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고 배운 걸 전부 기억하고 필요할 때마다 정확히 꺼내 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일하다 “그때 봤던 자료”가 떠오르지 않아 허둥대는 일도 줄어들 겁니다. 검색창에 몇 단어만 치면 내가 과거에 정리해 둔 생각과 근거가 바로 튀어나올 테니까요. 기억을 검색할 수 있게 만들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재사용하는 것. 인간의 오랜 욕망입니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메모를 했습니다. 다만 메모가 쌓일수록 다시 찾는 일이 더 어려워졌죠. 그런데 이러한 메모의 한계는 AI가 등장하면서 달라졌습니다. 내가 쓴 문서를 AI가 읽고, 요약하고, 연결해 주기 시작했거든요. 상상 속 꿈이 “어쩌면 되겠다”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자주 나오는 말이 세컨드 브레인입니다. 아주 성능 좋은 두 번째 뇌를 만드는 거죠.
지금의 세컨드 브레인은 구현 방식이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기존 문서 위에 AI를 얹는 방식, 둘째는 AI가 이해하기 좋은 구조로 내가 정리하는 방식, 셋째는 정리 자체를 AI에게 위임하는 방식입니다. 이 세 갈래를 대표 도구와 함께 비교해 보려 합니다. 어떤 방식이 더 똑똑한가보다는 어떤 방식이 내 습관과 더 잘 맞는가 살펴 보세요.
기가 막힌 분류와 기준으로 잘 정리해 둔 서재가 있다고 상상해 보겠습니다. 이 서재의 사서는 요청한 하면 책을 대신 읽고 요약해 주고, “그거 어디 있지?”에 답해 주고, 독후감의 초안까지 써 줍니다. 이제 책은 문서와 데이터베이스(DB), AI는 유능한 사서입니다. 요즘 메모 앱에 붙는 AI는 대체로 이 흐름을 따릅니다.
이 방식의 핵심은 순서입니다. 먼저 문서가 많이 쌓여 있고, 그 다음에 AI가 그 더미를 활용할 수 있게 바꾸는 겁니다. 그래서 이 방식은 AI가 새로 똑똑해졌다기보다 이미 강력한 문서 도구 위에 AI가 올라탄 형태에 가깝습니다.

Notion이 강한 이유는 문서와 데이터베이스가 한 공간에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회의록은 페이지로 남고, 리서치는 DB로 쌓이고, 업무 문서는 링크로 연결됩니다. 그러다 보면 일하다가 생긴 문서가 자연스럽게 자산이 됩니다. 세컨드 브레인이 되기 좋은 토양이 이미 깔려 있는 셈입니다.
또 하나는 협업과 개인 정리가 같은 판에서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권한, 공유, 코멘트 같은 협업 워크플로우가 있고, 동시에 페이지 구조나 DB 태그로 개인 지식관리도 가능합니다. 팀 문서와 개인 메모가 섞이는 직군일수록 이 장점이 크게 느껴집니다.
AI가 가치를 내는 지점도 비교적 명확합니다. 첫째는 찾아주는 것, 둘째는 다시 써주는 것입니다. 요약, 정리, 초안 생성처럼 귀찮지만 꼭 필요한 반복 작업이 줄어듭니다.
당연하게도 이 방식은 이미 자료가 많은 사람에게 특히 유리합니다. Notion이나 Evernote 같은 곳에 수년치 메모가 있다면, AI는 그걸 바로 연료로 씁니다. 새로 습관을 만들기보다 쌓아둔 것을 꺼내 쓰는 쪽에 가깝습니다.
특히 ‘개인 메모’와 ‘팀 문서’가 자주 섞이는 PM, 기획, 마케팅, 운영 직군과 잘 맞습니다. 회의록을 쓰고, 기획안을 만들고, 레퍼런스를 모으는 일이 한 공간에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정리 습관이 강하지 않아도 일하면서 생긴 문서가 자동으로 축적되는 구조도 장점입니다.
문서가 많아질수록 위험도 같이 커집니다. 구조 없이 페이지가 쌓이면 의미 없는 정보 더미가 되고, AI도 헛다리를 짚기 쉽습니다. 사서가 아무리 똑똑해도 책장이 엉망이면 찾을 수가 없으니까요. 입력 품질이 결과 품질을 좌우합니다.
팀 공간에서는 보안과 권한 이슈도 생깁니다. 개인 지식을 마음껏 쌓고 싶지만, 공유 범위가 걸리면 주저하게 됩니다. 세컨드 브레인을 팀 도구로 만들지, 개인 도구로 둘지부터 정해야 편합니다.
마지막은 도구 종속입니다. 플랫폼 안에 갇히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보내기와 백업 전략을 미리 고민해 둬야 장기적으로 훨씬 편해집니다.

Notion이 맞지 않는다면 Coda를 볼 수 있습니다. Coda는 문서라기보다 “작은 업무 앱”을 조립하는 감각이 필요할 때 강합니다. 테이블과 자동화 중심으로 문서+스프레드시트+자동화를 묶고, 그 위에 AI를 결합하는 느낌입니다. 쉽게 말해 태생은 자동화 앱인데 문서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봐도 좋습니다.
Evernote는 세컨드 브레인의 원조에 가깝습니다. 사실 Notion보다 더 이전에 이 노트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았죠. 최근에는 AI 검색과 정리 기능으로 부활을 시도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특히 과거 노트 자산이 많은 사용자라면 “이미 쌓인 것”을 살리는 선택지가 됩니다.
세컨드 브레인을 폴더로만 만들면 분류망에 우겨넣은 지식이 되기 쉽습니다. Obsidian 류의 방식은 반대입니다. 문서를 서랍에 넣는 게 아니라 노트를 실로 연결해 지도를 그립니다. 쉽게 말해 어거지로 폴더에 쌓는 방식이 아니라, 노트를 실로 연결해서 지도처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연결된 노트는 나만 알아보는 암호가 아니라 나도 알고 AI도 알고 모두가 잘 아는 지식의 그물망이 됩니다. 링크로 맥락이 붙어 있으면 검색도 쉬워집니다.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왜 이 메모를 썼지?”가 덜 생깁니다. 지식이 쌓일수록 연결이 길을 만들어 줍니다.

Obsidian이 자주 거론되는 첫 이유는 마크다운 파일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메모가 앱 안에 갇히는 느낌이 아니라 내 컴퓨터나 내 드라이브에 파일로 남는다는 안정감이 있습니다. 서비스 정책이 바뀌어도, 최소한 원본은 내 손에 쥐고 있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둘째는 링크(백링크)와 그래프 관점입니다. Obsidian에서는 노트가 늘어날수록 지식이 문서 묶음에서 관계망으로 진화합니다. 예전엔 ‘프로젝트 A 폴더’에 넣고 끝났다면 이제는 ‘A가 B와 연결되고, B가 C로 이어지는’ 흐름이 보입니다. 한 문서를 찾는 게 아니라 맥락을 따라 이동하게 됩니다.
셋째는 AI와의 시너지입니다. AI는 물론 단일 맥락에서도 유용하지만 뇌와 같이 관계와 맥락이 풍부할수록 일을 더 잘합니다. 요약은 더 정확해지고 아이디어를 섞는 것도 자연스러워집니다. 무엇보다 “이 결론의 근거가 어디였지?”를 추적하기 쉬워집니다. 메모 앱에 AI가 붙을수록 이런 구조의 힘이 커집니다.
그래서 이 방식은 생각의 재료를 오래 축적하는 사람에게 특히 유리합니다. 개발자, 리서처, 콘텐츠 생산자처럼 메모가 결과물의 재료가 되는 직군이 그렇습니다. 오늘의 메모가 내일의 글이 되고, 다음 달의 기획이 되는 사람들입니다. 노트가 늘수록 가치가 커집니다.
또 하나는 정리 자체를 작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히 하려 하면 지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자산화하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연결은 복리처럼 쌓입니다. 당장 정답을 찾기보다 나중의 나를 돕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은 도구 종속이 싫은 사람입니다. 내 데이터가 특정 서비스에 묶이는 게 불편하다면 파일 기반은 매력적입니다. 백업이나 버전관리(예: Git 등)까지 염두에 두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내 지식의 주인은 나라는 감각이 선명해집니다.
첫 장벽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초기에 “뭘 어떻게 링크해야 하지?”에서 멈춥니다. 이때는 규칙을 크게 잡지 말고, 최소 규칙을 두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일단 한 문장 요약 + 관련 링크 1개만”처럼요. 연결은 나중에 수정해도 됩니다.
둘째는 플러그인과 설정입니다. Obsidian은 확장이 많아서 꾸미다 지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도입 원칙을 정해두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기본 기능으로 2주만”처럼요. 세컨드 브레인은 도구가 아니라 계속 꺼내 쓰는 습관에서 완성됩니다.

Obsidian이 맞지 않는 이유가 ‘글로 쓰는 방식’이 답답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Logseq이 편할 수 있습니다. Logseq은 아웃라이너(줄글보다 ‘블록’ 단위 사고)에 맞춘 도구입니다. 마크다운과 양방향 링크를 쓰는 등 철학은 비슷하지만 리듬이 다릅니다. 오픈소스라는 점도 선택 이유가 됩니다.
한편 처음부터 애초에 더 잘 짜여진 데이터처럼 적고 싶다면 Tana가 강합니다. 구조화와 필드 기반으로 메모를 쓰는 순간부터 정리된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리 강박이 있는 사용자에겐 오히려 생산성이 올라갑니다. 대신 자유롭게 흘려 쓰는 맛은 덜할 수 있습니다.
정리를 잘하는 사람만 지식을 쌓는 시대는 끝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충 자료 넣을 테니, 너가 알아서 해”를 할 수 있는 도구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세컨드 브레인을 만들 기에 가장 급진적인 방식 중 하나입니다. 즉, 지식을 ‘쓰는’ 게 아니라 더미를 AI에게 읽혀두는 쪽에 가깝습니다.
흐름은 단순합니다. 내가 가진 자료를 그냥 통째로 넣습니다. 링크든 PDF든 남이 쓴 문서든 그렇습니다. 이를 넣으면 AI가 요약하고, 질문에 답하고, 대화로 탐색까지 도와줍니다. 정리 노트를 만드는 시간을 통째로 건너뛰는 방식입니다. 기대하는 건 하나죠. 알아서 핵심을 뽑아 저장한 다음 내가 필요한 순간에 꺼내주길 바라는 겁니다.

NotebookLM은 이 흐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도구입니다. 소스(문서·자료)를 넣으면 먼저 요약해주고 그다음엔 내가 질문하면 근거를 바탕으로 답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내가 넣은 자료 안에서 대화가 돈다는 점입니다. 즉, 웹에서 주워온 얘기가 아니라 내가 준 문서에서 답을 찾아주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가치가 크게 터지는 순간도 뚜렷합니다. 자료량이 많기에 읽기와 정리가 병목이 될 때입니다. 예를 들어 리서치 문서, 수업 자료, 회의록, 인터뷰 녹취처럼요. 읽는 데만 하루가 가는 일을, 질문 몇 번으로 압축해버릴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접근성입니다. 구글 생태계와의 연동 덕분에 시작 장벽이 낮습니다. 업무나 개인 자료가 구글 쪽에 모여 있다면 더 편하게 붙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써보자”의 첫 선택지로도 무난합니다.
빨리 이해하고 써먹는 것이 중요한 사람에게 유리합니다. 예쁘게 정리한 노트를 쌓는 것보다 당장 답을 뽑아내는 게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폴더 구조를 설계하고 태그를 다는 시간보다 질문하고 판단하는 시간이 더 소중한 경우입니다. 세컨드 브레인을 아카이브가 아니라 질문 엔진으로 쓰는 쪽이죠.
그러니까 매일 새로운 자료를 흡수해야 하는 직무에도 잘 맞습니다. 전략, 리서치, 정책, 세일즈처럼요. 이런 일은 읽을 거리 자체가 끝없이 들어옵니다. 결국 승부는 얼마나 많이 읽었나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맥락을 잡았나에서 갈리니까요.
AI 요약은 편하지만, 잘못 요약되거나 중요한 게 누락되면 내 판단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출처 추적이 필수 안전장치입니다. 요약 문장만 믿지 말고 그 말이 나온 원문 위치를 바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AI가 친절할수록 확인은 더 냉정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기억의 문제입니다. 정리를 위임하면 내 머릿속에 남는 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인간 개입을 권합니다. 예를 들어 내 언어로 3줄 결론 남기기 같은 규칙입니다. AI가 정리해준 걸 그대로 두지 말고 마지막 한 번은 내가 소화하는 단계가 있어야 합니다.

NotebookLM이 무언가 지식의 축적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대안도 있습니다. Mem은 입력을 가볍게 하고 검색·회상 경험을 AI로 보강하는 방향을 가진 프로덕트입니다. 즉 꼼꼼히 정리하기보다 대충 넣고 나중에 잘 찾기에 초점이 있습니다.
Recall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읽은 자료를 자동으로 정리하고 연결해 복습하는 일에에 초점을 둡니다. 쉽게 말해, 한 번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다시 내 머리에 넣는 과정까지 설계된 흐름입니다. 자료를 저장하기보다 학습에 가깝게 다루고 싶은 사람에게 맞습니다.
세 가지 방법을 정리해 봤습니다. Notion 계열의 “문서에 올라탄 AI”, Obsidian 계열의 “구조화 지식망”, NotebookLM 계열의 “AI 위임”까지 말이죠. 한 줄로 정리하면 AI 의존도의 스펙트럼입니다. 내가 주도권을 더 쥘지, AI에게 더 맡길지에 따라 선택지가 갈리는 겁니다.
그래서 장단점도 앱 자체의 우열이라기보다 사용자의 습관과 목표에서 갈라집니다. 세컨드 브레인을 만드는 핵심은 도구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고 꺼내 쓸지 정하는 일입니다. 결국 내가 편한 방식으로 오래 쓰는게 가장 중요한 영역이니까요.
물론 “애초에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제 다가올 에이전트 시대에는 내가 읽고 배운 것을 모두 내 지식으로 만드는 게 생존 기술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메모 앱은 이제 기록장이 아니라 나를 대신해 찾아주고 설명해주는 작업대가 됐습니다. 세컨드 브레인이 거창하다면, 지금 내가 지식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라도 한 번 돌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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