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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IT 21. 인공지능의 빛과 그림자

2010년대 IT 역사의 발전사를 살펴볼 때 인공지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인공지능은 2010년대를 넘어, 현시점과 근 미래에도 상당 기간 우리 사회 경제 전반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불쾌한 골짜기)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로봇이나 애니메이션 등의 시각적 이미지가 인간과 약간 닮았을 때는 호감이 생기지만,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불쾌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휴머노이드(humanoid, 인간형 로봇)를 미디어에서 접했을 때는 누구나 괴물을 보는 것 같은 약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픽사가 만든 <토이 스토리>라는 영화에서 인간과 확연히 구분되는 장난감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것도 이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왜 생길까요? 그리고 로봇이 아닌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언론에서 접할 때, 언캐니 밸리와 같은 불편한 느낌을 받았던 적도 있을 것입니다. 만화영화에 등장했던 아기 사슴 밤비나 도날드 덕은 불쾌감을 주지 않는데, 인간의 지능을 본뜬 인공지능이 두려움이나 불쾌감을 주는 이유는 뭘까요? 나를 능가할 수 있는 힘 혹은 지능을 가진 존재가 있는데, 그와 정서적인 교류가 되지 않을 때, 인간은 불쾌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것이 인간과 닮아서 피아식별이 어렵다면 공포감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생존 본능이 가져다주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여겨집니다.

 

인공지능

 

이것을 증명하듯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크게 2가지 반응이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 삶의 질을 크게 도약시키는 문명의 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고, 하나는 이것이 인간을 절멸시킬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입니다. 스티븐 호킹은 죽기 직전까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등이 모두 종말론을 언급할 정도로 비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반면 구글의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등은 인공지능이 마치 유토피아라도 만들어 낼 것 같은 낙관적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IT 전문가들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석학들까지 이렇게 양측으로 분열되어 있는 것이 인공지능에 대한 현세대의 입장입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 당장 어떤 명확한 결론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2010년대 인공지능이 어떤 활약을 보였는지 간단히 살펴보면서 미래를 가늠하는 나름의 견해를 가다듬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질주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가장 먼저 거론된 것은 1956년 경입니다.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이 스스로 생각하는 지능을 가진 기계에 대한 개념을 제시한 후, 사고하는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폭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1956년 튜링상을 수상한 미국의 전산학자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개최한 다트머스 학회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습니다.

 

존 매카시

[존 매카시 (출처: 위키백과)]

 

2010년대 인공지능의 발전은 당연한 얘기지만 2000년대에 벌어진 IT업계의 진화 양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000년대의 특징은 본 시리즈 이전 편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구글, 네이버와 같은 검색 포털, 개인 간 컴퓨팅 서비스인 소셜 네트워크, 웹 2.0 개념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전자 상거래 소셜 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이것은 IT업계에 규모의 경제를 가져다주었고, 다시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무어의 법칙으로 대변되는 하드웨어의 급속한 발전, 집중적이고 대규모화된 하드웨어의 군집, 빅데이터의 폭발적인 축적은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성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먼저 알파고 이야기를 하자면, 알파고라는 기념비적인 인공지능은 하나의 컴퓨터로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이세돌을 이긴 것이 아닙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사용되었으니 1000개가 넘는 CPU가 동원되어 초당 10만 개의 경우의 수를 계산해낸 것입니다. 그리고 16만 개의 기보라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러닝을 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인간을 능가하는 엄청난 바둑 실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초당 10만 개의 수를 생각하는 기계를 한 판이라도 이긴 이세돌이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2000년대 이후의 이러한 하드웨어의 발전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기술 등은 인공지능이 질주할 수 있는 든든한 활주로가 되었습니다.

 

2010년대 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인공지능의 인상적인 활약상을 몇 가지 사례로 들면 이런 것입니다. 2011년 IBM의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제퍼디!’라는 퀴즈쇼에 참석하여 켄 제닝스와 브래드 러터라는 이전 챔피언들을 이기고 1등을 차지했습니다. 왓슨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어를 처리하여 질문에 대답을 하는 능력이 이전의 인공지능 컴퓨터보다 훨씬 향상되었다는 것입니다. 2016년은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1997년 딥 블루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체스를 이긴 바 있지만, 바둑은 한 판의 경우의 수가 무려 10의 170승에 달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기는 것은 상당한 세월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고, 알파고는 이세돌을 필두로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를 연달아 꺾었습니다. 알파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을 이룬 것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2017년에 등장한 알파고 제로는 더욱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알파고 제로는 기보에 대한 사전 학습 없이, 알고리즘 만으로 또 다른 알파고 제로와 수백만 번의 대국을 두면서 스스로 학습하여 기존의 알파고를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2017년에는 딥스택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포커라는 불분명한 정보가 허다하고, 블러핑이라는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많은 게임에서 세계적인 프로 도박사들을 모두 무너뜨리고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점차 IT 전문가들과 학자들은 인공지능에 대해서 두려움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의 위협을 줄이고, 대중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2015년 오픈 AI라는 비영리 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이 연구소가 2019년에 출시한 GPT-2는 사람처럼 글을 쓰면서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었고, 2020년에 출시한 GPT-3는 스스로 프로그램 코딩을 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공지능은 무대에서 자신의 위업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곁에도 점차 다가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구글은 2016년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인공지능 비서를 선보였습니다.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통역, 예약, 고객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안방을 차지하기 시작한 스마트 스피커도 있습니다. 음식인식 기능을 바탕으로, 2017년 등장한 아이폰의 시리, 아마존의 에코쇼, 구글의 구글 홈 등도 모두 인공지능 컴퓨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침공

1980년대 초반 스페이스 인베이더라는 게임이 유행했습니다. 그때 오락실을 다녀보았던 분들은 가랑비처럼 하나씩 내려오는 총알(?)을 블록 뒤에서 좌우로 움직이면서 피하는 게임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외계인을 적으로 간주하는 외계인의 인류 침공에 대한 이야기는 게임이나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외계인의 침략은 차치하고 그전에 인공지능의 침공으로 직업을 잃고, 고사될 위기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닥친 운명입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게임 (출처: 위키백과)]

 

2012년부터 월스트리트는 수만 명의 인원을 해고하였는데, 그 이유는 로봇 트레이더들이 등장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수백 분의 1초 단위로 거래를 하고, 심지어 자신이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 다른 컴퓨터 트레이더를 속이는 일까지 자행한다고 합니다.

 

2010년대 중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인공지능이 작곡한 곡을 연주하기도 하였는데, 인공지능은 불과 몇 분만에 인간 작곡가의 곡과 구별하기 힘든 곡을 작곡해 낸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은 음악뿐만 아니라 그림, 글쓰기 등의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AP통신 등 서구에서는 이미 로봇 기자가 쓴 기사가 송출되고 있습니다. IBM의 왓슨은 의료분야에 이미 광범위하게 진출하였고, 법률과 판례를 검토하여 판결을 내리는 로봇 판사가 훨씬 더 판결을 잘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으로 도입이 검토되고 있으며, 메이저리그와 같은 스포츠 현장에서도 오심이 벌어질 때마다 인공지능 심판의 도입이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단순 반복적인 일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 분야에까지 인공지능이 광범위하게 침투하는 현상이 산발적이지만 전면적으로 그리고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니, 직업인으로서 인간이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인공지능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는 말을 언론 과학면을 통해서 가끔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서 빛이 빨려 들어가는데, 특정 지점을 지나면 이 빛이 더 이상 돌아 나올 수 없는 하나의 경계가 되는 지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지점을 통과한 이후의 상황은 외부에서 더 이상 통제할 수도 알 수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IT업계에서는 이와 유사한 용어로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이라는 말을 씁니다. 인공지능이 인간 전반의 지능을 넘어서 통제가 불가능한 범용적 초인공지능이 되면, 이후의 상황은 예측 불허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마치 사건의 지평선에서 빨려 들어간 빛처럼 인공지능이 한 특이점을 통과하게 되는 것입니다. 초인공지능이 출현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분분한데, 대체로 2040년에서 2050년 사이, 그러니까 앞으로 30년 내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측하며, 일론 머스크의 경우는 향후 5년 이내에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비관론이든 낙관론이든 현시점에서 초인공지능의 개발은 인간의 손에 달렸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핵전쟁의 문제, 지구 온난화, 플라스틱으로 죽어가는 바다와 같은 환경오염의 문제를 해결하여 지구에서 살아남을 것이냐, 그렇지 못해서 공멸하거나 화성으로 대탈출극을 벌일 것이냐의 여부가 지금 인간의 손에 달린 것처럼, 인공지능이 경이적인 문명의 이기가 되느냐 외계인보다 먼저 다가온 종말의 사자가 되느냐 역시 지금 인류의 각성 정도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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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닷컴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뉴밀레니엄 시기, IT 벤처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한때 IT 콘텐츠 업체를 창업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최고의 콘텐츠를 찾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출판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IT와 출판 분야에서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 콘텐츠와 온라인 네트워크의 결합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다. 저서로 SNS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한 <소셜네트워크, 야만의 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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