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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직접 물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로덕트를 점검하기 위해 실시하는 고객 인터뷰는 빠르고 효과적으로 많은 정보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것이 모든 정보가 유효한 양질의 정보라는 것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수집한 데이터를 잘못 해석할 경우 어렵게 실시한 고객 인터뷰의 데이터가 빛을 발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치명적인 함정은 그 이전 단계에 존재한다. 바로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한 경우다. 고객 인터뷰를 통해 프로덕트를 점검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피해야 할 두 가지 함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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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직접 물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로덕트를 점검하기 위해 실시하는 고객 인터뷰는 빠르고 효과적으로 많은 정보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것이 모든 정보가 유효한 양질의 정보라는 것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수집한 데이터를 잘못 해석할 경우 어렵게 실시한 고객 인터뷰의 데이터가 빛을 발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치명적인 함정은 그 이전 단계에 존재한다. 바로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한 경우다. 고객 인터뷰를 통해 프로덕트를 점검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피해야 할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첫 번째 함정은 인터뷰의 내용과 관계가 깊다. 고객 인터뷰는 고객이 어떻게 느끼는지, 어떻게 생각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등을 묻는다. 참여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된 고객이라면 성심성의껏 자신의 느낌, 생각, 행동의 이유를 서술해줄 것이다.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도록 동기부여 하는 법에 관해 고민하기 전에, 좀 더 본질적인 전제를 의심해보자.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는 고객은 정말 자신이 어떻게 느꼈고, 어떻게 생각했으며, 어떤 이유와 과정으로 행동했는지 알고 있을까?
메타인지란 ‘자신이 아는 것을 아는 것’이다. 생각에 대한 생각, 인식에 대한 인식이라고도 불린다. 100개의 단어를 무작위로 제시한 뒤, 몇 가지나 기억하는지 테스트하는 것으로는 기억력을 측정할 수 있다. 반면, 메타인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몇 개나 외웠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과, 실제 외운 단어의 개수 간 차이를 살펴보아야 한다. ‘아는 것’과 ‘안다고 믿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인터뷰에 참여한 고객은 자신이 서비스나 프로덕트를 경험하는 과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인터뷰어 역시 상대방이 ‘알고 말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우리의 인터뷰가 첫 번째 함정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사고하는지 명확히 인식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인지능력이 부족하거나 주의력,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사고하는지는 알 필요가 없는 정보이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참여자(고객)는 서비스나 프로덕트 경험 과정에서 다양한 판단을 내린다. 대부분의 판단은 찰나의 순간에 직관적으로 이루어진다. 직관적인 판단은 사유를 거치지 않는 판단이다. 우리는 A와 B 중 A를 선택한 이후에,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A를 선택했구나’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A가 더 편해서, 끌려서, 익숙해서 등 다양한 판단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결과일 뿐이다. 왜 A를 선호했는지 생각해보는 시점은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은 시점이다. 결국, “왜 A를 하셨나요?”에 대한 질문의 대답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왜 A를 했는지’보다 ‘지금 돌이켜 봤을 때 왜 A를 했다고 생각하는지’에 가깝다.
인간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심지어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기억의 왜곡도 생각보다 쉽게 일어난다. 미국의 심리학 및 인지과학 교수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목격자 증언 실험을 통해 기억이 얼마나 쉽게 왜곡되는지 보여주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모두 동일한 차 사고 영상을 시청했지만, ‘접촉사고 당시’라는 표현을 들은 참가자와 ‘차가 박살나는 당시’라는 표현을 들은 참가자는 자동차의 속력을 다르게 추정했다. 차량의 속력이 몇으로 보였냐는 질문에 강력한 표현이 들어갈수록 차량의 속력을 높게 추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심지어 영상에 등장하지 않았던 유리 파편을 보았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만일 당신이 광고한 적 없는 광고 배너 사진을 보여주며 “당신이 한 달 전에 클릭한 배너입니다. 배너를 클릭한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고객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다양한 이유를 이야기할 것이다.
로프터스의 실험은 우리가 인터뷰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고객의 메타인지 수준은 저마다 다르다. 따라서 우리는 고객이 실제로 자신의 사고 과정을 모른 채 응답해도 상관이 없도록 인터뷰를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질문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같은 내용을 묻더라도 어떻게 질문하는지에 따라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을 구성할 때, 해당 항목을 통해 얻고자 하는 데이터의 내용과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적당히 물어봐도 고객이 알아서 모든 정보를 응답해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필요한 데이터의 내용과 목적이 정해졌다면, 그에 맞는 질문 방법을 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방형 질문을 사용한 인터뷰는 답변을 어느 방향으로 유도할 위험이 가장 적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저희 앱을 사용하시나요?”라는 질문보다는 “저희 앱을 언제 이용하시나요?”라는 질문이 더 다양하고 솔직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침대에 누워 주로 앱을 사용하는 인터뷰이일지라도, 대중교통 이용 시에 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응답일지는 몰라도 응답이 가진 정보량과 정보의 질은 현저히 떨어진다.
반면 인터뷰를 통해 어떤 ‘정도’를 측정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비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개방형 질문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폐쇄형 질문을 통해 비교가 용이하도록 정제된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앱 사용 빈도나 만족도 같은 경우는 명확하게 구간을 나누어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구간은 어렴풋이 인상만 가지고 있는 인식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기준점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수치화된 데이터라고 해서 무조건 객관적일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우리는 고객 인터뷰의 두 번째 함정을 만난다.
첫 번째 함정이 인터뷰 내용을 이야기했다면, 두 번째 함정은 인터뷰의 형식과 관련이 깊다. 특히 질문의 방식이 폐쇄형일 때에는 두 번째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질문이 개방형이든 폐쇄형이든, 인터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대표적인 ‘자기 보고식’ 데이터다. 자기 보고식 데이터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느낀 점이나 생각을 스스로 타인에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인터뷰에 참여하는 인터뷰이는 ‘나’에 대한 정보를 나 스스로 가공하여 드러낸다. 결국, 최종적으로 보고되는 데이터는 ‘실제로 어떻게 느끼는지’보다 ‘어떻게 느낀다고 보이고 싶은지’에 가까울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인상관리’라는 딱딱한 용어를 쓰지만, 이미 대부분이 알고 있는 개념이다. 소위 ‘이미지 관리’라고 불리는 그것과 유사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고, 실제 자신을 드러내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어떤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것이 심리검사를 진행하는 환경에서는 강력한 위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와 ‘실제 어떤지’의 차이가 크게 발생할 경우 데이터가 가지는 설명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질문하는 내용이 사회적인 판단과 관련이 있으면 이러한 정보오염이 심해진다. 여러 형태의 인상관리 중,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편향’을 사회적 바람 직성 편향이라고 한다.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세탁과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한다고 가정해보자. 예상 고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때, “귀하는 빨래할 때 세제를 얼마나 사용하십니까?”, “친환경 세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세탁 세제가 발생시키는 환경 오염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등을 질문해볼 수 있다. 세탁세제가 일으키는 환경오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일지라도,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다”라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꼭 사회적인 이슈가 얽혀 있지 않더라도 인터뷰이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보이고 싶은 인상을 형성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인터뷰에 임한다. 그것은 단순히 ‘친절한 소비자’일 수도,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똑똑한 소비자’일 수도, ‘사회적인 가치를 생각하는 소비자’일 수도 있다. 이렇게 형성된 페르소나와 실제 소비자의 페르소나 간 차이가 클 때는 인터뷰의 내용만큼이나 맥락도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심리검사에서는 자기 보고식으로 얻어진 데이터 이외에도 객관적 검사, 투사 검사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그중 검사의 내용과 관련 없는 정보들도 피검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검사 응답을 얼마나 수정한 뒤 제출했는지, 어떤 질문에서 다른 질문에 비해 많이 망설였는지, 특정 질문에서 검사자의 시선을 피하거나 말을 더듬었는지 등이다. 물론 우리의 인터뷰는 심리검사가 아니므로 위와 같은 정보들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인터뷰의 맥락도 정보가 된다는 것이다.
인터뷰의 맥락도 정보가 된다. 즉, 소비자가 실제 경험하는 것과 가장 유사한 환경에서 가장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친환경 제품에 얼마나 관심이 있나요?”라고 질문하는 것보다 친환경 마크가 붙어있거나 붙어있지 않은 여러 세제를 놓고 선택하도록 한 뒤, 해당 제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것이 더 유효한 데이터가 된다. 실제로 제품을 선택할 때 ‘친환경 요소를 얼마나 고려하는지’는 직접 질문에 대한 응답보다 평소 제품 소비 습관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타당도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어떠한 검사가 ‘측정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측정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예를 들어, 식사량을 통해 배고픔 정도를 측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실제로 배가 많이 고팠던 사람이 식사를 많이 했을 수도 있지만, 식사를 많이 한 이유가 꼭 배가 많이 고팠기 때문은 아닐 수 있다. 평소 식사량이 많거나, 좋아하는 음식이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식사량으로 배고픔을 추정하는 것은 타당도가 낮다. 타당도가 낮으면 일반화 가능성이 떨어진다. 위와 같은 측정으로는 식사량이 많은 모든 사람이 배가 많이 고팠기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의 인터뷰는 일반화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인터뷰에서 얻은 내용을 실제 프로덕트에 적용했을 때도 예상과 같이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A/B 테스트가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A/B 테스트는 실제 소비자가 경험하는 과정과 완전히 동일한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만일 당신이 어떤 상황이라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하고 묻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실제 환경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본다. A/B 테스트 중 A의 반응이 더 좋은 이유가 명확하려면 A와 B는 실험하고자 하는 특정 요소를 제외하고 모두 같아야 한다. A의 문구와 B의 문구 중 클릭률이 높은 안을 가려내기 위해서라면 문구가 삽입된 배너의 크기, 색상, 노출 빈도, 디자인 등 다른 모든 요소가 동일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둘의 차이가 문구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이렇게 이루어진 A/B 테스트는 타당도가 높고 일반화 가능성 역시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인터뷰 역시 실제 경험 환경과 유사하게 구성할수록 인터뷰 데이터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동시에 실제 경험과 유사하게 설계된 인터뷰 환경은 인터뷰이의 인상관리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메타인지도 고려해야 하고 인상관리도 고려해야 하고... 그렇다면 위 모든 사항을 고려하지 못한 인터뷰 데이터는 아무 정보를 가지지 못한 쓰레기에 불과할까? 그렇지는 않다. 위의 함정들은 인터뷰를 통해 얻은 데이터가 질문의 의도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환기했을 뿐이다. 인터뷰 데이터가 여전히 ‘고객의 소리’임에는 변함이 없다. 고객의 소리가 ‘실제 고객이 느낀 것’이 아니라 ‘고객이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해보자. 그 데이터는 ‘실제 고객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검증하는 것에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우리 서비스 이용 고객들은 이런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라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우리 서비스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는 데이터도 될 수 있다. 그것은 해당 서비스가 어떤 모습을 표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인사이트가 된다.
고객 인터뷰를 통해 나온 의견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최대한으로 수용한다고 해서 서비스가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질문이다. 그것들은 결국 우리 서비스와 관련된 인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그것은 곧 우리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다.
사람들의 인식과 우리의 지향점이 다르다면, 지금의 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거나, 전달받기를 원하지 않았거나, 유사한 다른 것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참여자에 대한 이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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