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브라우저는 이제 무엇을 찾을지보다 무엇을 원하는지를 안다.
본문은 요즘IT와 번역가 Yuna가 함께 아드리안 레비(Adrian Levy) 글 <What Perplexity’s AI browser reveals about UX’s future>를 번역한 글입니다. 필자는 AI 기반 제품 디자인과 사이버 보안 UX를 전문으로 복잡한 기술을 직관적인 경험으로 전환해온 전문가입니다. 현재 CyberArk에서 AI 중심 보안 제품을 설계하며 기술과 사용성 사이를 디자인합니다. AI·ML 통합, 데이터 시각화, 정보 구조 설계 분야에 전문가이며, Medium과 국제 학회를 통해 활발히 글을 발표해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Perplexity의 Comet 실험을 바탕으로 브라우저는 탐색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의도에 맞춰 움직이는 새로운 사용 방식을 설명합니다.
*필자에게 허락을 받고 번역했으며, 글에 포함된 링크는 원문에 따라 표시했습니다.
Perplexity의 Comet 브라우저를 테스트한 지 3일째 되던 날, 저는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더 이상 URL을 직접 입력하지 않고 있더라고요. 제 사고방식이 ‘어느 사이트로 들어가야 하지?’에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이지?’로 자연스럽게 바뀌어 있었던 겁니다. 더 놀라웠던 건, 이런 변화가 AI가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기도 전에 먼저 일어났다는 점이었습니다. AI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사용자의 사고방식은 이미 AI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저는 이 간극이 앞으로 10년 UX 디자인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Comet은 단순히 AI 기능을 덧붙인 브라우저가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한 제품에 가깝습니다. 정보를 찾아 이동하는 방식의 Chrome이나 Safari와 달리, Comet은 정보를 사용자에게 먼저 가져옵니다.
Comet의 방식은 명확합니다. 기존 주소창 대신 자연어 기반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작동하죠. 하지만 진짜 변화는 그 뒤에서 일어납니다. 브라우저가 하나의 세션 전체에서 맥락을 계속 유지하며, 사용자가 지금 무엇을 묻는지만이 아니라 그 배경에 있는 의도까지 함께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Comet을 기존 브라우저와 구분 짓는 세 가지 핵심 기능이 있습니다.
Comet의 사이드바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보고 있는 페이지를 능동적으로 분석해 필요한 인사이트를 먼저 제안합니다. 항공권을 찾고 있다면 여러 탭의 가격을 자동으로 비교해 보여주는 식이죠.

일반적인 챗 인터페이스는 창을 닫으면 맥락을 잃어버리지만, Comet은 브라우징 세션 전체에서 사용자의 목표를 계속 이해하고 유지합니다. 예를 들어 한 탭에서 호텔을 찾아보다가 다른 탭에서 식당을 검색해도, 앞서 설정한 예산이나 조건을 그대로 기억하고 반영합니다.
Comet은 여러 페이지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 비교하고, 그 안에서 패턴을 찾아냅니다. 사용자가 수십 번은 클릭해야 할 작업을 한 번에 정리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더 빠른 브라우징 경험이 아니라, 온라인 정보를 다루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바꾸는 패러다임에 가깝습니다.
2주 동안 체계적으로 테스트한 끝에, 모든 UX 팀이 이해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인사이트가 드러났습니다.
의도 기반 인터페이스에는 며칠이면 익숙해졌습니다. AI가 60~70% 정도만 제대로 작동해도 적응에 큰 어려움이 없었죠.
여러 자료를 모아 비교하거나 정리하는 작업에서는 성공률이 90%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단계별 절차를 따라가는 작업에서는 30%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팀이 여전히 AI를 ‘절차를 대신 수행하는 도구’처럼 설계하고 있어, 실제로는 AI의 강점과는 반대 방향으로 기능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모든 기능을 한 시스템이 처리하려 할 때보다, 역할이 다른 여러 AI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훨씬 자연스럽고 매끄럽습니다.
차이는 매우 즉각적이고 분명했습니다. 기존 브라우저에서는 Chrome의 빈 화면이 ‘어디로 가야 하지?’라고 묻습니다. 반면 Comet은 검색창 자체가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지?’라고 묻게 만들죠.
처음에 “5월 도쿄로 가는 저렴한 항공편 찾아 줘. 예산은 최대 800달러.”라고 요청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Comet이 제대로 작동할 때는 경험이 완전히 달라질 정도로 압도적이었지만, 반대로 실패할 때는 신뢰가 바로 무너질 만큼 답답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기록한 성공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사용자는 성공률과 무관하게 이 새로운 방식에 금방 적응하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7일째 되는 날 예상치 못한 발견이 있었습니다. 브라우저에는 서로 다른 출처의 UX 리서치 자료 8개가 열려 있었죠. 아티클, 연구 자료, 사례 연구, 포럼 토론 등 다양했습니다. 제가 내린 명령은 “열려 있는 모든 탭을 분석해서, 2025년 UX 트렌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정리해 줘.”로 간단했습니다.

60초 안에 반환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성능은 항공권 예약이나 쇼핑처럼 단계별로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작업에서 나타난 AI의 성능보다 훨씬 우수했습니다.
10일째 가장 놀라웠던 점은 Comet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두 AI가 제 의도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협력했다는 사실이었죠. Perplexity에 여행 지출 분석을 요청한 뒤 확인을 위해 Gmail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Comet Assistant가 제가 바로 직전까지 하고 있던 여행 경비 분석 흐름을 그대로 이 받아 관련 정보를 즉시 보여주더군요.
API 연동도, 기술적 연결도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두 시스템 모두 제 의도를 계속 추적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를 통한 핵심은 분명합니다. 여러 특화된 AI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사용자의 의도를 중심으로 함께 작동할 때 하나의 시스템이 모든 걸 처리하려는 방식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일관된 경험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2주 차가 끝날 무렵, 저는 실제와 가장 비슷한 상황으로 Comet을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11살 쌍둥이 딸들의 생일 파티 준비였죠. 두 아이 모두 글루텐 프리 제품만 사용할 수 있었고, 장은 스페인 슈퍼마켓 Mercadona에서 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요청했습니다.
“11살 쌍둥이 딸들의 생일 파티 음식을 준비해야 합니다. 글루텐 프리 제품만 사용해야 해요. Mercadona에서 빵, 쿠키, 케이크, 사탕, 아이스크림까지 모든 카테고리를 포함한 쇼핑 리스트를 만들어주세요.”

이후 질문에 답하는 AI와 함께 작업하는 AI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Comet 어시스턴트는 단순히 목록을 나열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험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통제감이었습니다. 각 단계에서 AI가 무엇을 선택했고, 왜 그 선택을 했는지 모두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빵을 추천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골랐는지 설명했고, 쿠키 단계로 넘어갔을 때도 글루텐 프리 조건을 다시 말하지 않아도 계속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인상적이었던 건 속도가 아니라, 제가 흐름을 직접 쥐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각 단계에서 AI가 무엇을 선택했고, 왜 그렇게 선택했는지 모두 확인할 수 있었죠. 빵을 고를 때는 선택 기준을 먼저 설명해 줬고, 쿠키 단계로 넘어갔을 때도 다시 말하지 않아도 글루텐 프리 조건을 계속 유지했습니다.

이때 저는 정말 AI에게 맡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느꼈습니다. 제가 목표를 제시하면 AI가 실행 과정을 알아서 조율하고, 최종 판단과 확인은 제가 유지하는 방식이었죠.
나머지 5%는 배송지에서 구매할 수 없는 제품 하나 때문이었는데, 결제 전에 이를 스스로 감지하고 바로 대안을 제안해 주더군요.
이 경험은 의도 기반 인터페이스와 탐색 기반 인터페이스의 차이를 단번에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기존 방식이라면
위임 방식에서는
핵심 인사이트는 사용자가 결과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AI의 불완전함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AI를 써보면 성공한 순간만큼 어디에서 어떻게 실패하는지도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2주 동안 Comet을 테스트해보니 실패에도 여러 유형이 있고 그 차이를 아는 것이 UX 디자인에서는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Comet에게 이렇게 요청했을 때였습니다. “10월 일정으로, 센트럴파크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맨해튼 다운타운 호텔 중에서 1박 200달러 이하 옵션을 찾아줘.”

여러 출처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Comet이 반환한 결과는 예산을 훨씬 초과한 호텔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유를 솔직하게 알려줬습니다.

Comet은 실패를 아무 말 없이 넘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제시한 조건을 모두 이해했고, 가능한 범위에서 충분히 검색한 뒤 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지 솔직하게 설명해 줬습니다. “요청하신 날짜 기준으로 센트럴파크 도보 거리의 맨해튼 다운타운 지역에 1박 200달러 이하 호텔은 현재 없습니다. 이 지역의 대부분 숙소는 400~2,000달러 수준입니다.” 그리고 검색 범위를 넓히거나 예산을 조정하거나 날짜를 변경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까지 제안했습니다.
이런 유형은 솔직한 실패입니다. 사용자의 의도를 충실히 따르려 했고, 한계에 부딪혔을 때 그 이유를 설명하며 다음 선택지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AI가 어떻게 탐색했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 보여줬기 때문에 사용자 신뢰가 유지된다는 사실입니다.
진짜 신뢰를 무너뜨리는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AI가 자신 있게 말하지만 사실은 틀린 답을 내놓는 경우죠. 오류나 불확실성을 전혀 알리지 않고, 말 그대로 정답인 척하는 상황입니다.
테스트 과정에서 실제로 틀린 답을 내놓는 사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사례들의 공통점은 분명했습니다. AI는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있게 정답처럼 말한다는 것입니다. 경고도 없고, 한계 인정도 없고, 그냥 맞는 것처럼 보여줄 뿐입니다.
디자인 관점에서 AI 시스템은 반드시 “이 요청은 충족할 수 없습니다.”와 “이 요청을 잘못 처리했습니다.” 이 두 상황을 구분해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UX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점은, AI 경험을 설계할 때 성공 플로우만 고민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실패를 어떻게 인정하고 설명할지가 장기적인 신뢰를 결정합니다.
기능적 안정성 외에도 Comet은 실제 환경에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들이 존재합니다.
이 문제들이 결정적인 결함은 아닙니다. 새로운 카테고리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초기적 성장통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유사한 아키텍처를 고려하고 있는 팀에게는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맥락입니다.
기존의 참여 지표만으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정확히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AI 중심 인터페이스에서는 성공 여부가 사용자 행동이 아니라 시스템의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다음과 같은 지표들을 함께 봐야 합니다.
테스트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면서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한 번이라도 AI에게 일을 진짜로 맡겨본 사용자는 기존의 탐색 중심 인터페이스가 훨씬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변화가 일어날지 여부가 아니라, 사용자가 이 지점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에 있습니다.
근거는 명확합니다. 사용자들은 의도 기반 인터페이스에 며칠 만에 빠르게 적응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AI는 그 의도를 약 60~70% 수준에서만 안정적으로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즉, 사용자의 기대는 이미 미래로 넘어갔지만 기술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고, 이 간극이 지금 UX 설계의 핵심 과제입니다.
산업 차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모든 기능을 한 시스템에 몰아넣는 거대 AI를 만들기보다는 AI 간의 연결성과 사용자 의도가 끊기지 않는 경험에 집중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차별화는 하나의 AI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 특화된 AI가 자연스럽게 협력하도록 생태계를 얼마나 잘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1) 자동화보다 정보 정리부터 시작하기
AI 기능은 실행을 대신하는 것보다, 우선 정보를 모으고 비교하고 정리하는 능력에 기반해야 합니다.
2) 사용자 플로우보다 의도 플로우를 그리기
사용자가 ‘무엇을 이루고 싶어 하는가’를 중심에 두고, 기존 네비게이션은 보완 장치로 설계합니다.
3) 신뢰는 작은 단계에서부터 쌓기
초기에는 위험이 낮은 작업부터 맡기게 해 신뢰를 서서히 구축합니다.
4) 실패했을 때 돌아가는 길을 준비하기
AI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때 사용자가 즉시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명확한 경로를 마련합니다.
Comet을 테스트한 경험은 단순히 새로운 브라우저를 써본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정보를 어떻게 다루고, 어떤 기대를 할지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실험이었죠. 이 실험이 보여준 가장 중요한 사실은 미래가 하나의 거대한 AI가 모든 것을 처리해 주는 세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한 사용 경험 안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생태계에 가깝습니다.
UX 디자이너에게는 탐색을 설계하는 시대에서 의도를 설계하는 시대로 이미 전환이 시작됐습니다. PM에게는 기존의 참여 지표보다 사용자의 의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지는가가 더 중요한 성과 지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업계 전체적으로는 이제 개별 AI 기능을 만드는 것을 넘어 AI 생태계를 어떻게 조율하고 연결할 것인가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겁니다.
기술이 준비됐든 아니든,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참여 여부가 아니라 우리가 이 변화를 이끌 것인지, 뒤따를 것인지입니다.
<원문>
What Perplexity’s AI browser reveals about UX’s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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