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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기획자들은 늘 인사이트에 목말라 있다. SNS 채널을 구독하고, 최신 트렌드가 있는 컨퍼런스에도 간다. 주니어/시니어 기획자들이 모이는 네트워킹 커뮤니티에 참여하기도 한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소화하면서 새로운 통찰을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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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빅데이터는 당신이 바라던 인사이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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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에 목마른 기획자들
인사이트에 목마른 기획자들(출처: 매드맥스 中)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기획자들은 늘 인사이트에 목말라 있다. SNS 채널을 구독하고, 최신 트렌드가 있는 컨퍼런스에도 간다. 주니어/시니어 기획자들이 모이는 네트워킹 커뮤니티에 참여하기도 한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소화하면서 새로운 통찰을 찾아 헤맨다.

 

그렇게 점점, ‘어떻게 인사이트를 얻는가?(How)’라는 질문은 소위 기획자들의 ‘주요 아젠다’로 떠올랐다. ‘어떻게?’를 외치던 기획자들 중 일부는 ‘인사이트란 무엇인가?(What)’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도달하기도 했다. How와 What. 그러나 기획자라면 정말 중요한 질문은 이 두 가지가 아님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Why’가 되어야 한다. 왜 우리는 그토록 인사이트에 목마를까? 인사이트는 도대체 왜 필요한 걸까?

 

인사이트가 뭐길래

인사이트는 통찰력이다. 통찰은 사물이나 현상을 꿰뚫어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思考)를 말한다. 결국 인사이트는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기획자는 계속해서 새로운 문제를 직면한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 하거나, 소비자가 겪은 불편함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 기획자의 미션으로 주어진다. 기획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이다.

 

기획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취한다. 그중 빅데이터는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명실상부, 데이터가 넘치다 못해 쏟아지는 시대로 우리의 모든 정보와 행적이 온라인 상 데이터로 남는다. 수집된 데이터가 품고 있는 정보량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이 정보는 돈이 된다.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기꺼이 손실도 감수한다. 카카오 택시는 사용자 개인에게 비용을 받지 않고 택시를 호출하도록 도와준다. 대신, 카카오는 연령별 이동경로와 주요 이동 시간대라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이용 전 ‘정보수집에 대한 동의’를 얻는다. 구글, 애플, 메타(구 페이스북)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도 이놈의 정보수집 때문에 골머리를 썩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빅데이터가 갖는 힘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방증이다.

 

 

통계적 사고의 함정

빅데이터가 이토록 강력하다면 기획자가 눈독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종종 문제 해결을 위해 통계에 기대곤 한다. 쌓여 있는 정보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통계적 사고라고 부른다. 통계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방법론은 이제 ‘기본’이 되었다.

 

퍼포먼스 마케팅, 그로스해킹, 린스타트업, 디자인씽킹. 시대를 장악하는 방법론들의 상당수가 데이터 기반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데이터화 된 사람들의 반응을 토대로 한 의사결정’이다. 수집된 데이터가 클수록 의사결정이 유리해진다. 기획자들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법, 수집된 데이터를 읽는 법을 익히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왔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 통계적 사고의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데이터는 현상의 기술, 사실의 나열일 뿐, 어떠한 의견도 갖지 않는다.

 

통계적 사고의 함정
우리는 속지 말자 (출처: BBC)

 

A/B테스트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가장 직관적인 예시일 것이다. 디자인과 카피가 다른 두 가지 광고 소재 중 어떤 것이 효과적인지 테스트하기 위해 ‘광고안 A’와 ‘광고안 B’의 배너를 동시에 여러 곳에 노출시킨다. 이때 집행하는 광고비용은 최소로 한다. 노출 대비 클릭률, 구매전환율 등 데이터가 쌓이면 A안과 B안 중 효과적인 광고를 판단한다. 그리고 남은 기간은 더 효과적인 옵션으로 나머지 광고비용을 집행한다.

 

통계적 사고의 방법론은 대체로 위와 같은 형태로 이루어진다. A안과 B안 중 효과적인 광고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잘 세울 수 있는 기획자는 능력 있는 기획자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기획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Why이다. A와 B 중 ‘왜’ B의 성과가 우수할까? B의 노출 대비 클릭률이 높은 건 결과이다. 원인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그 ‘왜’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인사이트다. 통찰력 있는 기획자라면 ‘왜’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키의 경쟁사

‘나이키의 경쟁사는 닌텐도’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스포츠웨어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쟁사가 아디다스나 퓨마가 아닌 닌텐도라니, 얼핏 듣기에는 뜬금없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으로 들어가 보자.

 

  • 건강한 생활리듬을 위해 퇴근 후 러닝 크루에 가입하려는 초원씨. 초원씨에게는 백만 불짜리 다리를 가볍게 해 줄 러닝화가 필요하다.
  • 운동은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현생이 너무 바쁜 동진씨. 그의 고된 삶을 위로해주는 것은 퇴근 후 맥주 한 캔과 넷플릭스다.

 

초원씨가 러닝화를 구매하기 위해 떠올리는 브랜드가 몇 개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브랜드 중 나이키가 없을 확률은 희박하다. 남은 것은 몇 개의 브랜드 중 나이키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 나이키가 초원씨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아디다스를 경쟁사로 선정해야 한다.

 

문제는 동진씨다. 동진씨는 나이키, 아디다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동진씨가 나이키와 만나기 위해서는 일단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와야 한다. 나이키가 동진씨를 타겟으로 한다면, 경쟁사는 넷플릭스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는, 세계에는 초원씨가 많을까 동진씨가 많을까? 데이터 기반의 사고로 출발한다면 넷플릭스가 경쟁자라는 결론에 절대 도달할 수 없다. 데이터 기반 사고는 마지막 단계(초원 vs. 동진), 그때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

 

야마구치 슈와 구스노키 켄의 저서 <일을 잘한다는 것>에서는 저자가 대형 광고회사 ‘덴쓰’에 재직하던 시절, 동료 기획자와 유니클로 매장을 나간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매장 안에는 분명 사람이 가득한데, 동료 기획자는 유니클로가 곧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유인즉슨, 유니클로의 의류 매출 대부분은 남성복이었으나, 매장에는 여성 고객만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유니클로에서는 자신을 위한 옷을 사지 않는다. → 남편과 아이들의 옷은 저렴한 유니클로에서 사고, 자신은 거기서 절약한 돈으로 주말에 백화점을 찾는다. → 유니클로는 언젠가 백화점 브랜드에게 진다.’라는 통찰이었다.

 

 

인(人)사이트(sight)

나이키가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보다 ‘스포츠정신(Just do it)’을 앞세운 통찰, 유니클로의 매장이 사람으로 가득하지만 이것이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 수도 있다는 통찰은 데이터로부터 오지 않는다. 진정한 통찰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한다.

 

기획자에게 인사이트가 필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기획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사람’이 겪는 문제다. 통계적 사고란 ‘데이터화 된 사람들의 반응을 토대로 한 의사결정’이다. 데이터는 ‘사람’의 반응이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문제를 날카롭게 정의할 수 있고, 데이터에 숨은 의도와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결국 인사이트는 인간에 대한 세심한 시각을 바탕으로 한다. 통찰의 사전적 정의에는 ‘의미를 재조직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는 표현이 있다(표준국어대사전). 통계적 사고로는 재조직이 불가능하다. 통계에는 통찰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조직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이다.

 

한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모음, 자음을 손가락 위치에 맞게 배열한 가장 효율적인 키보드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논리적으로 완벽한 배열의 키보드 시제품 ‘드보락 키보드’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는 여전히 쿼티 키보드를 쓰고 있다. 인간은 익숙함이라는 습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한다는 통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속기사 키보드
가장 효율적인 타이핑이 가능한 속기사 키보드, 그러나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개인적으로, 바로 이 통찰력이 AI가 정복하기 가장 어려운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돈오(점진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번에 깨달음을 일컫는 불교의 용어. 두산백과)라고도 불리는 이 능력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원료로 하고, 인간을 가장 깊게 이해하는 것은 인간인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통찰의 정의는 인지심리학에서 창의성을 정의하는 방식과 아주 연관이 깊다. 재미있게도 통찰의 순간과 창의성의 순간은 모두 의자에서 엉덩이가 떨어져 있는 동안 발현된다고 한다. 지금 당신을 괴롭히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 봄 날씨를 핑계로 잠시 동료와 커피타임 겸 산책을 나가보면 어떨까? 봄 날씨로 부족하다면 부장님께 이 글을 핑계로 보여주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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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Writing 전문 에이전시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텍스트와 심리학의 관점에서 경험기획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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