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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의 오디오 콘텐츠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독보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정보를 쉽고 편하게, 더 나아가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습득하는 데 오디오라는 포맷이 유리하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이다. 특히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 플랫폼에 친숙한 MZ세대들마저 오디오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는 영상 콘텐츠에 비해 피로감은 덜하고, 멀티태스킹은 용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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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의 오디오 콘텐츠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독보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정보를 쉽고 편하게, 더 나아가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습득하는 데 오디오라는 포맷이 유리하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이다. 특히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 플랫폼에 친숙한 MZ세대들마저 오디오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는 영상 콘텐츠에 비해 피로감은 덜하고, 멀티태스킹은 용이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2027년 753억 달러(한화 약 89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글로벌 리서치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한국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2024년까지 9,160만 달러(한화 약 1,035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흔히 '오디오 콘텐츠'하면 떠올리곤 하는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외에도 오디오 드라마, ASMR과 같은 콘텐츠들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저마다 카테고리가 다른 국내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세 개를 살펴볼 것이다. 각각 어떤 특징과 전략으로 고객에게 소구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오디오 콘텐츠의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오디오 콘텐츠로 ‘유교걸’들의 성적 판타지를 실현하다
센슈얼모먼트가 운영하는 ‘플링’은 여성향 성인 로맨스 콘텐츠를 중심으로 고속 성장하고 있는 일명 ‘센슈얼’ 오디오 플랫폼이다. 이때의 ‘센슈얼’이란 섹슈얼(sexual)과 센서티브(sensivite)의 합성어로, 고차원적인 섹슈얼 오디오 콘텐츠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플링에서는 수많은 전문 보이스 크리에이터들이 집단 창작을 통해 품질 높은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한다.
2030 여성을 주고객으로 삼은 섹슈얼 오디오 콘텐츠의 시장성에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해당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이미 플링의 지표가 입증하고 있다. 플링은 2021년 4월 출시 이후 누적 다운로드 수 21만 회 이상을 기록했고, 앱스토어 도서 부문 실시간 검색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플링의 운영사 센슈얼모먼트의 남성률 콘텐츠총괄이사는 기존의 성인물 영상들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으로 제작되고, 이에 따라 여성이 즐길 섹슈얼 콘텐츠가 부재한다는 문제점에서 출발하여 플링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이때 여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하기 가장 적합한 콘텐츠의 형태가 '오디오'라고 판단했고, 2020년 8월 코니라는 이름으로 플링의 전신이 되는 앱을 론칭하였다. 이후 리뉴얼을 거듭하여 2022년 6월, 센슈얼모먼트는 17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출판사 시공사, 영화 제작사 싸이더스와 함께 콘텐츠 공모전을 주최하기도 했다.
남성률 콘텐츠총괄이사는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플링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이루고 싶은 변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스갯소리로 ‘유교걸’ 같은 말도 하지만 다들 자기만의 판타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그것을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성적인 부분에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변하며 2030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로맨스 콘텐츠 플랫폼 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센슈얼모멘트는 이번 시리즈A 투자를 통해 “플링 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강화하고, 아시아 시장을 기점으로 글로벌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플링 앱을 다운로드하기 위해서는 성인 인증이 필요하다. (앱스토어 기준 17세 이상 이용 가능) 처음 접속하면 플링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를 소개하는 대형 배너를 마주하게 된다. 하단으로는 무료 콘텐츠와 통합 인기 순위가 이어진다. 민트 톤의 감각적인 UI는 흔히 ‘성인물’하면 떠오르는 상투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이와 같이 인터페이스 요소 하나하나에서 2030 여성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가미되어 있음을 포착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오디오 콘텐츠는 세부적인 태그로 분류되어 있어 사용자에게 정교한 큐레이션 경험을 제공한다.
플링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도 커다란 잠재력을 지닌 프로덕트이다. 플링은 보이스 크리에이터들이 팬덤과 소통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채널을 제공한다. 보이스 크리에이터들은 자신만의 오디오 콘텐츠인 ‘스토리’를 게재하고, ‘피드’에서 자신의 짤막한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팬덤은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구독하고, 크리에이터에게 메시지를 담은 ‘카드’를 보내며, ‘플링’이라는 포인트를 후원할 수 있다.
소리로 떠나는 여행
블림프는 스캐터랩이 2020년 4월 출시한 공간 오디오 플랫폼이다. 2022년 12월 기준 블림프의 구글 플레이 누적 다운로드 수는 5만 건 이상을 기록했고, 앱스토어에서 이달의 앱으로 선정된 적이 있을 만큼 라이프 스타일 카테고리 내 인기 앱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행선’이라는 뜻을 지닌 블림프는 일상 속에서 잠깐의 휴식과 사색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힐링 앱 서비스를 표방하며 등장했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더 좋은 삶을 위한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현대인에게 필요한 건 종교적인 명상이 아니라 휴식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며 블림프를 선보인 이유를 밝혔다.
‘소리로 떠나는 휴식 여행’은 블림프가 내세우는 고유의 컨셉이다. 블림프는 ▲사운드스케이프 ▲음악 ▲이야기 ▲명상이라는 총 네 가지 종류의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뉴욕 브루클린의 새벽 산책', '하루가 저무는 방콕의 야시장', '경포해변의 파도에 발을 적시며' 등의 사운드스케이프(소리 환경)는 해당 공간의 크고 작은 소리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실감 나는 오디오 콘텐츠다. 디지털 인사이트의 김수진 에디터 2020년 9월 15일에 게재한 글에서 "특정 공간의 소리만으로 꽉 채운 ASMR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블림프 내 사운드스케이프 콘텐츠의 장점으로 꼽았다.
위와 같은 오디오 콘텐츠에 기반해 충성도 있는 고객층을 확보한 블림프는 최근 여행지 큐레이션 서비스로 피봇팅(Pivoting)을 시도했다. 블림프에서 엄선한 여행지의 숙소, 프로그램, 이벤트 등의 티켓을 앱 내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피봇팅에 따라 기존의 주력 서비스였던 오디오 콘텐츠는 '당장 떠날 수 없다면 오디오를 들으며 여행해 보세요'라는 카피라이팅과 함께 여행지 큐레이션 서비스의 부가 서비스 격으로 재편한 것으로 보인다. 공간 오디오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으면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기 위한 블림프의 새로운 시도가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에게 어떻게 인식될지가 주목된다.
이제는 오디오도 숏폼으로
나디오는 2020년 설립된 이어가다㈜에서 2021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숏폼 오디오 플랫폼이다. ‘나를 위한 오디오’의 줄임말인 나디오는 일상, 위로, 지혜, 공감, 여행, 직업 등 다양한 주제의 일상 속 공감가는 이야기를 숏폼 형식으로 들려주는 서비스이다. 나디오에서 사용자는 600여 개의 오디오 에세이 콘텐츠와 전문 에디터의 큐레이션을 만나 볼 수 있다.
KT와의 협업으로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에 탑재된 지 2개월 만에 나디오는 14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나디오의 오디오 콘텐츠는 KT 기가지니 라이프 스타일 카테고리에서 가장 높은 이용량을 기록했다. 최자인 나디오 공동대표는 이와 같은 성공의 비결로 "'개인의 삶'에서 오는 평범함을 '공감'이라는 정서로 콘텐츠 안에 잘 녹여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디오의 오디오 작가들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나디오에서 자체 오디오북을 출간할 수 있다. 또한, 나디오는 오디오 작가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자체적으로 오디오 콘텐츠의 크리에이터들을 길러내기도 한다. 예비 크리에이터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글감 찾기부터 최종 출간까지 오디오북 출간의 A부터 Z를 학습할 수 있다.
나디오라는 프로덕트의 핵심 기술이자 미래 먹거리는 바로 ‘보이스폰트’이다. 보이스폰트란 목소리 제공자의 목소리를 AI 기술을 사용하여 합성하여 주어진 문장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Text-to-speech API이다. 인간의 실제 목소리를 기반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이질감이 적고 범용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보이스폰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목소리 제공자를 선정한다. 일례로 나디오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목소리의 윤유선 배우를 목소리 제공자로 선택하여 보이스폰트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후, 전문 스튜디오에서의 녹음을 거친 뒤, AI 음성 합성을 통해 보이스폰트를 완성한다.
나디오는 이러한 보이스폰트를 자사 오디오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나디오 자체 플랫폼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와의 협업을 시도할 예정이다. 예컨대 네이버 오디오 클립의 오디오 콘텐츠인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오디오로 읽는 ㅋ.ㄷ>에는 나디오의 보이스폰트가 활용되고 있다.
최자인 대표는 “계속된 보이스 폰트 제작을 바탕으로 소속된 오디오 작가들의 목소리를 보이스 폰트로 개발할 것”이라며 “앞으로 목소리 자산화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나디오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보이스폰트를 개발 및 개선하여 개개인의 개성과 감정이 담긴 보이스폰트를 제작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오디오 콘텐츠는 국가와 분야를 막론하고 시장의 주요한 전략으로 떠올랐으며, 미래에도 꾸준히 주목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마켓앤마켓의 <Speech and Voice Recognition Market - Global Forecast to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음성 인식 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연평균 21.6퍼센트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9월 22일, 음향 기술 전문 스타트업 가우디오랩의 자체 음량 평준화 기술 'LM1'이 미국 국가표준협회(ANSI)의 기술 표준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신기술과 더불어 오디오 하드웨어 시장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시장 조사 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2026년 오디오 하드웨어 시장 규모가 17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중에서도 글로벌 홈 오디오 하드웨어 시장은 펜데믹을 겪으며 홈 시어터와 같은 고성능 음향 감상을 필요로 하는 취미 활동의 확산에 힘입어 수직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는 글로벌 홈 오디오 하드웨어 시장 규모가 2021년에 25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22년에서 2030년 사이 연평균 약 10퍼센트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처럼 오디오 콘텐츠라는 분야는 오디오와 관련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긍정적인 시장 전망과 더불어 글로벌 고객의 청각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이종임 객원교수는 미래에셋증권 매거진에서 “영상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제 비로소 고요하게 앉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오디오 매체가 줄 수 있다”라는 점을 오디오 콘텐츠만의 강점으로 꼽았다.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할 신기술과 접목한다면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의 양과 질은 더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미디어 생태학자 월터 옹은 새로 등장한 주류 미디어가 기존의 문화를 바꾸어놓는 대신 기존의 문화에 기반하여 형성된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문화 또한 쉽사리 대체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킨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상 콘텐츠의 시대에도 오디오 콘텐츠는 밀려나지 않고 오히려 자기만의 매력으로써 대중에게 소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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