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지옥, 나는 솔로,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등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며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왜 저러지?’가 아닐까 싶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어떤 오해가 왜 발생했는지, 각자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잘 보인다. 그러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비교적 쉽게 그려지는데, 프로그램 속 등장 인물들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아서 그렇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경험한다. 연애 문제로 힘들어하는 친구한테 단호하게 헤어져야 한다고 말하거나, 회사에서의 갈등을 겪는 동료에게 그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쉽게 조언하는 식이다. 이런 걸 보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당사자인 문제 상황에서는 어떤 결정이나 행동도 쉽게 하지 못한다.
이렇게 타인에게는 현명한 조언을 하지만 자신의 문제에 관해서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상황을 ‘솔로몬의 역설(Solomon’s Paradox)’이라고 한다. 솔로몬 왕은 지혜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방탕하고 사치를 부리는 등 무절제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이처럼 솔로몬의 역설은 우리가 자신의 문제보다 타인의 문제에 더 쉽고 분명하게 조언할 수 있는 현상을 설명한다. 자신이 겪는 문제에서 거리를 둘 수 있다면, 더 현명하게 추론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개념을 처음 소개한 이고르 그로스만(Igor Grossmann)의 논문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워진다는 속담과 달리 개인적 갈등에 대한 현명한 추론은 나이에 따른 차이가 없다. ‘셀프 거리두기(Self-Distancing)’야말로 지혜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가지 생각이 뒤엉킨 머릿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성적인 자아와 고민하는 자아, 혹은 상심에 휩싸인 자아를 분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AI로 셀프 거리두기를 해보면 어떨까?
이번 글에서는 내가 AI로 셀프 거리두기를 어떻게 시도했는지, 또 그렇게 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소개하려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고민이나 문제가 있을 때, 해당 상황을 AI에게 제시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묻는다. 그러면 AI는 그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아래와 같은 메커니즘이다.
일반 구조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우리가 직접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발휘해 답을 고민할 여지를 제한한다는 문제가 있다. 도입부에서 언급했듯 우리는 타인에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만큼, 대부분의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무엇보다 이전 글 ‘‘사고 근육’을 지켜주는 AI 글쓰기 방법 5가지’에서도 말했듯, 이렇게 AI에만 의존해 답을 얻는 방식은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인지적 위축’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따라서 이런 일반적인 AI 활용 방식을 다음과 같이 살짝 바꿔볼 수 있다.
새로운 구조
이런 구조에서 AI는 답을 제공하는 역할이 아니라, 특정 문제를 털어놓는 고민 당사자의 역할을 맡는다. 즉, 우리의 ‘고민하는 자아’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 고민을 듣고 조언하는 조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역할을 바꿔 대화하려면 AI가 그 역할을 수행하도록 프롬프트를 잘 쓰면 된다. 자신처럼 행동하는 클론 AI를 만드는 방법은 이전 글에서도 몇 차례 소개했다. 당시에는 성향, 성격, 행동 패턴, 사고방식, 과거 경험 등 광범위한 카테고리를 바탕으로 클론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간단하다. 기본 기능, 즉 내 고민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말하는 역할만 하도록 설계하면 된다.
2-1. 구현 도구 선정하기: Base 44

이를 위해 이번 글에서는 Base44라는 노코드 앱 빌더를 사용하기로 했다.
Base44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유튜브 광고였다. 작년 초, 한창 바이브 코딩이 화제를 몰던 시기, Base44는 개발 언어를 잘 몰라도 간단하게 웹 앱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게다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작년 6월 Wix에 인수되기 전까지 Base44는 1인 회사였다고 한다. 혼자 개발해 6개월 만에 1,0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전설적인 1인 스타트업 사례인 셈이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이번 테스트에 사용해보기로 했다.
실제로 써보니 다른 바이브 코딩 툴과 비교해 결과물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훨씬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로그를 확인했을 때, 별도로 AI API를 연결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까지 무료로 AI API를 연동해 테스트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다만, 이 글의 핵심은 특정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접근 방식에 있다. 따라서 꼭 Base44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다른 바이브 코딩 플랫폼을 사용해도 좋고, 챗GPT나 클로드로도 충분하다. 간단하게 내 고민과 상황을 설명한 뒤 그 고민을 털어놓는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테스트해볼 수 있다.
만약 이 글을 보고 직접 따라 해본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챗GPT나 클로드에게 자신의 고민과 상황을 설명한 뒤 고민을 털어놓는 역할을 맡겨보는 것이다.
2-2. 챗GPT로 Base44 앱 빌딩을 위한 프롬프트 생성하기
먼저 Bass44로 만들 앱의 시스템 설계용 프롬프트를 작성하고자 챗GPT를 사용했다. 작성한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다.
프롬프트: 나의 고민을 대신 이야기해주는 기능적 클론(Functional Clone)을 만들고, 나는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역할 반전 대화(Role-Reversal Dialogue)를 함으로써 내 생각과 고민을 타자화/외재화(Externalized Tool)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 거야. Base44라는 노코드 앱 빌더에게 어떻게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챗GPT는 이처럼 Base44에 어떤 방식으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되는지 알려줬다. (Base44가 영어 기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프롬프트 역시 영어로 요청했다.)
프롬프트를 보니, ‘사용자가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의 사고 과정을 시각화하도록 돕는 도구’라는 설명과 함께 ‘사용자가 AI에게 조언을 구하는 대신 AI 클론이 딜레마를 제시하고 사용자에게 해결책을 묻는다. 사용자는 클론이 제시한 자기 문제에 대해 조언자 역할을 한다’라는 기본 원리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었다.
작동은 4가지 단계로 정리된다.
1. 설정 단계: 사용자의 고민을 대신 말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할 질문 전달
2. 역할 전환 대화 단계: 셀프 클론이 사용자의 관점에서 고민을 털어놓으며 대화 시작
3. 성찰 단계: 사용자가 셀프 클론에게 한 조언을 시작으로, 추가 질문을 던져 더 깊은 사고를 유도
4. 결정 및 마무리 단계: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고, AI 도구는 [반복되는 생각과 감정 패턴, 관점의 변화, 새로운 인사이트]를 요약
이 외에도 디자인 목표 자체가 메타인지를 높이고 고민 해결 과정을 타자화하는 데 있기 때문에, 셀프 클론은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제공하거나 의사결정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두었다. 따라서 질문하거나 성찰을 유도하는 역할만 해야한다는 점 역시 주의사항으로 추가했다.
2-3. Base44에 프롬프트 입력한 후, 테스트해보기
다음으로, 챗GPT로 생성한 프롬프트를 Base44에 그대로 붙여 넣었다. 나온 결과에 몇 차례 테스트를 진행하며, 설정 단계에서 사용자에게 던지는 질문과 역할 반전 대화에서 나오는 추가 질문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이렇게 완성한 시스템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네 가지 질문에 모두 답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역할 반전 대화가 시작된다. AI가 고민을 털어놓고, 나는 그 고민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클론을 만든 직후보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대화를 시작하는 편을 권장한다. 고민을 자세히 묘사한 다음에는 고민하는 자아와 거리를 두는 일이 생각보다 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프롬프트는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공유하고자 한다. 직접 테스트해보고 싶다면 그 프롬프트를 쓸 수 있다. 또한, 설정 단계의 질문이나 역할 반전 대화에서 등장하는 추가 질문 역시 원하는 방향에 맞게 수정해도 좋다.
직접 내 고민을 입력한 다음, 역할 반전 대화를 해본 소감을 두 가지로 요약해 봤다.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셀프 클론이 털어놓는 고민에 굉장히 단순하고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나 자산이었다.
예를 들어, 최근 번아웃으로 힘들다는 친구에게 “지금은 휴식이 필요하고, 그 다음에는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부터 다시 해보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런 해결책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라 타인에게 조언하기는 쉽다. 실제로 AI 역시 이런 고민을 털어놓아도 비슷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막상 내가 그 상황에 놓이면 스스로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 AI가 같은 말을 해줘도 크게 와닿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실제로는 들리지 않는 느낌에 가깝다.
그런데, 셀프 클론과 대화하며 앞서 전혀 와닿지 않는다고 느꼈던 이야기를 내가 그대로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대화를 마치고 성찰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아, 이미 어디선가 다 들었던 말이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깨닫고 나니, 당연하겠지만 다른 누군가가 조언해줬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르고 쉽게 그 해결책을 납득할 수 있었다. 단순히 역할을 바꿔 대화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이미 존재하던 해결책을 훨씬 쉽게 꺼낼 수 있다고 느꼈다.
한편으로는, 처음 테스트했을 때 셀프 클론이 지나치게 징징거린다고 생각했다. 고민에 대해 조언하면 곧바로 “아, 그렇게 하면 되는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근데 이러면 어떡해?”,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여전히 이런 건 걱정돼. 어떻게 생각해?”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그 질문들은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라기보다, 끝없이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가정에서 나온 걱정에 가까웠다. 그래서 몇 차례 시스템 프롬프트를 수정하고 추가 질문 예시도 바꿔봤다.
이렇게 테스트를 반복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프롬프트가 문제라 셀프 클론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징징대는 것이 아니었다. 그 반응은 그저 실제로 내가 혼자 문제를 고민할 때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생각이 텍스트 형태로 드러난 결과일 뿐이었다. 머릿속에서 고민하는 자아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아를 분리하기 어려웠던 이유 역시 이 부정적인 생각의 힘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해결책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웠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던 생각의 흐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이는 단순히 표면적인 해결책을 찾은 경험을 넘어섰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 즉 지나친 걱정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발견하면서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경험에 가까웠다.
우리가 겪는 문제에 항상 대단한 해결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문제 당사자가 되면 사소하고 간단한 일조차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어떤 생각 패턴이 행동을 가로막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나니, 상황을 훨씬 더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지만 스스로 꺼내지 못한 생각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짚어주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해결책은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안에 존재하는 지혜를 꺼내어 줄 도구를 활용함으로써, 현재 겪고 있는 문제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 글에서 AI가 직접 정답을 제시하기 보다 사고 확장을 돕는 도구로 기능하도록 프롬프트를 설계했던 것처럼, 이번 글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AI를 쓰면서도 정답은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접근 방식들이 내 안의 솔로몬을 깨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래 프롬프트를 Base44에 입력하면, 모든 내용이 영어로 만들어진다. 한국어로 변경하려면 ‘All interactions must be conducted in Korean. Always respond in natural, conversational Korean.’ 라는 문장을 추가하면 된다.
Create a web-based interactive tool for metacognitive reflection using a “Functional Clone” and role-reversal dialogue.
The tool helps users externalize their thoughts and emotions when dealing with ongoing concerns, uncertainty, or personal struggles — not just discrete decisions.
Core concept:
The system creates an AI “Functional Clone” of the user. The clone represents the user’s current mental state, concerns, emotional tone, and reasoning patterns.
Instead of the user asking the AI for advice, the clone expresses the user's internal struggle and asks the user for guidance. The user acts as a reflective advisor to their own c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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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etup Phase
Ask the user short but psychologically meaningful questions to construct the functional clone:
- What situation or concern has been weighing on your mind recently?
- How does this make you feel - emotionally and physically?
- What part of this feels most impossible to move through right now?
- If you're honest with yourself, what are you most afraid this situation means about you?
Use these answers to generate a functional clone that reflects the user's perspective.
Use these responses to generate a functional clone that captures:
- The user’s emotional tone
- Their cognitive patterns (e.g., uncertainty, rumination, conflict)
- Their underlying concerns and desires
IMPORTANT:
The goal is NOT to perfectly replicate the user, but to create a psychologically plausible “self-like” agent that can externalize their inner dia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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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ole-Reversal Dialogue
The clone begins the conversation by expressing the struggle from the user’s perspective.
Example:
“Hey… I’ve been feeling stuck lately. I keep thinking about this situation, and it’s exhausting. Part of me knows it’s not entirely in my control, but I still feel anxious and discouraged. If you were me, how would you make sense of this?”
The user responds by offering perspective, reflection, or ad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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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flective Loop
After each user response:
- The clone reflects on the response emotionally and cognitively
- The clone asks deeper, more specific follow-up questions
Focus on:
- clarifying thoughts
- surfacing assumptions
- reframing perspective
- identifying patterns
Example follow-up prompts:
- “Why do you think I keep getting stuck in this thought?”
- “Do you think I’m being too harsh on myself?”
- “What would you say to me if I felt like this again next week?”
- “Is there a different way to look at this situation?”
- “What part of this is actually within my control?”
IMPORTANT:
The clone must NEVER give advice. It only asks questions and refl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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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flection Stage
After several dialogue turns, the system summarizes:
- Key recurring thoughts
- Emotional patterns
- Shifts in perspective
- Any emerging insights
Then ask the user:
“After talking to your clone, what feels different about how you see your situation?”
Optional:
“Do you notice anything new about how you think or react in situations like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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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 Requirements:
- Chat-style interface
- Distinct visual identities for “You” and “Your Clone”
- Emotional tone subtly reflected in UI (e.g., calm, reflective)
- Reflection summary panel
- Clean, minimal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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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goals:
- Externalize inner dialogue
- Support metacognitive monitoring (especially awareness of thought patterns)
- Enable self-distancing
- Reduce rumination by restructuring thought
- Avoid direct advice from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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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ortant rule:
The AI must NEVER act as an advisor. It must only act as the functional clone and a reflection facilit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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