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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8개의 카드사가 있고, 카드사별로 여러 개의 앱을 운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앱이 많아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최근 원앱 트렌드에 맞춰 앱을 하나로 통합하는 추세입니다. 신한카드의 신한플레이, KB국민카드의 KB Pay, 비씨카드의 페이북 등이 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앱이 많았던 KB는 KB 국민카드 앱과 리브메이트 앱을 KB Pay로 통합했습니다. 이렇게 앱을 통합하는 움직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카드사들은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핀테크에 맞서는 카드사들이 원앱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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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8개의 카드사가 있고, 카드사별로 여러 개의 앱을 운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앱이 많아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최근 원앱 트렌드에 맞춰 앱을 하나로 통합하는 추세입니다. 신한카드의 신한플레이, KB국민카드의 KB Pay, 비씨카드의 페이북 등이 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앱이 많았던 KB는 KB 국민카드 앱과 리브메이트 앱을 KB Pay로 통합했습니다. 이렇게 앱을 통합하는 움직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카드사들은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핀테크에 맞서는 카드사들이 원앱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런 카드사의 움직임에 카드사 MAU나 사용자 수를 근거로 핀테크 앱들과의 경쟁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토스의 MAU와 비슷한 아무개 카드의 경쟁력’ 이런 식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도 이들이 경쟁 관계에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고객들이 카드사 앱과 핀테크 앱에 접근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카드사 앱은 해당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만을 보여줍니다. 반면 토스,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의 핀테크 앱들은 개인이 보유한 여러 카드의 현황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거기다 핀테크 앱은 내장된 결제 모듈로 온/오프라인 결제까지 지원합니다. 이에 반해 개별 카드사 앱은 딱 그 카드사의 카드와 관련된 내용을 보여주고 (결제 내역, 명세서 등) 온라인/오프라인 결제도 해당 카드사 카드만 지원합니다. 그나마 오픈페이라고 해서 타 카드사 카드도 지원하긴 하지만 범용성이 높다고는 말할 수 없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객들도 카드사 앱만 쓰지 않고, 여러 카드의 현황을 볼 수 있는 핀테크 앱을 주력으로 씁니다. 굳이 카드사 앱에 접속한다면 취소 내역, 포인트 현황을 보기 위해 접속합니다. 그래서 카드사는 핀테크사에서 불법 스크래핑으로 데이터를 가져가 보여주는 것에 대해 항의하기도 하고, 강제로 막기도 했었지만 결국 마이데이터 시대가 오면서 데이터를 제공해야 했습니다. 여러분이 카드사의 앱 담당자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나요? 핀테크 쪽으로 돌아선 고객을 되돌릴 방법이 있을까요? 이때 카드사는 핀테크를 상대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의 전략 변화를 취했습니다.
22년 1월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자는 고객의 동의를 받아 타 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고객 정보를 한곳으로 모을 수 있습니다. 흩어진 고객 정보를 모음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어마어마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통합된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있습니다.
토스나 뱅크샐러드는 예전부터 자산관리 서비스로 탄탄한 고객층을 구축해왔는데요. 마이데이터 출시로 각종 금융사에서도 고객 유치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토스나 뱅크샐러드가 제공하는 기능을 우리도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당시 여러 핀테크 사와 은행들이 기다렸다는 듯 가입을 독려하며 이벤트를 펼쳤죠. 이에 카드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전 카드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었는데요.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마이데이터 사업 때문에 카드사 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고객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보인다'라고 말씀드리는 건 정확한 자료가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은행,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 많은 금융기관이 마이데이터 사업자로서 참여했지만, 개별적으로 높은 성과를 자랑하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2년 9월 말 기준으로 마이데이터 가입자는 5,480만 명이며, 3,128만 명(57%)이 금융회사를 통해, 2,342만 명(43%)이 핀테크와 IT 회사를 통해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합니다. 중복가입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며, 금융회사의 초기 프로모션 혜택을 받은 이후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고객 또한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역설적으로 마이데이터는 편법으로 이루어지던 데이터 스크래핑을 합법화시켰고, 덕분에 토스나 뱅크샐러드의 자산관리 서비스만 편리해졌습니다. 오히려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빅테크가 더 성장할 수 있던 발판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핀테크 대표 앱인 토스의 MAU나 가입자 수는 22년에도 계속 증가했음을 고려할 때, 고객 트래픽을 지키려던 금융권의 계획은 다소 어긋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 측면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자, 카드사 앱들은 좀 더 공격적인 전략을 들고나왔습니다. 이전에 요즘IT에 발행한 ‘삼성페이를 도입하는 카드사의 속사정’에서 소개 한 것처럼, 카드사 앱 내에 삼성페이를 탑재한 것입니다.
삼성페이가 되는 폰이라면 신한플레이와 KB Pay를 구동했을 때 삼성페이 결제 메뉴가 보입니다. 신한플레이 앱을 켠 상태에서 삼성페이 기능을 이용하면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고, 고객이 바로 삼성페이를 사용해도 똑같이 결제됩니다. 이에 카드사에서는 결제할 때 추가 포인트를 제공하며 출혈경쟁을 벌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객 트래픽을 잡고 MAU를 늘이기 위해서입니다.
이 또한 시간이 꽤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효율적인 전략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도입한 카드사들이 내부 정보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자사 카드의 삼성페이 결제건 vs 자사 앱 카드의 삼성페이 결제 건을 비교해 보며 효과를 가늠하고 있을 것입니다. 고객에게 좋은 혜택을 제공하는 기능이라는 것엔 동의합니다만, 혜택에 민감한 체리피커가 아니라면 이 서비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 결제까지 걸리는 구동 절차가 복잡했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과연 효율적인 전략이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재미있는 부분인데요. 비즈니스나 결제방식으로 트래픽을 모으는 데 실패하자, 카드사들은 의외의 해결책을 고민합니다. 카드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카드 상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신한카드에서 출시했던 '신한 샵페이 카드', KB국민카드의 'KB국민 톡톡 my point카드'가 그 예시입니다. 이 카드들의 구체적인 할인 혜택은 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사의 페이를 통해서 결제를 하면 추가 포인트를 준다는 점과 카드사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신한 샵페이 카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러 가지 페이를 사용할 경우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쿠팡 쿠페이, 스마일페이, SK페이, 신한카드의 자체 앱 카드인 신한플레이 결제까지 총 7가지 페이 결제에 대해선 무려 결제액의 5%를 캐시백해 줍니다. 통합 적립 한도가 있기 때문에 계산해 보면 4%의 캐시백율이 나오는데요. 가맹점 수수료율이 통상 2%임을 감안하면 카드사로서는 적자를 보는 구조입니다.
KB의 톡톡 my point카드는 한술 더 떠서 20만 원 사용분까지 무조건 5.5%를 캐시백해 줍니다. 다만 그냥 카드를 쓰면 0.5%만 적립해 주고, KB Pay를 통한 결제여야만 5%를 추가 적립해 줍니다. 이 카드의 특이한 점은 전월 실적 조건이 없다는 겁니다. 일반적인 카드는 '전월 30만 원 사용 시...' 라는 식의 제약조건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달 할인을 받기 위해 이번 달부터 카드를 반강제적으로 써야만 하는데요. 이 카드는 장롱 속에 묵혀두었다가 갑자기 사용해도 혜택을 줍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카드사들이 일정 부분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 트래픽을 모으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여러분의 카드 사용 패턴에 있습니다. 한 달에 몇 번이나 카드사 앱을 켜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저는 위에 언급한 혜택을 받기 위해 혹은 명세서를 확인하기 위해서만 들어가는 편입니다. 여러 카드사에서 이런저런 기능을 붙이고 있지만, 이제는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들 비슷한 상황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오픈뱅킹, 오픈페이, 마이데이터 등 금융 데이터의 개방성이 확대되면서 각 카드사의 앱은 고객에게 소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카드사의 이러한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고객을 자사 앱에 불러 모으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러니 카드사 앱도 오히려 핀테크 앱처럼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의 관성이 있어 쉽지 않겠지만 이젠 변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카드사가 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글 길진세
편집 박민수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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