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요즘IT와 번역가 Yuna가 함께 레안드로 구아르니에리(Leandro Guarnieri)의 글<In 2026, Forget Being AI-Driven and Do This Instead>를 번역한 글입니다. 필자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수학 연구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금융·보험 산업에서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문제 해결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분석 조직을 이끌며 ML·AI를 실제 의사결정과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AI 중심’이라는 말 뒤에 가려진 책임 회피의 구조를 살펴보고, AI를 활용하되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지키는 리더십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합니다.
필자에게 허락을 받고 번역했으며, 글에 포함된 링크는 원문에 따라 표시했습니다.
미리 요점만 콕 집어보면?
요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방향은 하나로 모입니다. AI를 중심에 두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거죠. 링크드인을 조금만 훑어봐도 비슷한 말이 계속 반복됩니다. 전략은 AI가 이끌어야 하고, 알고리즘의 추천을 믿어야 하며,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AI를 녹여야 한다는 이야기들입니다. 미래는 결국 AI 기반 조직을 받아들이는 리더의 몫이라는 주장도 빠지지 않고요.
꽤 그럴듯합니다. 데이터에 근거한 합리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지난 10년 동안 이 장면을 이미 여러 번 봐왔습니다. 처음에는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이었습니다. 리더들은 숫자가 찍힌 대시보드 뒤로 물러나 결정을 미루기 시작했죠. 지금은 그 자리를 'AI'가 대신하고 있을 뿐입니다. 회피는 그대로인데, 표현만 더 세련돼졌습니다.
알고리즘은 새로운 형태의 스프레드시트일 뿐입니다.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한 도구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죠. 아무도 선뜻 말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AI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만든다는 이유로 대시보드와 모델, 분석 플랫폼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결과는 같았습니다. 리더들은 3분이면 내릴 수 있는 결정을 두고 데이터를 사흘 동안 분석하고 있었죠. 필요했던 건 제때의 판단이었는데, 대신 더 깊은 분석이나 3차 미분 같은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는 흐름은 결과적으로 꽤 편리한 역할을 했습니다. 똑똑해 보이면서도 책임을 분산시킬 수 있었으니까요. 일이 잘 풀리면 통찰력 있는 리더가 되고, 일이 잘못되면 데이터가 그렇게 말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AI는 이 구조를 더 강화했습니다.
방식은 단순합니다. 팀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두고 ChatGPT에 질문을 던집니다. AI의 답변을 캡처해 발표 자료에 넣습니다. 그 판단에 질문이 나오면, AI의 응답을 마치 절대적인 진리인 양 내세우죠.

결정을 내린 건 AI가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입니다.
다만 이제는 "AI의 추천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죠. 기술 스택을 동원한 회피입니다. 예전에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이 그랬던 것처럼, AI 중심 의사결정 역시 책임의 위치를 바꿔 놓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AI 도입이 곧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AI 혁신'을 축하하느라 바쁜 사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실패 패턴 세 가지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리더들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라고 자랑합니다. 결과가 나쁘면 "AI가 추천한 거였다"고 하죠. 저는 사후 분석 자리에서 다 큰 어른들이 ChatGPT 탓을 하는 걸 봤습니다. 마치 총으로 위협받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요. 책임을 알고리즘에 떠넘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척은 할 수 있죠.
AI는 무엇을 물어도 훌륭한 답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지금 던지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저는 팀들이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에 대한 AI 솔루션을 완벽하게 다듬느라 몇 주를 보내는 걸 봤습니다. 그 사이 진짜 급한 불은 타오르고 있었는데 말이죠. AI 중심으로 일한다고 해서 어떤 문제가 풀 가치가 있는지를 더 잘 판단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우연히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더 빠르게 얻을 뿐이죠.
결정을 AI에 맡길 때마다,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은 조금씩 떨어집니다. 판단력도 다른 기술과 똑같습니다. 쓰지 않으면 잃게 되죠. 예전엔 어려운 결정을 직접 내리던 고위 리더들이, 이제는 AI 없이는 얼어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믿는 법을 잊어버린 겁니다. 15년 넘게 내려오던 결정조차 알고리즘의 검증 없이는 확신하지 못합니다.
이게 바로 AI 의존의 실제 모습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더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멍청해지고 있습니다.

6개월 전, 우리 팀은 제품 관련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알려진 한계가 있더라도 새 기능을 빠르게 출시할 것인가, 아니면 '완벽한' 버전을 위해 3개월을 늦출 것인가. 전형적인 트레이드오프였죠. 합리적인 사람들도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AI 분석 결과는 '연기'였습니다. 지원 비용이 낮아지고, 사용자 경험이 개선되며, 장기 유지율이 높아진다는 거였죠. 모델은 정교했고, 논리는 탄탄했으며, 권장사항은 명확했습니다.
우리는 그래도 출시했습니다. AI는 제가 알고 있던 걸 몰랐습니다. 가장 큰 경쟁사가 곧 비슷한 기능을 발표할 예정이었고, 영업팀은 이 기능을 기다리느라 계약을 놓치고 있었으며, 우리의 기회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습니다. AI는 제가 입력한 변수들을 최적화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어떤 변수가 중요한지 결정하는 건 제 몫이었죠.
AI가 틀렸던 건 아닙니다. 주어진 맥락만으로는 올바른 답에 도달할 수 없었을 뿐이죠. AI는 최적화할 뿐입니다. 맥락을 파악하지는 못합니다. 당신이 말해주지 않은 건 알지 못합니다. 이사회에서 CEO의 미묘한 표정이라든가, 아직 명확히 표현할 수 없지만 감지되고 있는 고객 심리의 변화 같은 건 반영할 수 없습니다.
리더로서 당신의 역할은 AI에 이끌리는 게 아닙니다. AI를 올바른 질문으로 이끌고, 그것을 논의한 다음, 나온 답변을 어떻게 활용할지 직접 결정하는 겁니다.
의사결정 중심이라는 건 AI를 무시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를 분명히 안다는 의미죠.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당신은 의사결정의 CEO입니다. 데이터는 CFO이고, AI는 아주 빠르고 지치지 않는 분석가죠. 하지만 회사를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은 여전히 당신입니다.
AI에게 질문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지금 내가 분석하려는 게 뭔지가 아니라, 실제로 결정하려는 게 무엇인지 말이죠.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를 건너뜁니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정리도 안 된 상태에서 곧바로 "AI는 뭐라고 할까?"부터 묻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적어보라고 말합니다. "[날짜]까지 [X]를 할지, [Y]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 문장을 끝까지 쓰지 못한다면, 아직 AI 의견을 들을 단계가 아닙니다. 그저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을 원하고 있을 뿐이죠.
결정이 명확해졌다면, 이제 AI를 활용할 차례입니다. 내 생각을 검증하는 데 쓰세요. 반대 입장을 최대한 강하게 주장해달라고 하고, 논리의 허점이나 놓친 변수를 찾아달라고 하세요. 여기서 핵심은 AI는 정답지가 아니라 스파링 파트너라는 것입니다.
저는 Claude에게 제 입장을 가능한 한 강하게 반박해달라고 합니다. 그다음엔 다시 찬성 논리를 최대한 잘 구성해달라고 요청하죠. 양쪽의 주장을 모두 최고 상태로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주장들을 실제 맥락에 맞게 저울질하는 건, AI가 아니라 제 역할입니다. AI는 제가 보고 있는 현실 전체에 접근할 수 없으니까요.
데이터는 이미 일어난 일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예측해 주죠. 하지만 무엇이 중요한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정확하지만, 전략적으로는 아무 의미 없는 지표에 집착하는 팀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들은 분명 데이터 중심으로 일하고 있었죠. 동시에 모두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패턴이 중요하고, 어떤 패턴은 무시해도 되는지 결정하는 것은 리더의 역할입니다. 데이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죠.
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세요. 잘됐으면, 좋은 정보를 바탕으로 좋은 결정을 내린 겁니다. 잘 안됐으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 결정을 내린 거고요. 어느 쪽이든, 그건 당신의 선택이었습니다. "AI가 추천해서요"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는 순간, 리더십은 거기서 끝입니다. 그건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비싼 연봉을 받으며 버튼을 누르는 사람일 뿐이죠.

성과를 내는 리더들이 꼭 AI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프롬프트를 가장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가장 정교한 도구를 갖춘 사람도 아니죠.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이 아주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는 절대 헷갈리지 않습니다. AI는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이지,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존재는 아니니까요. 반면, 많은 사람들은 전혀 다른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더 세련돼 보이도록, 프로세스가 그럴듯해 보이도록, 이사회에서 "AI를 활용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고 있죠.
그사이 더 나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에게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미래는 AI 중심 리더의 것이 아닙니다. AI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의사결정 중심 리더의 것입니다.
어떤 리더가 될지는, 이제 선택의 문제입니다.
<원문>
In 2026, Forget Being AI-Driven and Do This Inst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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