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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탈리즘 웹사이트의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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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탈리즘(Brutalism) 웹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만든 것은 브루탈리스트웹사이트닷컴(brutalistwebsites.com)의 설립자인 파스칼 드빌(Pascal Deville)입니다. 이 용어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아마 여러분은 의식하지 못한 채로 브루탈리즘 웹사이트를 여러 차례 방문했던 적이 있을 것입니다. 드빌은 브루탈리즘 웹사이트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브루탈리즘은 투박하고 무관심해서 좀 더 편안하고 쉽게 대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웹 디자인의 가벼움과 낙관주의, 경박함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브루탈리즘 웹사이트를 디자인 할 때, 미적인 아름다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건 아마도 프론트엔드(front-end)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풀 스택(full stack) 개발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엉망으로 디자인 한 웹사이트와 브루탈리즘 웹사이트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브루탈리즘 웹사이트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추하게 만든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브루탈리즘 웹사이트의 스크린샷
브루탈리즘 웹사이트를 표현하는 단어로는 신경 쓰지 않음, 날것, 추함, 반동적, 대담함, 불편함 등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저처럼 컴퓨터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이상한 디자인 트렌드가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궁금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 브루탈리즘 웹 디자인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에 대해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런던에 있는 내셔널시어터(National Theatre)
브루탈리즘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매우 인기를 얻었던 건축 양식입니다. 특히 기관이나 공공 건물에서 이 양식을 많이 채택했습니다. 이 양식이 인기를 얻었던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주로 2차 세계대전과 많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2차 대전으로 많은 도시들이 폐허가 되면서, 사무실, 학교, 교회 등을 비롯한 건물들을 빠르게 재건해야만 했습니다. 전쟁을 치르면서 값싼 콘크리트와 철근은 아주 많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브루탈리즘 건물을 만드는 주요 재료들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저렴한 건축 비용과 실용성이 아주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브루탈리즘은 전 세계의 거대한 도시들을 천천히 점령해 나갔습니다. 특히 영국과 동유럽의 공산권 국가들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러한 건물의 주요한 특징은 건축 자재와 구조적인 요소들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런던의 내셔널시어터가 있는데, 우리는 그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도 이 건물의 내부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체로 매우 진심 어리고 솔직한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브루탈리즘’이라는 용어는 ‘가공하지 않은 콘크리트’를 뜻하는 프랑스어인 ‘베토 브히트(béton brut)’라는 표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건물들을 아주 불친절하고, 추하고, 위협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들으면 뭔가 연상되지 않나요?) 이런 이유로, 브루탈리즘은 건축에 있어서 가장 논쟁적인 양식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보이는 강한 정서적인 반응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양식 자체가 공산주의와 연관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다지 좋게 볼 수 없게 만드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최근에 브루탈리즘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브루탈리즘에 대해서 수많은 책들이 출간되었는데, 대표적으로는 <브루탈리즘을 사랑하는 방법(How to Love Brutalism)>, <브루탈리즘 건축의 지도책(Atlas of Brutalist Architecture)>, <브루탈리즘의 런던(Brutal London)>, <브루탈리즘 예술(The Art of Brutalism)> 등이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brutal_architecture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 수가 거의 20만 명에 달합니다. 확실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인기 부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헤치는 것은 이번 글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GQ>매거진의 브래드 더닝(Brad Dunning)이 제시한 아주 흥미로운 가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브루탈리즘은 건축의 테크노 음악이다. 그것은 삭막하고 위협적이다. 브루탈리즘 건물은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해체하기도 어렵다. 리모델링이나 구조를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원래 건축가가 의도했던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다. 요즘 세상은 온통 혼란스럽고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영속성이라는 것이 특히나 매력적일 수 있으며, 그렇게 다시 하나의 유행으로 되살아 났는지도 모른다.”
저는 이렇게 인기가 되살아 나는 것을 하나의 사이클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루탈리즘에는 확실히 반동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즉, 온통 유리로 만들어진 현대적인 건물들의 숲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이런 콘크리트 괴물들이 좀 더 두드러져 보이고 심지어 높이 평가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브루탈리즘 웹사이트를 정의하는 특징들은 무엇이며, 이 넓은 야생에서 그것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크리에이티브 모멘텀(Creative Momentum)의 맷 스튜어트(Matt Stewart)는 그런 특징들을 하나로 모아서 리스트로 만들었는데, 제가 잠시 빌려와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검은색 또는 흰색 배경
- 그라데이션이나 음영을 사용하지 않음
- 구성요소들을 겹쳐 놓음
- 대칭적인 요소가 없음
- 번잡한 디자인
- 분명한 위계질서가 없음
- 폭이 일정한 타이포그래피
- 전체적으로 하나의 폰트만 사용
- 대비가 강한 컬러 팔레트
- 애니메이션을 거의 사용하지 않음
- 이미지가 거의 없음
- 네비게이션이 단순하거나 아예 없음
- 싱글페이지(Single-page) 웹사이트 디자인
물론 이것이 브루탈리즘 웹사이트를 정의하는 명확한 규칙은 아니며, 이런 모든 사항을 충족하는 웹사이트라고 해서 브루탈리즘 웹사이트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브루탈리즘 웹사이트의 반동적이면서도 펑크적인 속성을 고려한다면, 이런 규칙의 목록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올바르지 못한 것입니다.
파스칼 드빌은 브루탈리즘 웹사이트 디자인이라는 영역 내에 퓨리스트(purist), UX 미니멀리스트(minimalist), 아티스트(artist)라는 세 가지의 미세한 입장 차이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퓨리스트는 웹 브루탈리즘(Web Brutalism)에서도 브루탈리즘의 건축적인 특성을 강하게 참고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재료의 본질’과 그 건축의 구성요소를 가장 순수하게 보여준다는 개념이 있습니다. 반면에 UX 미니멀리스트는 웹 브루탈리즘의 주요 동력을 효율성과 성능이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다른 가능성을 급진적이라고 할 정도로 제한함으로써 고객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티스트, 또는 ‘안티스트(anti-ist)’는 웹 디자인을 (여전히) 저평가된 예술 형태로 생각하며, 대부분의 언론에서 나쁜 평판을 받고 있는 (트렌드를 중시하는) 현재의 주류적인 웹 디자인을 그다지 존중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분류에 한계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저의 견해로는, 이러한 분류를 통해서 각각의 스타일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게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매우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이들 각각의 스타일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스타일에 대해서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씩 제시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이걸 보면서 스스로의 관점을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크레이그리스트(craigstlist.org)의 스크린샷
브루탈리즘 웹사이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을 예상했을 것입니다.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는 아마도 가장 순수한 형태의 브루탈리즘 웹사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CSS도 거의 최소한으로 사용했으며, 소위 말하는 ‘핵심 재료’들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브루탈리즘 건물들이 주요 건축 재료로 콘크리트와 철재만 사용했던 것처럼, 퓨리스트 브루탈리즘 웹사이트는 재료들을 가능한 적게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 크레이그리스트가 어느 날 갑자기 모던한 디자인으로 확 바뀐다면, 많은 사람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UX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곳의 디자인을 바꾼다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니르 이얄(Nir Eyal)은 자신의 유명한 책인 <훅<Hooked)>에서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새로운 디자인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다시 익숙해져야 한다면 사람들은 불만을 느끼고 귀찮아 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문제가 없다면, 바꾸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UX 미니멀리스트
릭 오웬스(rickowens.com)의 스크린샷
네, 이 카테고리의 사례는 고르기가 어려웠습니다. 요즘에는 미니멀한 UX/UI 기법을 사용하는 웹사이트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제가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인 릭 오웬스(Rick Owens)의 웹사이트를 고른 이유는, 브루탈리즘 웹 디자인을 활용한 다른 곳들에 비해서 인정을 덜 받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릭 오웬스 자신도 브루탈리즘의 엄청난 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미적인 관점이 그의 웹사이트 디자인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른 부분에서는 크레이그리스트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릭 오웬스의 웹사이트에서는 CSS를 훨씬 더 많이 사용했고, 자바스크립트도 일부 쓰였다는 것입니다. 컬러 팔레트는 주로 흑백으로 여전히 아주 미니멀합니다. 링크 색깔도 퓨리스트 스타일을 대표하는 파란색이 아닙니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미니멀리스트 스타일에서는 HTML의 기본적인 요소들만 종교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에도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웹 디자이너 디포(Web Designer Depot)의 마크 솅커(Marc Schenker)는 미니멀리즘의 접근법이 고객 전환율을 증가시킨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소아스타(Soasta)의 연구를 언급하면서, 모바일 웹사이트가 1초 더 빠르게 로딩될 수록 고객 전환율이 27% 증가시킨다고 주장합니다. 릭 오웬스의 웹사이트도 단순한 브랜드 쇼케이스가 아니라 온라인 스토어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 전환율이 높아진다면 매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미니멀리즘의 UX/UI 접근법을 (다음 단락에서 살펴볼) 완전한 아티스트 스타일과 앞에서 살펴본 퓨리스트적인 접근법 사이의 중간지대라고 생각합니다.
- 아티스트, 혹은 ‘안티스트(Anti-ist)’
이브 튜머의 웹사이트 스크린샷
이 카테고리에 대해서는 많은 후보군들이 있었지만, 이브 튜머(Yves Tumor)의 웹사이트가 브루탈리즘의 단순함과 아티스트적인 자기표현이 완벽하게 조합되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브 튜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션 보위(Sean Bowie)는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프로듀서입니다. 그의 웹사이트만 봐도 벌써부터 눈이 피곤하긴 하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아티스트의 웹사이트에서는, 이곳을 찾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스타일은 고객들이 크게 열광하지는 않더라도 그다지 비판을 받지는 않겠지만, 이런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이에 대해서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합니다. 분명한 것은 여기에서는 UX에 대해서 언급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UX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드에 대해서 말하자면, 아티스트적인 웹 디자인은 HTML의 기본적인 요소들에만 집착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면에서 퓨리스트와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특정한 분위기나 느낌을 내기 위해서 아주 실험적인 자바스크립트를 선보이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웹사이트에서는 상당히 많은 양의 자바스크립트와 CSS를 사용했지만, 그 목적은 어떤 순수함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예술적인 표현을 위한 것입니다. 실험적인 아티스트가 만든 실험적인 웹사이트인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에게는, 브루탈리즘 웹 디자인이나 브루탈리즘 그 자체가 낯선 개념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좋은 내용을 소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의 브루탈리즘에 대해서 좀 더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브루탈리즘이 천천히 되살아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저의 가설이 흥미로웠기를 바라며, 그것이 여러분에게도 생각할 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번 글은 웹사이트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끝으로, 브루탈리즘을 아주 잘 요약했다고 생각하는 릭 오웬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편안함이 언제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더 높은 곳에서, 보다 직설적으로, 보다 거만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How brutalist design is taking over the internet'을 각색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