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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CEO(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면 높은 연봉을 받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과도하게 높은 급여를 받아서 비판받는 경영진들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CEO들 중에는 연봉이 1달러조차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연봉 1달러라는 것은 상여금이나, 퇴직금을 제외한 급여만을 뜻하는데요. 구글의 래리 페이지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 등 소위 잘나가는 IT기업의 CEO들은 모두 1달러의 연봉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이처럼 1달러의 연봉만 받는 기업가들과 정치인들이 모인 '1달러 클럽'도 존재합니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의 정치인들도 1달러 클럽에서 활동 중이죠.
왜, 이들은 1달러의 연봉을 고집하는 걸까요? 연봉 1달러의 비밀은 미국 자동차 '빅 3'중에 하나인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어코카 회장의 사업 신화에서부터 비롯됩니다. 1978년 크라이슬러가 파산 직전의 위기를 겪게 되자, 리 아이어코카 회장은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과감한 리더십과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크라이슬러의 회생을 이끌어내죠.즉 연봉 1달러는 CEO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때 사용되는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IT업계에서는 CEO가 주식을 통해 억만장자가 되면 스스로 연봉을 삭감하는 관행이 자리합니다. 실제로 연봉을 1달러만 받고 일한다고 해도 그 외 별도의 주식 보상을 받거나, 보유한 지분 가치가 오르면서 큰돈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봉 1달러의 의미가 최근 들어 거부(巨富)의 의미로 바뀌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2015년에 페이스북에 관한 Q&A에서 설립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돈이라면 충분히 벌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가진 걸 이용해서 많은 선행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커버그는 연봉으로 1달러를 받고, 스톡옵션이나 보너스는 줄였습니다. 만약 거액의 보너스를 챙겨가면 페이스북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현재 자산 가치는 약 74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트위터와 스퀘어의 CEO 이자 대형 소셜 미디어 업계의 동료인 잭 도시 역시도 그의 뒤를 이어서 같은 결정을 내렸죠. 그렇다면 1달러의 연봉을 받는 CEO들의 자산과 스톡옵션은 어느 정도 될까요?
구글이 증권 거래 위원회(SEC)에 제출하는 연간 공시자료를 보면,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브린과 페이지는 2004년에 이미 두 사람의 기본 급여를 연간 1달러로 줄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이후로 구글의 보상 심의의원회에서는 매년 그들에게 업계에서 절대로 뒤처지지 않는 연봉을 제시했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거절해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개인의 성과 및 회사의 실적에 기초한 현금 보너스도 거절하고 있으며, 구글에 대한 스톡옵션이나 미등록 주식 관련 성과급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리 페이지의 현재 자산 가치는 349억 달러, 세르게이 브린의 자산 가치는 343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기업인 트위터의 CEO가 받는 급여는 연간 1.40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의 자산 가치가 약 54억 달러에 달하는 CEO, 잭 도시에게는 연봉이라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전에도 잭 도시는 어떠한 보너스도 받지 않았습니다. 가장 최근의 공시자료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트위터의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헌신하겠다는 증거로써, 당사의 CEO인 잭 도시는 2015,2016, 2017년에 회사에서 제시한 모든 보너스와 혜택을 거절했고, 2018년에도 1.40달러의 연봉 이외에 모든 보너스와 혜택을 거절했다.
지난해 4월, <비즈니스 인사이터>의 쇼나 고시 기자는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1.40달러라는 수치는 아마도 상징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280자로 늘어나긴 했지만, 트위터에서 한 번에 작성할 수 있는 글자의 수가 원래는 140자였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터스가 SEC에 제출한 이전의 보고서들을 보면, 현재 자산 가치가 194억 달러로 평가되는 일론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의 주법에 따라 최저임금을 받아야만 합니다. 가장 최근의 공지 자료에서도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당사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에 대한 급여는 캘리포티아의 주법에 따라서 현재에도 최저임금 요건을 계속해서 적용하고 있지만, 머스크 CEO는 아직도 이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
공시자료에서는 머스크 CEO가 회사 측에서 제시한 급여를 받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앤디 키어스 기자는 뉴욕타임스의 내용을 근거로 머스크가 23억 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테슬라 모터스 측에서는 이러한 보도를 반박하고 있죠.
이에 대해서 키어스 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를 보면,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CEO로써 2018년에 벌어들은 23억 달러이지만, 상황이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전기차 제조업체인 이들이 진정으로 놀라운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한, 머스크가 이런 거액의 보너스를 가져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옐프(Yelp)는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CEO인 제러미 스토플먼의 기본 연봉이 2012년에 30만 달러, 2013에는 37,501달러, 2014년에는 1달러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스토플먼의 연봉은 지금까지도 1달러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작년에 열린 연례 주주총회 자료집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우리의 사업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믿음의 표시 이자 장기적인 가치창출에 헌신하겠다는 약속의 차원에서, 당사의 최고 경영자에 대한 연봉 수령액은 6년 연속 1달러로 결정되었습니다.'
엄청난 박봉이긴 하지만 스토플먼은 재작년에만 4만 8천 달러의 보상금과 함께 모두 5백만 달러가 넘는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4만 8천 달러의 보상금 대부분은 자신을 위해 힘써준 회사 비서에게 나눠줬다고 합니다.
오라클(Oracle) 사에서 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현재 오라클의 회장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랠리 앨리슨이 2018년에 받은 급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1달러였습니다. 최근의 공시자료를 보면, 엘리슨은 2011년부터 자신의 연봉을 계속 이렇게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반면에 공동 CEO인 사프라 카츠와 마크 허드는 재작년에 각자 95만 달러의 연봉과 함께 보너스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자산 가치가 661억 달러에 달하는 엘리슨은 어떻게 자신의 부를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을까요? 사실 엘리슨은 이런 쥐꼬리 연봉 이외에도, 스톡옵션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일종의 보너스를 챙겨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득 궁금증이 하나 생깁니다. CEO들의 자산이 막대하게 많다면 무보수로 일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미국은 법적으로 무급으로 직원을 채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1달러라도 받아야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죠. 연봉이 1달러인 CEO들은 실질적으로는 30센트의 세금을 제외한 70센트만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의 주식을 상당수 보유한 CEO라면 월급을 많이 받는 것보다 자신들이 소유한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됩니다. 따라서 연봉에 의미를 두지 않고,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에 집중하는데요. 연봉 1달러의 의미란 어쩌면 대내외적으로 날리는 자신감과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