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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조심스럽지만 난 무인양품을 좋아한다. 부모님 집에 얹혀살던 캥거루 시절 무인양품에 대한 이미지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디자인은 평범한데 가격은 더럽게 비싼 생활용품샵이었다. 그 생각이 깨지게 된 건 독립을 하면서부터였는데 그때까지 몰랐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통일된 디자인, 제품끼리 호환이 가능한 유닛 구조 가구, 제품 하나하나에 담긴 철학까지. 노 재팬 열풍이 휩쓸던 시절 대체품을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아무리 봐도 무인양품만 한 것이 없었다. (자주는 근본이 부족하다. 여태까지 무인양품 따라 하기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 근본이 뭔지 잘 생각해보도록 하자) 그래서 나는 여전히 무인양품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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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조심스럽지만 난 무인양품을 좋아한다. 부모님 집에 얹혀살던 캥거루 시절 무인양품에 대한 이미지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디자인은 평범한데 가격은 더럽게 비싼 생활용품샵이었다. 그 생각이 깨지게 된 건 독립을 하면서부터였는데 그때까지 몰랐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통일된 디자인, 제품끼리 호환이 가능한 유닛 구조 가구, 제품 하나하나에 담긴 철학까지. 노 재팬 열풍이 휩쓸던 시절 대체품을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아무리 봐도 무인양품만 한 것이 없었다. (자주는 근본이 부족하다. 여태까지 무인양품 따라 하기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 근본이 뭔지 잘 생각해보도록 하자) 그래서 나는 여전히 무인양품을 쓰고 있다.
무인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3년, 무인양품의 어플인 무지 Passport를 쓴 지 2년이 되었다. 작년의 목표는 골드 스테이지였는데 노 재팬 때문에 심적인 부담이 있었던 것도 있고 코로나 시국에 오프라인 매장 가기가 꺼려져서 결국 골드 스테이지 달성에는 실패했다.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고 2년 동안 무지 Passport 앱을 사용하면서 느낀 감정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노답이었다. UI/UX가 불편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냥 구리다. 이렇게 좋은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앱이나 홈페이지가 이렇게 구린 곳은 무인양품밖에 없다.
무지 빠로써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주위에 열심히 수소문을 하고 다녔다. 걔네 앱 안 바꾼데? 기획자 안 뽑는데? 내가 회사 때려치우고라고 할게. 이건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어. 들려오는 답변은 절망적이었다. 형 걔네는 어떤 보직이든 매장 판매직부터 시작해야 된다는데요?
답답해서 내가 한다!
무지 앱 하나 바꾸자고 이 나이에 최저시급 받으면서 매장 판매직부터 시작할 순 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냥 내가 혼자 바꿔볼게.
오늘은 전직 컨설턴트로써 어깨뽕 충만하던 시절에 감정 이입하여 무지 Passport 앱을 바꿔볼까 한다. 어깨뽕 충만하던 시절 감정을 이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전 글과 달리 반말 체다. 컨설턴트는 원래 좀 건방지지 않은가.
내가 무지 앱을 쓰면서 느꼈던 불편한 점은 4가지다.
1) 무인양품 쇼핑몰과 회원 연동이 안된다. 별도 적립체계를 가지고 있음
2) 터치 영역이 너무 좁다. 콘텐츠가 많은 것도 아닌데 터치 영역은 좀 큼직하게 늘려야 할 듯
3) 화면을 가로로 돌리면 지맘대로 바코드 기능으로 전환된다.
4) 상품의 상세페이지 기능이 부실하다.
이외에도 구린 이유는 많은데 정말 구린 이유만 4가지 추려서 적어보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실제 사용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자.
실제 사용자 의견을 청취하기 제일 좋은 건 역시 앱스토어다. 앱스토어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 사용자의 날것 그대로 의견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장점은 몰라도 단점을 파악하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
무지 패스포트 앱 구글 플레이 스토어 고객 리뷰 분석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앱 평점은 2.4점, 별점은 총 95건이고 그중 고객의 상세 리뷰가 등록된 건은 59건이다. 59건을 전수검사 후 그룹핑한 결과 다음과 같은 불만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UI/UX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앱 오류와 노 재팬, 기타 항목을 제외하고 고객의 가장 많은 의견은 역시 앱이 너무 후지다였다. 평가를 달기 힘들 정도로 후지다는 의견. 그다음이 회원 연동에 대한 불만과 바코드에 관한 불만 사항이 많았다.
무지 패스포트 앱 애플 앱 스토어 고객 리뷰 분석
애플 앱 스토어 평점은 2점, 별점은 총 90건이고 그중 고객의 상세 리뷰가 등록된 건은 53건이다. 53건을 전수검사 후 그룹핑한 결과 다음과 같은 불만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UI/UX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앱 오류와 자동결제, 기타 항목을 제외하고 고객의 가장 많은 의견은 회원 연동 관련 불만이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보다 격정적이다. 굉장히 분노에 차있다.
안드로이드, iOS 사용자들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1) 회원번호 SNS 연동 또는 회원가입 기능 제공
2) 회원 탈퇴 기능 제공
3) 매장별 재고 확인 기능 개선
4) 야구를 잘하자
무인양품 앱을 개편하기 위해서는 무인양품이라는 회사의 특성을 이해해야 된다. 앱을 바꾸는데 왜 회사에 특성까지 알아야 하냐고? 이게 무인양품 앱을 이해하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MUJI passport 앱 국가별 메인 페이지
MUJI passport 앱 국가별 마일리지 적립 페이지
위 이미지는 무인양품이 진출한 주요 국가(점포가 많은 순)의 앱들을 비교한 이미지이다.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면 정상이다. 일본 무인양품만 개편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살짝 세련되어졌을 뿐 국가별로 기본적인 레이아웃은 거의 동일하다. 일부 국가 성격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마일리지 적립 페이지처럼 중화권 국가는 선호 색인 붉은색을 강조한다던가) 무인양품은 지점별 자율성을 극히 제한하는 회사이다. 즉 전 세계 많은 무인양품 유저들이 저 후진 앱을 쓰고 있다.
무인양품은 무지(이름이 없다)라는 특유의 아이덴티티와 이미지를 기업의 핵심 가치로 여긴다. 어떤 국가에서든 무지만의 느낌과 감성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매장 인테리어, 마케팅 정책 하나하나 본사에서 일일이 컨트롤하고 하달하는 구조다.
한국 무인양품의 기업 정보
무지 코리아도 마찬가지이다. 양품계획이 전체 주식의 60%를 가지고 있고 사장도 일본인이다.
즉 무지 코리아 독단적으로 앱을 바꿀 수 없고 일본 본사의 디자인 가이드에 맞춰야 한다.
꼬꼬마 면접관 시절. 신입 디자이너 포트폴리오를 보다 보면 개인 프로젝트로 무지 앱을 리뉴얼한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었다. 솔직히 왜 이 친구들이 무지 앱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간다. 너무 엉망이라 AS-IS / TO-BE의 대비가 확실하니까. 컨설턴트 입장에서도 무지 앱은 참 매력적인 재료다. 요즘 세상에 이런 엉망인 앱 흔치 않다.
그런데 디자이너 지망생들이 무지 앱을 리뉴얼한 결과물을 보면 하나같이 쇼핑몰을 첫 화면에 떡하니 배치시켜놨다. 그런 포폴들을 보면서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친구는 디자이너는 될 수 있어도 기획자나 UX 디자이너는 못되겠군
무지 앱에는 쇼핑 기능이 없다. 무지 온라인몰은 있는데 앱에서는 쇼핑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앱에는 오프라인 매장 이용자들을 위한 메뉴와 기능으로 가득 차 있다. 자주 앱의 첫 화면은 쇼핑몰 메인이 떡하니 있는데 왜 무지 앱에는 쇼핑몰 기능이 없는 걸까? 이 앱은 왜 쇼핑기능은 없고 오프라인 매장 연동 기능만 있는 거지?한번이라도 의심해본 적은 없는 걸까? 혹시 이게 의도라는 걸 생각은 안 해본 걸까?
혹시 한국만의 특성은 아닐까? 다른 나라 앱들과 비교해보자
MUJI passport 앱 국가별 하단 메뉴 비교
최근에 개편한 일본 APP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하단 메뉴가 동일하며 쇼핑몰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일본 APP도 쇼핑기능은 기존 모바일 웹을 새창 웹뷰 형태로 띄우는 소극적인 형태로 제공할 뿐이다.
즉 무지 패스포트 앱에서 쇼핑몰 기능을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한다고 해도 메인 콘텐츠가 아닌 건 철저히 의도적이라는 얘기다. 이유가 뭘까?
App Annie / 2016년 7월 12일
무인양품(MUJI)의 성공을이끈 Passport 앱 칼럼 中
Hamano는 직원들과 함께 전환율 개선 방안을 고심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매장의 사용 패턴을 심층 조사한 결과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웹사이트 트래픽 양이 꽤 높았는데, 소비자의 일차 목적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할 제품을 검색하고 앞으로 있을 오프라인 세일 정보를 확인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전환율 개선뿐만 아니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증진하고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인하는 것이 온라인의 역할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
온라인에서 직접 쇼핑을 하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 구매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왜? 어째서?라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건 일본 시장/사용자의 특성과 무인양품의 브랜드 전략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무지 코리아와 일본 무인양품의 온라인샵 배송비 비교
일본에서 한 번이라도 직구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은 배송비가 무척 비싸다. 사실 일본이 비싸다기보다는 한국이 선진국치고 택배비가 지나치게 싼 편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일본 무지는 배송비와 무료배송 금액이 1.7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 1.7배의 차이가 일본에서 무인양품 온라인 매장을 이용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배송비가 왜 장애가 되냐고? 지금 당장 자주 앱에 들어가서 5만 원어치 물건을 담아보자. 가전제품이나 가구류를 제외하면 은근히 5만 원을 채우기 녹록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생활용품 샵뿐만 아니라 어느 쇼핑몰에서든 장바구니에 5만 원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도쿄도의 무인양품 매장 분포도
무인양품은 오프라인 점포망이 상당히 촘촘하게 깔려있다. 일본 국내에만 479개 점포가 있고 일본 내 모든 지역에 점포가 출점해있어 지방에서도 시내로만 나가면 무인양품 매장을 만나볼 수 있을 정도다.
왼쪽은 20년 11월 28일 WWDJAPAN이 SNS로 조사한 무인양품 설문조사 결과 중 일부
오른쪽은 20년 7월 오픈서베이가 조사한 한국사람들의 카페 이용빈도 조사 데이터 중 일부이다.
무인양품 설문 유저의 60%가 월 1회 이상 무인양품을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그중 11%는 주 1회 이상 무인양품 매장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카페 이용 빈도 데이터와 비교해보면 꽤나 엄청난 숫자다.
한국에서 지난 1달 안에 카페를 이용한 사람 중 하루 두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사람(0.9%)보다 무인양품 쇼핑객 중 매일 무인양품을 방문하는 고객(1.8%)이 2배 이상 많고 하루에 1~2잔 커피를 마시는 사람(6.8%)보다 주 1회 무인양품을 방문하는 고객(9.6%)이 더 많다는 얘기다. 무인양품 애호가들은 한국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무인양품 매장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
자 이제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무인양품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높은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① 일본 무인양품 온라인몰은 기본 배송비와 무료배송 금액이 비싸다.
② 일본 무인양품은 전국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촘촘하게 잘 깔려있다.
③ 일본 무인양품 마니아들은 점포를 매우 자주 방문한다.
서점직원의 추론
- 무인양품 배송비가 비싸니까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근처에 있는 무인양품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한다. 또는 - 일본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많이 구매하니까 오프라인 위주로 서비스가 발달하게 되었다. |
가볍게 인터뷰 문구로 시작해보자.
My Navi 출판 / 2016년 12월
무인양품 UX 전략의 개념인터뷰 내용 中 일부
양품계획 Web 사업부 카와나 츠네미
무인양품은 온라인샵이 있지만 점포 매출이 대부분입니다. Web 사업부는 온라인샵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데 디지털을 활용하여 매장에 고객을 송객하는 것이 중요 임무입니다. |
Jeki / 2019년 1월 17일
옴니 채널 시대, 실제 매장에서 요구되는 것내용 中 일부
MUJI passport 제작자 오쿠타니 타카시
- 소비자들은 인터넷과 실제 매장을 오가며 쇼핑을 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구입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사전 정보를 검색하고 그대로 인터넷에서 구매를 하거나 매장에서 구매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장에서 제품을 실제로 보고 직접 구매하거나 그 자리에서 인터넷 구매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터넷과 매장의 결합은 계속 진행되어 쇼핑 행동을 옴니 채널화 하고 있습니다.
- 온라인과 매장을 넘나드는 고객은 점포에서 선택부터 구매까지 일관된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점포는 고객 접점 중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옴니채널은 고객이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 모두에서 쇼핑을 해도 회사에서는 통합된 데이터를 파악하고 통일된 대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옴니채널은 진화된 고객관리 개념입니다. |
Impress / 2019년 2월 4일
유니클로, 실제 매장과 인터넷의 융합을 목표로기사 中 일부 (2019년 2월)
EC 측의 관점에서 보면 지난해 4월 판매 제품 매장 수신 서비스(온라인에서 주문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 수령)의 이용 수가 확대되었고 택배 가격 인상과 함께 택배비가 부담스러운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하여 전체 온라인 주문 중 1/3 이 판매 제품 매장 수신 서비스를 이용하여 실생활과 인터넷의 융합이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러한 전략을 옴니 채널이라고 한다.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연결하는 개념이다.
① 실제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동일한 DB를 이용하여 재고 관리
② 실제 매장에 재고가 없는 경우 직원이 인터넷 쇼핑몰이나 타 매장으로 유도
③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상품을 편의점이나 실제 매장에서 수령
④ 온라인 채널에서 고객의 의견을 수집하여 상품 개발, 생산에 반영
실제로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은 일본에서 옴니채널을 가장 잘 수행하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여기서 잠깐. 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가 마구마구 튀어나오고 있지 않은가?
① 매장에 고객을 송객
② 온라인에서 주문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 수령
③ 옴니채널!
그렇다. 롯데온의 온라인 전략이랑 정말 똑같다. 롯데온의 온라인 판매전략은 일본의 유통 기업 온라인 활용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실전 UI/UX - 롯데온은 왜 실패했을까? 참고)
다시 무인양품으로 돌아가서
결국 무인양품의 모든 전략은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일본 시장의 특성도 있지만 무인양품의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오프라인 매장이기 때문이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
무인양품 강남점에 가면 상품 중간중간에 상품과 연관된 추천 서적이 비치되어 있다. Found Muji 옆에는 해당 국가의 공예품과 관련된 서적, 1층 식품매장 전통주 판매 코너 옆에는 주류 관련 서적이 비치되어 있다. 이걸 온라인에서 동일하게 구현한다고 해서 그 느낌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무인양품에서 최근 식품 코너를 강화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생활용품은 매일매일 구입할 수 없지만 식품은 매일매일 구매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강남점에서 도시락을 팔고 빵집인 온도 매장을 입점시킨 거다. 고객들이 식품을 구매하면서 자연스럽게 매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시키기 위해. 고객들에게 무인양품의 경험을 팔고 아이덴티티를 주입시켜 호갱으로 양성하기 위해 (나처럼...)
최근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여 일본 무인양품의 내방객과 매출액이 전년대비 20% 감소하면서 무인양품도 오프라인 중심의 전략을 온라인으로 서서히 옮겨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 Passport 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Pay 서비스를 만들고 쿠팡과 아마존에 제품을 입점시키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O2O와 옴니채널 중심의 마케팅 전략, 오프라인 중심의 브랜딩 전략을 일시에 온라인으로 바꾼다거나 온라인을 판매 중심 채널로 바꾸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그게 무인양품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니까.
보수적인 일본 시장의 특성상 무지 앱에서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제치고 메인으로 올라갈 일은 없어 보인다. 차라리 온라인 전용 앱을 따로 만드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그래서 무인양품 앱에는 쇼핑 기능이 없다.
다음은 무인양품 이용자 분석 및 페르소나 모형을 만들어볼 차례이다
유니클로, 니토리(일본의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무인양품의 앱 이용자 성별/연령별 이용 비율이다. 7:3 비율로 여성 이용자 비율이 더 높으며 무인양품은 타 브랜드보다 여성 비율이 8% 정도 더 높고 특히 30~4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 무인양품은 여성 이용자 비율이 높으며 30~40대 여성이 주 타겟층이다.
무인양품은 타 브랜드에 비해 단독주택의 비율이 낮고 맨션이나 아파트류의 공용주택 비율이 높다. 맨션이나 아파트가 단독주택에 비해 면적이 좁다 보니 모듈화나 정리정돈, 디자인 통일성 등을 이유로 무인양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무인양품 사용자들은 타브랜드에 비해 단독주택에 사는 비율이 낮고 맨션이나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다.
→ 무인양품 사용자들은 타브랜드에 비해 미혼이 많고 그중 독신이나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높다
→ 무인양품 사용자들은 가격이 저렴해도 품질과 타협하지 않고 (품질을 중요시) 디자인도 기능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 무인양품 사용자들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를 선호하고 일보다 개인생활을 우선시하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다.
자료출처 : 마나미나 / 무인양품에 반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 벨류즈 이토 마유 조사
디자인이 고자 같아도 이해해달라... 공돌이 출신이라 그렇다.
1) 무인양품의 아이덴티티를 느끼기 어려운 앱 디자인
무지 인트로 화면은 너무 밋밋하다. 배경 이미지도 캐치프라이즈 문구도 없어서 무엇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싶은지 잘 와닿지 않는다. 자주와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메인 페이지도 마찬가지다 콘텐츠 구분도 잘 안 가고 밋밋하다. 흰색과 회색 배경에 붉은색 포인트 컬러를 쓰는 것보다 반대로 붉은색 배경을 쓰는 게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데는 더 확실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인트로 화면에 전면으로 붉은색을 쓰니 메인 화면에도 붉은색을 쓰면 앱이 전체적으로 시뻘겋게 보이니까 메인화면에는 포인트 컬러를 소극적으로 사용하는 형태로 디자인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2) 패스포트 회원 연동
무지 패스포트 회원 연동 및 ID/PIN 찾기, 계정 복원 기능
무지 패스포트는 오프라인 매장 전용 적립 포인트로 상품 구매 100원당 100마일리지를 적립해주며 등급제를 적용하여 일정 구매금액을 달성하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한다. 문제는 무지 패스포트 회원 가입 시 휴대폰 인증 등의 본인인증절차를 요구하지 않으며 무지 패스포트가 비회원 베이스라는데 있다.
무지 패스포트는 가입 시 사용자에게 ID와 PIN 번호를 부여하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연동 기능을 제공한다. (상단 캡쳐 화면 2번 페이스북 연동 기능)
무지 패스포트 계정 복원 기능 비교
기기 분실이나 변경 시 SNS 연동 기능을 이용하면 가입했던 ID를 찾을 수 있지만 SNS 연동을 하지 않으면 ID와 PIN 번호를 따로 저장해놓지 않는 한 가입했던 무지 패스포트 ID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스마트폰 게임의 게스트 계정과 유사한 개념인데 요즘 시대에 상당히 올드한 멤버십 제도다. 이런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는 곳이 한 곳 더 있다. 바로 이케아이다.
무지와 이케아의 멤버십 비교
무인양품과 이케아와 멤버십 비교. 이케아는 이메일과 휴대폰 정보를 연동해서 계정을 찾기 쉽다는 차이점도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멤버십 적립 기능이다. 무인양품은 적립 기능을 제공하지만 이케아는 적립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케아는 회원 등급도 없고 적립 기능도 없으며 멤버십 혜택은 전용 할인가밖에 없어서 여차하면 멤버십에 다시 가입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귀찮을 뿐) 무인양품은 구매에 따른 등급과 적립 기능이 있기 때문에 ID를 찾지 못하면 기존 구매이력이 모두 초기화된다.
기존 멤버십의 문제는 2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SNS 연동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사실 두 번째 문제에 비하면 SNS 연동 문제는 매우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오프라인 구매이력과 온라인 구매이력이 따로 놀고 있다는 데 있다. 앞서 옴니채널에서 설명했던 것과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매 이력이 연동돼야 옴니채널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데 두 채널의 회원 체계가 별도라면 심각한 비효율의 문제가 발생한다. 회원 데이터 관리도 이중으로 해야 되고 오프라인에서 주로 구매하던 고객이 온라인으로 진입 시 기존 구매이력 데이터가 없어 기껏 쌓아놓은 고객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이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그건 개편 부분에서 설명하겠다.
3) 콘텐츠와 기능 요소의 간격
무지 패스포트 앱에 오면 가슴속에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낀다. 영역이 너무 좁아서... 터치하기도 몹시 불편하고 무엇보다 보기만 해도 답답해 죽을 것 같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4) 콘텐츠의 강약 조절 부재
무지 앱은 폰트 컬러를 딱 3개만 쓴다. 검정, 회색, 빨강. 폰트 크기도 쓰는데 엄격한 제한이 있다.
콘텐츠 강약 조절이 없는 페이지는 많지만 인간적으로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케이스 몇 개만 뽑아봤다.
색상도 죄다 똑같고 굵기랑 크기도 비슷해서 시각적으로 콘텐츠와 기능 구분이 잘 안된다. 웹스타일 가이드를 새로 만들고 시급한 개선이 요망된다.
5) 콘텐츠 웹페이지 이동
메인 페이지의 소식 콘텐츠를 클릭했을 때
뭐가 문제인지 길게 말하지 않겠다. 큰 기능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웹뷰를 띄우는 성의 정도는 보여달라.
6) 모호한 콘텐츠 구분
메인 페이지 소식 영역에는 프로모션, 매장소식, 상품 소개, 칼럼, 기타 5개의 탭이 있는데 탭 구분이 상당히 모호하다. 카테고리마다 중복되는 콘텐츠도 있고 동일한 구분이나 콘텐츠가 다른 경우도 있다. (매장소식의 겨울 상품 추가 세일 / 기타 탭의 럭키 박스 등) 예를 들면 나는 세일 정보만 보고 싶다던가 오프라인 강연인 OPEN MUJI 정보만 보고 싶을 때 일일이 스크롤을 내려가며 찾아봐야 하는 구조다. 카테고리 체계를 개편하던가 원하는 정보만 걸러서 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7) 무인양품으로의 여행
무지 패스포트의 기본 컨셉은 무인양품으로의 여행이다. 각 매장을 국가로 상정하고 사용자들이 매장에 방문 시 체크인 기능을 이용하여 매장에 입국하고 (스탬프를 찍어준다) 상품을 구매하여 마일리지를 적립한다. 올드하지만 컨셉 자체는 괜찮다. 그런데 페이지에서 무인양품으로의 여행이라는 컨셉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다소 부족함이 느껴진다. 체크인이나 마일리지 적립 페이지에서 무인양품으로의 여행이라는 컨셉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8) 노답 가로모드 퇴출
앱 스토어 리뷰에서 많이 나왔던 지적사항 중 하나. 핸드폰을 가로로 돌리면 지맘대로 ID가 표시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많은 유저들이 불편해하는 이런 노답 기능은 즉시 퇴출하겠다. 가로 모드 대신 패스포트 페이지 UI를 개선하여 가로 모드 없이도 적립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
9) 상품 검색 기능 개선
무인양품의 전체 상품은 약 4천여 종에 이른다. 그런데 온라인몰에서 재고가 없는 상품에 대해서는 품절 표시를 하지 않고 상품 자체를 안 보이도록 비활성화 처리해버린다. 그래서 무인양품에서 취급하는 전체 상품이 뭐가 있는지 홈페이지에서는 파악할 방법이 없다. 그럼 어디서 파악하냐고? 앱의 상품 검색 페이지에서는 전체 상품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전체 상품을 파악하고 가까운 매장의 재고를 확인할 수 있다. 일종의 팸플릿 역할이다. 스크롤이 길어지니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말하지 않겠다. 검색하고 보기 쉽게 바꿔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