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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쓴 ‘7년 차 PM이 알려주는 취업 뽀개기 인턴 1편, 2편’에 이어, 단순히 신입으로 입사하면 취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이번 글을 쓰게 되었다. 네임밸류가 있는 빅테크 기업 혹은 대기업, 연봉이 높은 안정적인 기업에 한 번에 신입부터 입사해서 일할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기회는 한정적이다. PM/서비스 기획 직무는 신입 채용의 기회가 다른 개발 직군보다 상대적으로 적어서, 원하는 회사에 신입으로 취업 하기에 문턱이 높다. 그래서 우리는 더 좋은 스펙을 쌓고, 더 나은 자기소개서를 쓰고, 어떻게든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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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쓴 ‘7년 차 PM이 알려주는 취업 뽀개기 인턴 1편, 2편’에 이어, 단순히 신입으로 입사하면 취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이번 글을 쓰게 되었다. 네임밸류가 있는 빅테크 기업 혹은 대기업, 연봉이 높은 안정적인 기업에 한 번에 신입부터 입사해서 일할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기회는 한정적이다. PM/서비스 기획 직무는 신입 채용의 기회가 다른 개발 직군보다 상대적으로 적어서, 원하는 회사에 신입으로 취업 하기에 문턱이 높다. 그래서 우리는 더 좋은 스펙을 쌓고, 더 나은 자기소개서를 쓰고, 어떻게든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는다.
처음 취업할 때는 ‘얼마나 좋은 곳에 취업했는지’가 마치 나의 위치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7년 전 서비스 기획자로 취업했을 때는 직무뿐만 아니라, 빅테크 기업이 아닌 곳에서 IT 업무를 한다는 것이 생소했다. 그래서 매번 “그게 뭐 하는 일인데?”라며 주변의 걱정을 사곤 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온 지금, 그런 걱정은 그저 우려일 뿐이었단 걸 안다. 주변에서도 걱정을 접고 모두 내 직무를 존중해 준다.
처음부터 크고 안정적인 기업에 공채로 입사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목표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는 곳도 후보에 두었으면 좋겠다. 연봉과 커리어 패스를 이야기할 때 100명이 있으면 100개의 경험이 있다. 물론 사람마다 방법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내 경험만 내세우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IT 업계는 커리어를 쌓고 이직하는 과정을 통해, 연봉을 높이고 좋은 회사로 이동할 기회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필자 주변에도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지만, 커리어를 쌓아 본인이 만족할 만큼의 연봉을 받는 지인들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와 주변 지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게 된 정보를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기획자가 대기업과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좋은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그리고 회사 밖에서는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할 예정이다.
신입으로서 좋은 회사를 고르는 방법, 커리어를 쌓는 방법을 주로 다루며,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 사전 과제, 면접의 테크니컬한 방법은 ‘7년 차 PM이 알려주는 취업 - 인턴 편'에서 자세히 적어두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을 정하는 기준은 근로자 300인 이상이며(2024년 KDI 보고서 기준), 자산 총액이나 매출총액 기준으로도 사업체의 규모를 정의할 수 있다.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에서는 임의로 IT 부서의 규모에 따라 큰 기업/ 작은 기업으로 분류했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여, 예외인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회사에 따라 규모가 커도 작은 기업의 특성을 가질 수도 있고, 작은 기업이지만 큰 회사의 특징을 가질 수도 있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부서별로 혹은 팀별로 경험이 다를 수 있으므로(부바부, 팀바팀은 진리다), 확률이 높다/낮다 등 다소 모호한 표현이 있어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큰 기업에서의 신입은 아주 큰 사업에서 일부 작은 도메인 업무를 경험하게 된다. 규모가 큰 기업의 서비스는 이미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고,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서비스가 고도화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큰 기업에서는 각 서비스와 세부 기능마다, 부서와 팀이 나누어져 큰 조직 단위로 업무가 이루어진다.
카카오톡 서비스를 예시로 들어보자. 채팅 서비스만 해도 서로 번호를 아는 개인 간의 대화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와 이야기하는 오픈 채팅, 사업체에서 비즈니스를 위해 사용하는 플러스 채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채팅 서비스 외에 카카오톡 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물하기, 카카오페이, 페이지 콘텐츠 서비스 등을 포함하면 그 범위는 더 넓다. 따라서 카카오에 신입으로 입사했다고 한다면, 카카오톡이라는 큰 사업 내에서 세부적으로는 ‘선물하기 기획자’로서 커머스 도메인을 담당하는 기획자로 입사하게 된다. 커머스 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장, 상품 상세, 주문, 결제, 정산 등 각 기능에 따라 담당하는 더 세부적인 영역을 맡게 될 확률이 높다.
대기업에서 신입으로 일할 때의 장점은, 담당하게 된 영역의 전문성을 가진 동료들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처음에는 신입에게 작은 부분의 업무부터 부여할 테고, 전문성을 가진 사수를 통해 업무를 차근히 배워나가게 된다. 고도화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내가 담당한 영역만큼은 아주 세부적인 영역이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서비스의 노하우를 알아갈 수 있다.
이 방식으로 신입의 역량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다른 프로젝트를 맡을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모든 것이 서툰 신입 시절에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건 큰 자산이 된다. 만약 공채를 뽑는 기업이라면 입사 동기들이 생겨 힘들 때 의지할 수 있고, 내가 속한 팀, 부서뿐 아니라 친한 동료들이 있는 다른 부서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제 단점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커머스 도메인의 상품 상세 페이지를 담당하는 팀이라면 ‘사업의 큰 방향성'을 바라보며 일하기 쉽지 않다. 당장 나에게 주어진 일은 상세 페이지 내에서 상품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리뷰를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지 등의 개선 업무가 될 것이다. 이미 잘 운영하고 있는 고도화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변화가 많지 않고 계속 유지하며 조금씩 개선하는 업무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프로덕트를 만들 때, 그 제품의 생애주기에 따라 0 to 1, 1 to N으로 나눈다. 1을 찾은 서비스는 ‘시장 적합성’을 찾았다고 표현하는데, 대기업에서 오래 운영하는 서비스는 이미 1을 만들어 성공한 서비스다. 말 그대로 해당 서비스를 통해 시장에서 충분한 수익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1 to N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서비스를 더 편리한 구조로 개선하는 업무가 필요하다.
이미 1을 만들어낸 서비스를 크게 리뉴얼하는 프로젝트가 주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미 고도화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소규모의 팀/파트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 서비스의 영향도에 따라 상세뿐만 아니라, 결제, 주문, 클레임, 정산 등 필요한 영역의 기획자, 개발자들이 모여 일한다. 하나의 큰 프로젝트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작은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의, 일정 조율 등 커뮤니케이션에 큰 비용이 든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하는 성향에 따라,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기획자들도 있다.)
결론적으로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신입사원부터 체계적으로 일을 배울 수 있지만, 본인의 역량과 연차가 쌓이기 전까지는 큰 프로젝트를 직접 리딩해 볼 경험이 별로 없다는 단점이 있다. 동일하게 2년의 연차를 쌓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대기업에서 상품 상세를 다루는 업무만 경험한 사람과 작은 기업에서 커머스를 0(제로) 단계부터 두 번, 세 번 만들어 본 사람은 다르다. 나중에는 커리어 면에서 그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다음은 작은 기업의 특징과 장단점을 살펴보자. 작은 기업의 경우, 사업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작은 부분보다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큰 기업 대비 인력이 적고,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아직 0 to 1을 만들지 못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팀 또한 세부적인 기능 단위보다는 서비스의 큰 덩어리를 모두 커버해야 할 것이다. 기획에서도 ‘상품 상세 페이지’라는 세부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커머스의 전체 방향성과 모든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
작은 기업에서의 장점은 신입에게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맡을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대기업이었다면 크고 중요한 프로젝트일수록 연차가 높고 경험이 많은 기획자가 주도할 텐데, 스타트업 같은 작은 기업에서는 신입에게도 큰 기회가 주어질 확률이 높다.
필자도 작은 기업에서 일할 때(2년 차) 기존에 없던 ‘검색 서비스’를 만드느라, 검색 엔진 붙이는 작업부터 0 to 1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또한 메인 기획자로서 프로젝트 전반적인 부분을 리딩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이 경험은 추후 이직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작은 기업의 경우, 서비스가 아직 고도화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속도감 있게 업무할 수 있다. 다른 부서와 협업할 때도 인원이 적어 절차가 간소화되고, 대기업보다 더 빠르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기업에서의 단점도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업무 체계가 부족하고, 심지어 일을 배울 사수도 없는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할 수도 있다. 아주 세부적인 업무라도 차근히 배워나갈 수 있는 대기업에 비해, 작은 기업은 하루빨리 서비스를 0 to 1을 만들어야 하기에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품 상세를 알아가는 것도 벅찬데, 커머스 전체를 이해해야 하기에 난이도가 높다. 제대로 된 기획 과정을 배우기도 쉽지 않다. 또한 다루어야 하는 영역도 포괄적이다 보니, 사수가 있더라도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PM 직무를 혼자 하는 경우라면, 회사 내에서 동료의 도움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막막한 기분으로 업무를 이어 나가야 한다.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경험은 ‘어떤 회사’에서, ‘어떤 경험’인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를 것이다. 속도감이 있어도 능력 있는 동료들과 일하며 경력을 잘 쌓을 수 있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아무도 어떤 기획이 좋은 기획인지 판단할 수 없는 곳에서, PM/서비스 기획 업무뿐 아니라 이런저런 잡무를 하느라 제대로 된 경력을 쌓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똑같이 맨땅에 헤딩하더라도, 몇 가지 조건을 두고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는 회사를 고르는 방법 중 첫 번째는 내가 ‘배울 수 있는 사수’가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울 수 있는 사수가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방법은 PM이 팀으로 따로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하거나, 적어도 5년 이상 연차의 PM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PM/서비스 기획 직무의 팀이 따로 있다면, 팀장급의 리더와 연차가 있는 선배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정보를 회사 홈페이지에서 찾지 못했다면, 면접에서라도 확인해 보자. PM 또는 서비스 기획팀이 구성되어 있는지, 아니면 팀은 없더라도 연차가 높은 동료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면접은 회사뿐만 아니라 지원자도 회사를 평가하는 자리다. 작은 회사일수록 면접에서 회사의 비전과 내가 업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회사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많이 모을수록 좋다. 링크드인, 지인 등을 통해 이 회사에선 어떤 동료들과 일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이외에도 스터디, 강연 등에 참여해 네트워킹하는 방법도 있다. 강연하는 분께 적극적으로 명함을 받거나, 신입을 채용할 예정이 있을지 문의해 볼 수도 있다. 또한 커피챗, 잇다 등의 플랫폼을 통해 그 회사에서 일하는 현직자와 미팅하는 방법도 있다.
나 또한 첫 회사를 선택할 때, 서비스 기획팀이 있는 곳으로 골랐다. 회사의 규모나 전망보다는 기획자로서 확실하게 업무 능력을 쌓아갈 수 있는 곳을 고른 것이다. 아쉽게도 조직의 변화로 팀장님께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기간은 1년 남짓이었지만, 기획자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하는지, 디자이너, 개발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같은 기본기를 쌓을 수 있었다. 그 후에도 5년 차 이상 기획자 선배들과 함께 일하며, 많은 도움을 얻었다. 한 예시로 ‘검색 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사전에 선배 기획자 중 한 분이 미리 어떤 검색엔진을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업무를 진행해 나가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마다, 선배들에게 물으며 배워가는 시간이 큰 자양분이 되었다.
두 번째는 개발 조직이 잘 구성된 곳이다. “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PM 구성원이 아무리 좋아도, 개발 인력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면 기획한 내용을 실행하기 어렵다. 좋은 기획을 했더라도 개발 인력의 스킬이 낮거나, 혹은 인력이 부족해서 실제로 구현되지 못했다면 성과를 낼 수 없다. 적어도 개발 조직이 팀으로 구성되어 있거나, 서비스에 따라 백엔드, 프론트엔드, 앱 개발 등이 모두 내부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하면 좋다.
일례로 내가 신입으로 일했던 회사는 규모는 작지만, 개발 조직이 잘 구성되어 있었다. 기획서 내용 중에 데이터, 개발 관점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오히려 개발자들이 사수처럼 많은 것을 알려주곤 했다. 능력 있는 개발자를 만나면 기획 인력이 부족할 때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실제로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일하며, 개발자들과 좋은 관계를 쌓아 개발과 데이터 양면으로 강점을 가진 기획자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반해 개발 조직이 내부에 없어서, 외부 인력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서로 간의 친밀한 관계를 쌓으며 일하거나, 적극적으로 소통 및 협업하기가 어렵다.
추가로 QA팀 조직이 있거나, 전문적인 QA 인력이 있는지도 확인하면 좋다. QA 인력 구성 여부는 그만큼 회사가 서비스 퀄리티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참고로 QA 인력이 없다면, PM/기획자가 해당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QA 조직이 있더라도 PM/기획자가 기본적인 기능 구현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신규 서비스를 배포할 때나 배포 이후 서비스를 관리하는 차원에서도 전문적인 조직이 있다면 차이가 크다. 특히 PM/기획자 입장에서는 QA 조직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기획과 프로젝트 매니징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도메인을 경험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언젠가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적어도 커머스 분야에서 일해보는 것이 좋다. 꼭 같은 도메인, 서비스를 경험해 보아야 이직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직 성공의 확률을 높인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직과 관련된 내용은 이후 ‘이직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만약 원하는 도메인이 아니더라도, 신입에게도 메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리딩할 수 있는 경험이 주어지는 곳이면 좋다. 필자가 면접을 볼 때 회사에 꼭 질문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저를 채용하신다면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시나요? 그리고 저는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다. 사전에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알기 위함도 있지만, 그 회사에서 나에게 어떤 업무를 맡기게 될지, 그를 통해 내가 얼마나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을지 가늠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회사의 성향 혹은 같은 회사라도 입사하는 팀의 목적에 따라, 신입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경험은 달라진다.
필자가 신입으로 일했던 회사는 콘텐츠가 메인인 회사였는데, 서비스 기획자는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잘 학습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었다. 특히 IT 부서는 인력은 적었지만, 비교적 젊은 층으로 구성되어 신입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담당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 개발자와 협업해 유튜브처럼 콘텐츠로 순위를 경쟁하는 플랫폼도 기획해 보고, 콘텐츠를 온라인상에서 퍼즐 조각처럼 맞춰 학습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신입치고는 다양한 업무와 큰 개편 업무도 리딩해 볼 수 있었다. 물론 벅찬 업무도 있었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움을 구할 기획자 선배와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있었기에 3년 동안 탄탄하게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여러분이 신입이라면 회사에서 어떤 서비스를 운영하는지, 입사했을 때 내가 어떤 역할과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그렇게 2~3년 정도 일하면 커리어를 어떻게 잘 쌓을 수 있을지를 미리 가늠해 보자. 아직 PM/기획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모르겠다면 현직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 가보고, 어떤 회사를 고르면 좋을지 감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취업 전, 혹은 신입으로 입사한 후에 회사 안과 밖에서 업계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를 추천한다. 회사 안에서 스터디 등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참여해 보자. 업무 외에 ‘스터디’를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좋은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선배, 동료들과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업무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회사 밖에서도 IT 커뮤니티에 속해있거나, 외부에서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스터디에 참여해도 좋다. 회사 안에서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 안의 세계만 경험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넓다. 필자가 콘텐츠 회사 내 IT 부서에서 일할 때 회사에 좋은 선배들이 많았지만, 외부에서 다른 회사에 다니는 PM/ 기획자를 만나고 강연을 들으며, 그간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회사에서는 ‘데이터 분석’, ‘그로스 해킹’, ‘UX 리서치’ 등을 당연하게 적용하고,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후 회사 내에서도 적용하려고 노력했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따로 공부했다. 또한 많은 회사에서 더 나은 조직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좋은 회사를 고르는 나만의 기준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듯 회사 밖에서의 경험은 회사 안에서 나의 실력을 키워주고, 능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신입 시절, 독서 스터디를 하며 따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새로 만난 팀장님께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 ‘데이터 분석’을 적용해 보고 싶다는 제안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 그 기회로 좋은 평판을 쌓을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었다.
꾸준히 업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습득하고, 관련 글을 읽는 것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업계 정보에 관한 글 읽기’를 출근할 때 혹은 업무를 시작하기 전 루틴으로 만들어 보자. 필자가 기고하고 있는 요즘IT에서는 작가들의 깊이 있는 분석 글뿐만 아니라, 각 IT 기업에서 발행하는 블로그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다. 이외에도 추천할 만한 플랫폼은 주제별 좋은 글을 볼 수 있는 브런치, 미디엄, 유료 구독으로 볼 수 있는 퍼블리, 아웃스탠딩, 롱블랙, Ep9 등이 있다. 여러 플랫폼의 글을 모아 큐레이션 해주는 서핏도 있다.
PM의 기본 역량을 쌓기 위해 강의, 책으로 학습하는 것도 좋다. 책 추천으로는 <인스파이어드>, <7가지 코드> 등 PM 업무를 다루는 책뿐만 아니라, <함께 자라기>, <상자 밖에 있는 사람> 등 업무 방법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협업하는 방법, 데이터 분석, 마케팅, 브랜딩,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두루 읽으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다음 추천하는 방법은 ‘스터디’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업무에 관련된 책일수록 혼자 읽고 이해하는 것보다,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큰 도움이 된다. 필자도 주말에 꾸준히 독서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앞서 말한 ‘업계 사람들과 관계 맺기’와도 이어져, 좋은 커리어를 쌓는데 시너지 효과까지 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이외에도 파이썬, SQL 등 개발 언어와 데이터 구조를 학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PM/기획자로 취업하고자 하는 멘티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기획자가 개발을 어디까지 알아야 하나요?”라는 것이다. 이 답변에는 PM 지인이 해준 얘기가 적절했는데, ‘개발자와 업무를 할 때 이야기가 통하고 협업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알면 된다는 것이다.
기획이 기획자의 일이라면, 기획 의도대로 기능이 구현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조를 짜고, 개발 코드를 만드는 건 개발자의 일이다. 좋은 개발자는 비개발자도 이해하기 쉽도록 잘 설명해 주는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획자도 서비스의 데이터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큰 그림을 알고, 개발자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협업하는 데 무리가 없다. 필자의 경험상 꼭 파이썬이 아니더라도, 개발 언어 하나라도 기본기만 익혀두어도 협업에 도움이 된다. 프로그래머스 등 플랫폼을 통해 학습하면 기본기를 익히는데 1~2달 정도면 충분하다. SQL 또한 데이터 구조를 파악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고, 실제로 기획자가 직접 SQL로 기본적인 데이터를 뽑아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기도 하므로 미리 공부해 두면 좋다.
신입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 더 좋은 회사에 가고 싶다면 꾸준히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물론 지금 입사한 회사가 마음에 들어서 오래 일하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다. 좋은 자세이지만 회사 경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고,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미리 준비해 두어서 나쁠 건 없다. 혹시 어떠한 이유로 이직을 준비하게 된다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이력을 갑자기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큰 서비스 리뉴얼을 진행했다면, 개편 이전의 화면을 그때 가서 다시 확인하기 어렵다. 언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어떻게 준비하고 개선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좋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도 포트폴리오에 적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는 중요하지 않은 자잘한 업무를 제외하고, 모든 업무를 굵직하게 기록해 두길 추천한다. 추후 완성된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똑같이 제출하기보다는 각 회사의 도메인, 운영하는 서비스에 맞게 작성해야 한다. 그간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콘텐츠 회사에는 콘텐츠 관련 업무나 그 회사에서 관심이 있을 만한 업무로 구성하고, 커머스 회사에는 커머스 관련 업무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직 계획이 없더라도, 각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개인 데이터베이스에 미리 준비해 놓자. 기본적인 정보로 프로젝트 진행 기간, 기획 기여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배경을 작성한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 기획했는지 과정과 포인트를 기술하고, 개선 전후의 결과물은 UI/UX와 데이터 등 성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해 둔다.
원하는 목표를 한 번에 정하려고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신입으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회사 안에서도 욕심이 생기는 프로젝트가 생길 수도 있고, 외부에서 다른 PM/기획자를 만나며 이런 경험은 해보고 싶다는 지점들이 생길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목표가 생겼다면, “적극적으로 그 업무를 맡아보고 싶다.” 혹은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다음 기회에 이런 프로젝트를 맡아보고 싶다.”라고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내가 검색 서비스의 0 to 1을 경험해 볼 수 있었던 건 이 부분을 담당해 보고 싶다고, 대리님께 적극적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다만 원하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해내면서 신뢰를 쌓는 것이 먼저다. 이미 신뢰를 잘 쌓은 상태로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잘 해내고 싶은 직무를 찾았다면, 어딜 가더라도 길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의 요소를 발견했다는 것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직무가 아니더라도, 다른 면에서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M 직무만 해도 IT 업계에서 서비스와 프로덕트를 기획, 매니징하는 능력을 다른 업계 혹은 개인 사업을 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신입으로서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것을 배움의 기회로 생각해 보자. 대기업에서는 큰 조직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운영되는지를 배울 수 있고, 작은 기업에서는 멀게만 느껴졌던 C레벨, 임원진 옆에서 전체 사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더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다.
만약 대기업 공채에 여러 번 도전해 봤다면, 좀 더 작은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는 방법도 후보로 두면 좋을 것 같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길이 될 수도 있고, 사회초년생부터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과 비교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경험이 본인의 삶과 커리어 전반에 의미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정답은 없으니, 본인에게 잘 맞는 회사를 만나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텐데, 많이 지치지 않길 바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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