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서드 파티 쿠키 중단’을 왜 중단했을까?
<삼국지> 드라마에서는 "허망하도다" 같은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4월 22일에 구글의 발표를 들었을 때 나의 반응이 딱 허망함이었다.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에서 서드 파티 쿠키의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었으나 이 계획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사실 광고 업계에서 일하는 나에게는 희소식이다. 기존 전략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이 프로젝트는 무려 2019년부터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중단 안 할게요"라는 구글 발표에 "허망합니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작년 요즘IT에 ‘글로벌 플랫폼 광고 담당자가 보는 구글 쿠키리스 시대 전략’이라는 글을 썼는데, 이번 발표를 바탕으로 2편을 써보고자 한다. 1편에서는 서드 파티 쿠키가 무엇인지, 그것이 사라졌을 때 어떤 파장이 있을지를 알아보았다. 이번 2편에서는 구글이 서드 파티 쿠키 지원의 중단을 중단한 이유와 그들의 결정이 인터넷 공간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 살펴볼 것이다.
이번 발표는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관련 소식을 종합해 보면 생각보다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애당초 계획이 무엇이었는가?

2019년, 구글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면 쿠키라는 흔적 데이터가 남는다. 그리고 수많은 광고 회사들은 이 흔적을 주워 광고 타겟팅에 활용한다. 문제는 이 흔적과 주변 정보를 조합하면 개인을 특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개인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는 회사들도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내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집어낼 수 있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이렇게 개인정보 보호가 취약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미 사이트 운영자들은 방문자들에게 '쿠키 활용에 동의하십니까' 같은 안내문을 통해 선택권을 제공하기는 한다. 그러나 안내문을 표시하지 않는 사이트도 많고, 사이트마다 법적 근거도 다르다. 그리고 '유저가 동의했으니 문제없다'라고 하기에는 인터넷이 우리 삶에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따라서 광고 회사들이 개인의 흔적이 아닌 맥락과 관심사 기반으로 타겟팅하도록 새 판을 짜겠다는 게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의 비전이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의 주요 기술은 아래와 같다.
- 구글 크롬에서 서드 파티 쿠키 지원 중단
- Private State Tokens API: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맥락 정보로 피싱이나 스팸을 퇴치하는데 활용되는 기술
- Topics API : 관심사 기반의 광고 타겟팅 기술
- Protected Audience API: 관심사에 커스텀 키워드를 더한 광고 리타겟팅 기술
- Attribution Reporting API: 광고의 클릭 또는 조회가 전환으로 이어지는 시점을 측정하는 기술
여기서 가장 핵심 부분은 '구글 크롬에서 서드 파티 쿠키 지원 종료'이다. 구글 크롬은 전 세계 30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1위 인터넷 브라우저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파리나 파이어폭스 같은 경우 서드 파티 쿠키 차단이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다. 사용자가 원할 경우 차단을 해제할 수 있지만 굳이 그럴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구글 크롬=인터넷'이라 인식하고 있고, 구글 크롬은 서드 파티 쿠키 허용을 기본값으로 하고 있다.
구글은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한 서드 파티 쿠키 기술을 구글 크롬에서 종료하고, 개인을 특정하지 않는 광고 기술을 선보여 '개인정보 보호와 광고 수익'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얻어맞기 전까진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천하의 구글도 예외는 아니다.
2. 반복되는 계획 지연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2019년에 발표되었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애플이 iOS 앱 내에서 '사용자 활동 추적 금지/허용 팝업'을 띄우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기술 회사들은 점점 개인정보 보호로 무게를 옮기기 시작했고 구글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국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빅테크 기업들을 계속 때리던 시기여서 필연적인 면도 있었다.
광고로 수익을 올리던 관계자들은 (나 포함) 공포에 떨었다. 광고 수익이 하락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광고는 개인에 맞춤형일수록 수익이 올라간다. 서드 파티 쿠키가 사라진다는 것은 맞춤형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이므로 수익 하락은 정해진 미래였다. iOS에서 사용자 활동 추적 팝업이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당시 팝업 등장 후 페이스북, 스냅, 트위터 같은 SNS 업체들의 매출이 수십억 달러씩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즉,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가 줄어들면 당연히 수익이 감소한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구글 크롬 인구는 iOS보다 거대하기 때문에 업계는 공포에 떨었다.
구글 크롬에서 서드 파티 쿠키 지원이 중단되는 것은 2022년 말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전에 웹 트래픽으로 광고 수익을 얻는 회사는 빠르게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에 올라타야 했다. 그러나 도중에 구글은 중단 일정을 2023년 말로 미루었고, 이후 2024년 3분기로 한 번 더 미뤘다. 당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가 서드 파티 쿠키보다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독점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었다. 서드 파티 쿠키가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한 것은 맞다. 그러나 서드 파티 쿠키가 웹 표준 기술인 덕에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해 주는 장점이 있다. 만약 구글이 개발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가 구글이 개발한 크롬 브라우저에서 활용되는 것이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광고 업계의 구글 의존도는 기존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는 규제당국이 바라는 바가 아니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양보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3. 그리고 갑작스러운 중단 발표

이번엔 정말 연기가 없을 것이라 믿었다. 2024년 3분기에 들어서서는 업계가 격변의 시기를 겪을 줄 알았다. 그러나 2024년 4월 구글은 "일단은 2025년 초로 미룰게요"라는 애매한 공지를 올린다. 업계와 정부 기관이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강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때부터 신뢰가 많이 무너졌다. 이전과는 다르게 구글도 반쯤 포기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구글이 2021년에 시동을 걸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많은 변화가 이루어져 왔다. 일단 퍼스트 파티 데이터에 관한 관심이 급증했다. 사용자의 서드 파티 쿠키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다른 데이터로 타겟팅을 해야 한다. 그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사용자의 이메일 주소, 성별, 나이, 위치, 관심사, 구매 이력 등의 정보다.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서비스일수록 광고 수익화에 유리해진다.
해외의 경우엔 Unified ID 2.0과 같은 표준이 등장하면서 변화를 가속했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의 이메일 주소를 기반으로 암호화된 토큰(UID2)을 생성해, 광고 생태계 내에서 공통된 ID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암호화된 토큰을 공유하며 사용자의 동의와 통제를 기반으로 운영되므로, 개인정보 침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광고를 운영하면 할수록 각 사용자 토큰에 대한 맥락 정보가 쌓이기 때문에 타겟팅 광고를 운영하기에 적합하다(예: A 토큰은 스포츠용품에 관심이 많다). 이제는 서드 파티 쿠키가 중단되든 말든, 새로운 기술이 하나둘씩 업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2025년 초가 되어도 잠잠했던 구글은 4월 22일 공지를 통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아이스박스에 넣어버렸다. 구글 크롬에서 서드 파티 쿠키를 중단할 것이라는 장기 계획이 멈추게 되었다. 당장 큰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허망한 마음도 있었다. 5~6년 동안 질질 끌어온 끝에 그냥 안 하겠다는 결론으로 마무리 짓다니 말이다.
4. 구글의 반독점 소송 패소

사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중단 공지가 올라온 4월 22일 전에 한 가지 뉴스가 있었다. 구글이 온라인 광고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이었다. 미국 법무부는 2023년 1월 "구글은 오픈 웹 디지털 광고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으며 이는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구글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24년 9월에 재판이 열렸고, 올해 4월 17일에 미국 법원이 재판 결과를 발표했다.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그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왔음"이라며 구글의 유죄를 알렸다.
재판의 결과가 서드 파티 쿠키 중단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재판의 결과가 나온 지 5일 만에 중단 선언을 하는 것이 완전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구글 크롬에서 서드 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게 되고, 이는 업계가 구글에 더욱 의지하는 구조가 되므로 구글의 독점적 지위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구글이 결정을 2025년 초로 미루었을 때도 독점적 지위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재판 결과가 쐐기를 박은 느낌이다.
과거 구글은 광고 말고도 "검색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라며 미국 법무부의 소송을 당했다. 오랜 싸움 끝에 구글은 결국 패소했는데, 법무부는 이에 대한 시정 조치 중 하나로 구글이 크롬 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구글이 검색, 인터넷 브라우저, 광고 기술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니, 이를 분리하려는 속셈이다.
법원이 정말로 크롬 사업부를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이에 따라 구글 크롬이 매각될 경우, 인수하겠다는 회사들이 줄을 서고 있다. 현재 OpenAI, 야후, 퍼플렉시티가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며, 정말로 매각 명령이 내려지고 가격대가 형성되면 줄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꼭 크롬 브라우저가 아니더라도, 구글 광고 서버(GAM)가 매각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직 항소 과정이 남아있으니 어떻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구글은 검색 시장의 독점, 광고 시장의 독점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그리고 이 두 소송에 대해 모두 항소할 계획이다. 구글의 검색, 크롬, 광고 기술은 모두 하나의 생태계로 엮여 있다. 이 셋 중 하나만 분리돼도 구글의 사업 전략과 매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사업부 운영에 규제를 받았으면 받았지, 강제 매각을 하는 시나리오는 원치 않을 것이다.
구글의 반독점 소송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은 거대한 지각변동의 전조다. 인터넷 생태계는 검색과 SNS에 이어 AI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여기서 구글의 팔 한쪽이 잘리게 된다면 힘의 구조가 크게 바뀐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단순히 "빅테크 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줄어들었대!" 같은 결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비스의 변화는 일상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우리 삶의 정말 많은 부분을 구글에 의존하며 산다.
결론: 앞으로의 변화 예상
<요약>
1. 구글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구글 크롬에서 서드 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여 '개인정보 보호와 광고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2. 애당초 계획은 2022년 말에 서드 파티 쿠키를 중단하려 했으나 일정은 반복해서 미루어졌다.
3. 2025년 4월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계획이 사실상 중단되었고, 광고 업체들은 퍼스트 파티 데이터와 서드 파티 쿠키를 활용해 계속해서 수익화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4. 구글이 검색과 광고 기술 두 가지 분야에서 반독점 소송을 당했고 모두 패소했으며, 구글의 항소 결과에 따라 구글 크롬 또는 광고 서버와 같은 사업부의 강제 매각이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영원할 것만 같던 구글천하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아마 2022년 11월부터였다. 바로 ChatGPT가 출시된 시기다. 그로부터 2년 반 정도가 흘렀고,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정보 검색에서 AI 대화로 넘어가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검색은 정보를 주지만, AI는 (정확도를 검증하긴 해야 하지만) 답을 준다. 답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소송 건이 없었다 해도 구글은 서드 파티 쿠키 중단을 중단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구글은 모든 역량을 AI 개발에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구글도 AI 경주의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수익화할지 아직 방향성을 찾지는 못했다. AI 수익화 전략을 구축하기 전까지는, 기존 사업이 계속해서 든든한 캐시카우로 남아있어야 한다. 따라서 광고 수익성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과연 강행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서론에서 밝혔듯이 이 사태에 대해 나의 기분은 "허망하다"로 요약된다. 광고 수익 측면에서야 희소식이지만, "그만할게요"라는 발표에 "허망합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변화들이 있었으니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진짜로 큰 변화가 오는 중이다. 독점기업 구글에 대해 미국 법원이 어떤 시정 조치를 내릴지, 바짝 붙어서 지켜볼 예정이다.
<참고>
- App Tracking Transparency has hit social media for $10 billion in lost revenue so far
- Update on the plan for phase-out of third-party cookies on Chrome
- Next steps for Privacy Sandbox and tracking protections in Chrome
- US. v. Google: Case 1:20-cv-03010-APM
- US. v. Google: Case 1:23-cv-00108-LMB-JFA
- The Justice Department is trying to make Google sell off its Chrome browser
- OpenAI and Yahoo both want Chrome if Google has to sell
- US judge sets May 2 hearing to discuss remedies in Google digital ads lawsuit
- Court Hearing Offers A Sneak Peek Of Potential Remedies For Google’s Ad Tech Monopo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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