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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스타트업 인재와 대기업 인재를 구분하고는 한다. 기업의 환경과 조직문화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낮은 연차에도 더 많은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스타트업만의 특징으로 이해될 수 있는 수평적인 의사결정, 직급을 배제한 호칭과 같은 조직문화들도 자유로움에 대한 어떤 갈망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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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타트업 디자이너에게 불확실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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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디자이너 불확실성
<출처: 작가>

 

흔히들 스타트업 인재와 대기업 인재를 구분하고는 한다. 기업의 환경과 조직문화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낮은 연차에도 더 많은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스타트업만의 특징으로 이해될 수 있는 수평적인 의사결정, 직급을 배제한 호칭과 같은 조직문화들도 자유로움에 대한 어떤 갈망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조직 문화는 실리콘밸리 CEO들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으로 그냥 이렇게 해보자"라고 해서 만들어진 문화가 아니다. 이는 기존과 다른 불확실한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스타트업 디자이너 불확실성
<출처: Vladimir Kudinov On Splash>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는 스타트업을 "극도의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사업을 창조하는 조직"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유동적인 토양에서 자연 발생한 것이 린 방법론이다. 마찬가지로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 또한 수직적인 워터폴 모델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시장, 요구사항, 기술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탄생했다. 기존 기업 형태와 다르게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가진 스타트업에서 그에 맞는 여러 방법론들이 싹튼 것이다. 

 

나는 스타트업 디자이너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스타트업 디자이너의 덕목이자 생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 글에서는 스타트업의 불확실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아보고, 그 가운데 스타트업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스킬이 무엇인지, 소프트스킬과 하드스킬로 나누어 이야기해보려 한다. 

 

무엇이 그렇게 불확실한가?

“스타트업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주도적으로 일해야만 하는' 환경이다.”

스타트업 디자이너 불확실성
<출처: 작가>

 

인적 자원의 불확실성

스타트업은 각 팀마다, 회사마다 다양한 목적과 자원을 활용해 운영된다. 특히 매우 초기 단계의 회사라면 다양한 역할을 혼자 떠맡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즐기는 편이 좋다.) 예를 들어 이제 막 서비스 설계가 시작되었거나 시작할 예정인 회사에 합류하게 된다면, 디자이너의 수가 꽤 적을 것이다. 어쩌면 회사의 첫 디자이너로서 일하게 될 수도 있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당시 회사의 첫 UXer로서 B2C 서비스의 UX 리서치, 기획, 디자인, QA까지 모든 일을 맡아 작업했던 기억이 있다. 필요에 따라 한 명씩 디자이너가 채용되어 업무가 많이 분배되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팀원 채용이 아주 빨리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일을 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책임감을 많이 가질 수도 있어야 한다. 나는 항상 몸과 마음이 바빴지만 실무, 커뮤니케이션,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스킬을 빠르게 숙련시킬 수 있었다.

 

반면 갑작스럽게 전사적인 판단에 따라 우리 팀 인원이 팀 외부의 다른 급한 업무에 투입될 수도 있다. 팀 또는 회사 외부 변수에 취약한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예상치 못한 인력 유출이 일어나기 쉽다. 이러한 상황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심리적으로 대비하고, 인원이 빠져나갔을 때 팀에서 목표하고 있던 방향성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침착하게 이해관계자와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의 불확실성

우리 인생의 모든 상황에서 그렇듯이, 시간은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회사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1)시간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을 때2)예상치 못한 일이 치고 들어올 때, 3) 예상보다 작업이 더 오래 걸릴 때다.

 

시간은 항상 결과물의 질과 연관된다. 양쪽에 쟁반이 달린 아날로그 저울을 가지고 작업 일정과 결과물의 퀄리티를 가늠한다고 상상해 보자. 시간이 많을수록 퀄리티는 올라갈 것이고, 적을수록 퀄리티는 내려갈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고?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적거나 갑자기 줄어들었음에도 기존에 목표했던 퀄리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만약 주어진 시간이 처음부터 적거나 기존보다 적어졌다면 변경된 사항에 대해 이해관계자와 꼭 논의해야 한다.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로 주어진 시간에 맞는 작업량을 산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실제 기한은 버튼 하나 추가할 수 있는 정도뿐인데,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이유로 다른 버튼이나 페이지를 꼭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개발 기간이 가능한지를 따져서 구현할 수 있는 정도로 기획량을 정하는 것이 옳다. 개발 기간에 맞게 기획 범위를 줄이거나, 때론 사용성을 포기하고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기만 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처음에 가능하리라고 생각한 시간보다 작업이 더 길어졌다면 팀 전체 회고 시간에 원인과 개선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대부분 작업 지연이 발생하는 상황은 (놀랍게도) 누군가 작업을 뭉그적거릴 때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간이나 작업량, 결과물의 퀄리티의 수준에 대해 이해관계자 모두가 일치했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조금씩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목표의 불확실성

불확실한 것들 중 가장 발생 빈도가 높고, 그래서 가장 까다롭다. 애자일 스타트업 팀은 팀원 각각이 높은 오너십을 갖기를 장려하고, 이렇게 오너십이 높은 상태의 팀원들은 팀이 나아가는 방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한다. 리더가 정한 방향성이라도 근거가 납득되지 않으면 꼬리를 물고 논박하는 모습도 일반적이다(물론 예의 바르게). 애자일 조직에서는 리더가 다양한 의견에 대해 토론하는 것에 익숙하고 목표를 수정하는 데 거리낌이 없을 때 더 나은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같은 단어를 두고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에 혼란이 발생할 때가 많다. 이전 미팅에서 분명 모두가 동의했던 것 같은데, 나중에 알아보니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음이 밝혀질 때가 있다. 간단한 예를 들면 분명 디자인 핸드오프 문서를 금요일까지 전달하기로 했는데, 금요일 점심쯤 되자 사람들마다 "금요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전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누군가는 "금요일 오후까지 작업을 진행하고 퇴근 전에 전달하는 걸로 알아들었다", 아니면 "애초에 목요일까지 마무리하고 목요일 퇴근 전에 전달했어야 하지 않냐"라고 말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일을 겪으면 마감 기한은 좀 더 명확하게 합의하기로 회고하게 될 것이다.

 

어느 날 다분히 감정 섞인 미팅을 한차례 진행한 뒤에 누군가 이런 비슷한 말을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 우리 지난번에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자고 했잖아요. 어디까지를 신뢰를 높이는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새롭게 목표를 설정할 때나, 아니면 이전에 이미 설정한 이후더라도, 반복해서 목표나 작업 범위를 세분화해서 맞추지 않으면 사람들은 조금씩 목표를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이때 리더가 끈기를 갖고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토론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계속 비슷한 내용을 설명하는 데 스트레스받기보다, 문제를 잘 공유하고 팀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태도가 의견 불일치를 해결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특징적인 조직문화는 이러한 불확실함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존재한다. 팀원 개인에게 수준 높은 오너십과 문제 해결에 대한 집착을 요구하며, 그러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태도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 즉 스타트업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주도적으로 일해야만 하는' 환경이다. 수평적인 의사결정과 호칭 통일과 같은 문화도 단지 자유를 위해 도입된 것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하고 수평적인 의견이 회사 내에서 돌고 돌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확실함 속에서 스타트업 디자이너는 어떠한 스킬을 장착해야 할까? 소프트 스킬과 하드 스킬에서 각각 하나씩 꼽아 보았다.

 

 

소프트 스킬: 지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을까?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자질구레한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누가 되었든 할 수 있는 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효율적이고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은 아마도 이런 식일 것이다.

 

  • 상대방에게 뭔가를 설명하면 철석같이 이해함
  • 완벽한 핸드오프 문서를 전달해 개발자로부터 후속 질문이 들어오지 않음
  •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동료들이 혼자 온갖 부정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보다 불편한 지점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개선하기 위해 의견을 나눔

 

스타트업 디자이너 불확실성
<출처: Agê Barros On Splash>

 

하지만 현실에서는 보통 일이 반대로 흘러간다. 우리가 사무실에서 겪는 일들은 우리가 바라는 지점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만약 10명에게 아이디어를 설명한다면, 몇몇 동료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에게서 그 아이디어가 좋지 않은 이유를 4가지 이상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 번에 완벽한 핸드오프 자료를 전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며, 추가적인 예외 케이스나 예상치 못한 구현 이슈로 핸드오프 이후에도 많은 후속 미팅이 발생한다. 

 

또 좋은 의도로 팀원들을 대하더라도 상대방은 반대로 받아들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팀원을 배려하려고 업무를 더 많이 부담하려 할 때, 어떤 이는 오히려 자기 일이 빼앗긴다고 생각할 수 있다. 참여도를 높이고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 팀에 현재 논의 중인 사항을 공유할 때, 이를 시간 낭비라고 느끼는 이도 있다.

 

이러한 슬픈 사실에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교훈은, 세상에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바랄 수는 있으나 실질적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완벽한 커뮤니케이션보다, 지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회사에서 멋진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나이가 많으신 다른 부서 선배에게 드린 적이 있다. 약간은 가볍고 농담 섞인 질문이었는데, 답변은 묵직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에 지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 당시 나는 한번 말하면 못 알아듣는 동료들에 대해 답답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놀랐다. 그러고 보니 최근 링크드인에서도 이런 글을 읽었다. 어떤 스타트업 CEO가 "왜 회의마다 같은 얘기를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지친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임을 깨달았다"는 회고였다. 이렇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반복해서 말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스타트업 디자이너 불확실성
<출처: Headway On Splash>

 

미팅에서 어떤 일을 공유했을 때, 현장에서는 모두 동의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이야기해보면 미팅 때 동의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다. 회사에서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사실 매번 일어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문서로 커뮤니케이션할 때도 일어난다. 특히 워터폴이 아닌 애자일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완벽한 문서에 기반해 커뮤니케이션하기 어렵다. 이는 애자일 선언문에서도 추천하지도 않는다. 

 

"개발팀으로, 또 개발팀 내부에서 정보를 전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면대면 대화이다." _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의 12가지 원칙 

 

문서 기반 커뮤니케이션이 꼭 필요할 때가 아니라면 지양하는 것이 효율적일 때가 있다. 특히 문서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스타트업 디자이너 불확실성
<출처: Wesley Tingey On Splash>

 

나 역시 문서를 베이스로 개발 요청 사항을 전달하거나 기획을 전달받으면, 구두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는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문서에서 핵심 사항을 뽑아내는 행위가 말로 듣는 것보다 더 많은 생각을 요하기 때문이다. 또, 서로가 이해한 내용이 잘 맞는지 논의 내용을 되새김질해서 확인도 해 봐야 한다. 그렇게까지 하더라도 때론 일치하지 않는 지점이 있고, 실무가 계속되는 동안 당사자와 계속해서 의견을 일치시켜야 한다. 그래야 전달하는 이와 전달받는 이가 서로 만족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잦은 피봇이 발생하는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완벽한 문서화와 커뮤니케이션 절차에 매달릴 때 오히려 비효율이 발생한다. 팀의 규모와 단계에 맞지 않는 과도한 효율 추구는 프로덕트의 일정과 요구사항이 예기치 못하게 변화해야 할 때 추가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미 투자한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매몰비용으로 낭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문서나 도식화보다 면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오히려 효율적일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완벽한 문서를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뿐더러, 문서를 본다 해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직접 질문하고 의도를 파악하면서 전달하는 것이 확실하다. 특히 핸드오프를 할 때에는 문서로만 전달하고 끝내기보다 개발자 옆에 앉아서 말로 갑론을박하는 게 훨씬 빠르다. 그 후에 결정된 사안을 피그마나 노션 같은 공용문서에 정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매끄럽다. 

 

언젠가 상품에 첨부된 설명서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설명이 잘 되어 있어도 설명서를 읽고 뭔가를 조립하거나 만드는 것은 쉽지 않고, 꼭 필요하지 않은 설명이 있거나 빠진 내용이 있는 설명서가 신기할 정도로 많다. 그게 사람들이 설명서를 읽지 않고 바로 조립을 시작하거나 제품을 사용해 보곤 하는 이유일 것이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에 지치지 않아야 한다."

 

이 말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바꿔 놓았다. 하나의 의견일지라도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르게 해석하기 마련이다. 이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더 나은 방향을 탐색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이러한 불확실성들이 소중한 기회들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 사람들은 열정이 넘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데 익숙하다. 더 나은 가능성을 탐색하고 성공에 가까워지기 위해, 끊임없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태도로 지치지 않고 얼라인(align)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

 

하드스킬: 멘탈모델과 개념모델

불확실성을 지배하는 디자인

서비스를 제작할 때에도 불확실성이라는 위협이 존재한다. 경험해 본 바에 따르면 디자인 프로세스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의 불확실함
  • 어떤 레퍼런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의 불확실함
  • 충분한 사용성을 제공하는지의 불확실함
  • 사용자의 반응을 예측하기 불확실함

 

이러한 구체적인 불확실함 들은 다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우리가 가진 특별한 장점을 어떻게 서비스에 녹여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스타트업 디자이너 불확실성
<출처: Calum Flanagan On Splash>

 

친구들끼리 사용할 수 있는 등산 앱을 만든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 서비스만이 가진 특별한 GPS 기술을 바탕으로 다음 사항을 고려하여 앱 페이지를 설계하고자 한다.

 

<특별한 등산 앱 서비스 설계 요구사항>

a. 동료 등산객이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b. 여러 등산로 중 하나를 선택하면 지도를 활용해 길을 안내한다.

c. 목표 봉우리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안내한다.

d. 등산로를 세분화하여 각 구간의 경사와 난이도를 알려준다.

e. 산 위에서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가능한 적은 뎁스를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요구사항이 정해진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유사한 레퍼런스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활용할 수 있는 비슷한 형태를 선택한 뒤, 우리가 제공하고자 하는 정보를 위계에 맞게 짜 넣는다. 마지막으로 사용성 테스트를 통해 레퍼런스를 적절하게 활용했는지 검사한 뒤 개발을 시작하면 된다. 이미 많은 서비스에서 검증된 좋은 레퍼런스가 있다면 디자인 작업은 평이한 난이도로 무난하게 마무리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적절한 레퍼런스를 찾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타트업 디자이너 불확실성
<출처: 작가>

 

예를 들어, 메인 화면에서 가능한 한 적은 뎁스로 동료 등산객들이 어디 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목표 봉우리까지의 거리를 확인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면, 기존에 있는 레퍼런스만으로는 좋은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멘탈 모델과 개념 모델이라는 두 가지 무기

레퍼런스를 탐색하는 것은 현재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잘 운용되고 있는 멘탈 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활동이다. 적절한 레퍼런스를 찾기 어렵다는 말은 활용할 수 있는 기존의 멘탈 모델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우리 서비스에 맞는 ‘개념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물론 사용성에 대한 테스트 실험을 함께 해야 한다.

 

멘탈 모델이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대체로 일치하는 개념 덩어리들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황을 생각할 때 대체로 검색 창에 궁금한 것을 쓰고 ‘엔터’를 누르면 검색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사용자에게 익숙하게 상상되고 묘사될 수 있는 보편적인 서비스 경험 형식을 말한다.

 

이러한 멘탈 모델은 대체로 현재 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고, 이탈하기 어려운 대형 서비스들이(유튜브, 구글, 네이버, 인스타그램 등) 주도해서 조금씩 새로운 개념 모델을 설계하고 실험하며 변형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작은 서비스라고 UI 형식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도전적인 UI를 설계했을 때의 책임은 디자이너에게 있다. 그래서 전문가 휴리스틱 평가, 사용성 테스트 등 디자인 결과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 도구를 안전장치로 활용해 부정적 결과를 낳을 위험을 낮추고,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 디자이너 불확실성
<출처: Alana Brajdic On Medium>

 

멘탈 모델과 개념 모델, 이 두 추상적인 개념은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어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 마음대로 휘두르면 크나큰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기존 멘탈 모델을 너무 많이 고려하면, 제공하고자 하는 우리만의 가치를 서비스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빚어낼 수가 없다. 그런 경우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사용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디자이너의 마음속에 있는 개념 모델만으로 디자인한다면, 사람들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법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개념 모델만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도박과 비슷해서, 의외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면 가치가 잘 전달될 수 있겠지만, 이해하기 어렵거나 가치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스타트업 디자이너 불확실성
<출처: UHD Wallpaper>

 

새로운 개념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고 실패의 확률이 높은 일이다. 따라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를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개념 모델을 제안하는 것이 너무 도전적인 것 같고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사용자의 멘탈 모델이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좋겠다. 멘탈 모델도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게 아니라, 반복적인 학습의 결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생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자신이 발굴한 새로운 개념 모델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도전적인 UI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면, 레퍼런스를 너무 의식하지 않고 진행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 사람들의 마음을 탐구하고 그에 맞는 도구를 만들어 주는 일. 당부하고 싶은 점은, 꼭 사용성 테스트를 거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빠르게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미 있는 것을 잘 활용하는 것과 새로운 니즈에 맞는 형태를 발굴해 가는 것, 둘 다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능력이며, 두 방식에 너무 겁 먹거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디자이너가 멘탈 모델과 개념 모델이라는 두 무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 있을 때, 디자인이 가진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상어와 스타트업 디자이너

스타트업 디자이너 불확실성
<출처: Gerald Schömbs On Splash>

 

상어는 멈추지 않고 헤엄친다. 이들의 이러한 특징은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매체에서 멈추지 않는 포식자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런데 사실 이들이 멈추지 않고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다른 물고기와 달리 상어에게는 아가미 근육과 부레가 없다.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아가미를 능동적으로 움직여 물속에서 호흡하지만, 아가미 근육이 없는 상어는 입을 벌린 채 계속해서 헤엄쳐야 아가미로 물이 흘러들어온다. 나아가지 않으면 호흡할 수 없기 때문에 헤엄을 멈출 수 없다. 또 부레가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야 가라앉지 않는다. 샥스핀을 만들기 위해 상어를 사냥하는 어선들은 상어의 지느러미를 잘라낸 뒤 상어를 다시 바다에 버린다고 한다. 이렇게 신체의 일부를 잃은 상어들은 더 이상 헤엄을 칠 수 없어 바다 밑바닥에서 버려진 깡통처럼 죽음을 기다린다.

 

스타트업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지느러미를 흔들어야 생존할 수 있는 상어와 같다. 시장의 상황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쉽게 알기는 어렵다. 스타트업도 상어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때에만 살아남을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성장은 불확실성 속에서 일어난다. 불확실성이 빚어낸 불안감과 긴장이 우리를 컴포트 존(Comfort Zone)에서 강제로 밀어내고, 이 때문에 우리의 생각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디자이너라면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지치지 않고 적응해야 성장하고 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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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사용자 경험과 인지과학을 이야기합니다.
UX 리서처와 기획자로 일했고, 지금은 스타트업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lc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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