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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닮은꼴 '메르카도 리브레'가 고평가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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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BM 톺아보기 ⑦

메르카도 리브레
(출처: Tellimer Insights)

 

우리는 IT기업이라고 하면 보통 미국 실리콘밸리를 떠올립니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중국과 일본, 혹은 유럽의 몇몇 기업들을 떠올리는 정도일 겁니다. 커머스와 IT 비즈니스 트렌드에 관한 글을 정기적으로 쓰고 있는 저도 사실 크게 다를 바는 없고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에게 조금 낯선 남미의 기업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남미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한 테크기업, 메르카도 리브레(Mercado Libre)입니다.

 

메르카도 리브레는 스페인어로 '자유로운 시장’이라는 뜻으로, 1999년에 아르헨티나에서 설립된 전자상거래 기업입니다. 상당한 업력을 가진 이 기업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18개 국에 진출해 있으며,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언급될 정도로 남미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메르카도 리브레를 국내에서는 간혹 '남미의 쿠팡’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커머스 시장의 1위 기업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사업하는 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메르카도 리브레가 온라인 쇼핑의 불모지에 가깝던 남미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을 쿠팡과 비교해,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같은 물류지만 이유는 다릅니다

메르카도 리브레를 설명할 때 쿠팡과 비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둘 모두 물류 인프라를 내재화하여 운영한다는 공통점 때문입니다. 특히 둘 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넘어, 자체 차량을 가지고 직접 배송까지 책임진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이를 통해 당일배송과 익일배송 서비스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고요.

 

사실 이렇게까지 물류에 투자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기존 택배 기업에게 외주를 주는 것보다 엄청난 비용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쿠팡은 수년간 천문학적인 적자에 시달렸는데,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과도한 배송 관련 비용 지출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로켓배송이 자체 배송 차량과 직고용 기사를 고수한 이유는, 후발주자로서 강력한 기존 플레이어들과 경쟁하기 위해 차별화 요소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한국 시장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고도화된 배송 인프라와 택배 편의성이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기존에 잘 조직된 택배 회사들과 경쟁할 만한 품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로켓 배송을 론칭한 것이죠. 실제로 현재는 쿠친(쿠팡친구)이라 불리는, 당시 기준으론 쿠팡맨의 서비스가 여러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쿠팡의 초기 성공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메르카도 리브레
(출처: Mercado Libre)

 

반면 메르카도 리브레는 2013년 물류를 담당하는 자회사 메르카도 엔비오스를 설립한 이래로 본격적인 물류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이미 2007년 나스닥 상장까지 마친 시점이었고, 이미 남미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쿠팡처럼 경쟁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선택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미션에 가까웠는데요. 한 인터뷰에서 메르카도 리브레의 창업자 마르코스 갈페린은 "안타깝게도 (남미) 시장에 대한 고정관념은 사실이다"라고 밝혔을 정도로 메르카도 리브레가 걸어온 길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부재한 인프라와 후진적인 규제 등과 투쟁한 끝에 전자상거래 시장과 거의 한 몸처럼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메르카도 리브레가 기존 물류기업에 의존해서는 성장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르카도 리브레의 성장 속도를 연관 산업의 발전이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걸 스스로 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메르카도 리브레
(출처: Mercado Libre)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메르카도 리브레는 약 1만 대의 차량과 2만 명에 달하는 배송 인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체 주문 물량의 91% 수준을 자회사 메르카도 엔비오스가 처리하고 있다고 하고요. 물론 이는 자체 인력뿐 아니라 파트너십을 통한 물량까지 포함한 것이지만, 2020년 기준 아마존의 자체 비중 물량인 66%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당일 배송 및 익일 배송의 비중도 54%까지 끌어올렸는데요. 주문한 전체 상품의 99% 이상이 늦어도 내일이면 배송되는 쿠팡 로켓배송에 비하면 초라할지 몰라도, 여러 인프라가 낙후된 남미에서, 그것도 18개국에서 서비스하는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쿠팡과 동기는 정반대였지만, 결국 효과는 같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물류 인프라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양사 모두에게 엄청난 비용 부담을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결국 막대한 경제의 해자를 구축하면서,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는 점차 더 벌어졌습니다.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수익성도 덩달아 개선되고 있죠. 무엇보다 커머스 사업과 관련된 거의 모든 비용을 통제 하에 두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수익성은 더욱 좋아질 겁니다.

 

 

결제 사업까지 오히려 좋아!

메르카도 리브레는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2월 기준 전 세계 전자상거래 기업 중 시총 순위 7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위에는 미국의 아마존과 쇼피파이, 중국의 알리바바, 핀둬둬, 메이투안, 징둥닷컴 정도만 있는 셈인데요. 이렇게나 고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순위 10위에 올라 있는 쿠팡의 경우 본업인 전자상거래에서는 이제 흑자도 내고 여전히 상당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지적받는 것은 이외의 사업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이 AWS(아마존 웹서비스)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듯이, 보조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한 상황이고요.

반면 메르카도 리브레는 본업인 커머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물류뿐 아니라 핀테크 사업도 상당히 큰 규모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3가지 사업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메르카도 리브레의 기업 가치는 더욱 고평가 될 수 있었습니다.​

 

메르카도 리브레
(출처: Mercado Libre Pago)

 

그리고 메르카도 리브레의 핀테크 사업은 결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르카도 파고’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르카도 크레디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사업들이 등장한 것 역시 시장 인프라의 부재가 주원인이었습니다. 우선 결제 수단이 부실했기 때문에 이를 메르카도 파고가 지원한 것입니다. 실제로 중남미 인구의 약 50% 정도만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고, 신용카드를 보유한 비율은 19%에 불과합니다. 대신 메르카도 파고는 여러 결제 수단을 제공해 주었고, QR코드, NFC, 바코드 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추가적으로 구매자들의 결제를 지원하는 동시에, 판매자들을 육성하기 위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르카도 크레디토’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는 구매자들에게는 분할 납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판매자에게는 영업자금 대출을 제공합니다. 각각의 대출을 심사할 때는 당연히 구매 및 판매 이력을 기반으로 신용 한도를 책정합니다.

 

메르카도 리브레
(출처: Jun Hao)

 

이처럼 앞서 물류 서비스처럼, 어쩌면 생존을 위해 론칭했던 서비스들이 현재는 메르카도 리브레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되어준 것입니다. 이와 같은 핀테크 사업들은 메르카도 리브레를 금융 기업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탈바꿈시키고 있고요. 이 중에서도 페이 사업은 정확한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도 세 자릿수 성장을 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합니다.

 

 

엔데믹이지만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메르카도 리브레의 향후 전망은 어떠할까요? 코로나19로 인해 무섭게 성장하던 메르카도 리브레는 엔데믹 이후 성장 속도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50% 가까이 성장하던 2022년 대비, 최근 발표된 1분기 실적은 10% 후반대 성장에 그쳤습니다.

 

이커머스 침투율이 가장 높은 쿠팡의 경우, 이러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체 소매 시장을 기준으로 한 점유율을 강조하며, 여전히 성장 여력이 충분함을 강조했습니다. 반면에 메르카도 리브레는 시장 점유율 자체는 쿠팡 대비 높지만, 아직 상대적으로 낮은 이커머스 침투율을 기반으로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음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 기준, 중남미의 전자상거래 침투율은 고작 4.7%로 국내는 물론 세계 평균 대비(18%)해서도 크게 낮은 편입니다.

 

메르카도 리브레
(출처: Latinvex)

 

다만 스마트폰의 보급과 더불어 인터넷 침투율은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80% 선에 도달했고요. 따라서 단기간 내 온라인 쇼핑 이용 비중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시장 기회에서 모든 관련 인프라를 내재화한 메르카도 리브레가 앞서갈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국내에 주는 시사점은?

지금까지 남미의 쿠팡, 메르카도 리브레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시장의 성숙도가 주는 역설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메르카도 리브레가 그간 펼쳐온 경영 전략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대단한 비법은 없고,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인프라를 축적해 왔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비록 국내에선 일반적인 일이지만, 이커머스 침투율이 더 높은 유럽 시장에 대비해선 상당히 발전된 익일/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서비스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과거 이와 유사하게 주목받았던 곳이 중국 시장인데요. 압축적으로 성장하다 보니, 기존 선진국들이 거쳐온 단계를 건너뛰고 더 선도적인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오히려 매몰 비용이 없다 보니, 변화에 더 적극적이어서 가능했던 일이었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다 보니 오히려 QR 결제 등이 더 일찌감치 대중화된 것입니다. 이렇듯 후발주자였던 중국 시장이, 역설적으로 더 선도적인 곳이 되어버리면서, 최근에는 틱톡, 쉬인, 테무 등 중국에서 출발한 IT 서비스들이 미국 시장을 뒤흔들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분명 이커머스 시장의 발전 정도에 있어서는 가장 앞서나간 곳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남미 시장에서도 충분히 배울 점이 있습니다. 특히 금융 인프라가 부재하여, 결제 및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분야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벤치마킹할 포인트가 많습니다. 특히 수익을 내기 어려운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핀테크 영역 확장은 또 다른 기회가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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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고 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https://bit.ly/3GivERH)를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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