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요즘 뜨고 있다는 ‘브루탈리즘 디자인’을 파헤쳐보자.
11분
2021.01.11.32.0K
브루탈리즘 웹사이트의 스크린샷
브루탈리즘 웹사이트를 표현하는 단어로는 신경 쓰지 않음, 날것, 추함, 반동적, 대담함, 불편함 등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저처럼 컴퓨터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이상한 디자인 트렌드가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궁금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 브루탈리즘 웹 디자인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에 대해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런던에 있는 내셔널시어터(National Theatre)
브루탈리즘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매우 인기를 얻었던 건축 양식입니다. 특히 기관이나 공공 건물에서 이 양식을 많이 채택했습니다. 이 양식이 인기를 얻었던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주로 2차 세계대전과 많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2차 대전으로 많은 도시들이 폐허가 되면서, 사무실, 학교, 교회 등을 비롯한 건물들을 빠르게 재건해야만 했습니다. 전쟁을 치르면서 값싼 콘크리트와 철근은 아주 많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브루탈리즘 건물을 만드는 주요 재료들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저렴한 건축 비용과 실용성이 아주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브루탈리즘은 전 세계의 거대한 도시들을 천천히 점령해 나갔습니다. 특히 영국과 동유럽의 공산권 국가들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러한 건물의 주요한 특징은 건축 자재와 구조적인 요소들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런던의 내셔널시어터가 있는데, 우리는 그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도 이 건물의 내부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체로 매우 진심 어리고 솔직한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브루탈리즘’이라는 용어는 ‘가공하지 않은 콘크리트’를 뜻하는 프랑스어인 ‘베토 브히트(béton brut)’라는 표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건물들을 아주 불친절하고, 추하고, 위협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들으면 뭔가 연상되지 않나요?) 이런 이유로, 브루탈리즘은 건축에 있어서 가장 논쟁적인 양식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보이는 강한 정서적인 반응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양식 자체가 공산주의와 연관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다지 좋게 볼 수 없게 만드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최근에 브루탈리즘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브루탈리즘에 대해서 수많은 책들이 출간되었는데, 대표적으로는 <브루탈리즘을 사랑하는 방법(How to Love Brutalism)>, <브루탈리즘 건축의 지도책(Atlas of Brutalist Architecture)>, <브루탈리즘의 런던(Brutal London)>, <브루탈리즘 예술(The Art of Brutalism)> 등이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brutal_architecture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 수가 거의 20만 명에 달합니다. 확실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인기 부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헤치는 것은 이번 글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GQ>매거진의 브래드 더닝(Brad Dunning)이 제시한 아주 흥미로운 가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브루탈리즘은 건축의 테크노 음악이다. 그것은 삭막하고 위협적이다. 브루탈리즘 건물은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해체하기도 어렵다. 리모델링이나 구조를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원래 건축가가 의도했던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다. 요즘 세상은 온통 혼란스럽고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영속성이라는 것이 특히나 매력적일 수 있으며, 그렇게 다시 하나의 유행으로 되살아 났는지도 모른다.” 저는 이렇게 인기가 되살아 나는 것을 하나의 사이클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루탈리즘에는 확실히 반동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즉, 온통 유리로 만들어진 현대적인 건물들의 숲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이런 콘크리트 괴물들이 좀 더 두드러져 보이고 심지어 높이 평가되기도 하는 것입니다.크레이그리스트(craigstlist.org)의 스크린샷
브루탈리즘 웹사이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을 예상했을 것입니다.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는 아마도 가장 순수한 형태의 브루탈리즘 웹사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CSS도 거의 최소한으로 사용했으며, 소위 말하는 ‘핵심 재료’들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브루탈리즘 건물들이 주요 건축 재료로 콘크리트와 철재만 사용했던 것처럼, 퓨리스트 브루탈리즘 웹사이트는 재료들을 가능한 적게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 크레이그리스트가 어느 날 갑자기 모던한 디자인으로 확 바뀐다면, 많은 사람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UX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곳의 디자인을 바꾼다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니르 이얄(Nir Eyal)은 자신의 유명한 책인 <훅<Hooked)>에서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새로운 디자인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다시 익숙해져야 한다면 사람들은 불만을 느끼고 귀찮아 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문제가 없다면, 바꾸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릭 오웬스(rickowens.com)의 스크린샷
네, 이 카테고리의 사례는 고르기가 어려웠습니다. 요즘에는 미니멀한 UX/UI 기법을 사용하는 웹사이트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제가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인 릭 오웬스(Rick Owens)의 웹사이트를 고른 이유는, 브루탈리즘 웹 디자인을 활용한 다른 곳들에 비해서 인정을 덜 받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릭 오웬스 자신도 브루탈리즘의 엄청난 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미적인 관점이 그의 웹사이트 디자인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른 부분에서는 크레이그리스트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릭 오웬스의 웹사이트에서는 CSS를 훨씬 더 많이 사용했고, 자바스크립트도 일부 쓰였다는 것입니다. 컬러 팔레트는 주로 흑백으로 여전히 아주 미니멀합니다. 링크 색깔도 퓨리스트 스타일을 대표하는 파란색이 아닙니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미니멀리스트 스타일에서는 HTML의 기본적인 요소들만 종교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에도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웹 디자이너 디포(Web Designer Depot)의 마크 솅커(Marc Schenker)는 미니멀리즘의 접근법이 고객 전환율을 증가시킨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소아스타(Soasta)의 연구를 언급하면서, 모바일 웹사이트가 1초 더 빠르게 로딩될 수록 고객 전환율이 27% 증가시킨다고 주장합니다. 릭 오웬스의 웹사이트도 단순한 브랜드 쇼케이스가 아니라 온라인 스토어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 전환율이 높아진다면 매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미니멀리즘의 UX/UI 접근법을 (다음 단락에서 살펴볼) 완전한 아티스트 스타일과 앞에서 살펴본 퓨리스트적인 접근법 사이의 중간지대라고 생각합니다.이브 튜머의 웹사이트 스크린샷
이 카테고리에 대해서는 많은 후보군들이 있었지만, 이브 튜머(Yves Tumor)의 웹사이트가 브루탈리즘의 단순함과 아티스트적인 자기표현이 완벽하게 조합되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브 튜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션 보위(Sean Bowie)는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프로듀서입니다. 그의 웹사이트만 봐도 벌써부터 눈이 피곤하긴 하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아티스트의 웹사이트에서는, 이곳을 찾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스타일은 고객들이 크게 열광하지는 않더라도 그다지 비판을 받지는 않겠지만, 이런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이에 대해서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합니다. 분명한 것은 여기에서는 UX에 대해서 언급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UX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드에 대해서 말하자면, 아티스트적인 웹 디자인은 HTML의 기본적인 요소들에만 집착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면에서 퓨리스트와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특정한 분위기나 느낌을 내기 위해서 아주 실험적인 자바스크립트를 선보이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웹사이트에서는 상당히 많은 양의 자바스크립트와 CSS를 사용했지만, 그 목적은 어떤 순수함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예술적인 표현을 위한 것입니다. 실험적인 아티스트가 만든 실험적인 웹사이트인 것입니다.> 이 글은 'How brutalist design is taking over the internet'을 각색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