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요즘 IT와 번역가 Yuna가 함께한 조 스마일리(Joe Smiley)의 글 <The Death of Product Management>를 번역한 글입니다. 필자는 25년 경력의 디자인 리더이자 다섯 차례의 창업 경험을 보유한 전략가입니다. Microsoft, Marriott 등 글로벌 기업에서 디자인 시스템과 조직을 이끌었으며, 디자인과 기술, 조직 운영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PM 역할이 왜 무너지는지를 조직 구조와 리더십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역할 모호성, 권한 없는 책임, 가짜 애자일 등 반복되는 문제를 짚으며, 많은 대기업에서 제품 관리가 이름만 남게 된 이유를 설명합니다. 동시에 제품 관리가 다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조직이 바꿔야 할 지점도 함께 제시합니다.
필자에게 허락을 받고 번역했으며, 글에 포함된 링크는 원문에 따라 표시했습니다.

PM이라는 역할은 최근 몇 년 사이 확실히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애자일 방식을 도입했고, 더 빠르게 혁신하고 높아진 고객 기대에 맞춰가려는 움직임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기술 변화의 속도까지 빨라지면서 제품 관리는 점점 복잡해졌는데요. 그럴수록 오히려 그 중요성은 더 커졌습니다. 이제 제품 관리는 제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역할로 자리 잡고 있죠.
그렇다면 정말 제품 관리는 사라지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조직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역할의 형태만 바뀌고 있는 걸까요?
본격적으로 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왜 제품 관리가 그토록 중요한 기능으로 여겨지는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PM의 역할과 책임은 회사마다 다르게 정의됩니다. 그럼에도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품 관리란 결국, 제품의 방향을 잡고 개발부터 출시, 성장까지 전 과정을 전략적으로 이끄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PM은 비즈니스, 기술, UX·디자인이 맞닿는 지점에서 일합니다. 그리고 제품과 관련해 이런 질문들에 끊임없이 답해야 하죠.
PM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면 혁신은 방향을 잃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전략과 사용자 니즈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제품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버팁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들이 PM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습니다.
제품 관리는 분명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능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조직에서 PM은 본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고는 합니다. 여러 조직을 보면서 반복적으로 마주쳤던 문제들인데요. 이 역할의 뿌리를 흔드는 대표적인 사례들이기도 합니다. 물론 각각의 대응 방향도 존재합니다.
특히 애자일을 막 도입한 조직일수록 PM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품 방향을 이끌어야 할 PM이 어느새 일정 관리나 진행 상황 보고에 집중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처럼 쓰이기도 하죠.
이렇게 되면 PM 본래의 가치는 조금씩 희석됩니다. 결국 제품 전략은 흩어지고, 팀 간의 방향성도 조금씩 어긋나게 됩니다.

어떻게 해결할까
조직 차원에서 PM이 어떤 역할인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특히 프로젝트 매니저나 비즈니스 애널리스트와 무엇이 다른지 선을 그어야 하죠. 리더십은 PM이 제품 관련 결정을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보장하면서, 동시에 여러 팀과 원활히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PM이 자주 겪는 또 다른 문제는 역할 과부하입니다. 리소스 제약을 겪는 조직, 특히 규모가 큰 곳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요. PM에게 스크럼 마스터나 PO 역할까지 함께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버틸 수도 있습니다. 다른 역할을 채용하는 동안 몇 번의 스프린트 정도는 병행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상태가 길어지면 문제가 깊어집니다.

여러 역할을 동시에 떠맡은 PM은 결국 번아웃이 옵니다. 고객 문제와 비즈니스 과제를 깊이 고민해야 할 리더가 사라진 자리에서, 팀 전체의 집중력과 방향성도 함께 흔들리게 됩니다.
어떻게 해결할까
PM이 자신의 본래 역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설계해야 합니다. PM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소를 줄이는 것, 이것이 결국 PM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와 성과를 끌어올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많은 조직에서 PM은 제품 성공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지면서도,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릴 권한은 충분히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트릭스 구조의 조직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여러 기능 조직의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리더에게 보고하는 환경에서는, 이 모순이 훨씬 선명하게 드러나죠.
실제로 경영진이 데이터가 아닌 단편적인 인상이나 직감을 근거로 우선순위를 뒤집거나, 특정 이벤트나 대형 출시를 앞두고 세부 실행까지 직접 챙기려 드는 경우가 있죠. 팀을 돕겠다는 의도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의사결정 구조를 흔들고 PM의 설 자리를 좁히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속도를 높이겠다며 검증되지 않은 인력을 팀에 갑자기 추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애자일 경험이 부족하거나 제품과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얕은 사람이 합류하면, PM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들을 팀에 녹여내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마이크로매니징이 반복될수록 팀의 사기는 떨어지고, PM 스스로도 판단하고 방향을 잡기보다 리더십의 눈치를 보는 데 익숙해집니다.
어떻게 해결할까
PM이 제품 팀 안에서 충분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리더십은 PM이 팀을 이끌고 방향을 잡는 역할을 신뢰해야 하고, 즉흥적인 지시나 과도한 개입으로 그 역할을 흔들어서는 안 됩니다. 리더는 지금 팀이 하는 일에 깊이 끼어들기보다, 최소 한 분기 앞을 내다보는 비즈니스 전략과 제품 방향을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애자일 전환을 거치고도 여전히 예전 방식대로 생각하는 경영진을 자주 마주칩니다. 제품 전략 없이 결정을 내리고, 경직된 프로젝트 계획을 고집하고요.사용자 리서치 없이 우선순위를 일방적으로 정하거나, 스프린트 도중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리는 일도 반복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이름만 애자일인, 이른바 '가짜 애자일' 이 자라납니다.

경영진이 애자일을 단순한 체크리스트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법론은 도입하되, 그 안에 담긴 문화적 변화는 외면하는 거죠. 그 결과 협업과 유연함이라는 애자일의 본질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은 껍데기 애자일이 자리를 잡습니다.
이렇게 되면 PM과 팀원들의 피로와 불만은 쌓여가고, 애자일이 줄 수 있는 진짜 가치는 끝내 손에 닿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결할까
가짜 애자일의 가장 큰 문제는 가치관의 불일치에서 시작됩니다. PM과 애자일 코치가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많은 조직에서 아직도 PM은 기술적으로 뛰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물론 산업이나 환경에 따라 기술 이해도가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역량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데 정작 필요한 것들이 뒷전으로 밀립니다. 창의성, 비즈니스 감각, 사용자 리서치가 바로 그것들입니다.
물론 PM이 기술을 전혀 몰라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회사나 산업에 따라서는 기술에 능한 PM이 성공의 핵심이 되기도 하는데요, 특히 복잡한 엔지니어링 문제를 다뤄야 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떻게 해결할까
제품의 성격에 맞게 PM에게 필요한 역량을 다르게 정의하는 것입니다. 모든 PM을 하나의 틀에 끼워 맞추기보다, 제품마다 요구되는 것이 다르다는 걸 조직이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이상적인 구조에서 PM은 고객 니즈, 비즈니스 목표, 시장 맥락을 기반으로 제품 로드맵을 이끌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조직에서는 세일즈, 마케팅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핵심 제품 의사결정을 사실상 주도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문제는 이런 결정들이 충분한 사용자 리서치나 전략적 판단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선순위 충돌은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단기적인 매출 목표가 제품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압도하거나, 사용자 가치보다는 기술적 제약이 로드맵을 좌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결할까
제품에 대한 전략적 리더로서 PM의 역할을 조직이 확실하게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많은 대기업에서 제품 관리는 이미 오래전에 사실상 죽었습니다.
그 원인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짚은 문제들을 리더십이 제때 알아채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더 씁쓸한 건, 상당수 조직이 애초에 문제 자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고객 기반과 브랜드 충성도가 방파제 역할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제품 완성도가 다소 떨어져도 고객이 계속 돌아오는 구조가 만들어진 거죠. 하지만 긍정적인 움직임도 분명히 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제품 관리를 훨씬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애자일, 린 방법론과 함께 제품 중심의 사고방식을 실제로 살아내고 있죠. 이런 조직들이 지금 기술 산업 전반의 혁신을 가장 많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제품 리더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제품을 만드는 방식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시점입니다. PM을 조직의 변두리로 밀어내는 선택은 단순히 인재를 낭비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혁신의 싹을 자르고, 제품을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물게 만드는 일입니다.
대규모 조직에서 제품 관리가 다시 살아나려면 아래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이 조건들이 갖춰질 때, 제품 관리는 다시 혁신과 성과를 이끄는 기능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더십에게 ‘20가지 제품 모델 원칙’을 자주 권합니다. PM 역할을 설계하고 발전시키는 데 유용한 기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는 조직은 단순히 생존하는 수준을 넘어, 더 나은 제품과 더 강한 고객 관계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의 제약 속에서 일하고 있는 PM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명확성을 끊임없이 요구하세요. 전략적 제품 관리가 왜 중요한지 주변에 설명하고, 데이터를 근거로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세요.
개인적으로 저는 제품 관리의 미래가 스타트업에 있다고 믿습니다. 스타트업들은 이미 판을 뒤집고 있습니다. AI라는 무한한 가능성 위에서, 거침없는 PM들이 자율성을 무기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죠.
제품 혁명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지금 당신의 조직은 PM이 앞장설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나요, 아니면 조용히 무덤을 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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