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위기 상황에서의 디자인 원칙 5가지

해외 유명 IT 기업은 각자 자신들의 블로그를 운영해 개발 방법과 기업 문화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요즘IT는 이러한 IT 기업 블로그의 콘텐츠를 번역해 소개하는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걸까요?

이번 글은 글로벌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의 ‘Designing for crisis - 5 learnings from developing trauma-informed products’를 번역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어떤 디자인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갑니다. 백신이 널리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방역과 치료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종사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휴스턴 메소디스트 병원(Houston Methodist Hospital)에서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발표한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의료종사자의 피로와 번아웃에 관한 연구: 대규모 집중 치료시설에서 배운 교훈"이라는 논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질병 2019(COVID-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우울증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신 건강 문제 또한 더욱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전선에 있는 의료종사자들은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족에 대한 책임과 환자에 대한 의무감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정신적인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이 고통스러운 사건의 결과로 발생하는 심리적 외상인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미국의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청(SAMHSA)에 따르면, 트라우마는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웰빙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2020년 3월 프론트라인 스테이(Frontline Stays) 프로그램을시작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준 관대한 커뮤니티 덕분에 COVID-19 구호 인력은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 없이 머무를 수 있는 숙소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의료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숙소를 제공한 호스트가 옆에서 지켜본 바에 따르면 그들은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과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라는 의무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COVID-19 의료종사자와 호스트를 어떻게 돌봐줄 수 있을까요?

에어비앤비 팀에서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를 디자인합니다. 우리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우리가 돕고 있는 사람들이 최전선에서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진화해왔습니다. 우리는 트라우마 이해기반 케어(Trauma-Informed Care)를 위해 의학, 인도적 지원,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관행과 원칙을 도입했습니다.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사람을 위한 경험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가 현장에 적용한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트라우마 이해기반 디자인의 5가지 원칙

• 안전: 정신적 웰빙을 우선시하고 보호합니다.
• 투명성: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 선택: 개인의 존엄성과 선택의 자유를 존중합니다.
• 상호 이해: 협업 또는 공동의 의사 결정을 통해 파트너십을 구축합니다.
• 형평성: 소외된 사람들이 더욱 큰 트라우마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하나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안전

심리적 웰빙을 우선시하고 보호하기

우리는 제품의 성과를 측정할 때 일반적으로 이탈률, 전환율, 종료율과 같은 항목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에서 이를 그대로 사용하면 적지 않은 거부감을 줄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전을 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원하면 언제라도 중간에 거부하거나 종료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COVID-19 의료종사자도 숙소를 평가하기 위해 일반 여행객과 동일한 5단계를 거쳤습니다.

이는 여행객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도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심리적 안전을 위해 우리는 알림을 제거하고 '후기' 대신 '피드백'을 요청했으며, 거의 모든 질문을 원하는 경우에만 답변하고 그렇지 않으면 건너뛸 수 있게 바꿨습니다.

머지않아 피드백의 질이 개선되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게스트가 투숙하는 동안 느꼈던 장단점을 예전보다 좀 더 편하게 공유하게 된 것입니다.

다음은 안전의 원칙을 구현하는 방법입니다.
- 전체 또는 일부를 선택사항으로 제공한다.
- 불필요한 알림과 업셀링을 제거한다.
-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2) 투명성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하기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적절한 애니메이션이나 시선을 사로잡는 일러스트가 가져다주는 화려한 시각 효과에 열광하곤 합니다. 그러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의사 결정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각적 즐거움과 정보 전달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의료종사자들이 일하는 동안 머물 곳을 찾을 수 있도록 프론트라인 스테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좌측과 같이 정보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의사나 간호사가 교대 근무 중간이나 긴 업무를 끝내고 이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이콘을 제거하고 프로그램 내용을 글머리 기호를 통해 요약해 보여줌으로써 페이지가 훨씬 간결해지고 내용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음은 투명성 원칙을 구현하는 방법입니다.
- 가독성을 위해 긴 문장 대신 글머리 기호를 사용한다.
- 메뉴 구조와 탐색을 쉽고 빠르게 구성한다.
- 불필요한 아이콘, 사진, 일러스트의 사용을 줄인다.

3) 선택

개인의 존엄성과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기

디자이너로서 우리의 임무는 심플한 사용자 경험을 통해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돕는 것입니다. (예: 음원 서비스와 같이 특정 멤버십 선택을 유도하기) 물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삶에 제어권이 없다고 느끼고 있는 사용자에게는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고 그러한 선택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 사회의 긴급한 요구가 있을 때 Airbnb.org에 호스트로 등록하여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다른 가족에게 대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크나큰 도움입니다.

호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그들의 집에 머물 것인지입니다. 프로세스 간소화를 위해 '모든 그룹(All groups)'의 게스트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것이 몇 년 전까지 기본 선택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호스트가 도움을 제공하려는 게스트가 누구인지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기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또한, 게스트의 긴급한 요청을 호스트가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디자인을 개편하며 '모든 그룹'이라는 기본 선택지를 제거하고 호스트가 게스트 그룹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다음은 디자인에 선택의 원칙을 구현하는 방법입니다.
- 새로운 정보에 놀라지 않도록 모든 선택지를 처음부터 모두 제시한다. 
- 다음 단계와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사전에 명확히 알려준다.
- 기본 선택지가 무엇이며 꼭 필요한 것인지 세심하게 검토한다.

4) 상호 이해

협업과 공동의 의사 결정을 통한 파트너십 구축

제품 개발팀은 사용자를 위한 솔루션을 만듭니다. 상호 이해의 원칙은 '제공하는' 디자인에서 '함께 만들어 나가는' 디자인이라는 사고방식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연구 단계에서부터 구현에 이르기까지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파트너십을 강조하면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세 가지 옵션을 제공합니다."가 아닌 "여러분과 함께 몇 가지 옵션을 살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죠.

구현 사례: Airbnb.org 고객 지원 경험

게스트의 Airbnb.org 숙박 관련 문의는 고객 지원팀이 처리하고 있습니다. 손님이 재난을 피해 달아나는 상황임을 알고, 앰배서더는 게스트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트라우마 이해기반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Airbnb.org의 글로벌 운영 관리자인 Amelia Savage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가 치유되는 것은 관계 속에서 일어나고,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에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더 좋은 경험을 위한 도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 Airbnb.org의 앰배서더는 "우리는 세 가지 옵션을 제공합니다." 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와 같은 말 대신 "여러분과 함께 몇 가지 옵션을 살펴보겠습니다."라는 말로 협력 관계를 강조합니다. 이러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면, 게스트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며 앰배서더가 그들과 협력하여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다음은 상호 이해의 원칙을 구현하는 방법입니다.
- 핫라인을 구축하려면 투자가 필요하지만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 연구에서부터 실제 구현으로 이어지는 제품 설계 프로세스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과 협력 관계를 구축할 방법을 고안한다.

5) 형평성

소외된 사람들이 더욱 큰 트라우마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장애인, 노인, 성소수자, 유색인종과 같이 소외된 집단은 다른 사람들보다 트라우마를 경험할 가능성이 큽니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해 없이 트라우마 이해기반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소외된 사람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을 들여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특권이나 편견이 찾아 없애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Airbnb.org에서 이용객 중 의료 활동을 위해 투숙하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게스트의 50%는 우리 플랫폼을 처음 사용하며, 특히 비영리 의료 활동을 목적으로 여행하는 사람은 보통 고령이며 낮은 소득으로 인해 소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숙소를 찾고 예약하는 프로세스를 간소화할 때 계정 생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는 것을 보고 우리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많은 게스트가 에어비앤비에 대해 처음 들어보고 기술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기존 이메일을 사용해 가입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또한 재설계 과정에서 검색 경험을 단순화하고 서비스 전반에 걸쳐 훨씬 더 많은 도움말을 추가했습니다. 콘텐츠 전략가인 Claire는 모든 언어를 명확하고 간단하며 쉽게 읽히도록 가다듬었습니다. 이는 상당한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관련 문의가 30% 감소했고 계정 생성과 관련된 지원 티켓은 0%로 줄었습니다. 또한 암 지원 커뮤니티와 같은 파트너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다음은 형평성을 구현하는 방법입니다.
- 당신의 가정하고 있는 사실과 편견을 의심하라.
- 제품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소외된 경험이 무엇인지 집중한다. 가능하다면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디자인하라. 최소한 그들의 피드백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
- 명료하고 짧고 직설적인 문장을 사용한다.
- 접근성을 디자인 프로세스의 핵심 요소로 정의한다.

트라우마 이해기반을 구현한다는 것은 사용자의 심리적 안전과 편안함을 우선시한다는 의미입니다.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이미 공감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트라우마 이해기반 접근 방식을 도입한다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를 널리 퍼트릴 수 있습니다. 사회 전체가 집단적인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는 오늘, 트라우마 이해기반 디자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트라우마 이해기반 케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려면 다음을 참고하세요.

• 웹사이트: Trauma-Informed Care Implementation Resource Center
• 도서: Trauma Stewardship: An Everyday Guide to Caring for Self While Caring for Others - Connie Burk & Laura van Dernoot Lipsky
• 도서: Trauma-Sensitive Mindfulness: Practices for Safe and Transformative Healing - David A. Treleaven‎
• 도서: 개로 길러진 아이: 사랑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희망을 보여준 아이들 - Bruce D. P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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