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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직접 반도체를 만드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일까?

구글 '픽셀' 스마트폰

구글도 휴대폰을 만든다. 2016년부터 시작한 '픽셀' 스마트폰 시리즈는 현재 픽셀 5까지 발매되었으며, 올해가 가기 전에 픽셀 6가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픽셀 시리즈는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보기엔 아직 부족한 제품이다. 국내엔 정식으로 발매되지도 않았다.

 

스마트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구글이 직접 만드는 반도체가 처음으로 사용될 곳이 바로 픽셀 6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최대 강점 중 하나가 AI와 머신 러닝이다. 덕분에 스마트폰의 구글 어시스턴트가 점점 더 사람처럼 느껴지고, 대충 찍은 사진도 자동으로 보정된다. 구글은 그 강점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반도체도 직접 만들 계획이다.

 

 

1. 정확히 어떤 반도체인가?

구글 반도체 '텐서'(Tensor) 칩

이번에 구글이 만드는 반도체의 이름은 '텐서'(Tensor) 칩으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시스템온칩(SoC)이다. 원래 스마트폰과 컴퓨터에는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CPU)와 파일을 저장하거나, 그래픽을 처리하는 반도체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SoC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버린다. 마치 밥그릇, 반찬 그릇, 국그릇을 식판 하나로 통합해버린 것과 비슷하다.  참고로 텐서 칩은 정확히 말하면 구글이 100% 자체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의 '엑시노스' 칩을 구글 입맛에 맞게 바꾸어 삼성에게 위탁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은 없다).

 

 

2.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점은?

구글의 SoC인 텐서 칩의 가장 큰 핵심은 AI와 머신 러닝이다. 즉, 안드로이드의 AI와 머신 러닝 부분을 하드웨어 쪽에서 긴밀하게 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동영상에 자동으로 자막을 생성해주는 작업을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해줄 수 있게 된다. 흐릿한 사진이 깔끔해지는 것, 배경을 블러 처리하는 것, 구글 어시스턴트가 나를 위해 정보를 찾아주는 것, 목소리를 텍스트로 변환하는 것, 사진에 있는 물체를 인식하는 것, 검색 결과를 최적화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더욱 빨라지고 정교해진다. 구글은 사진과 동영상 부분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아무래도 소비자에게 가장 와닿는 부분일 테니).

 

 

3. 난 구글 스마트폰 안 쓰는데?

구글의 픽셀 폰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당장은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까지의 '아이폰 vs 안드로이드폰'에서 '아이폰 vs 구글 안드로이드폰 vs 다른 안드로이드폰' 구도로 (아직은 티가 안 나지만) 조금씩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더 많은 컴퓨팅 자원', '효율적인 전력 사용'과 같은 성능 업그레이드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자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것은 구글이니, 칩까지 직접 만들 때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것도 구글이다. 

 

또한 이번 스마트폰용 칩을 시작으로 크롬북 같은 다른 제품군까지 자체 칩으로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애플의 하드웨어와 자체 칩을 부러워하는 구글은 분명 스마트폰 외의  제품에도 텐서 칩을 퍼트릴 계획일 것이다. 아직 한국에서 구글 제품은 구경하기 힘들지만, 텐서 칩의 활약으로 전 세계 점유율이 올라간다면 정식 발매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4. 그런데 구글은 왜 이제 와서?

구글 반도체 '텐서'(Tensor) 칩

칩을 직접 만드는 것은 복잡한 일인 만큼 갑자기 결정한 것은 아니고, 지난 4년 간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다.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는 끝내주는 운영체제이니, 스마트폰도 끝내주게 만들어(지금까지 만든 폰들은 연습이라 치고…)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차지하고자 하는 계획이다. 스마트폰 판매 수익도 있지만 진짜로 원하는 것은 구글 플레이, 구글 드라이브, 구글 포토 같은 구글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사용자 데이터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자체 칩이 필요하다.

 

참고로 대부분 안드로이드폰의(픽셀 폰 포함) 업데이트 보장 기간은 3년인데, 이는 퀄컴이나 다른 반도체 회사들의 칩셋 업데이트가 3년으로 제한되어있기 때문이다(즉, 아무리 구글이 픽셀 폰 업데이트를 3년 이상 보장해주고 싶어도, 퀄컴 칩을 쓰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자체 칩을 쓰면 이런 제약이 없어진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지만, 픽셀 6는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5년 보장해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이폰과 맥북, 애플 워치에 들어가는 칩을 직접 만드는 애플과 비교하면 구글의 행보는 한참 뒤처져 있지만, 이제라도 반도체 전쟁에 뛰어들었으니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가 된다.

 

 

결론: 자체 칩인 건 좋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 진심인 사람은 자기만의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공개했을 때 인용한 앨런 케이(미국의 전산학자)의 말이다. 애플은 이미 하드웨어의 껍데기뿐만 아니라 속살까지 직접 만들고 있다. 구글도 이제 시작인 것이다. 우려되는 것이 있다면 '구글의 자체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이라는 점은 마케팅에 써먹기 꽤 힘들다는 점이다. '끝내주는 AI와 머신 러닝'은 오랫동안 써보지 않으면 크게 와닿지 않고, '안드로이드 5년 업데이트!'라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별로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애플은 2015년에 나온 아이폰6s를 아직까지 업데이트해주고 있으니…).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체 칩이든 아니든 알 바 아니다. 그 부분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사실 픽셀 폰의 마케팅은 늘 뜨뜻미지근했기 때문에 걱정이 좀 더 크다…).


<참고 자료>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구글 CEO의 트윗과 텐서 칩 발표 글에서 캡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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