건 넘게 쌓여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꽤 흥미로운 패턴이 보였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활발해지고, 언제 조용해지는지 말이죠.

그래서 이번 글은 “커뮤니티를 만들까, 말까” 고민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판단 재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습니다. 또 사이드 프로젝트나 서비스 차원에서 유저 커뮤니티를 고려하는 PM, 계정을 운영하는 디자이너에게도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가 14,000명을 넘기면서 숫자는 꽤 그럴듯해졌습니다. 릴스 하나가 터지면 팔로워가 수백 명씩 늘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공허한 느낌이 들었죠.
팔로잉은 일방적인 화살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M을 보내주시는 분은 늘 비슷한 소수였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14,000이라는 숫자 뒤에, 실제로 저와 연결된 사람은 대체 몇 명인지 의문이 들었죠.
여기에 하나 더 불안한 게 있었습니다. 플랫폼은 내가 빌린 땅입니다. 만약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바뀌면 도달률이 반 토막 날 수 있고, 계정이 정지되면 그동안 모은 팔로워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이건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크리에이터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저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숫자는 늘어나는데 연결은 얕고, 그마저도 빌린 땅 위에 있다. 그러면 결국 하나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스타그램 바깥에, 결이 맞는 사람들과 양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간 말이죠.
그런데 솔직히 플랫폼 리스크만으론 커뮤니티를 만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혼자 콘텐츠를 만들고, 혼자 올리고, 반응을 기다리는 루틴을 반복하다 보니 외로웠기 때문이죠. 말이 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하고 싶었지만, 팔로워 사이에서 그런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내 콘텐츠를 보고 좋은 감정을 느끼는 분들과 직접 대화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 옆에서 함께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이게 제가 커뮤니티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처음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진입 장벽이 가장 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채팅방을 만들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링크를 올렸습니다. 처음엔 조용했죠. 첫 주에 들어온 분이 10명 남짓이었습니다. 대부분 챌린지에 참여해 저를 어느 정도 알고 계신 분들이 먼저 오셨고, 저를 팔로우만 하고 계시던 분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운영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캐러셀(카드뉴스)로도 이런 커뮤니티를 만들었다고 안내했죠. 그렇게 운영을 이어가다, 멤버가 50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리고 50명에서 80명으로 늘어난 계기는 릴스 한 편이었습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중간에 릴스를 하나 올렸는데, 그 영상 하나로 2일 만에 30명이 들어왔습니다. 팔로워 14,000명 기준으로 약 0.21% 전환율이었죠.
숫자만 보면 큰 성과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 30명은 영상을 보고, 댓글을 남기고, 링크를 클릭해서, 오픈채팅방에 직접 입장하는 4단계를 거친 분들입니다. 그냥 좋아요를 누른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 분들이죠. 이 차이가 굉장히 컸습니다.
이 경험이 알려준 건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팔로워 수와 커뮤니티 유입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둘째, 콘텐츠의 포맷과 메시지가 맞으면 소수지만 확실한 분들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9개월간 오픈채팅방 멤버는 80명대까지 늘어났습니다.
9개월 동안 이 오픈채팅방에 쌓인 메시지는 약 87,000건입니다. 이걸 정리해보니 몇 가지 뚜렷한 패턴이 드러났습니다. 처음 3개월은 메시지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새 멤버가 들어오면서 자기소개와 질문이 쏟아졌고, 기존 멤버들도 열심히 반응해주셨죠. 전형적인 초반 활성 구간이었습니다.
4~6개월 차가 되자, 메시지 양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새로 들어오는 분이 줄면서 대화 주제가 반복되기 시작했고, 일부 멤버는 읽기만 하는 모드로 전환됐습니다. 서비스로 치면 리텐션 커브가 꺾이는 시점과 똑같은 모양이었습니다.
전체 대화에서 운영자인 제 메시지 비중을 따로 뽑아봤습니다. 초반에 제 비중이 꽤 높았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주제를 제안하고, 반응이 없으면 제가 먼저 말을 꺼내는 패턴이 계속 반복됐죠. 돌이켜보면 이건 ‘운영’이 아니라 ‘1인 공연’이었습니다. 제가 무대에서 내려가면 대화가 멈추는 구조였죠. 이대로는 오래 못 간다는 걸 데이터가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그 구조를 깨준 건 제가 아니었습니다. 활동량 기준 상위 3명의 멤버였습니다. 이분들이 대화 분위기를 만들고, 새 멤버가 오시면 먼저 말을 걸고, 대화가 끊기면 새 주제를 꺼내주셨습니다. 나머지 70명 이상은 이분들이 만든 흐름에 올라타는 구조였습니다.
서비스에서 흔히 말하는 ‘파워 유저’와 같은 존재죠. 커뮤니티의 건강 지표는 전체 인원이 아니라, 이 소수의 활성 멤버가 얼마나 꾸준히 움직이는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체 구간에서 저는 두 가지를 바꿨습니다.
원래는 오픈채팅방 링크를 바로 공개했습니다. 문턱을 낮추니 유입 속도는 올라갔는데, 들어왔다가 나가는 분도 많아졌죠. 그래서 지금은 간단한 신청서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질문 항목을 최소화해서 진입 허들은 낮추되, 관심도는 확인할 수 있게 조정한 겁니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계속 바꿔가는 게 커뮤니티 운영의 현실입니다.
이게 제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오랜 기간 잠수 중인 분들에게 전체 공지로 미리 안내를 드리고, 반응이 없으면 퇴장 처리했습니다. 숫자가 줄어드는 게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정리한 뒤에 남은 분들의 활동 빈도가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80명 중 10명이 말하는 방보다 50명 중 20명이 말하는 방이 체감으로는 훨씬 활기차기 때문이죠.
이렇게 진입 방식을 조정하고 비활동자를 정리한 뒤,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제 멤버들이 스터디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영어, 레터링, 일본어, 마케팅 등 각자가 원하는 주제로 개설하고, 커뮤니티 안에서 멤버를 모집했습니다. 제가 기획한 게 아닙니다. 멤버분들 사이에서 먼저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저는 공간과 모집을 세팅해드렸을 뿐입니다. 건강한 커뮤니티는 멤버들이 알아서 필요한 걸 만들어낸다는 걸 이때 배웠습니다.

유료 챌린지를 기획할 때도 커뮤니티에 먼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런 챌린지가 있으면 참여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여쭤봤고, 반응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구성을 조정했습니다. 서비스 관점에서 보면 MVP(최소 기능 제품) 전의 수요 검증인 셈입니다.
설문을 돌리거나 인터뷰를 잡는 대신, 이미 신뢰가 쌓인 분들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응답도 빠르고, 솔직한 피드백도 나옵니다. 좋아요만 눌러주시는 팔로워와, ‘그 구성이면 저는 이게 더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해주는 커뮤니티 멤버는 완전히 다른 존재입니다.
9개월간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확인한 건 결국 이겁니다. 팔로워는 무대를 구경하는 관객이고, 커뮤니티 멤버는 무대 뒤편을 함께 쓰는 관계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14,000명에게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14,000명 중 저와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분은 극소수입니다.
그 적은 수의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가는 공간이 커뮤니티였습니다. 87,000건의 대화는 화려한 숫자가 아닙니다. 거기에는 초반의 들뜬 분위기도, 중간의 정체도, 구조를 바꾸고 나서의 회복도 전부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커뮤니티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운영 일지에 더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까 고민 중인 분들께 제가 9개월간 배운 것들을 짧게 정리해서 공유하겠습니다.
첫째, 숫자가 작을 때 시작하셔도 됩니다. 팔로워가 1,000명이든 10,000명이든, 실제로 커뮤니티에 들어오는 사람은 전체의 1%도 안 됩니다. 큰 숫자를 만든 뒤에 시작하겠다고 미루면, 타이밍만 놓칩니다. 처음 목표는 10명으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둘째, 처음부터 완벽한 구조를 세우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규칙, 역할, 주제 분류 같은 건 운영하면서 필요해질 때 만들어도 늦지 않습니다. 저도 승인제를 넣었다 빼고, 다시 신청서 방식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구조는 데이터를 보면서 계속 조정하는 겁니다.
셋째, 혼자 다 이끌면 오래 못 갑니다. 운영자의 메시지 비중이 높을수록 커뮤니티의 자생력은 낮습니다. 멤버분들이 스스로 대화를 시작하고, 서로 반응하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목표는 ‘나 없이도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넷째 비활동자는 정리해도 괜찮습니다. 멤버 수가 줄어드는 게 무서워서 잠수 인원을 그대로 두면, 활성 멤버들의 체감 밀도가 낮아집니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50명이 조용한 100명보다 커뮤니티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다섯째 커뮤니티는 콘텐츠 이상의 것을 돌려줍니다. 콘텐츠는 일방향이지만, 커뮤니티는 양방향입니다. 제품 수요를 확인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받고, 멤버 간의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입니다. 팔로워 수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것들이죠.
지금 시작을 망설이고 있거나, 커뮤니티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편하게 의견 남겨주세요!
*이 글의 데이터 분석과 자료 정리에 AI를 활용했으며, 초안 작성 및 수정, 퇴고는 직접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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