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세운상가에서 애플2를 보고 급여를 털어 컴퓨터를 샀던 20대 청년이 60대가 된 지금까지 개발자로 살아남았습니다. 30년 개발자 생활 동안 대기업 부장에서 사업가를 거쳤고, 현재는 10년째 프리랜서 활동을 하고 있는 40년 경력의 개발자 진광헌 님인데요. 빠르게 변하는 IT 업계에서 40년간 어떻게 생존해왔을까요?
CAD부터 웹개발, 임베디드, AI까지 폭넓은 기술 스택을 보유하고, "남들이 잘 안 하는 것, 어려워하는 것, 금액이 높은 것"을 골라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진광헌님. 60대가 된 지금은 해류 발전기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AI와 휴머노이드를 결합한 농업 자동화를 꿈꾸며 여전히 지치지 않고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60대까지 개발자로 살아남은 그의 생존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진광헌이라고 합니다. 40년간 개발자로 활동해왔어요. 대기업인 대림그룹에서 부장까지 올라갔고, Microsoft와 공동 비즈니스로 매출에 기여해서 MS에서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도 했죠. 퇴사 후에는 국내 최초 안정기 없는 LED조명등을 개발해서 개인 사업을 했지만 실패했고, 그 후 약 10년간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기본소득당에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는 것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궁금함이 병인 것 같아요.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학습하다 보니 어느덧 여러 가지를 하게 되었어요.
임베디드는 AI + 휴머노이드의 시대가 될 것으로 판단되어서 MCU부터 다양한 주변장치들을 연계 연동하다 보니 익히게 됐어요. 캐드는 2D 사내 강사부터 시작해서 취미로 3D와 로봇 관절에 사용되는 기어 등을 공부하고 설계하고 제작까지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죠.
최근엔 LLM의 트랜스포머 구조, 인코더·디코더 파라미터 조정까지 직접 학습해봤습니다. 장비 한계 때문에 깊게는 못 갔지만, 필요한 만큼은 익혔습니다. 필요하거나 흥미 있는 기술을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폭넓게 다루게 됐습니다.
A. 1980년쯤 세운상가를 구경하다가 애플 II를 처음 봤습니다. 화면에 글자가 뜨고 사람이 키보드로 입력하면 기계가 대답하는 게 너무 신기했죠. “저게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여를 털어 애플 II와 확장 카드를 구입했습니다. 그때부터 BASIC 언어로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고, 이 호기심이 결국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후 숭실대학교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컴퓨터 구조와 원리를 공부했고,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당시에는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드물어서, 회사에서도 “컴퓨터 좀 안다”는 이유만으로 기획실이나 3D CAD 실로 불려가 일을 맡게 됐습니다. 그렇게 실무에서 CAD와 플랜트 설계를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진광헌 님은 뚜렷한 원칙을 세웠습니다. 바로 “남들이 기피하는 프로젝트를 고른다”는 것입니다. 그는 “어렵고 단가가 높은 일일수록 경쟁자가 적다”며, 오히려 그런 프로젝트가 자신을 성장시키는 기회가 됐다고 말합니다. 또 그는 ‘전문성’을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고르지 않습니다. 다양한 기술을 다룰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죠.
LED 조명 사업이 실패한 뒤에 프리랜서로 전환하게 됐습니다. 그 LED조명 사업이 실패한 이유가 좀 재밌어요. 당시 형광등 안정기 제조사가 250개사 정도 되는데, 수명이 길고 전력 소모가 적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250개 사가 문을 닫아야 되는 상황 이었거든요. 그래서 안전 인증을 내주지 않았죠. 시장 진입 시기를 놓쳐서 실패한 거예요.
회사도 30년 다녔고, 돈도 벌면서 이전에 쌓아온 능력을 활용하려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 보니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요. 요리사로 따지면 여러 개의 칼 중에 어떤 칼을 쓸지 선택하는 것이죠.
웹과 캐드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웹은 서버 한대 놓고 백엔드로 다른 서버들 엮어 가지고 화면에 보이도록 하는 게 웹이잖아요. 캐드는 2차원이든 3차원이든 설계를 해서 컴퓨터로 설계를 한 거를 직접 만든다든지 그런데 사용하는 거고요. 결국은 임베디드 같은 것도 MCU* 안에 프로그램을 집어넣지만 결국 그것도 그냥 프로그램이잖아요.
저는 그저 그때그때 필요하거나 궁금한 걸 배우고 적용했습니다.
*MCU(Microcontroller Unit): 로봇·IoT 기기에 쓰이는 소형 제어용 칩
"남들이 잘 안 하는 거, 어려워하는 거, 금액이 높은 거"를 선택해요. 선택에 있어서 이기적인 선택보다, 이타적인 선택을 우선하기로 스스로에게 맹세한 이후 이런 기준을 갖게 되었어요.
구체적으로는, 프로젝트의 내용을 보면 여러 가지 기술을 써야 하는 케이스들이 있어요. 한두 가지 기술이 아니고 굉장히 혼자서 여러 가지 기술을 많이 해야 되는 케이스들 말이죠. 내용을 딱 읽어 보면 "아 이게 이 기간 안에 끝날 수 있을까?"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들이에요. 개발자의 느낌이나 직감에 따라 구별하고, 공고 내용이 간결하거나 정리된 공고 내용에 따라 판단해요.
남들이 다 하는 거 보면 재미가 좀 없잖아요? 남들이 못하는 걸 하면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요.
A4 30장 분량 되는 문서에 다 기록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본인이 취미로 만들거나 개발한 것이 있으면 화면과 코드 설명 등을 시기와 순서별로 작성해서 디스크와 클라우드에 같이 보관 관리해요. 나중에 고객들이 보시고 "이거 할 줄 아냐?"하고 물어보시면 "할 줄 안다"라고 얘기하고, 그러면 "이럴 때 어떻게 하냐?"하면서 물어보면 답변도 해주기도 하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 보니까 여러 개의 칼 중에 어떤 칼을 쓸지 선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가"를 계속 고민하다 보면 짧으면 2~3일 내에 좋은 해결책이 떠올라요. 주로 출퇴근 또는 점심시간에 떠오르는 경우가 많아요.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 문제를 위해서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면 그러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도 떠오르게 되고, 그냥 어디 책에서 찾고 이런 것도 되게 좋은 방법이긴 한데 책에서뿐만이 아니고 계속 고민하다 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나 코드들이 나오게 되죠.
커서뿐 아니라 제미나이를 비롯해서 2~3개를 사용해요. 지금은 AI가 일정 부분 코드도 많이 만들어주고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도 할 때도 있고 전혀 못 할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코드도, 프로젝트도 1인 다역해서 가능한 시대가 왔구나 하는 느낌이에요. 내가 그 분야에 대해서 깊이 잘 모르더라도 AI하고 같이 하면서 전체 프로젝트를 네다섯 명 걸려서 만들 걸 한 사람이 다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왔어요.
향후에는 AI가 거의 모든 부분들을 대체할 걸로 예상이 되거든요. 코딩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해외에 있는 것만 쫓아서 하다 보면 나중에 진짜 뭔가 더 좋은 걸 못 만들어낸다는 점이에요.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그 기술에 대해서만 맹목적으로 쫓아가지 말고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것보다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것을 고민을 항상 했으면 좋겠어요.고민하다 보면 더욱 상세히 배우고 학습과 응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깊게 공부하게 되거든요.
AI를 적극 활용하면 키보드 앞에서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니까, 이걸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근본적인 사고와 고민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A. 지금은 해류 발전기를 직접 설계·제작하고 있습니다. 공업계 고등학생 때부터의 평생 꿈이었어요. 다음 세대가 화석연료 없이 무한히 쓸 수 있는 에너지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해류 발전기는 풍력보다 830배 에너지를 더 생산할 수 있고, 저속의 해류 흐름에서도 발전이 가능합니다. 태양광·풍력보다 발전 시간이 길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성능 평가 후 에너지기술평가원에 기술 심사를 의뢰할 예정입니다.
또 하나는 농업 자동화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10년이면 70~80대 어르신 농가가 80% 은퇴하고, 나머지 20% 농가가 4천800만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합니다. 그래서 ROS, LLM, 휴머노이드를 결합해 농사에 활용하고 학습시켜 투입하려 합니다. 내년에는 OpenCV로 yolo 등을 사용 동영상에서 여러 프레임 내부의 객체를 추적·추출해 데이터를 MariaDB의 Vector TABLE 기능(최근 지원 됨)으로 DB화하고, 이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노동 소멸과 수명 연장 시대에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합니다. 현재의 AI는 전기 잡아먹은 하마예요. 하지만 인간은 밥 세 끼면 창조적 활동과 움직임과 개발 등이 모두 가능한 극강의 효율적인 지능을 가진 개발자죠.
AI + 휴머노이드 분야의 경우 아직 미개척 분야고, 초보적인 수준의 휴머노이드가 시장에 진입된 상태입니다. 현재 AI + 휴머노이드가 미숙하게 노동을 대체하며 앞으로 20~30년 동안은 성숙기에 접어들 것입니다.
지금 20~40대라면, LLM의 트랜스포머 알고리즘과 ROS*, 펌웨어(F/W)를 활용해 MCU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법, 그리고 백엔드를 통해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OpenCV를 이용해 객체를 추출·추적하는 기계학습 지식 정도는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ROS(Robot Operating System): 로봇 제어용 오픈소스 프레임워크
2~3년 이후 완전 은퇴 하고, 직장 생활 하느라 못해본 것들 하며 살 생각입니다. 은퇴 이후에도 경제적 수입에 상관 없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활동은 계속 할 생각입니다.
이기적인 선택보다 이타적인 선택을 우선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노동 소멸 시대와 수명 연장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데, 그런 시대에는 이기심 보다 이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늘 돈보다 가장 좋은 선택, 즉 이타적인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끈기가 정말 중요해요. 프로젝트를 할 때도 끈기와 독기가 없이 중간에 포기하거나 단념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조금만 더 인내하면 좋은 결과가 눈앞에 보이는데 그걸 못 참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죠. 저는 어려운 프로젝트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 잠시 숨 돌리고 맛있는 음식을 보충하거나 음악 들으면서 쉬고 난 뒤 재도전해요. 숨 좀 돌리고 어려운 걸 버텨내는 끈기를 가져보면 좋겠어요. 프리랜서로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노력과 솔직함 그리고 헌신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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