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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명 뉴스레터 구독 중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개발자 Ike 인터뷰
최근, 문득 한글로 된 프로그래밍 언어가 있다면, 한국 개발자들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개발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한글로 쓰인 코드가 주는 편안함과 직관성이 코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진입장벽을 낮춰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검색하다가 실제로 한 블로그에서 한글로 개발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배포한 한국인 개발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곧 저 말고도 많은 개발자가 비슷한 생각을 가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는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고, 정보 또한 대부분 영어로 접합니다. 스택 오버플로우(Stack Overflow), 깃허브(Github) 같은 개발 커뮤니티 역시 영어를 기반으로 소통하고 있죠. 따라서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나라의 개발자들은 한 번의 번역 단계를 거쳐야만 양질의 정보를 얻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며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미국, 인도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보며 언제나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라는 이점 하나로 새로운 기술 정보를 훨씬 쉽게 습득하며 개발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렇게 ‘보이는 만큼’ 정말 영어가 모국어인 개발자들이 더 쉽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미국인 개발자 친구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개발자의 관점에서 나눠준 여러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한국 개발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Ike는 14살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취미로 독학한, 찐 컴퓨터 너드(Computer Nerd)입니다. 30대 초반부터 Ensurem이라는 회사에서 Principal Software Engineer로 근무할 정도로 실력 있는 개발자로, 현재는 글로벌 게임 회사 thatgamecompany에서 Multiplayer Engine Programmer로 일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언어를 포함해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 것이 취미라고 말할 만큼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것을 즐기며, 본업 외에도 여러 사이드잡을 병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깃허브를 포함한 대부분의 프로필 사진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입니다. 증명된 개발자라는 뜻이죠.)
Ike를 만나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개발자가 프로그래밍할 때 어떤 이점이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컴퓨터 언어를 배울 때 모국어인 영어가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어떤 이점이 있는지, 영어가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습득하는 데 정말로 유용한지, 나아가 비영어권 개발자들과 일할 때 어떤 차이를 느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Un 작가(이하 Un): 안녕하세요, Ike.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개발자로서 어떤 경력을 가졌는지 설명해 주세요!
개발자 Ike(이하 Ike): 안녕하세요, Ike입니다. 미국 나이로 14살 때부터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고, 미국에 있는 다양한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은 게임 서버를 개발하고 있어요. 미국, 중국에서 꽤 많은 유저를 보유한 Sky-빛의 아이들(children of light)라는 게임을 주로 담당하고 있죠. 최근 한국 시장 공식 진출 역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업 외에도 다양한 회사에 테크 스택 현대화(modernization)를 돕는 컨설팅을 한다거나 저만의 RPG 게임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가 모국어지만,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 것도 좋아합니다. 포르투칼 언어에 능숙한 편이고, 한국어도 공부하고 있죠. 20대에는 창원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일한 경험도 있거든요. 그래서 한국 개발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Un: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들어가 볼게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개발자의 관점에서 처음 컴퓨터 언어를 배우는 데 어떤 이점들이 있었나요? 아마 이점 자체를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요.
Ike: 그렇네요. 사실, 한 번도 모국어가 영어라는 것이 프로그래밍에 어떤 이점을 주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저 일상적인 일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죠. 하지만,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인 제가 코드 역시 한국어로 작성한다고 생각하니 어려움이 와닿네요.
영어가 프로그래밍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정말 많아요. 그래도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영어가 ‘디폴트 언어’로 쓰인다는 점이에요. 따라서 이제 영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프로그래밍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 같아요.
저는 14살 때 처음 개발을 시작했는데요. 그쯤은 밀레니얼 시대, 2000년대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죠. 처음에는 게임을 좋아해 단순한 호기심으로 개발 언어를 배워보고 싶었어요. 당시 미국에는 아이들을 위한 컴퓨터 언어 책이 정말 많았거든요. ‘#computer language for kids’ 시리즈 같은 책으로 처음 공부를 시작했던 게 기억나요. 대부분 프로그래밍 관련 책이나 인터넷 정보도 영어로 쉽게 검색할 수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컴퓨터 언어를 배울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고 생각해요.
대학에 다닐 때는 미국으로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도 자주 만났어요. 그들 대부분 대학교에 와서 처음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했죠. 당시에도 원래 살던 나라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나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전공이지만, 코딩에 대한 ‘익숙함’ 수준이 달랐던 것 같아요.

Un: 공감이 가네요. 물론 지금은 한국에서도 어린이들이 일찍부터 코딩을 배우고 있어요. 코딩 전문 학원도 있고, 심지어는 유치원에서도 코딩을 가르친다고 하고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컴퓨터 언어에 쉽게 접근하는 경험이 나중에 일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어릴 때 프로그래밍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어요. 처음 컴퓨터를 접한 건 초등학생 때인데, 그때도 화면의 모든 글자가 영어였거든요. 특히 도스(DOS)를 처음 배울 때는 Command 명령어나 각종 컴퓨터 용어를 뜻도 모른 채 그냥 외우기만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하드디스크에 다운 받은 파일을 찾아 설치하고 게임을 실행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응용을 할 수 없었죠. 컴퓨터의 작동 원리나 프로그래밍을 본격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건 대학에 들어가 영어 원서로 공부하면서부터였고요.

만약 Ike가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라면, 언어를 배우고 성장하는 데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나요?
Ike: 개발자의 단계에 따라 어려움이 다르겠네요. 특히 초급 개발자들이 영어로 작성된 코드를 이해하는 일 자체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겠죠. 변수나 주석뿐만 아니라, 컴퓨터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 모두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쓰레드(Thread)’라는 개념을 이해하려면 비영어권 개발자는 먼저 그 단어의 뜻을 찾고, 컴퓨터 언어에서의 사용 방식을 공부해야 하겠죠.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단어의 뉘앙스만으로도 개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거든요.
물론 시간이 지나 개발 언어에 익숙해지면 ‘쓰레드’라는 단어는 더 이상 영어로 인식되지 않고, 그 자체가 하나의 공식이나 원리로 받아들여질 거예요. 그래서 시니어 레벨의 개발자에게는 특별히 영어 중심으로 느껴지지는 않을 테죠.

Un: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처음 개발을 공부할 때는 사용하는 모든 언어가 낯설게 느껴졌고, 컴퓨터 언어도 그저 기호처럼 여겼어요. 코드를 복사해 붙이거나 외워서 프로그래밍하던 시절이 있었죠.
예를 들어 Async/Await 같은 개념도 단어 뜻을 모르는 상태에서 공부하다 보니 항상 헷갈렸어요. Elseif나 Try Catch 같은 직관적인 영어 단어들도 처음엔 단순한 기호처럼 받아들였고요.
꼭, 영어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에요. 고등학생 때, 수학을 공부하며 미적분 개념을 배우고 문제를 풀었는데요. 정작 ‘미분’과 ‘적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한자어를 배우다가 문득 ‘미분(微分)’은 ‘작을 미(微)’와 ‘나눌 분(分)’이 합쳐져 ‘작게 나눈다’는 뜻이고, ‘적분(積分)’은 ‘쌓을 적(積)’과 ‘나눌 분(分)’이 합쳐져 ‘모아서 더한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 의미를 이해하니 공식의 정의가 훨씬 깊이 있게 다가왔고, 문제도 더 잘 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경험을 떠올리니 이런 생각이 들어요. 만약 Java에서 system.out.print가 ‘시스템.출력’, ArrayList가 ‘배열 목록’처럼 한글로 적혀 있었다면 이해가 훨씬 쉬웠을까? 하는 생각이요.
Ike: 그렇죠. 그래서 통번역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영어 학습의 필요성이 줄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테크 분야에서 영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니까요. 기술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고 개발자로서 오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영역에서 쓰이는 영어를 꾸준히 학습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Un: 글로벌 회사에 다니다 보면 다양한 비영어권 개발자들과 협업할 기회도 많을 텐데요. 영어 실력이 협업에서 실제로 이점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비영어권 출신으로서 이 부분이 항상 궁금했거든요.
Ike: 그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영어 실력은 개발자의 커리어에 큰 이점을 줍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영어는 공식적인 글로벌 비즈니스 언어예요. 그래서 다양한 국가의 개발자와 함께 일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영어로 소통하게 되죠.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생기는 이점이 있어요.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더 쉽게 이해하고, 프로젝트에서도 더 자신감 있게 퍼포먼스를 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죠. 실제로 실력이 아주 뛰어나지 않았는데도, 영어를 잘했기에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며 승진하는 경우도 봤어요.
Un: 그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비영어권 개발자와 협업하다 영어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나 이슈도 있었나요?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궁금해요.
Ike: 다양한 국적의 프로그래머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죠. 지금 회사에서는 종종 러시아, 중국 엔지니어들과 협업하고 있는데요. 모두 매우 똑똑하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생기는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상당히 큽니다.
최근에는 러시아 개발자 리드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요. 프로젝트 논의를 하다 보면 서로 변수명이나 주석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종종 불필요한 미팅을 하는 경우가 생겨요. 한번은 CTO 요청으로 급하게 진행해야 하는 요건을 개발했는데, 코드 리뷰 과정에서 서로 다른 내용을 이해한 채로 작업해 결과를 보고 당황했던 일도 있었어요. 첫 미팅에서는 러시아 개발자가 모든 걸 이해한 듯 보였지만, 워낙 긴급한 일정에 서로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절차 없이 하다 보니 그런 일이 생겼죠. 결국 일정은 훨씬 더 길어졌고요.
중국 개발자와 협업은 더 어려워요. 우선 통역사가 항상 옆에 있어야 하고, 서로의 코드를 이해하기 위한 별도의 미팅도 필수예요. 개인적으로는 중국 개발자의 코드를 리뷰하는 것이 영어권 주니어 개발자의 코드를 리뷰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먼저 ‘왜 이렇게 코드를 작성했는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항상 눈으로 보여주며 코드 리뷰를 진행합니다. 언어로는 완벽히 통하지 않더라도, 코드로는 소통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간결하고 클린한 코드를 만들어 공유하려고 합니다. 코드 리뷰에서도 마찬가지고요.

Un: 저는 항상 반대 입장에서 일을 해 왔는데, 이제야 협업하는 영어권 개발자들의 고충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네요. 사실 저도 협업을 위해 개발자들에게 요청하는 것이 바로 그런 시각화된 자료예요. 기술 문서이든, 코드이든, 주석이든 상관없이요.
시각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피드백을 나누는 것이 미팅을 통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거든요. 보이는 것은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이해가 쉬워지면 협업을 더 간결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그런 ‘코드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Principal engineer로 일하기도 했으니, 개발자들의 코드를 리뷰할 기회가 많았을 거예요. 코드 작성에서 영어 실력은 어떤 이점을 주나요?
Ike: 코드를 작성할 때도 영어 능력은 정말 중요해요. 특히 글로벌 팀에서 일하는 개발자라면 더더욱 그렇죠.
저는 프로그래밍을 ‘퍼즐’과 같다고 봐요. 퍼즐 조각들이 하나하나 모여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기능을 완성시키니까요. 그래서 직관적이고 간결한 코드가 좋은 코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퍼즐의 조각이 되는 변수명이나 함수명은 간결함과 표준성 측면에서 영어가 가장 효율적이잖아요. 게다가 그 퍼즐 조각들을 설명해 주는 주석도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죠.
프로그래밍에서 영어는 ‘롤플레잉(Role Playing)’에 가까워요. 코드, 변수, 함수, 주석 등 모든 요소를 영어로 쓰니, 비영어권 개발자들도 결국 영어로 개발하죠. 물론 주석은 자국어로 쓰는 경우를 많이 봤지만요. 그러니 만약 영어 실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정확하지 않거나 의미가 모호한 이름을 쓰게 돼요. ‘클린 코드’를 작성하기는 어렵겠죠.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얘기도 하나 있어요. 예전에 중국인 개발자가 함수명을 item_pickup이 아니라 item_pickedup으로 정의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시제의 이해 차이로 기능이 다르게 작동했어요.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헤맸는데, 단순 함수 이름이 문제였죠.
Un: 비슷한 경험이 생각나네요. 이전 직장에서 일본 회사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한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전달하다 보니 모든 주석이 한글로 쓰여 있었거든요. 일본인 개발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통번역 전문가와 함께 모든 주석을 영문으로 바꿨지만, 결국 따로 미팅을 잡아 모두 직접 설명해야 했어요.
또, 한국식 영어로 변수나 함수명을 만들어 동료 한국인 개발자조차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서로 영어 실력이 다르다 보니 생긴 해프닝도 정말 많았죠.
Un: 마지막으로, 학습과 성장에 관해서도 얘기해 볼게요. 주요 기술 커뮤니티나 공식적인 기술 문서는 모두 영어를 기반으로 공유되죠. 예전이나 지금처럼, 앞으로도 영어가 테크 산업,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스탠다드일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Ike: 제가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을 빠르게 배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주변의 유용한 리소스 대부분이 영어로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책과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이 정보들이 더는 미국인만의 특권은 아닐 테고요. 지금은 비영어권 국가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시대니까요.
그래도, 대부분 새로운 기술과 언어들은 여전히 영어가 기본이에요. 주요 컨퍼런스들은 영어로 열리잖아요. 심지어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열리는 행사도 그렇고요.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언어 커미티(committee) 또한 영어로 소통하고 있죠.
결국 테크 세계의 ‘표준 언어’는 영어에요. 통번역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영어 고유의 뉘앙스와 느낌을 완벽히 반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국 영어라는 언어를 이해해야 더 깊은 기술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개발자가 계속 성장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봅니다.
Un: 새로운 기술 이야기가 나온 김에요, AI 시대가 도래하며 많은 개발자가 AI로 코드를 만들고는 하죠. 그래서 아까 잠깐 언급했지만, 영어를 배울 필요는 더욱 없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또 한편에서는 영어로 프롬프트를 써야 답변 퀄리티가 더 좋아진다고 하고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Ike: LLM은 대부분 데이터를 인터넷에서 학습하잖아요. 그런 인터넷 공간에서도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대부분 논의는 영어로 이루어지고요. 그래서 AI가 영어로 된 프롬프트에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다른 언어를 영어로 번역해 프롬프트로 사용하는 방식도 꽤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을 보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제 영어 공부는 필요 없다”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영어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개발자에게 더 큰 경쟁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Un: 지금까지 영어라는 언어가 프로그래머에게 주는 이점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마지막으로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개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Ike: 한국어를 공부하는 미국인 개발자로서, 언어를 공부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한국 문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를 더 깊게 이해하려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프로그래밍을 정말 좋아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면,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거예요.
누구나 평범한 엔지니어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려면,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클린 코드(Clean Code)’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프로그래밍의 기초이자 간결한 언어인 영어의 도움이 필요하죠. 또한 프로그래밍을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영어 단어의 뜻을 익혀 그 의미와 원리를 깊이 이해하면 더 좋은 개발자가 될 거라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테크 산업에서 쓰이는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에서 업무 실력을 성장시킬 좋은 기회가 되니까요.
한국 개발자분들, 영어를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훨씬 더 넓은 세상에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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