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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글쓰기가 어려운 당신에게(7년째 쓰는 개발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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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쓴 ‘당신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글에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출처:‘당신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댓글 갈무리>

 

roloworld님 이외에도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글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몇 년 전 어느 책 저자의 멘토링 수업에 참관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었다.

 

사내 위키에 가이드 같은 것들은 쓰겠는데 인터넷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글은 쓰는 것이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요?

 

나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생경하다.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라고 말하는 것은 내 스타일도 아니거니와 나로서는 주제넘은 일이다. 그래서 2016년부터 7년간 내가 어떤 생각과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 왔는지 2회에 걸쳐 풀어보려 한다.

 

  1.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계속 쓰기 위한 마인드셋
  2.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 roloworld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서투른 글도 의미 있는 이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21세기 인재 발견’이라는 글이 실렸다. 이 글의 저자는 21세기 인재란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잠재력의 가장 큰 조건으로 ‘동기(Motivation)’를 말하고 있다. 나 역시 그간 코칭을 해오며 뼈저리게 느낀 점이다. 주변 여건에 상관없이, 스스로 강한 동기 부여가 없다면 무엇이든 오래 하기 어렵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7년 전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운이 좋아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많이 배우고 깨달았다. 사회적으로 큰 빚을 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받은 것을 다시 돌려줄 수 있을까?

 

한마디로 ‘먹튀’하지 말자는 심정으로 인터넷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를 검색해 보면 이미 누군가 그에 대해 쓴 글이 있고, 심지어 매우 잘 쓴 글도 있는데 ‘굳이 내가 서투른 글을 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쓰고 싶은 글이 있고 관심있는 주제가 있다면, 뭐가 됐든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서 쓰면된다. 같은 동네에서 같은 재료로 다른 사람이 만든 독특한 우편함 두 점을 감상해 보라. - 책 <제럴드 와인버그의 글쓰기책>

출처: 책 <제럴드 와인버그의 글쓰기책> p.13

 

그렇다. 같은 주제라도 나만의 개성을 살려서 쓰면 그만이다. 독자는 한 사람이 아니다. 매우 다양하다. 당연하게도 매우 다양한 관점이 있다. 내가 보기에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도움이 안 될 수 있고 내가 보기에 서투른 글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글쓰기는 ‘성장’을 만든다

Go 언어로 만든 REST에 ETag 캐시 적용하기’를 쓸 때의 일이다. 글을 작성할 시점에는 이미 코드를 배포한 이후였지만 글에 삽입할 코드를 만들며 내 가정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갔던 일을 다시 들춰냄으로써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글쓰기에서는 이런 일이 매우 흔하게 일어난다. 나는 그 이유를 ‘자기 객관화’에서 찾는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비유는, 불교신문의 한 글에 따르면,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말로 <열반경>에 나오는 우화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알고 있는 만큼만 이해하고 고집한다. 그리고 이 말은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자기 인식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왜 잘못되었는지 모른다. 인지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 그래서 변화의 시작은 인지인 것이다.

 

자기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에게서 일정 거리 떨어져 스스로를 상대적으로 인지해야 한다. 애자일 방법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회고’이다. 회고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잘한 것과 아쉬운 것 등을 인지하여 개선하게 한다. 나는 회고의 기저에 자기 객관화가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객관화가 큰 도움이 되는 이유는 책이나 강의와는 달리 나 자신과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통 나는 일에 몰입할 때에는 ‘어떻게(How)’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생긴다. 바로 ‘왜(Why)’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글을 쓰다 보면 스스로 ‘왜’를 묻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자기 객관화로 이어진다. 자기 객관화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도 가능한데, 구글의 CEO였던 에릭 슈미트는 ‘Best advice I ever got’에서 자기 객관화를 돕는 코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01년에 "코치를 두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존 도어의 조언이 기억에 남습니다. (중략) 
처음에는 그 조언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CEO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꽤 경험이 많았거든요. 코치가 왜 필요할까요? 제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데 코치가 어떻게 조언을 해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코치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아요. 코치는 여러분만큼 스포츠를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략)
코치는 다른 시각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자신의 말로 설명하며,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사람입니다. -Best advice I ever got

 

에릭 슈미트의 위 인용문에 언급된 존 도어(John Doerr). 존 도어는 미국의 투자자이자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국내에는 책 <OKR : 전설적인 벤처투자자가 구글에 전해준 성공 방정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출처: 테크크런치TechCrunch>

 

글은 기록이다. 기록이 쌓이면 집적이 용이해진다. ‘표준 국어대사전’에서는 집적의 뜻을 “모아서 쌓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아서 쌓은 것일수록 더 체계화 되고 더 큰 힘을 만든다. 기록을 통한 집적은 내 머릿속에서 떠도는 생각을 지식으로 체계화해 준다. 책을 여러 권 썼던 동료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같은 주제로 글을 10개 정도 쓰면 책 한 권은 쓸 수 있다.

 

지식의 집적은 1 + 1 = 2라는 수학 공식과 다르다. 같은 주제로 쓰인 글이 모일수록 각 글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낸다. 다른 분야에서 볼 수 없는 오픈 소스의 혁신은 공개와 기록 그리고 집적을 기반으로 한다. 요즘 화제인 생성형 AI 챗GPT(ChatGPT)나 바드(Bard) 역시 기본적으로 집적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아는 것’을 쓸 때에만 만들어지는 지식이 체계화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모르는 것’을 학습할 때에도 글쓰기는 매우 효과적이다. ‘GraphQL 그리고 MSA’는 GraphQL을 학습하기 위해 썼다. 가설을 세웠고 글을 써가며 증명했다. 그 과정에서 빠르게 동작 원리를 배울 수 있었다.

 

“아는 내용을 써라.”

학교에서 배운 이 원칙을 내가 지금껏 글을 써 오면서 수 없이 어긴 원칙이다. 사실 내가 글쓰기에 착수하는 이유는 대부분 뭔가를 모르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면서 그 주제에 대해 제일 잘 배운다. - 책 <제럴드 와인버그의 글쓰기책>

 

앞서 말한 대로 나는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동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을 써가며 그것은 내 큰 착각임을 깨달았다. 기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쓰고 있었던 것이다. 글쓰기는 내게 학습이요. 배움의 길이다.

 

 

계속 쓰기 위한 최소한의 마인드셋 5가지

이번 글에서는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계속 쓰기 위한 마인드셋'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나의 경험과 깨달음에 비추어 설명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계속 글을 쓰기 위해 실천하는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것만 따라하면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어떤 명확한 기술이나 방법론이라기보다는, 글쓰기를 둘러싼 두려움을 낮추고 계속 쓸 수 있게 만드는 마음가짐이다.

 

글감은 일상에서 찾는다 

논문을 쓸 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주제를 정하면 반은 쓴 것이다.

 

주제를 찾는 것은 중요하다. 글을 쓰기 위한 첫걸음 역시 글감을 찾는 것이다. 어떻게 찾을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또 다른 글 ‘왜 사무실 자리를 자주 바꾸면 좋을까?’에서는 다양한 동료와 만날 때 더 활발한 소통과 협업이 일어나고 창의력이 좋아진다고 말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로 스티브 잡스가 픽사 건물 설계에 대형 중앙 화장실을 설치한 것을 뽑고 있다. 다양한 자극이 창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내가 쓴 글을 돌아보면 주제의 대부분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얻었다. 어느 날 아내가 본인 아이폰의 메일 앱이 문제가 있다고 내게 말했을 때 해결 과정을 쓴 것이 ‘아이폰 메일 앱에서 네이버 메일 연결 오류’ 였으며, ‘Golang database/sql 패키지 삽질기 - 3편 커넥션 풀’이라는 글은 회사 동료와의 대화가 발단이었다. 당시 나는 관련 지식이 없는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동료가 자신의 경험을 말한 것에 대해 내가 문제를 지적했다. 막상 지적을 하고 보니, 내가 말한 것에 대해 ‘나는 정말 그렇게 하는가?’라는 의심이 들었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글을 썼다. 또 다른 글인 ‘[후기]MSA, K8S를 이용한 대륙의 서비스 개발 사례’는 동료의 발표를 듣고 쓴 것이었다.

 

책은 글감을 찾기 위한 광활한 들판*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에도 다양성을 의식하여 의도적으로 여러 분야의 책 4~5권을 동시에 읽는다. 사람마다 독서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방식에서 통찰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남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내 문제와 연결 지어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왜냐면 우리의 뇌에는 어떤 것이든 자기 자신과 관련지어 바라볼 때 기억이 잘 되는 자기 준거(self-reference) 효과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혼자 읽기보다는 ‘함께 읽는 것’에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서 동시에 내 생각이 좀 더 체계화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를 자극하여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 ‘광활한 들판’이란 표현은 책 <제럴드와인버그의 글쓰기>에서 사용한 은유를 빌려왔다.

 

글감은 알아서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 작용에서 그리고 다양한 책과 글에서 찾았다.

 

<출처: 언스플래시(Unsplash)의 프리스실라 뒤 프리즈(Priscilla Du Preez)>

 

글쓰기도 일의 일부다

글 쓸 시간이 없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나는 매일 오전에 시간을 정해 글을 쓴다. 몇 년째 굳어진 습관이다. 왜 이런 습관을 가지게 되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 글쓰기를 ‘일하고 남는 시간에 하자’라고 하면 잘되지 않았다. 내게 남는 시간은 늦은 밤이나 주말이었다. 하루 종일, 평일 내내 일하느라 지친 자신을 다독이거나 몰아붙여가며 글을 쓰고는 했다. 다독이든 몰아붙이든 힘이 들어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 문제는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해결책이 달라지는 법이다. 나는 문제를 다시 정의했다.

 

왜 일하고 남는 시간에 해야 하는가? 
글쓰기는 일과 상관없는 것인가? 
내 글 대부분은 일하면서 겪은 일이다. 글쓰기는 나를 성장시킨다. 내가 성장하면 개인을 넘어 회사 역시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글쓰기도 일의 일부다.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는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라고 말한다. 내게 있어 지속적인 성장은 소중하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일의 일부로써 먼저 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매일 오전에 시간을 정해 놓고 조금씩 쓰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 중요한 일을 미루다 보면 그것이 마음속에 남아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렇게 매일 조금씩 하다 보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하지 않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낫다. 아기가 걸음마를 떼듯이.

 

 

크게 소리 내어 말한다

글쓰기에 익숙하기 않으면 막상 무엇부터 써야 할지 막막하다.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빙빙 돌지만 글로써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글쓰는 개발자가 되자’에서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바로 글로 쓰기 어려울 때에는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기를 추천하며, 그 이유는 글쓰기 보다 말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의 말은 굉장히 신기한 구석이 있다. 별 의미 없이 나누던 말이 과거의 경험(화자와 청자)과 합쳐지면 “유레카!”를 외치게 하기도 하고 힘들었던 일을 말로 토해냄으로써 감정이나 생각이 정리되기도 한다.

 

사람이 죽으면 멀라고 울겄소. 운다고 한분 죽어뿐 사람이 살아날 것도 아닌디. 운다고 살아날 것 아닌지 뻔하니 암스롱도 지 설움에 우는 것 아닙디여? 사람이 무신 일 당하고 말 씹는 것이야 워디 일 풀릴라고 그러간디라? 맺힌 속 풀고, 전후 사정 따져 기운 채리잔 것이제라. - 책 <태백산맥 3권> 중 일부 발췌

 

책 <도메인 주도 설계>의 저자 에릭 에반스는 ‘크게 소리 내어 모델링 하기’를 말하고 있다.

크게 소리 내어 모델링 하기 
인간은 구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으므로 다른 형태의 의사소통과 말하기를 분리하면 대단히 큰 손실이 발생한다. 
(중략)
사실 우리의 뇌는 구어를 활용해 복잡함을 다루는 데 다소 특화돼 있는 듯하다. - 책 <도메인 주도 설계> 31 쪽

 

나는 모델링이라는 것이 머릿속에 있는 것 중 필요한 것만 눈에 보이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글쓰기의 흐름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낀다. 나 역시‘당신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의 초안을 쓴 후 ‘함께 책 읽기 모임’에 공유하였고 대화를 통해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통찰을 얻어 글의 완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혼자만의 오답 노트에서 벗어난다

주변의 글을 쓰는 개발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쓰지만, 그것이 혼자만의 오답노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본다. 혼자만의 오답노트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 대부분 남의 이야기다.
    • 다른 사이트에 복붙한 내용
    • 특정 기술에 대한 자료 모음
  • 나만이 알아볼 수 있다.
    • 맥락이 없거나 개인 일기와 같아 남이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려움.
  • 피드백이 없다.
    • 개인 블로그에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 피드백이 없음.

 

예전에 인턴 교육을 담당한 적이 있다. 내가 인턴들에게 내준 과제는 일주일에 하나씩 주제를 정하고 발표하는 것이었다. 내가 발견한 것은 그들이 놀랍도록 남의 글과 내 글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면, 남의 글을 복붙한 다음 그것이 내 의견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내 글이 아니면 모두 이탤릭체로 표시하고 출처를 써라.
글의 양은 상관없으니 한 줄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써라.

 

“내 형이 누군데… “, “우리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는데…” 하며 그렇게 남 얘기를 내 얘기처럼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말이 타인에게 신뢰를 줄리 만무하다.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 이야기가 없는 글은 매력이 없고, 주인공이 없는 소설처럼 재미도 없다. 앞서 자기 객관화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변화는 인지에서 출발한다. 인지하지 못하면 변화는 없다. 많이 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우선이다. 맞고 틀리고는 그다음이다. 한 줄이라도 내 생각을 써야 한다.

 

보통 오답 노트는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쓴다. ‘다시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다. 하지만 우리가 다루는 일은 시험 문제와 정답이 있는 학교와 다르다. 정답도 오답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더라도 일을 못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애자일 컨설팅 김창준 대표의 글 '실수는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에서는 실수를 예방하는 것과 관리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실수 예방 문화에서는 실수를 한 사람을 비난하고, 처벌하고, 따라서 실수를 감추고 그에 대해 논의하기 꺼리며 문제가 생겼을 때 협력도 덜하게 됩니다. 반대로 실수 관리 문화에서는 실수가 나쁜 결과를 내기 전에 도와서 빨리 회복하는 것을 돕고, 실수를 공개하고, 실수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배우는 분위기가 생깁니다. -실수는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출처:언스플래시Unsplash의 야닉 풀베르Yannick Pulver>

 

의도적으로 피드백을 만든다

안 쓰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는 글쓰기를 나를 성장시키는 학습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메모 수준으로 작성한 혼자만의 오답 노트는 나를 성장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록이 쌓여도 집적이 어렵기 때문에 눈 굴리듯 결과를 확장시키는 것이 어렵다.‘당신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에도 언급했듯이 성장의 핵심은 피드백이다. 유명한 블로그가 아닌 이상 개인 블로그에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때문에 읽는 사람 역시 소수다. 소수의 사람들이 글을 읽더라도 오답 노트 수준의 글에 효과적인 피드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의도적으로 피드백을 만들어야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내면에 두려움이 존재한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부끄럽다. 
내가 쓴 글을 지인들이 읽고 놀릴까 두렵다. 
내가 쓴 글이 틀릴까 두렵다. 
내가 쓴 글에 비난의 댓글이 달릴까 두렵다.

 

하지만 자신을 노출하지 않고서는 피드백을 얻을 수 없다.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책 <프레임>에서는 우리는 부정적인 사건의 충격을 과대하게 예측한다고 언급하며 ‘정서 예측(affective forecasting)’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글을 공개하고 보면 실제로는 몇 명 밖에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을 수 있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에게 살면서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가장 많은 대답은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며 살았다”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너무 걱정하며 산다. 나는 부정적인 예측을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고 하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에 대처하겠다는 마음을 유지하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피드백을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사용한 방법은 주변에 ‘글을 잘 쓰는 사람(들)’에게 글을 쓸 때마다 리뷰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내 글쓰기가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은 ‘12주간 글쓰기와 피드백’ 모임을 했을 때였다. 특정 주제로 12주간 매주 글을 썼고 모인 이들이 함께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고치고 또 고쳤다. 코드 리뷰 하듯이 말이다. 짧은 주기로 얻는 피드백의 효과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아, 그 이후로도 글을 쓰면 매번 리뷰 요청을 했다. 그간 내가 썼던 대부분의 글은 리뷰를 받은 결과다.

 

XP(eXtreme Programming)에서 말하는 ‘짝 프로그래밍’ 역시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코드를 함께 작성하듯 글을 함께 쓰는 것이다. 김형준의 글 ‘작정하고 책 홍보하기: 카프카 데이터 플랫폼의 최강자’에서는 짝 프로그래밍 하듯 함께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탁월한지 잘 보여 주고 있다. 나 역시 글쓰기가 서툴던 개발자와 함께 '그 많던 bind 함수는 다 어디로 갔을까?’ 라는 글을 짝 프로그래밍 하듯 썼다. 보통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본인이 왜 잘 쓰는지 잘 모른다. 암묵지(暗默知)라고 부르는데 암묵지는 가르쳐 주기 어렵다. 본인의 인지가 없기 때문이다. 함께 글을 작성하는 것은 상대가 미처 알려 주지 못하는 암묵지를 학습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것이다.

 

 

마치며

나는 글쓰기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자신의 성장과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각자가 처한 맥락은 다르겠지만, 내 경험이 독자 여러분께 글을 쓸 수 있는 작은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 글에서는 지금 독자가 읽고 있는 바로 이 글을 어떻게 썼는지 구체적으로 풀어볼 예정이다.

*다음 글 ‘글, 어떻게 쓸 것인가?(7년째 쓰는 개발자로부터)’ 보러 가기


참고 자료

  • <제럴드 와인버그의 글쓰기책> (에이콘, 2016, 제럴드 와인버그 지음)
  •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김영사, 2017, 스티븐 코비 지음)
  • <도메인 주도 설계> (위키북스, 2011, 에릭 에반스 지음)
  • <태백산맥 3권> (해님, 2020, 조정래 지음)
  • <프레임> (21세기북스, 2021, 최인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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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 회사를 시작으로 컨설팅 회사 그리고 서비스 회사를 거쳐 지금은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로 오픈소스 제품 개발, 기술 자문 및 코칭을 하고 있으며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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