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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이벤트가 시작되기 5일 전인 9월 9일. 저는 이번 애플 스페셜 이벤트 초대장이 훌륭하다는 소문을 접했습니다. 아이폰부터 맥까지 6대의 애플 제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유명한 애플 팬보이로써, 무료한 평일 저녁을 견디기 위해 초대장을 보기로 했습니다. 별것 없는 초대장이었지만, 아이폰 사파리(Safari)를 이용해 로고를 클릭하니, AR 화면으로 전환되면서 제 방에 애플 로고가 떠올랐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이폰을 들고 로고 속으로 들어가니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이 저를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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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이벤트가 시작되기 5일 전인 9월 9일. 저는 이번 애플 스페셜 이벤트 초대장이 훌륭하다는 소문을 접했습니다. 아이폰부터 맥까지 6대의 애플 제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유명한 애플 팬보이로써, 무료한 평일 저녁을 견디기 위해 초대장을 보기로 했습니다. 별것 없는 초대장이었지만, 아이폰 사파리(Safari)를 이용해 로고를 클릭하니, AR 화면으로 전환되면서 제 방에 애플 로고가 떠올랐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이폰을 들고 로고 속으로 들어가니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이 저를 맞이했습니다.
‘역시 애플’이란 생각이 들면서 ‘이번엔 AR과 관련된 무언가가 제품에 포함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샘솟았습니다. 행사 전 루머들을 찾아보며 올해 애플 이벤트에 큰 기대를 하지 않던 저는, AR로 떠오른 애플 로고를 접하면서 알람 시간을 새벽 2시로 맞춰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새벽잠을 포기하게 한 애플의 AR 초대장
사실 올해 애플 이벤트는 개발자 입장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서비스 발표가 없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매번 새로운 OS를 공개하는 WWDC도 이미 지났기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또한, 작년에 아이폰12를 구매하면서 스마트폰 변경을 생각하지 않았단 점도 크게 차지했습니다. 그럼에도 ‘애플 이벤트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AR 화면으로 만든 초대장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오랜 애플 팬으로서 ‘이번 아이폰에 지문 인식이 다시 들어갔다면 아이폰 13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라는 새 아이폰 구매 핑계를 찾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루머로 지문 인식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들었지만, ‘그래도 혹시’ ‘설마 애플인데’ ‘지문 인식이 있다면 버튼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면 그나마 낫겠지 ’하는 온갖 생각이 새벽 내내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결국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저는 이미 애플 이벤트를 보기 위해 경건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애플 이벤트를 볼 때 크게 3가지 항목을 관심 있게 보는 편입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해상도 범위가 나오나?’입니다. 두 번째는 ‘지문 인식(Touch ID)가 돌아오는가?’이며, 마지막으로 ‘새로운 하드웨어 기능이 추가됐을까?’라고 평가해왔습니다. 사실 세 번째는 주변의 iOS 개발자들을 놀리기 위해 보는 항목일 뿐 큰 관심 사항은 아니고, 주 업무가 웹 개발인 저한테는 1번 ‘새로운 해상도 범위가 나오나?’가 가장 큰 주요 관심사입니다. 새로운 해상도가 추가되면, 글자가 끊기는 위치나, 이미지와 텍스트 간의 배치 등 각종 문제가 새 해상도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올해 새로운 아이폰 13시리즈에서는 해상도 상의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애플 이벤트 내내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외쳤던 지문 인식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애플 루머는 더 이상 소문만으로 끝나지 않았기에 큰 변화 없는 애플 신제품이 크게 아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혁신으로 개발자인 저를 두근거리게 했던 애플 이벤트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은 애플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게 했습니다.
최초의 아이폰 발표 이후 애플은 계속 새로운 혁신을 선보였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애플 팬들은 매년 이벤트 때마다 “올해에는 제발 라이트닝 케이블 좀 버려!”라고 외쳐왔습니다. 라이트닝 케이블은 2012년 iPhone 5가 발표되던 시점에 공개된 애플의 모바일 디바이스 충전 규격입니다. 이 충전 방식을 USB-C 타입이 대중화된 지금까지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선팔이, 액세서리 팔이 등으로 표현하며 비난하고 있지만, 애플은 꿋꿋하게 유지해왔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이번 아이폰13조차 ‘USB 2.0 라이트닝 충전 케이블’을 장착시켰습니다.
심지어 작년 공개된 iPad Air에는 USB-C 타입을 적용했으면서도, 새로운 iPad는 이 멍청한 8핀 충전 방식이 적용되었습니다. EU에서 모바일 기기의 충전 단자를 통일하려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긴 합니다. USB 2.0 기반의 케이블은 애초에 최근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사용성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오래된 방식인데, 개발자인 저로서는 애플이 라이트닝 케이블을 고집하는 이유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iPad Air도 USB-C타입인데, iPad가 라이트닝이라니요! (애플 펜슬도 1세대를 사다 쓰라니..)
지난 6월에 열린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공개한 iOS 15는 iPhone 6s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iPhone 6s가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원되는 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당시 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컨트롤할 수 있는 애플이 2015년에 만들어진 기기에 호환상 큰 문제가 없는 소프트웨어를 계속 내고 있다?’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프트웨어의 구조상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오래된 버전의 하드웨어에 대한 지원 역시 큰 무리가 없는 것’이란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습니다.
애플은 iOS10이 공개된 시점에도 iPhone5를 지원했지만, 일부 기능에 제한을 걸어 소프트웨어적 변화를 기기 지원보다 우선했습니다. iOS9을 공개한 시점에도 A5칩을 기반으로 한 아이폰들에 대해서는 기능 제한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5년간의 변화 과정에서 애플은 하드웨어적인 변화도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도 모두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오래된 기기를 지원한다고 해서 소프트웨어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약 5년 전 모델인 iPhone6s를 지원할지 새로운 변화를 줄지 사이에서 고민할 정도 수준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모습들로 인해 애플이 최소 2년에서 3년간의 미래를 고민하며 움직이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단지 새로운 제품을 공개하고, 새로운 OS를 공개하는 과정이 아닌, 이벤트를 통해 애플이 계획한 큰 변화가 들어있는지 진정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이 iPhone 6s까지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올해 애플 이벤트는 개인적으로는 변화가 적고 아쉬운 발표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애플이 쌓아온 다양한 장점 중 대부분은 시작부터 끝까지 연결된 이벤트의 맥락과 스스로의 변화를 자신 있게 강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한 모습들이 몇 년간에 걸쳐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게 느껴집니다.
항상 애플은 새로운 하드웨어와 혁신을 3월에 선보이고, 소프트웨어 변화는 WWDC에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모두 섞인 완성형 모바일 기기를 9월에 출시했습니다(맥 계열 제품군은 10월). 그래서 전 항상 9월의 애플을 기대해 왔습니다. 당장 새 아이폰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애플이 추구하는 개발과 감성의 방향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2018년 즈음부터 애플 이벤트는 제품에 관련된 루머가 퍼지는 경우가 많아졌고, 실제로 맞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이벤트에 대한 애플 팬들 흥미도가 낮아졌습니다. 제품 자체에서 혁신을 갖추고 이를 표현하는 방식을 개성 있게 연출해 이벤트 자체의 몰입도가 높았던 과거에 비해, 제품의 변화가 줄어들고 이를 포장하려는 의도성 멘트와 영상들이 늘어나면서 이벤트 자체의 재미도 줄어들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작년 이벤트에서 진행되었던 ‘환경을 생각하는’ 애플처럼요. 6대의 애플 제품을 가지고, 애플 생태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저로서는 개발은 뒷전이고 포장으로만 매출을 올리려는 애플의 행태가 갈수록 아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