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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요즘IT에 어떤 경로로 들어왔든, 당신은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웹상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다. 콘텐츠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크게 두 분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재미를 전달하는 콘텐츠와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 재미를 전달하는 콘텐츠는 우리에게 웃음, 감동 등의 정서적 유희를 준다. 반면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는 우리에게 인사이트를 준다. 지금 이 글과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유는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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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요즘IT에 어떤 경로로 들어왔든, 당신은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웹상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다. 콘텐츠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크게 두 분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재미를 전달하는 콘텐츠와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 재미를 전달하는 콘텐츠는 우리에게 웃음, 감동 등의 정서적 유희를 준다. 반면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는 우리에게 인사이트를 준다. 지금 이 글과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유는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다.
앞으로 보나 옆으로 보나,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다. 그만큼 정보도 넘친다. 이제는 정보가 없어서 문제인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정보를 찾는 것이 더 관건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당연히 그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양도 늘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콘텐츠가 늘어나는 만큼 우리의 인사이트도 늘어난 건 아니다. 콘텐츠가 담고 있는 모든 정보가 인사이트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떤 정보는 인사이트가 되고 어떤 정보는 그저 흘러가 버린다. 흘러간 정보는 정보의 바닷속에서 표류하게 된다.
표류하는 정보와 인사이트가 되는 정보는 어떻게 다를까? 정보는 어떻게 해야 인사이트가 될 수 있을까?
정보가 인사이트가 되기 위해서는 ‘아하 모먼트(Aha Moment)’를 만나야 한다. 아하 모먼트란 소리 그대로, 무언가를 갑자기 깨닫고 무릎을 치며 “아하!”하고 외치는 순간을 말한다. 그로스 해킹이나 프로덕트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신규 유저에게 아하 모먼트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라는 문장 때문에 아하 모먼트를 제품의 핵심가치나 핵심가치를 느끼는 순간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하 모먼트는 ‘깨닫는 순간’이다.
프로덕트가 유저에게 줄 수 있는 아하 모먼트는 “이 제품(서비스)은 나에게 이런 가치를 주는구나!”, 내지는 “이게 바로 내가 찾던, 나한테 필요한 제품(서비스)이었어!”라는 깨달음을 주는 순간이다. 기획자 입장에서야 ‘우리 제품이 언제 어떤 아하 모먼트를 경험하게 하는지’ 찾는 것이 당연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아하 모먼트는 찾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하 모먼트는 아마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일 것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왕관 속 금의 함량을 알아내야 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목욕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아주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부분은 아르키메데스가 넘치는 목욕물을 처음 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르키메데스가 문제를 받은 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욕을 한 것이 아니라면 그는 수도 없이 넘치는 목욕물을 목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치 목욕물이 넘치는 것을 처음 본 사람처럼, 그것을 목격하는 순간에 아하 모먼트를 만났다. 그러자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들어가면 물이 넘친다”라는 정보가 왕관 속 금의 함량을 확인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되었다.
문제 해결과 연결되지 못한 정보는 그저 표류하는 정보일 뿐이다. 반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보는 인사이트가 된다. 정보와 인사이트의 차이는 ‘문제와 연결 지을 수 있는가’ 여부이다. 콘텐츠가 담고 있는 정보는 ‘욕조에 들어가면 물이 넘친다’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는 표류하는 정보일 뿐이다. 그러나 ‘같은 원리로 왕관의 부피를 알 수 있다’로 연결된 정보는 드디어 인사이트가 된다. 지금도 수많은 콘텐츠가 생산되고 그 안에서 수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만, 그저 흘러가 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좋은 인사이트라고 소문난 정보를 접해도 자신의 문제와 연결 짓지 못하면 인사이트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정보를 차곡차곡 모아서 점진적으로 인사이트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 정보는 어느 순간 갑자기 인사이트가 되었다. 그 순간이 아하 모먼트다. 정보는 아하 모먼트를 만나 인사이트가 됐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샤워를 하다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간증한다. 씻는 행위에 무언가 비밀이라도 숨어있는 것일까? 아하 모먼트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할까?
정보가 씨앗이고 인사이트가 싹이라면, 문제에 대한 고민은 땅을 비옥하게 일구는 작업이다. 아무리 많은 씨앗(정보)이 뿌려지더라도 좋은 땅을 만나야 비로소 인사이트가 싹을 틔울 수 있다. 비옥한 땅이라면 같은 양의 씨앗이 뿌려졌을 때 더 많은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인사이트는 가지고 있는 문제가 정보와 연결되면서 탄생한다. 아르키메데스가 하필 그날의 목욕물을 보고 아하 모먼트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왕관 속 금의 함량이라는 문제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문제에 대한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나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없다. 얻어야 할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이다. 얻어야 할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에 충분히 정리되어 있어야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이런저런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본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무던히 앉아 아무리 오랜 시간 고민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그런 문제들은 의외로 엉뚱한 상황에 해답이 떠올라 해결되곤 한다. 아하 모먼트의 성립을 위해 핵심적인 두 번째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그렇게 해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샤워하다가, 운전하다가, 길을 걷다가, 동료와 받을 먹다가. 아하 모먼트는 아주 다양한 의외의 순간에 찾아온다. 샤워하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간증이 많은 이유는 씻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에서 벗어나 잠시 갖는 쉬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시간을 배양기라고 부른다. 정보라는 씨가 뿌려졌고, 문제에 대한 밭갈이가 충분히 이루어졌으면, 싹을 틔울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에서 잠시 벗어난 시기, 배양기를 가지면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되고, 내가 가진 다른 정보들과 연결해서 바라보게 되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문제에 매몰되어 있으면 계속 같은 방식으로만 사고하게 된다. 국내 수많은 명문(名文)이 괜히 유배지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다.
잊어서는 안 되는 점은 배양기 이전에 심사숙고, 즉 밭갈이가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시 아르키메데스를 보면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한 후 쉬기 위해 욕조에 몸을 뉘었다. 그렇게 문제를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게 되었고,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를 받자마자 욕조에 몸을 뉘었다면 그저 숙면을 취할 뿐이었을 것이다.
정보가 문제와 연결되는 아하 모먼트를 만나 인사이트가 되기 위해서는 무의식이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인사이트를 틔울 수 있는 씨앗과 좋은 땅이 준비되었다면, 이후는 무의식의 몫이기 때문이다. 팀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는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자기 전에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잠에 들어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 역시 수면에 들기 전에, 아하 모먼트를 만나기 최적의 상태로 뇌를 세팅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조언이다. 명상도 문제에서 잠시 벗어나는 배양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면 무의식에서도 일할 수 있다.
충분히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음에도 인사이트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잠시 문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인사이트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문제와 관련된 심사숙고가 부족했을 수 있다.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자가 진단이 가능하겠지만, 애석하게도 인간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기 어렵다. 그러니 인사이트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인사이트에 목말라 여기까지 흘러 들어온 당신이라면 조금은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잠시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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