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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히지 않는다?

"기아자동차 새로운 엠블럼 봤어?"

"'KIA'가 아니라 'KIN'으로 읽히지 않아?"

"그래서 너는 기아를 '킨'이나 '즐'로 부르니?"


읽지 않는다.
인식한다.

 

시각의 관점

새로 리뉴얼된 기아의 엠블럼을 처음 봤을 때 사람들은 이제 기아의 올드한 엠블럼이 차 그릴 위에 박히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을 기쁘게 표현했다. 예전부터 기아의 소비자들은 '로고만 좀 바꿔주면 안 되겠냐?', '좋은 디자인에 올드한 엠블럼이 올라가니 디자인이 망가진다'며 지속적으로 올드한 엠블럼을 지적했다. 이번 리뉴얼된 엠블럼은 일단 예전의 올드함을 탈피한 건 맞는 거 같다. 하지만 기아 팬들의 기쁨도 잠시 디자인에 대한 혹평 아닌 혹평이 쏟아졌다. 엠블럼이 'KIN'으로 읽힌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 리뉴얼된 기아의 엠블럼.

 

영어로 읽으면 '킨' 한국의 인터넷 문화로 읽으면 '즐'이 된다. 시각적으로만 보면 유사한 건 사실이다. 여러 디자이너들도 'KIA'의 철자가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는 혹평을 쏟아낸다. 나 또한 그랬다. '아! 엠블럼 디자인 한 사람이나 결정한 사람은 욕 좀 먹겠구나...' 갑자기 담당자들이 측은하기까지 했다. 기아의 엠블럼 리뉴얼은 수년 전부터 얘기가 나왔지만 진행되지 않았다. 글로벌 회사가 로고 하나 세련되게 바꾸지 못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엠블럼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을 알고 나니 망설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기아는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 각지에 있는 대리점 및 정비소 그리고 인쇄물과 온라인 서비스에 엠블럼이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바꾸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그 비용을 감수하고 변경한 엠블럼에 대해 일부 혹평이 쏟아지는 것이다.

 

 

인식의 관점

그렇다면 시각적 관점은 잠시 접어두고 인식의 관점으로 바라보자. 인식의 관점을 논하기 앞서 스스로에게 질문하나 해보자. '우리는 로고나 엠블럼의 철자를 모두 읽는가?', '그 철자를 모두 기억하는가?' 먼저 답을 해보면 난 철자를 읽거나 기억하지 못한다. 어린 시절 나는 코카콜라의 철자를 몰랐다. 철자를 모르지만 읽을 수 있었다. '왜 '일까? 로고의 철자는 읽히는 것보다 이미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처음 접한 로고는 읽어보려 노력하겠지만 한번 읽히고 난 후에는 인식된 기억으로 구별하기 때문이다. 때론 전파 각인을 통해 읽히는 과정이 생략되기도 한다. 내가 알파벳을 몰랐을 어린 시절, 나는 코카콜라를 어떻게 인식했을까? 어른들 또는 형들이 그것을 코카콜라라고 부를 때 나는 그 필기체의 로고타입을 코카콜라로 각인하고 인식했다.

코카콜라 로고
어린 시절 우리는 코카콜라를 읽어서 인식했는가?

 

그렇다면 새로 리뉴얼된 기아의 엠블럼을 사람들은 어떻게 인식할까? 정말 '킨'이나 '즐'로 인식할까? 글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 이유는 이미 'KIA'라는 명확한 엠블럼 이후에 나온 엠블럼이기 때문이다. 우린 이미 'KIA'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새로 리뉴얼된 기아의 엠플럼
우린 이미 'KIA'를 인식하고 있다.

 

기아를 신규 회사로 가정하고 새로 리뉴얼된 엠블럼을 평가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KIA'로 인식되어 있는 상태에서 'KIA'를 'KIN'이나 '즐'로 인식할 일은 없다. 기아를 모르는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의 전파 각인을 통해 'KIA'로 인식할 것이다.

 

 

기존 인식에 대한 심리적 반발

나는 기아의 'KIN' 사태가 일종의 기존 인식에 대한 심리적 반발로 보인다. '인스타그램이' 그랬고 'MBC'가 그랬다. 기존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형태의 리뉴얼에는 심한 반발이 없지만(BMW 같은) 기존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는 리뉴얼에는 기존 인식에 대한 심리적 반발이 심했다. 인스타그램의 사례는 잘 알 것이라고 판단하고 MBC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당시 MBC는 엄청난 혹평이 시달렸다. 기존에 없던 붉은색 포인트가 브라운관 우측 상단을 차지하니 반발은 더 심했다. 특히 붉은색의 포인트가 거슬린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당시에 로고에 포인트 컬러를 사용해 송출하는 방송사는 없었다. 결국 로고에서 붉은색 포인트가 빠지고 지금의 'MBC' 로고가 되었다. 'MBC'는 기존 인식에 대한 심리적 반발에 무릎을 꿇었다.

기본 인식에 대한 심리적 반발이 심했던 로고.
기본 인식에 대한 심리적 반발이 심했던 로고.

 

어찌 보면 기아가 이 부분을 간과 한지 모르겠으나 어쨌는 나는 예전보다 지금 엠블럼이 더 낫다고 본다. 그리고 기존 인식에 대한 심리적 반발은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물론 그때까지 혹평은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디자인은 비즈니스의 목표를 반영한다.

디자인과 비즈니스는 별도로 떨어트려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나는 기아의 엠블럼이 '읽히느냐?', '아니냐?'를 떠나 앞으로 기아의 비즈니스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느냐?', '없느냐?'의 부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시각적인 부분에 식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사업적인 부분에 그 식견을 일치시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KIA'의 이번 엠블럼 리뉴얼은 앞으로의 비즈니스 목표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Movement that inspires(영감을 주는 움직임)가 기아의 새로운 사업 슬로건이다. 기아는 전기차, 모빌리티 솔루션, PBV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기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목표에서 바라보면 그렇게 어긋나지 않는 엠블럼 리뉴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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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un

에이전시와 인하우스 조직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 깨달아가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동안 얻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brunch.co.kr/@sha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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