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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인 디자인, 직관적인 사용성, 직관적인 콘텐츠... 기획자들은 종종 직관적인 무엇에 대한 고민을 만난다. ‘직관적인 무엇’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직관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직관성은 무엇이며, 왜 필요할까? 그리고 기획에서 직관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글을 통해 기획할 때 직관성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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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직관성을 높이는 세 가지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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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직관적일 수는 없을까요?”

 

직관적인 디자인, 직관적인 사용성, 직관적인 콘텐츠... 기획자들은 종종 직관적인 무엇에 대한 고민을 만난다. ‘직관적인 무엇’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직관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직관성은 무엇이며, 왜 필요할까? 그리고 기획에서 직관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글을 통해 기획할 때 직관성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왜 직관적이어야 하는가?

관성이 아닌 정성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항상 ‘왜’에 대한 고민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직관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에 대한 힌트는 직관성의 정의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직관: 감각,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 <표준대국어사전>

 

직관적인 판단은 ‘사유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판단’이다. 인간은 사유를 거치지 않고도 판단을 할 수 있다. 사유를 거치는 판단은 생존을 불리하게 하는 두 가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유를 거치면 의사결정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지연된다. 달리는 트럭을 마주보고 트럭의 속력과 내가 서 있는 곳까지 도착하는 시간, 내가 피하기 용이한 방향을 계산하려 든다면 멀쩡히 살아남을 수 없다. 자연 상태에서 위험을 만나면 그 즉시 자리를 이탈해야 한다. 이것이 인간의 본능에 직관이 새겨진 첫번째 이유다. 사유를 거치는 판단의 두 번째 약점은 피로도 증가다. 인간은 생각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신체 에너지의 20~25%는 뇌가 사용한다. 깊은 사유는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 역시 생존에 불리하다.

 

사유를 거치면 의사결정 시간이 지연되고 피로도가 증가한다. 영리한 뇌는 직관적인 판단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케 했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했다. 에너지의 절약은 곧 피로도 감소로 이어진다. 이것이 우리의 설계가 직관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직관적인 프로덕트는 빠르게 이해할 수 있고, 사용하는데 발생하는 피로감이 덜하다.

 

 

직관적인 설계를 위한 세 가지 접근법

직관적인 판단은 인간 두뇌의 기본 탑재 기능이다. 뇌는 직관적인 판단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 중 하나가 어림짐작의 기술, 심리학 용어로는 ‘휴리스틱(heuristics)’이다. 휴리스틱은 깊은 사유를 통한 판단을 할 필요가 없거나,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작동하는 장치다. 휴리스틱이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우리의 직관성이 발휘되는 방식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1) 설명하는 것 보다 친해지는 것이 유리하다. (가용성 휴리스틱)

소설 <마션>의 첫 다섯장에는 각각의 단어가 몇 번씩 등장할까?

a. 7개의 철자로 된 단어 중에 -ing로 끝나는 단어

b. 7개의 철자로 된 단어 중에 여섯 번째 철자가 n인 단어

 

우리의 뇌는 떠올리기 쉬운 것을 더 많다고 판단한다. 위의 질문은 유명한 인지심리학 실험을 각색한 것이다. 참가자들이 추측한 a의 평균 개수는 13.4개였고, b의 평균은 4.7이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떻게 추측하였는가? 직관적인 판단을 거친 사람은 대부분 a의 개수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유를 거친 사람은 알아차렸을 수 있지만, b는 a를 포함하는 명제이다. 즉, a는 b와 같거나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ing로 끝나는 단어가 더 떠올리기 쉽기 때문에 직관적인 판단에서는 더 많을 것이라는 결론을 쉽게 내리고 만다.

 

사람들은 친숙함을 판단의 근거로 활용한다. 대상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보다 익숙한 대상이라는 점이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제품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지 않는 브랜드 광고들이 이 점을 훌륭하게 이용하고 있다.

 

배민 옥외광고
한때 버스정류장을 장악했던 배민의 옥외광고 (출처: 배달의 민족)

 

배달의 민족 옥외광고는 배달의 민족이 얼마나 훌륭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얼마나 만족도가 높은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같은 문장을 반복한다. 시몬스의 광고도 마찬가지다. 침대가 얼마나 훌륭한지 이야기하는 대신 침대만큼 편안한 느낌을 주는 영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심지어 침대와 전혀 상관없는 팝업스토어는 누적 방문객 6만명이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친숙함을 형성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필요할 때, 살다가 언젠가 침대를 사야하는 순간이 왔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고자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즉 친숙함은 직관적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시몬스 침대
성수동에 열렸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출처: 시몬스)

 

2) 유리한 기준점에 닻을 내리면 멀리 가지 못한다. (기준점 및 조정 휴리스틱)

직관적인 판단은 기준점이 주어지면 그것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위의 실험을 진행했던 Tversky와 Kahneman은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실험도 진행했다.

a. 8 × 7 × 6 × 5 × 4 × 3 × 2 × 1

b. 1 × 2 × 3 × 4 × 5 × 6 × 7 × 8

 

위 a, b는 동시에 제시될 경우 완전히 같은 문제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 집단에는 a만, 다른 집단에는 b만 제시한 후, 계산을 거치지 않고 순간적으로 답을 추정하도록 했다. 사유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a의 추정치 평균은 2250에 달했고, b의 추정치 평균은 512로 나타났다. 처음 등장한 숫자가 기준점으로 작용하여, 첫 기준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처음 기준점이 뇌리에 박히는 것을 ‘앵커링(anchoring)’이라고 한다. 마치 닻을 내린 것과 같이, 한 번 뇌리에 박힌 기준점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맘스터치 할인
맘스터치 앱 내 화면(출처: 앱 캡처)

 

버거킹 할인
버거킹 앱 내 화면(출처: 앱 캡처)

 

맘스터치와 버거킹의 앵커링을 비교해보자. 맘스터치는 할인된 구매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메뉴 상세화면에 들어가서야 얼마를 할인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미 15,900원에 형성된 기준점은 2,600원 할인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그러나 버거킹은 소비자의 혜택가격에 초점을 맞춘다. 메뉴 선택 시에는 메뉴의 정가를 보여주고, 마지막 주문 화면에서 할인을 적용하여 5,000원 할인의 힘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18,000원짜리 상품을 클릭하니 10%할인이 자동 적용되어 있는 것과, 20,000원짜리 상품을 클릭하니 2,000원 할인을 적용해주는 것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기준점을 어떻게 제시하는지는 직관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첫인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 앱의 캡쳐 화면만 놓고 비교해보면, 버거킹 쪽이 보다 더 직관적으로 혜택을 전달하고 있다.

 

3) 감정은 이성보다 강력하다. (감정 휴리스틱)

인간의 판단은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직관적인 판단의 경우 그 경향이 더 짙어진다.

a. 1개의 당첨이 들어있는 10개의 뽑기

b. 8개의 당첨이 들어있는 100개의 뽑기

 

a와 b선택지 중, 당첨확률을 계산해보면 a선택지의 게임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직관적인 판단을 거치면 b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내가 뽑아도 되는 당첨이 8개나 있는 것이 감정적인 안심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불안한 상태를 극도로 싫어한다. 따라서 불안한 감정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회피가 이루어지는데, 직관적인 판단에서는 보다 안심되는 대상에게 감정적으로 이끌리는 것이다.

 

룰렛 이벤트
농협카드의 룰렛이벤트(좌)와 SBS의 룰렛이벤트(우)

 

인간은 기대값이 크더라도 불확실한 손실 가능성을 가진 것보다 적더라도 확실한 이득을 선호한다. 사진의 두 이벤트에서 전체 상품의 값어치는 에어팟을 포함한 농협카드의 이벤트(좌)가 더 높다. 그러나 SBS의 이벤트(우)는 전체 상품의 값어치가 낮더라도 확실하게 무언가를 받을 수 있다. 직관적으로 선호되는 이벤트는 꽝이 없는 SBS의 이벤트다.

 

물론 감정이 작동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기대되는 이득이 극단적으로 크다면 확실하지만 작은 이득보다 불확실하더라도 큰 이득을 선호하기도 한다. 도박에 빠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상반되는 두 판단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휴리스틱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전달하는 감정을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이성적인 판단과 무관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판단, 특히 직관적인 판단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불안을 회피하고자 하는 특징 외에도 감정의 다양한 특징을 통해 직관에 개입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심리학은 예리한 무기가 되어준다.

 

 

직관성 추구의 함정

직관성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지만, 한 번쯤은 의심해보고 넘어가야할 지점이 있다. 직관적인 판단은 언제나 옳을까?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직관성을 추구해도 되는걸까? 직관은 어림짐작의 기술이다.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일종의 의사결정 편법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편법이 그렇듯, 직관적인 판단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의 반대쪽 날에는 다양한 인지오류가 있다.

 

동전을 던지기를 하는데 연달아 네번째 앞면이 나왔다. 직관적 판단으로는 다음번에는 뒷면이 나오리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물론, 개별 시행의 확률은 독립적이므로 다음 번 던지기에서도 앞면과 뒷면의 확률은 반반(도박사의 오류: the gambler’s fallacy)이다. 농구 등의 스포츠 경기 초반에 한 선수가 연달아 골을 성공시키면, 그 경기 내내 그 선수가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그것은 초반에 발생한 직관의 오류로 해당 선수에게 패스가 집중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 역시 직관적 판단이 유발한 인지오류(hot hand fallacy) 중 하나다.

 

이 밖에도 수많은 종류의 인지오류가 연구되었다. 연구된 것 이외의 오류들도 우리 생활에서 늘 발생하고 있다. 사유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충분히 심사숙고하지 않아 잘못된 판단에 도달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직관은 우리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시켜줄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인 동시에 길을 잃게 만드는 문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빠르고 효율적인 지름길이 되느냐, 막다른 길로 이어진 샛길이 되느냐는 직관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사용하는가에 달렸다.

 

당신의 서비스는 직관성을 내세워야 하는 것이 확실한가? 직관성이 독이 되지는 않는가? 직관성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 맞다면 어떤 방향으로 직관성을 추구할 것인가? 기술적인 방법론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답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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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Writing 전문 에이전시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텍스트와 심리학의 관점에서 경험기획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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