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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산업 완전분석: ② 당신은 카드를 구분할 수 있는가?
앞서 1부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강국이다. 국민 1인당 4.3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점포에서 카드 사용에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우리가 카드를 사용했을 때 뒤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결제는 크게 온라인 결제와 오프라인 결제로 나눌 수 있다. 온라인 결제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구매할 때의 결제를 말하며, 오프라인 결제는 실제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내는 것을 말한다. 핀테크의 여러 분야 중 유독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 지어야 하는 것이 결제 분야이다. P2P 대출, 크라우드펀딩, 송금, PFM(Personal Finance Management) 등 다양한 핀테크 영역 중 온/오프라인이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되는 분야는 결제가 유일하다. 프로세스상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의 결제는 보통 판매자와 구매자가 얼굴을 마주한 상황에서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사용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우리가 실생활 속에서 늘 하고 있는 행위이기도 하다. 당신이 카드를 낸 순간부터 무대 뒤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플라스틱 카드에는 카드번호, 유효기간과 같이 전달해야 하는 정보가 IC칩과 카드 뒷면의 마그네틱 줄 (Magnetic stripe, 줄여서 MS라고 한다)에 들어 있다. ‘카드결제가 완료되었다’라는 말의 의미는 IC나 MS에 있는 정보가 무사히 카드사까지 가고, ‘사용해도 좋다’는 회신이 도착하는 것을 말한다. 2015년 개정된 여신전문 금융업 법으로 인해 2017년부터 국내의 모든 카드 가맹점은 IC 결제를 우선한다. 먼저 꼽아보고(IC) 만약 거래가 실패하면 긁어보는(MS)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결제 단말기에 카드를 삽입한 순간, 카드 결제기는 카드정보와 유효기간 등을 읽고 인터넷 망을 통해 VAN사로 보낸다.
VAN은 Value Added Network의 약자로, 카드사와 가맹점을 이어주는 결제망을 제공하는 회사다. 국내에는 21개의 VAN사가 영업 중에 있다. 실제로 여러분이 카페 등을 새롭게 오픈한다고 해보자.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일 때, 어떻게 알았는지 그 지역의 여러 VAN 대리점에서 영업을 해 올 것이다. 각 VAN사는 지역마다 VAN 대리점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들의 역할은 가맹점에 접촉해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사용하도록 계약하는 것이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결제 단말기를 저렴하게 제공한다거나, 출력용지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등으로 영업한다. 새로운 단어에 생소하겠지만 통신사를 생각해보면 쉽다. 여러분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모두 국내 3개 통신사 중 하나일 것이다. (알뜰폰도 망을 빌려 쓰니 결국 3개사 중 하나가 된다.) 이 3개 통신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동일한 지역 내에서 각자 무선통신망을 설치하고 동일한 대상(국민)에게 영업 중이다. 누구를 선택해도 기본적인 서비스는 동일하지만 가격과 부가서비스 등에서 차이가 있다.
VAN 사 대리점을 통해 계약을 하고 나면, 이제 여러분의 카페에서 결제가 발생할 때 해당 VAN을 통해서 카드사로 승인 요청이 가게 된다. 카드사에서는 올라온 정보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검토한다. 이 카드가 분실신고가 들어오진 않았는지, 현재 도난된 상태일 가능성은 없는지, 체크카드라면 잔액이 있는지 등이다. 현재 도난된 상태인지 어떻게 확인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평소에 식료품만 사던 사람이 갑자기 귀금속을 수백만 원 치를 구매한다면 어떨까? 또 10분 전에 서울역에서 결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부산역에서 결제가 발생했다면? 이런 경우는 카드복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상 결제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FDS(Fraud Detecting System)이라고 하며, 카드사마다 오래된 노하우를 가지고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이런 여러 가지 항목을 검토한 후 문제가 없으면 카드사는 다시 VAN사에게 문제없으니 결제를 진행하라고 신호를 보낸다. 이것이 바로 ‘승인’이다. VAN사에서 가맹점의 결제 단말에 해당 신호를 내려주면 영수증이 출력되며 결제가 끝난다. 여기까지 보통 1~2초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이상으로 오래 걸리면 카드사에서는 승인 장애라고 판단한다.
이렇게 승인이 되면 고객은 아메리카노를 받아갈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의 통장에 실제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승인 후 2~3일이 지나야 한다. 이는 매입이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입은 가맹점에서 발생한 결제건의 전표를 카드사가 가져가는 과정을 말한다. 입금 시에는 가맹점에 아메리카노 1,000원의 가격이 그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가맹점 수수료 1~2%를 제외한 금액이 입금되며 이는 카드사의 주요한 수익원이 된다. 여기서 건별 일정액을 카드사는 VAN사에게 제공한다.
국내에 핀테크라는 단어가 들어온 지 8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결제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는 이러한 과정 속에 녹아 있다. 가맹점에 설치되어 있는 결제 단말은 VAN대리점과 VAN사의 소유이다. 여기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개별 VAN사와의 협상이 요구된다. 카드사, VAN사, 결제 단말 제조사 모두 현재의 구조상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 새로운 결제수단이 등장했을 때 이 관계사 어느 누군가가 손해를 본다면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두가 이익을 취하게 해 주는 새로운 결제수단이 있을까? 새로운 이익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누군가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지불하게 한다는 의미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국내 오프라인 결제의 거의 유일한 혁신은 삼성 페이 밖에 없었다. 삼성 페이가 기존의 다른 QR결제나 바코드 결제보다 훨씬 더 우위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존의 오프라인 결제 프로세스를 바꾸지 않고 모바일로 결제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삼성 페이는 다른 모바일 결제수단들과 달리 기존의 결제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다른 모바일 결제 수단과 비교해 보면 쉽다.
여러분의 카페에 새로운 페이 결제가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카드리더기와 POS(Point of Sales)는 있지만, 고객이 제시하는 바코드나 QR 결제를 받아 줄 장비가 없다. 그래서 POS에 맞는 바코드 리더기를 구입해야 한다. 또 POS 내부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되어야 한다. 하루하루 장사하기도 바쁜 사장님들에게는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찾아오는 고객마다 새로운 페이를 들이밀며 결제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이렇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새로운 간편 결제가 나타나면 편의점에서 먼저 지원을 하는 것이다. 편의점에는 이미 NFC, QR, 바코드 등을 받을 수 있는 장비가 다 있다. 편의점의 POS는 편의점 본사에서 일괄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편의점 본사와 협의가 되면, 전국의 수많은 편의점들이 동시에 신규 페이를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오프라인 결제엔 이런 허들이 있기에 모바일화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반면 삼성 페이는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라는 기술을 통해, 카드 뒷면의 MS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흉내 낸다. 플라스틱 카드를 결제기에 긁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존의 프로세스를 수정하지 않아도 되기에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온라인은 어떨까? 온라인 결제는 말 그대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결제를 뜻한다. 온라인 결제 방식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신용카드 결제, 휴대폰 소액결제, 온라인 상품권 결제, 무통장 입금 등이 있다.
온라인 결제는 PG사(Payment Gateway)가 중심이 된다. 승인 문자나 결제 관련 뉴스에서 자주 들어보았을 단어일 것이다. PG사는 온라인 가맹점에 결제수단을 제공해주는 사업자다. 온라인에서 쇼핑몰을 개설하고 싶다면 여러 신용카드사와 개별적으로 가맹점 계약을 맺어야 하고, 휴대폰 결제나 상품권 결제를 연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 등 엄청난 개발사항에 부딪히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PG사이다. 업계에서는 ‘대표 가맹점’이라고 표현한다. 아래 도식에서 볼 수 있듯, 작은 온라인 쇼핑몰들을 대신해서 카드사에 가맹점으로서 등록되어 있기에 그렇게 부른다.
PG는 여러 카드사와 가맹점으로서 계약을 맺어둔 상태이다. 또한 카드사별로 조금씩 다른 온라인 결제방식을 대부분 지원하는 결제 모듈을 만들어 두고, PG사에 연결을 의뢰하는 작은 온라인 몰들에게 이를 제공한다. 새로 쇼핑몰을 열어야 한다면 그냥 PG와 계약을 맺고 제공되는 결제 모듈을 자사 몰에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고객이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결제를 하게 되면 신용카드사로 결제가 요청되는 가맹점은 PG사의 이름이 된다. 온라인 쇼핑 시 카드를 사용하면 문자메시지에 ‘한국 사이버결제(KCP)’ 등이 표시되는 것이 이런 이유다. 상거래는 쇼핑몰에서 일어나도 결제 시에는 쇼핑몰을 대신해 가맹점이 되는 것이 PG사의 역할이다.
한창 핀테크 붐이 일어나던 2014년 전후로 PG들이 앞다투어 간편 결제를 출시한 것은 PG의 이러한 역할 때문이다. 기존에 소규모 온라인 몰에 제공하던 결제 모듈을 간편 결제로 만들기에 쉬운 구조였다. 한때 50여 개가 넘었던 간편 결제는 현재 10여 개가 치열한 시장 다툼을 하고 있다.
여러분은 주력으로 쓰고 있는 카드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자유롭게 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살펴본 것과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제 프로세스는 완전히 다르다. 또한 각각 가진 특수성으로 인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한 완전무결한 결제수단은 아직 나오지 못했다. 삼성 페이는 온라인 결제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온라인의 강자 네이버 페이도 오프라인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 있게 지켜볼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