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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부에서 프로덕트 기획을 위해 고객을 만나야 하는 이유와 초기 단계의 프로덕트를 위한 인터뷰 진행법을 살펴보았다. 이제부터 실무에서 고객 인터뷰를 수행하는 방법을 5단계로 나누어 그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 과정은 초기 프로덕트의 방향을 잡기 위함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하고 있는 프로덕트의 핵심 개선점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인터뷰 전에 우리가 왜 인터뷰를 하는지, 누구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할 것인지, 그리고 주어진 시간과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를 고려하여 개요를 작성해보자. 개요에 포함되어야 될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인터뷰 목적(ex. 가계부 앱 초기 기획을 위한 가계부 얼리어답터 탐색조사)
2) 기간
3) 장소(ex. 사무실 또는 서울 내 인터뷰이 희망 장소)
4) 소요시간(ex. 1시간 ~ 1시간 30분. 이동시간 제외)
5) 인터뷰이 조건(ex. 최소 5년 이상 가계부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사람. 반드시 앱 사용자일 필요 없음 + 연령과 성별 포함 1인 가구, 개인사업자, 기혼자, 자녀 유무 등 다양한 프로필로 만나볼 것)
6) 사례금(ex. 문화상품권 2만 원. 사무실 방문 시 2만 원 교통비 추가)
7) 진행자 및 서기 선정
8) 기타 인터뷰 준비물(ex. 프로토타입, 설문지 하드카피)
인터뷰 진행자, 즉 인터뷰어인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뷰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인터뷰 목적을 정의해야 인터뷰에 참여하는 사람, 즉 인터뷰이 조건을 설정할 수 있고, 이를 기준으로 통일된 팀 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반면 인터뷰이 입장에서는 사례금과 장소가 중요하다. 실제로 이 조건이 인터뷰이에게 유리할수록 인터뷰 참여율은 올라간다. 사례금은 반드시 상품권이어야 하거나 2만 원이 기준은 아니다. 가벼운 인터뷰는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지급하기도 하고, 예산이 충분하거나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경우 5만 원 이상의 사례를 지급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기본 2만 원 문화상품권에 사무실 방문을 유도하기 위하여, 사무실 방문 시 추가 2만 원의 교통비를 지급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이렇게 인터뷰의 분량, 예산 그리고 인터뷰이의 참여율을 고려하여 우리에게 적합한 사례금을 설정해보자.
위 개요를 바탕으로 인터뷰 참여 신청서를 작성한다. 별도 유료 업체를 사용하지 않고 구글 설문 폼으로도 충분하다. 아래의 실무 사례를 참고해보자.
출처: 본인
1) 인터뷰 내용 소개: 설문지 첫 화면에서 인터뷰 진행 주체와 어떤 목적의 인터뷰인지 소개한다. 그리고 인터뷰 참여시 받을 수 있는 사례금과 인터뷰 소요시간, 장소를 필수로 안내한다.
2) 신청자 이름과 연락처: 연락을 취하기 위한 필수 정보를 먼저 받는다. 간혹 응답자가 연락처를 잘못 입력하면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여 구글 설문지 설정에서 ‘이메일 수집 기본’을 지정해 두어도 좋다.
3) 인터뷰이 조건 확인: 인터뷰이 조건은 구체적으로 작게 구분하여, 신청자가 여러 항목을 복수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설정하자. 우리는 가장 많은 옵션을 선택한 신청자를 우선으로 연락을 취해볼 것이다.
4) 인터뷰 형태: 고객 인터뷰는 되도록 대면 인터뷰를 추천한다. 다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연재해 등으로 대면이 어려운 경우 또는 인터뷰이가 먼 거리에 거주하고 있을 때를 대비하여, 전화 인터뷰 또는 화상 통화(ZOOM 등)를 옵션으로 제공한다. 단, 설문지 배포와 같은 서면 인터뷰는 의미 있는 정성적 데이터를 쌓기 어려우므로 권하지 않는다.
5) 인터뷰 지속 참여 여부: 간혹 인터뷰 진행에 매우 협조적이고, 우리가 기획하고 있는 프로덕트 또는 비즈니스와 관련해 배울 점이 많은 인터뷰이가 있다. 이들은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양질의 피드백을 줄 수 있다. 모든 인터뷰이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단계에서 미리 가능성을 확인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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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연락 예고: 신청자 모두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안내한다.
7) 개인 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 신청자의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와 같은 개인 정보를 수집하므로, 개인 정보이용 동의를 받는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고객은 설문을 제출할 수 없도록 설정한다.
인터뷰이를 어떻게 모집할까?
인터뷰이 모집 방법은 지난 1부에서 설명한 내용과 같다. 아래 4가지 중 내부 사정에 적합한 방법을 택해서 진행해보자. 4가지 중 1가지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 병렬로 진행해도 무방하다.
인터뷰이는 몇 명을 만나야 할까?
초기 기획 단계의 얼리어답터 인터뷰는 양보다는 질이다. 이 단계에서는 시장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고, 그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을 피상적으로 느끼는 것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얼리어답터는 인터뷰이 조건 부합 여부를 최우선으로, 다양한 프로필의 5~6명을 만나본다. 주요 인물 2~3명을 만나보는 것도 좋고, 여전히 갈피를 잡기 어렵다면 얼리어답터로 추정되는 열댓 명의 사람들을 추가로 만나보는 것도 좋다. 이때 나이, 성별, 직업 등 기본적인 인적 사항부터 업계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고려하자. 예를 들어 금융이라면 자산 규모나 자녀가 있는지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고루 만나는 것이 좋다.
현재 운영 단계에 있는 경우 사용성과 론칭될 프로덕트 콘셉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인터뷰는 반드시 검증이 필요한 UI 화면이나 프로토타입을 준비하자.) 사용성 테스트나 콘셉트 검증을 위한 인터뷰는 얼리어답터와 머저리티(Majority)를 3:7 비율로 최소 10명은 만나야 한다. 이미 확실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얼리어답터를 감동시킴과 동시에 머저리티도 프로덕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머저리티의 경우 인터뷰이 조건을 까다롭게 선별할 필요는 없으나, 최소한 해당 프로덕트의 잠재 고객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프로필의 고객 군을 만나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각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인터뷰이가 해당 업계에 대해 말하는 공통된 문제의식, 노하우, 니즈 등이 무엇인지 발견하기 위함이다. 이것을 발견하면 기획자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 기획자가 확신을 얻어야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으며, 프로덕트에 대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고객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될 3가지 고객 인사이트가 있다.
1)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2)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는 고객의 노하우
3) 관련해서 고객이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이나 행동
이 3가지는 프로덕트 설계의 핵심 토대다.
그렇다면 3가지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질문지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있는 그대로 “가계부 쓰실 때 페인 포인트가 뭐죠?”라고 물어보면 좋은 답변을 들을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진행하려고 하는 인터뷰는 격식 없이 편안한 대화로 이루어져야 한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과의 티타임이라고 상상하며, 아래 예시를 살펴보자.
인터뷰이가 겪었던 괴로웠던 상황을 떠올릴 수 있도록 질문한다. 또는 고객들이 처한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인터뷰이의 생각을 들어보자.
인터뷰이에게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기 위해 쓰고 있는 타 서비스가 있다면 소개를 받아보자. 또는 입문자를 위해 조언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인터뷰이가 했던 최근의 과거 경험을 들어보자.
이 3가지를 포함하여 현재 프로덕트 상황에 맞는, 또는 시장에 검증이 필요하거나 고객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내용을 취합하여 질문지를 준비하자. 질문지는 인터뷰이의 생각 그 자체보다는 실제 경험과 행동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팀원을 대상으로 예행연습을 해보는 것이 긴장감을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인터뷰 준비는 끝났다. 약속된 장소에서 인터뷰이와 대화를 나눠보자. 필자는 분기별로 열댓 명의 고객을 만나왔다. 매 분기 다른 카테고리의 고객들이었지만, 인터뷰어로서 인터뷰 진행 시 꼭 지켜야 할 기본 가이드라인을 잡아갈 수 있었다. 하나씩 살펴보자.
인터뷰이가 곧 잠재 고객이자 현재 고객이다. 인터뷰에 대한 충분한 설명, 만남 전 안내, 만남 후 감사 인사, 정시 시작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 부정적인 나비효과를 만들지 않도록 한다.
인터뷰 목적에 충실한 질문지, 고객이 자필로 작성할 인쇄된 설문지(필요하다면), 충분한 인터뷰 예행연습을 하자. 진행자가 헤매면 인터뷰이는 집중하지 못한다.
인터뷰는 대화를 주도할 인터뷰어 1명과 인터뷰 내용을 기록할 서기 1명이 2인 1조로 함께한다. 물론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클로바노트와 같은 서기를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하지만 고객 인터뷰는 디자이너, 개발자, 심지어 마케터나 대표까지 다양한 직군이 함께 하는 것이 좋으므로, 서기 역할을 명분으로 팀원의 참여를 독려해보자.
동일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모든 인터뷰의 진행자는 한 사람이 맡는 것이 좋다. (만약 여러 진행자를 둔다면 질문지를 통일하고, 진행과정을 자주 공유하여 인터뷰 목적을 잃지 않게 주의한다.) 하지만 서기는 바뀌어도 상관없다. 사무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제3자의 피드백과 의견을 들어보는 경험은 프로덕트 설계에 관여하는 모든 팀원들에게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서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녹음기를 대체하는 것이다. 서기는 인터뷰이의 말뿐만 아니라 비언어까지 있는 그대로를 작성할 의무를 가진다. 임의로 정리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인터뷰는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탐색 조사’다. 탐색 조사는 편하게 대화하며 인터뷰이의 말에 경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A가 좋다고 했던 인터뷰이가 갑자기 A는 별로라고 말했다면, 왜 말을 바꿨는지 따지기보다 그가 실제로 했던 행동을 확인할 수 있는 제3의 질문을 해보자.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종종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시종일관 단답으로 일관하는 인터뷰이는 흔한 편이다. 이때 당황하지 말고 질문을 우회해보자. 개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인터뷰어의 빈틈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뷰 진행이 도저히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판단된다면 마음을 비우고, 다음 인터뷰에서 만나지 않도록 체크하자.
인터뷰이가 “그렇다.”, “좋다."라고 답변해도 실제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기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만한 중요한 답변이라고 생각된다면, 인터뷰이가 정말 그렇게 행동했는지 실제 경험을 확인하여 더블 체크해보자.
“저희 앱 어때요?”, “이런 기능이 있으면 어떨 것 같나요?”처럼 답이 정해진 질문은 지양하자. 그들은 프로덕트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괜찮은 것 같은데요?"라고 답변할 것이다. 만약 새 기능에 대한 고객의 생각, 사용성 평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말로 설명하기보다 프로토타입을 제시하자. 인터뷰이가 프로토타입을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관찰된 모습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인터뷰가 끝난 직후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 우리의 생각과 달랐던 것, 우리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던 것, 또는 모든 인터뷰이가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들을 미리 메모해두자. 이후에 인터뷰 내용을 한꺼번에 정리하려고 하면 밀린 일기를 쓰는 것만큼 괴롭기 때문이다. 단기기억이 남아있을 때 10분만 투자하여, 인터뷰를 진행한 서기와 함께 인사이트를 간단히 요약하자. 이렇게 정리한 짤막한 인사이트는 사내 메신저에 공유해도 좋다. 협업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당신도 기뻐할 것이다.
인터뷰가 모두 끝나면 총 3가지의 결과물이 생긴다. 이 문서는 한번 작성되고 끝나는 문서가 아니라, 계속해서 살펴보고 팀원들에게 공유해야 할 문서다. 이 문서들이 앞으로 프로덕트를 설계하는 기반이 되며, 우리들의 자산이 될 것이다.
로우 데이터는 녹음 파일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요약정리된 문서가 아닌 인터뷰이의 비언어까지 작성된 그야말로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문서다.
모든 인터뷰이의 응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로우 데이터를 정제된 문서로 만든다. 엑셀 또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하여, 행에는 인터뷰이에게 했던 공통 질문, 열에는 각 인터뷰이의 응답을 요약하여 입력한다. 이 시트를 보며 인터뷰 진행 과정에서 인사이트라고 메모해둔 포인트를 체크하자.
정리된 시트를 기반으로 인터뷰 결과를 도출한다. 기본적으로 고객의 페인 포인트와 노하우, 그리고 자주 하는 행동과 생각이라는 3가지 고객 인사이트를 도출할 것이다. 여기에 프로토타입을 통한 사용성에 대한 검증이나 추가 고객 가설 검증을 함께 진행했다면 그에 대한 결과도 도출해보자.
위 자료는 가계부 얼리어답터 탐색 인터뷰를 통해 도출해낸 결과이다. 어떻게 이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을까? 인터뷰 내용을 엑셀 시트로 한번 정리했음에도 여전히 어디에 주목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면, 아래 4가지의 포인트를 확인하자. 인사이트 발굴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음 인터뷰를 위해 지금까지의 과정을 회고해보자.
이번 글에서는 프로덕트 초기 단계, 운영 단계에서 모두 적용해 볼 수 있는 고객 인터뷰 5단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프로덕트 기획의 핵심이 될 3가지 고객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마지막 3부에서는 고객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프로덕트를 설계하는 방법을 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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