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였던, 샌프란시스코 소재 B2B 스타트업에서 첫 인사평가를 받던 1년차 때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Individual Contributor, 이하 IC)’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매니저는 지난 1년 동안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로서 임무를 잘 수행했다며 칭찬하고, 내년에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자고 조언했다. 나는 개발자인데,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는 무슨 소리지? 칭찬의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아 그냥 넘어갔고, 미팅이 끝난 후 구글에 그 단어를 검색했다. 그때, 해외에서 많이 쓰이는 듀얼 커리어 래더(Dual Career Ladder)라는 제도를 처음 알게 되었다.
‘멱등(Idempotent)하다’는 생소한 표현이지만 알고 보면 쉽습니다. 컴퓨터 과학에서 멱등하다는 것은 첫 번째 수행을 한 뒤 여러 차례 적용해도 결과를 변경시키지 않는 작업 또는 기능의 속성을 뜻하는데요. 즉, 멱등한 작업의 결과는 한 번 수행하든 여러 번 수행하든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숫자에 1을 곱하는 연산은 여러 번 수행해도 처음 1을 곱한 것과 같은 숫자가 되기 때문에 멱등합니다. 마찬가지로 숫자의 절대값을 계산하는 절대값 함수는 같은 값에 대해 여러 번 수행해도 처음과 항상 같은 숫자가 돌아오기 때문에 멱등 함수라고 부릅니다.
비즈니스 관리 영역에는 이런 격언이 있습니다. ‘Lead People, Manage Business.’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리드’하고, 비즈니스를 철저하게 ‘관리’하라는 이야깁니다. 사업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망합니다. 돈이 얼마나 벌리고 얼마나 쓰이는지 파악해 사업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단순히 개발만 하고 만다면 상관없지만, 더 높은 직급을 원한다면 비즈니스 전체 그림을 봐야 합니다. 매출은 어디서 나오는지, 매출을 어떻게 내는지, 비즈니스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등을 알아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함께’ 만든다. 리뷰어로서 지난 몇 년을 뒤돌아 보니 이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지가 앞서 내 생각을 강요했고 맥락을 제대로 나누지 못했으며, 묻지 않고 내 말만 하기 바빴다. 이런 방식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함께’해야 한다. ‘함께’의 핵심은 내 생각을 자제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변화의 기회를 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주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