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비즈니스팀과 개발팀이 함께한 요구사항 정리 미팅에서 개발팀의 AI 활용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개발팀이 사용하는 AI 기술과 도구들이 구체적으로 실제 개발 업무에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묻는 질문이었죠.
요즘 저는 회사 내 다른 팀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스쿼드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AI 도구가 실제 개발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미팅에서 직접 질문을 받은 개발자들의 답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들은 “코드 작성과 테스트 과정에서 AI 어시스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더 나은 품질의 코드를 더 빠르게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설명했습니다.
그 말을 듣던 비즈니스팀의 한 분이 “그럼 이제 저희 요구사항들이 더 빨리 개발될 수 있겠네요!”라며 기대 섞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열심히 설명하던 개발자들은 그 말에는 그저 웃음으로만 답하고 말을 멈췄습니다. 그렇게 미팅은 다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제 관점에서 보자면, AI 기술의 발전으로 코드 자동 생성과 수정이 가능해지면서 개발자의 생산성이 올라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실제 스프린트에서 일부 개발자의 개발 시간이 단축된 것도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요. 반면 AI 활용 능력과 학습 속도에 따라 개발자 간 생산성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도 느껴집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AI 활용은 점점 보편화될 것이며, 개발 생산성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앞으로 AI는 실제로 얼마나 개발 속도를 단축시킬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변화는 개발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개발자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AI가 실제 개발 업무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고 있나요?
체감상, 얼마나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나요?
최근 여러 연구와 기업 사례, 그리고 설문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2025년 기준 개발자의 AI 도구 사용률은 82%에 달하며, 평균적으로 개발 생산성은 15~20%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깃헙 코파일럿(GitHub Copilot) 관련 연구는 더 많은 개발 작업 완료, 코드 커밋 증가, 컴파일 빈도 상승과 같은 긍정적인 변화를 보고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AI 플랫폼 기업들이 개발 생산성 향상과 관련된 수치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저희 개발팀 역시 코파일럿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코드 생성, 디버깅, 테스트 케이스 작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개발자들은 “이제 코파일럿없이 개발을 시작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들은 체감상 개발 속도가 약 50% 정도는 빨라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개발 업무에서 AI 도구를 활용하지 않는 개발자를 찾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물론 개인마다 활용도와 생산성의 차이는 있지만, AI를 활용한 코드 작성과 리뷰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스크럼(Scrum)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제가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개발 백로그(Backlog) 안에 AI 관련 컨텍스트가 점점 더 많이 포함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회의 시간에만 등장하던 AI 활용 사례들이 이제는 백로그 항목에 구체적으로 기술되기 시작했고, 다양한 필드에 AI 관련 내용이 추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개발자는 AI 도구를 활용한 테스트 작성을 체크리스트 항목으로 관리하고, 또 다른 개발자는 코드 리뷰 단계에서 AI 기반 리뷰 절차를 필수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부 백로그 항목에서는 AI가 코드 생성부터 리뷰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함께 수행하는 형태로 기술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을 보면, 이제 AI 도구 사용은 개발 프로세스에서 관리되어야 하는 하나의 요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개발자들의 AI 활용을 어떻게 표준화하고, 이를 스크럼 운영에 효과적으로 녹여낼 수 있을지, 이런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곧 이런 질문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질문들 끝에,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다가온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AI 시대에도 2주 스프린트는 여전히 유효한 타임박스인가?”
AI 활용 능력에 따라 개발자들의 퍼포먼스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개발자들은 2주라는 타임박스가 무의미할 정도로 빠르게 작업을 완료하고 있죠. 그렇기에 저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개발자에게는 더 짧은 타임박스가 적합하지는 않을지, 혹은 AI 활용 수준에 따라 스프린트 구조 자체를 유연하게 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그렇게 결국 ‘스프린트’의 의미 자체를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스크럼(Scrum) 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자주 접하고는 합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스크럼 기반의 개발 프로세스가 더는 높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죠. 그에 따라 AI 시대의 흐름에 맞춘 개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실제로 최근 1~2년 사이, 스크럼 마스터(Scrum Master)나 애자일 코치(Agile Coach)의 역할이 줄어들거나 전환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성공한 빅테크 기업의 엔지니어들 중 상당수는 이제 스크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도 말합니다. 2주 단위 스프린트를 추종하지 않으며, 데일리 스탠드업도 하지 않고, 스토리 포인트 추정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 대신 “정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무질서의 결과는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애자일(Agile)의 가치와 일하는 문화가 조직 내부에 충분히 내재화된 상태에서, 각 개인과 팀이 목표 달성에 최적화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는 ‘개인 맞춤형 개발 프로세스’를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례들은 기존 스크럼 프레임워크를 약화시키거나, 혹은 더욱 유연한 형태로 진화시키는 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AI 도구의 도입과 함께, 기존 스프린트를 대체할 새로운 개발 프로세스의 청사진도 그려볼 수 있는 수준이 왔습니다.
그 흐름 아래, 최근 ‘마이크로 스프린트(Micro Sprint)’라는 흥미로운 용어를 접했습니다. 이 개념은 앞서 언급한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기존처럼 2주 단위의 개발 타임박스(Timebox)에 집착하지 않고 자율적이고 목표 중심적인 경량 개발 프로세스를 지향하는 흐름을 반영합니다.
마이크로 스프린트는 기존 스프린트보다 훨씬 짧은 주기의 타임박스를 기반으로 하며, 정해진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는 데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주로 팀 단위보다는 숙련된 개별 엔지니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각자의 역량과 목표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팀 중심 개발 프로세스를 개인 OKR 수준으로 세분화하여, 보다 목표 지향적인 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결국 기존 스크럼 프레임워크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더 유연하고 개인화된 개발 프로세스로의 진화가 지금 시대의 논점으로 보입니다.
여기까지, 빅테크 기업들의 목표 지향적인 개발 프로세스와 마이크로 스프린트 사례로 스크럼 프레임워크에서 제안한 2주라는 타임박스가 가진 진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2주라는 시간이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크럼(Scrum)의 ‘2주 스프린트’가 어떤 철학과 의도를 바탕으로 제안된 것인지를 짚어봐야 합니다. 사람들은 그저 스프린트 주기의 목적을 구체적인 마감일을 정해 완료하기 위한 장치나, 개발자의 퍼포먼스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지표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실, 스크럼의 스프린트 타임박스는 애자일의 핵심 철학 중 하나인 경험주의(Empiricism)를 반영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즉, 스프린트의 본질이 속도나 일정 관리가 아닌, 개발 과정에서 팀이 경험을 통해 배우고 반복해 개선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서 가치를 꾸준히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토대로 점진적인 개선을 이뤄나가는 것이야말로 스프린트의 핵심이죠.
이 관점에서 보면, 마이크로 스프린트 역시 경험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2주 단위 스프린트와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팀 단위가 아닌 개인 OKR 수준으로 세분화된 목표 중심의 개발 방식을 추구하며, 더 짧고 유연한 타임박스로 개인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을 뿐입니다.
결국 이 역시 꾸준한 개선을 위한 경험의 반복이라는 형식과 철학은 유지하되, 시대와 기술 변화에 따라 더 유연하고 개인화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왜 2주라는 기간이 스크럼의 ‘국룰’이 되었을까요? 이를 설명하려면 ‘골디락스 원리(Goldilocks Principle)’라는 용어를 알면 좋습니다. 이 개념은 주로 경제학에서 쓰는 용어인데, 다양한 경험으로 자신에게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찾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1995년, 스크럼이 처음 공식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약 30일(한 달) 단위의 개발 주기가 제안되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애자일이 여러 산업으로 퍼지며 1~4주 사이의 다양한 스프린트 주기 실험이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2주 이내에 개발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민첩하고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죠.
이러한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날 대부분의 개발 조직은 2주 스프린트를 가장 일반적인 주기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결국 이 2주라는 주기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골디락스 원리처럼 애자일의 경험주의에 기반한 수많은 실험과 경험으로 도출된 결과물이라는 뜻입니다.
즉, ‘가장 이상적이며 유지하고 싶은 적정한 타임박스(Timebox)’가 2주였고, 이를 많은 개발팀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렇게 2주 스프린트가 ‘국룰’로 자리 잡은 이유를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기간이 개발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리듬으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2주 단위 스프린트를 운영하면 연간 최대 26회의 리뷰와 회고 기회를 가질 수 있는데요. 이는 한 달 스프린트(연 12회)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의 피드백 루프를 제공합니다. 한편, 이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1주 스프린트는 지나치게 촉박해 번아웃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 3~4주 스프린트는 긴장감이 느슨해져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2주는 ‘달성 가능하면서도 도전적인’ 기간으로 인식되며, 적절한 마감 압박과 품질 유지 사이에서 팀의 몰입도와 동기부여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나온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일하는 회사의 글로벌 PMO 조직에서는 매년 전사적으로 활용하는 연간 스프린트 캘린더(Sprint Calendar)를 생성하고, 모든 스쿼드가 이 일정에 맞춰 협업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개발 조직이 같은 날짜에 시작과 종료를 맞춘다는 것이 다소 관료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적용하다 보니 2주라는 고정된 리듬이 개발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예측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준다는 장점을 만났습니다.
물론 조직의 규모나 프로젝트 복잡도에 따라 최적의 스프린트 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글로벌 제품을 관리하며 여러 개발팀이 협업하는 환경에서는, 2주라는 공통의 타임박스가 심리적 안정감과 협업 효율성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30여 년간, 2주 스프린트는 수많은 개발팀이 실험과 경험을 거쳐 만들어낸 ‘골디락스(Goldilocks)’적 개발 리듬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의 개발 스프린트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2주라는 형식적인 주기가 아닙니다. 핵심은 AI 도구 활용 경험이 개인과 팀의 학습과 개선으로 이어져 지속적으로 가치를 전달하고,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개발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죠.
AI의 도입으로 개발 방식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역량과 목표에 따라 더 짧고 유연한 타임박스가 필요해지는 흐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 만큼 앞으로의 개발 프로세스는 고정된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경험으로 배우고 개선하는 애자일의 본질을 유지해야 합니다. 각 팀과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리듬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방향은 어디에 있을지 고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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