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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산업 완전분석: ② 당신은 카드를 구분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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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산업 완전분석] 시리즈 보러 가기 ▼

 

결제산업 완전분석: ① 신용카드의 역사


카드 종류

 

우리는 매일매일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카드의 종류를 얼마나 아는지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하면 될까?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대부분이 답할 것이다. 최근 매우 주목받고 있는 지역화폐를 카드의 한 종류로 말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좀 더 생각하고는 기프트카드까지 생각해 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양한 답변이 나올 텐데, 정확한 기준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카드의 종류를 크게 4가지로 구분한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가 그것이다. 직불카드나 선불카드 모두 우리가 한 두 번씩은 접했을 단어들이다. 은행이나 관공서의 안내장에서, 또는 법조문에서 보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신용카드의 특징

신용카드는 말 그대로 신용을 전제로 한 카드이다. 고객마다 다른 신용도에 기반해 1달간 고객이 질 수 있는 빚의 총액을 산정하고 외상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준다. 어려운 말로는 ‘신용공여’라고 한다. 카드사를 규제하는 법의 이름이 ‘여신전문금융업법’인데 여기서 여신이란 승리의 여신(女神)이 아니라 여신(줄 여與 + 믿을 신信)이다. 즉 신용을 준다는 뜻이다. 반대의 의미는 수신(받을 수受 + 믿을 신信)으로 우리가 돈을 은행에 맡기고 이자를 취하는 것을 수신이라고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최근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기사에 보면 계속 ‘여신’과 ‘수신’, ‘예대금리차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재 토스뱅크는 수시입출금 이자를 세전 2%로 주고 있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이다. 반면 대출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막혀있다. 은행 내부에 돈이 쌓여서 이자를 계속 줘야 하는데, 쌓인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지는 못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예대금리차이라고 하며, 은행업의 기본은 이 차이에서 얻는 이자수익이 된다. 여신과 수신이라는 말은 금융업 전반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니 잘 기억해 두면 좋다. 카드사 역시 여신업자이다. 한도를 설정하고 한 달간 돈을 빌려주며, 약간을 갚으면 이자를 받으면서 상환을 유예(리볼빙) 해주고 있다. 

 

카드사 리볼빙 수수료 수익
<2020년 상반기 리볼빙 수수료 수익.카드사가 여신회사임을 알수 있다. 출처 : 시사저널e>

 

신용카드사 별로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한도와 혜택에 차별을 두고 있는 곳도 많다. 신용카드와 다른 카드의 차이점은 바로 부가서비스 형태로 여신을 추가로 주는 것이다. 현금서비스, 카드론, 카드리볼빙은 이름만 다를 뿐 여신행위, 즉 빚을 지는 행위이다. 카드사는 공식적으로 2금융권이다. 1금융권인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추가대출이 필요할 때 2금융권까지 내려오게 되는데, 그만큼 이자가 비싸다. 그럼에도 현금서비스나 리볼빙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일반 대출에 비해 받기 매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분의 신용점수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길 권한다.

 

신용카드는 이 달에 사용한 금액에 대해 차월에 갚는 구조이기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용대금 명세서라는 업무가 발생한다. 체크나 직불, 선불은 이용대금 명세서 이슈가 없다. 사용 즉시 인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용카드는 1.1~1.31까지 사용한 금액의 명세서가 익월 13~15일에 청구되며 인출은 그 이후 이루어지는 구조다. 그 사이에 고객의 승인 취소가 발생하거나, 고객이 갑자기 여윳돈이 생겨 카드대금을 선결제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고객의 최종결제금액은 늘 변할 수 있기에 카드사에서는 매우 민감하게 처리하는 업무이다.

 

신용카드 특징
<선결제시 추가 할인을 홍보하는 현대카드. 출처 : 현대카드 홈페이지>

 

 

체크카드의 특징

체크카드는 고객의 입장에서 사용과 동시에 계좌에서 자금이 인출되기 때문에 이용대금명세서나 선결제의 이슈를 느끼지 못한다. 체크카드도 이용대금 명세서가 발행되고 있으나, 이는 사용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체크카드는 ‘고객이 대금을 언제 어떻게 주느냐’에서 신용카드와 다르지만, 이외의 부분은 동일하다.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했을 때 신용카드사의 결제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모두 카드사에서 취급한다. 단 체크카드는 은행의 계좌를 이용하기 때문에 해당은행에서 계좌 개설과 동시에 발급해 주는 경우가 많고, 카드 앞뒷면에 발급한 은행의 로고가 크게 붙어 있어 많은 고객들은 카드사보다는 은행만을 인지하고 사용한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체크카드가 가지는 특징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가맹점에서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의 문제이다. 앞서 말했듯 신용카드는 고객이 단기간의 빚을 지는 구조이다. 고객이 빚을 갚지 않으면 이는 고스란히 카드사의 리스크가 된다. 고객이 신용카드를 사용했을 때 정상적으로 승인을 카드사에서 내어 주었다면, 카드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맹점에 입금을 해 주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돈은 가맹점에 주었는데 고객이 도망갈 수도 있으니 리스크가 된다. 따라서, 카드사는 가맹점에서 카드사용에 대한 수수료를 받을 때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차등을 두도록 했다. 홍길동이 신용카드로 국밥집에서 1만 원을 사용했다고 하자. 이럴 경우 평균 1.9% 정도의 수수료를 카드사가 때고 카드사는 가맹점에 9,100원을 입금한다. 체크카드로 홍길동이 1만 원을 결제했다고 한다면, 카드사는 가맹점에 9,900원 정도를 입금해 준다. 즉 1% 내외의 수수료만 가져간다. 이는 체크카드는 통장에서 즉시 출금하기 때문에 카드사가 지는 리스크가 적은 반면, 신용카드는 리스크를 지게 되어 이에 대한 비용을 가맹점에 청구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인지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카드산업 전체에서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하루에도 수십억 건의 결제가 일어나고 있다. 0.1%를 따지는 것이 별것 아니게 느껴질 것이나, 실제로는 큰 금액이 오가게 된다. 주로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카드 수수료를 쟁점화하고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루어지는데 이 배경에는 카드 수수료에 따라 가맹점주와 카드사간 희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신용 직불 선불 체크카드 결제 프로세스
<신용/직불/선불/체크의 결제 프로세스. 출처: 필자>

 

직불카드에 대하여

그렇다면 체크카드와 직불카드, 선불카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람들은 보통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직불카드와 체크카드는 기본적인 구조가 동일하다. 사용하면 바로 고객의 계좌에서 차감되는 것이다. 고객은 체크와 차이점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 차이점은 바로 ‘어떤 가맹점망을 사용하느냐’에 있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결제망을 사용한다. 이 말은 신용카드가 되는 가맹점이면 별도의 장비나 계약이 없어도 바로 체크카드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의 신용카드 가맹점은 350만 개에 육박한다. 반면 직불카드는 신용카드 가맹점망이 아니라 금융결제원의 은행공동망을 사용한다. 금융결제원에서 별도로 가맹점을 모집했고 여기에 응한 가게에서만 직불카드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약 30만 개의 가맹점이 직불카드를 지원한다. 

 

이 둘은 사용 가능한 시간에도 차이가 있다. 직불카드는 은행과 금융결제원의 스케줄에 따라서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체크카드 대비 직불카드의 장점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고객에게 혜택을 더 주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럼에도 직불카드가 보급되고 일정 수의 가맹점을 보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가맹점 수수료가 체크카드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0.7% 전후까지 낮아진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직불카드를 받는 것이 신용/체크카드보다 훨씬 좋은 것이다.

 

카드사용의 역사는 유관 플레이어들의 선택의 역사였다. 우리 고객들은 혜택을 주는 정도에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고, 가맹점주 역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직불카드는 명백히 가맹점주에게 유리한 방식이었지만, 고객 혜택이 너무 적고 불편함이 컸다. 그래서 시장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는 중이다.

 

 

지역화폐로 주목받는 선불카드

마지막으로 선불카드를 보자. 선불의 의미처럼, 선불카드는 내 돈을 미리 사업자에게 맡기고 사용하는 카드이다. 그래서 체크카드나 직불카드에는 잔액 개념이고, 선불카드에는 충전 개념이 적용된다. 선불카드는 은행이나 카드사가 아니라 전자금융업자 라이선스를 받은 사업자라면 누구든 발행할 수 있다. 교통카드가 없을 때 다들 편의점에서 선불교통카드를 구매해 충전하여 사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카드가 바로 선불카드이고, 카드를 운용하는 캐시비는 전자금융업자이다. 금융업자가 아님에도 선불카드는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다. 백화점 상품권은 무엇일까? 이 역시 선불카드이다. 국내 대부분의 백화점들은 자체 상품권을 지류나 카드 방식으로 유통하고 있다.

 

선불카드라고 할 때보다 상품권이라고 하면 많이 와닿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돈을 매회 사업자에게 맡기는 (충전) 방식으로 사용하는 선불카드나, 매회 필요할 때 구매하여 사용하는 상품권이나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하다. 그래서 선불카드에는 중요한 특징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서로 다른 상품권을 사용하는 가맹점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캐시비나 티머니 뿐 아니라 선불카드 방식으로 국내에 널리 보급된 코나카드도 백화점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선불카드는 특성상 널리 쓰이는 결제수단이 아니었다. 특정 상황에서 한정적으로 사업자가 모은 가맹점 하에서만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를 비롯한 많은 결제 사업자가 이 영역에서 뭔가 해 보려고 했지만 다들 실패했다. 그런데 2019년부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바로 지역화폐의 등장 때문이다. 

 

선불카드

<경기지역화폐는 높은 할인율로 빠르게 시장에 정착했다. 출처: 경기지역화폐 홈페이지>

 

지역화폐는 지자체와 협정을 맺은 운영사업자가 선불카드를 발급하고, 카드사의 망을 빌리거나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국내 운영사로는 조폐공사, 코나카드, kt 등이 있다.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의 지자체에서 5~10%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사용하는 고객은 정말 저렴한 구매가 가능하다. 원래 인기가 높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정부에서 보조금을 강화하면서 날개를 달고 확장되고 있다. 지역화폐를 사용해 보신 분들은 선불 프로세스를 경험해 본 셈이다.

 

 

핀테크 이해를 위한 기초 공부

이상으로 신용, 체크, 직불, 선불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았다. 혹자는 왜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지 물을 수 있다. 삼성페이에서 경기지역화폐가 되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는다. 왜 엘지페이에서는 되지 않는지, 다른 지역은 어떻게 되는 건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카드업의 기초지식이 없이는 무대 뒤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씩 이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에는 카드결제 프로세스를 좀 더 분석해 보고자 한다. 당신이 카드를 내민 그 순간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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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카드사 핀테크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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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와 카드사에서 19년째 핀테크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카드사에서 금융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을 했습니다. 브런치(https://brunch.co.kr/@jinsekil)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넥스트 커머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 '더이상무리하지않겠습니다'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논문을 냈습니다. fintech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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