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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990원이 찍혔다: 바이브 코딩이 유료 서비스가 되기까지

이키
6분
2시간 전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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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바이브 코딩으로 7일간 900커밋, 디자이너의 앱 출시기”에서는 디자이너가 바이브 코딩으로 '문채'라는 앱을 7일 만에 세상에 내놓은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는데요. 사실 그 글에서 슬쩍 언급했던 제 첫 번째 프로젝트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카카오톡 대화를 AI로 분석해 주는 ‘톡시그널(Toksignal)’이라는 웹 서비스입니다.


저는 톡시그널을 아이디어부터 웹 제작까지 단 3일 만에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진짜 현실은 웹을 다 만들고, 이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였습니다. '990원'을 받기 위해 결제 심사, 복잡한 서류 작업, 개인정보 보호, 보안 규정 같은 현실의 벽을 마주해야 했죠. 서비스 완성도와 신뢰 구조를 갖추는 과정이 가장 큰 도전이었는데요. 웹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990원을 받는 거였습니다. 이번 글은 그 여정에 대해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출처: 작가>
 

시작은 사소한 호기심에서

카카오톡 대화에서 설정 창을 열어보면, ‘대화 내보내기’ 기능이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텍스트 파일(txt)이 다운로드 되는데요. 어느 날 이걸 AI한테 던져봤습니다. “이 대화 분석해 줘.” 그런데 결과가 생각보다 너무 흥미진진했습니다. 누가 먼저 연락하는지, 대화의 온도는 어떤지, 관계 패턴이 어떤지, 숫자로 보니까 느낌이 아니라 신호가 보였습니다. “이거 나만 재밌는 게 아닐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죠.

 

<출처: 작가>

 

처음에는 단톡방 분석기로 시작했습니다. 누가 어떤 말을 많이 하는지 분석할 용도로 만들었죠. 그런데 사용해 보니 2인 대화가 훨씬 재밌었습니다. 연인, 썸, 친구 등 두 사람 사이의 대화에는 관계의 온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거든요.

 

<출처: 작가>

 

이름은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톡시그널(Toksignal)’로 확정했습니다. 카카오톡과 시그널을 합친 단어로 “대화 속에 숨어 있는 관계의 신호”라는 뜻입니다. 2월 27일에 아이디어를, 다음 날인 2월 28일에 동작하는 웹까지 하루 만에 만들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빠릅니다. 바이브 코딩이니까요. 문제는 그다음부터 시작이었죠.

 

 

호기심에서 웹까지

<출처: 작가>

 

이전 글에서 소개한 문채(문장 채집 앱)는 제가 필요해서 만든 앱이었지만, 톡시그널은 방향이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필요해서 만들었다기보단, 카카오톡 대화를 내보내기 해서 직접 분석해 봤을 때 “이거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먼저였죠. UX/UI 개선, 코드 오류 수정, 베타 테스트까지 3일 만에 끝냈습니다. 그다음 지인에게 실제 카카오톡 대화를 올려보라고 부탁했더니, 피드백이 쏟아졌습니다. “분석 결과가 이상하다”, “글씨가 잘린다”, “이 버튼이 뭔지 모르겠다”, “후킹이 아쉽다” 등의 의견울 줘서 하나씩 고쳐나갔습니다.

 

여기까지는 수정을 반복하는 과정이 문채와 비슷했습니다. 코드를 만드는 건 바이브 코딩으로 충분했으니까요. 그런데 톡시그널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사용자에게 돈을 받기로 했다는 겁니다.

 


“돈을 받겠다”고 결정한 순간

이날부터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저는 바로 도메인을 샀습니다. 그리고 결제 시스템은 토스페이먼츠(Toss Payments)를 골랐죠. 심사를 넣고 직접 결제를 붙이는 것은 바이브 코딩으로 그냥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었습니다. 결제를 붙이려면 사업자등록증, 통신판매업 신고,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사이트에 노출되어야 하고, 환불 정책도 명시해야 합니다. 코드로 결제창을 띄우는 것까진 클로드가 해줬습니다. 그런데 서류 준비, 심사 자료 정리, 법적 요건 등은 AI가 대신해 줄 수 없었죠.

 

<출처: 작가>

 

같은 날 저는 카카오 소셜 로그인, 구글 소셜 로그인, 분석 결과 저장, 어드민 대시보드까지 넣었습니다. 보안 PR도 4개를 머지했습니다. 결제가 들어가니까 누군가 결제를 조작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고, 보안이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클로드에게 보안 전문가 역할을 시켜 하나씩 점검했고, 결제 관련 코드는 직접 동작을 확인하며 일일이 테스트했습니다. 돈을 받는 순간, 버그는 버그가 아니라 사고가 됩니다. 990원이든 99,000원이든, 돈을 낸 사용자에게 오류는 신뢰의 문제였습니다.

 

 

코드를 안 쓴 날

<출처: 작가>

 

토스페이먼츠에 심사를 넣고 기다리는 동안, 법적 리스크도 검토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를 분석하는 서비스다 보니 민감한 지점이 많았거든요. 가장 오래 고민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분석해도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카카오톡 ‘대화 내보내기’는 본인이 참여한 대화만 추출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대화를 몰래 가져오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대화의 패턴과 관계 흐름만 분석할 뿐,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원문이 그대로 타인에게 공개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래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용 약관에 AI 활용 표기를 넣었고, 분석 전 동의 절차를 추가했습니다. “상대방의 동의를 권고한다”라는 안내 문구도 포함했습니다. 물론 이게 완벽한 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무시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과 고민 후 최선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데이터 구조 자체를 저장되지 않게 설계했습니다. 사용자가 대화 파일을 업로드하면 서버에서 AI 분석이 돌아가고, 분석이 끝나는 즉시 원본 파일은 삭제됩니다. 서버에 남는 건 분석 결과 요약뿐이고, 원문 대화 내용은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습니다. 운영자인 저조차도 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안 보겠습니다”가 아니라 “볼 수 없습니다”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기다림, 그리고 디테일의 늪

<출처: 작가>

 

그래서 토스페이먼츠 심사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분석 실패 시에 자동 복구되는 기능도 넣었습니다. 990원을 냈는데 제대로 분석이 안 되면 그건 사고니까요. AI가 가끔 이상한 걸 주거나, 타임아웃이 나서 자동으로 재시도하는 로직을 만들었습니다.

 

다음으로 PG사마다 요구하는 게 달라서, 카카오페이 심사 자료를 정리했습니다. 디자인도 많은 수정을 거쳤는데요. 이모지를 제거하고 넘버링으로 교체했습니다. 공유 카드 헤드라인은 고정 문구 대신 매번 다른 헤드라인이 나오도록 동적으로 바꿨습니다.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강조 문구도 추가하고, 히어로 섹션 최상단에 신뢰 배너도 넣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트맨의 관계 이론과 로버트 스턴버그의 삼각형 이론을 AI 분석 근거로 적용했습니다. AI가 학술적 프레임워크에 기반해 분석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인앱 브라우저에 대한 이슈도 이때 잡았습니다. 카카오톡에서 링크를 열면 카카오 인앱 브라우저가 뜨는데, 여기서 분석 결과 카드가 저장되지 않았거든요. 명색이 카카오톡 기반 서비스인데, 카카오 인앱 브라우저에서 저장이 안 된다면 치명적이라 생각했습니다.

 

 

가격 정책: 990원의 무게

<출처: 작가>

 

서비스의 가격,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너무 저렴하면 가치를 못 느끼고, 또 너무 비싸면 재미로 해보는 사용자가 오지 않습니다. “한번 사용해 볼까?” 할 수 있는 심리적 허들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매달 50명 한정으로 로그인하면 첫 1회 분석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맛보기 프리뷰와는 다릅니다. 맛보기는 결과 일부만 보여주는 거고, 1회 무료는 전체 분석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의 가치를 직접 느낀 다음에 990원이라는 가격을 판단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한번 써보고 결정하세요.”가 가장 정직한 설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PG 수수료, 서버비, AI API 호출 비용 등을 빼면 솔직히 건당 남는 건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내가 만든 서비스에 누군가 돈을 냈다는 경험 자체가 중요했죠. 요즘 바이브 코딩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은 정말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결제를 붙이고, PG 심사를 통과하고, 법적 요건을 갖추고, 진짜 돈을 받는 과정까지 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그 사이가 생각보다 멀다고 느꼈습니다.

 

 

혼자 삽질하며 배운 것들

  • 코드보다 서류 심사가 더 오래 걸린다: PG 심사가 영업일 기준 7일, 카드사 심사가 또 7일이나 걸립니다. 코드는 하루면 되는데 심사는 2주를 기다려야 합니다.
  • 돈 받는 순간 기준이 달라진다: 무료일 때는 괜찮았던 버그가 유료에서는 사고가 됩니다. 에러 처리, 자동 복구, 환불 정책 이 세 가지는 결제 전에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 개인정보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개인정보 처리방침, 데이터 삭제 정책, 동의 절차는 나중에 하면 안 되고 처음부터 해야 합니다. 특히 대화 데이터를 다루는 서비스라면, “저장하지 않는다”를 약속이 아니라,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 무료 체험은 필수다: 990원이라도 직접 써본 다음에 결제해야 납득이 됩니다. 맛보기 프리뷰와 1회 무료 분석, 이 두 단계가 전환율을 만들었습니다.
  • 인앱 브라우저를 반드시 테스트해라 :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에서 링크를 열면 인앱 브라우저로 열립니다. 여기서 안 된다면 주요 유입 경로가 막힌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출처: 작가>

 

톡시그널은 지금도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에서 결제까지 만드는 건 며칠이면 되지만, 사용자에게서 돈을 받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었는데요. 이전 글에서 “바이브 코딩이 마법의 ‘딸깍’은 아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번에도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직접 경험해 보니 바이브 코딩의 진짜 도전은 코드를 생성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코드를 온전한 서비스로 탈바꿈하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건 또 다른 과제였습니다. 여러분도 바이브 코딩을 하며, 비슷한 고민을 해보셨나요?


<참고>

  • 톡시그널
  • 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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