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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혁명의 영웅들: IT기업의 시조새 IBM의 창업자 토마스 왓슨

2016년 벌어졌던 이세돌과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컴퓨터의 바둑 대결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건이었습니다. 1997년 딥 블루라는 컴퓨터가 체스 세계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이겼을 때도 전 세계의 언론이 가십으로 다룰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듯이 말이죠. 그리고 불과 20년 만에 인공지능은, 경우의 수가 체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인간을 능가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바둑조차 20년 만에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021년 현재, 인간은 더 이상 바둑에서 컴퓨터를 이길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정상의 바둑기사를 꿈꾸는 젊은 기사들은 인공지능이 착점(着點)하는 수를 보면서, 바둑을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딥블루와 알파고 사이에 또 한 번 인공지능의 놀라움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2011년 IBM에서 만든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제퍼디’라는 퀴즈쇼에서 74번의 우승 기록을 가진 켄 제닝스라는 퀴즈 챔피언을 이기고, 최고의 상금 기록을 거두며, 우승을 거둔 일입니다. 자연어로 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왓슨은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를 보이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결함을 보완하고 기능을 개선하며 혁신적인 인공지능으로 거듭났습니다. 그 결과 자연어 처리 기술에서 높은 정밀도를 보이며 대표적인 첨단 인공지능 컴퓨터의 선구적인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왓슨의 이름이 IBM의 창업자 토마스 J. 왓슨에게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세간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비록 PC 시장에서는 중소형 컴퓨터 업체들의 성장과 더불어 밀려났지만, IBM은 여전히 중대형 컴퓨터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19세기 말에 설립되어,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중단 없는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특허를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많은 업체들의 귀감이 되는 IT기업의 조상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러한 IBM을 만든 창업자 토마스 왓슨의 생애와 IBM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 간단하게나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천재 세일즈맨의 성장 과정

토마스 왓슨(Thomas John Watson)은 1874년 미국 뉴욕주 캠벨이라는 농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왓슨은 농장을 가진 엄격한 부모님 아래에서, 가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문화를 익히며 성장하였습니다. 왓슨은 한 때 천식을 앓았고, 집이 화재로 불타버리는 불운도 겪으면서 고단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변호사가 되기를 바랐던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사업에 뜻을 두고, 상업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학교 생활에 흥미가 없었던 왓슨은 1년 정도 직업 훈련 교육을 받은 후 중퇴하고, 뉴욕에 있는 한 가게에서 경리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세일즈맨의 길을 걷게 됩니다. 피아노, 오르간, 재봉틀 등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이 되었는데, 일주일에 10달러 정도밖에 수익을 거두지 못했지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던 왓슨은 만족스러운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재봉틀을 많이 팔고 즐거운 마음에 술집에 들렀다가 마차와 재봉틀을 한꺼번에 도둑 맞고 큰 좌절을 겪게 되었고, 왓슨은 이 일을 계기로 평생 술을 조심하며 절주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후 증권업에도 뛰어들고, 정육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하는 등 실패를 거듭하며 인생의 많은 좌절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1895년 우연한 기회에 NCR이라는 사무용품 판매 업체에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왓슨은 존 레인지라는 상사를 만나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충직하면서도 호방한 성격의 왓슨이 마음에 들었던 존 레인지는 자신이 가진 세일즈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주었습니다.

 

토마스 J. 왓슨.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훌륭한 스승 밑에 성장을 거듭한 왓슨은 27세의 젊은 나이에 로체스터라는 지점의 소장이 되었고, 열악했던 로체스터 지점에서 다시금 실력을 발휘하여 지점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며, 회사의 핵심 인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NCR에서 왓슨은 좋은 추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NCR의 사장 존 패터슨은 왓슨에게 경쟁업체들을 누르기 위한 온갖 야비한 술수를 펼치라고 주문했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으로 윤리적인 의식이 잠시 무뎌졌던 왓슨은 이것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예를 들면, 경쟁업체를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들이 만든 질 낮은 제품을 경쟁사의 브랜드를 붙여서 싸게 판매하는 비열한 행위도 서슴지 않았고, 결국 이에 동참했던 여러 직원들과 함께 1913년 반독점법 위반 판결로 1년의 징역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NCR과 왓슨은 운이 좋았던지 항소를 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뉴욕에서 엄청난 홍수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NCR은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각종 구호품을 전달하고, 이재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였습니다. 결국 이 일로 NCR을 구제하자는 청원운동이 일어났고, 왓슨은 감옥을 가지 않고 회사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재판 이후 패터슨은 왓슨을 은근히 배제하였고, 결국 왓슨은 20년 가까이 몸 바쳤던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백년 기업의 경영 방식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듯 왓슨에게는 이때부터 새로운 길이 열리면서 컴퓨터의 대명사가 된 IBM을 창업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1912년에는 결혼, 1914년에는 회사를 그만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식까지 태어나자 왓슨은 회사를 떠난 여운에 잠길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는 계산기를 비롯하여 각종 사무용 기기를 만드는 회사인 CTR에 입사했고, 1915년 범죄 혐의에서 풀려나자 사장에 취임하게 됩니다.

 

왓슨이 부임하고 나자 적자에 시달리던 CTR의 매출은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 그 이유는 왓슨이 기술 개발에 아낌없이 연구비를 투자하라고 지시했고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갔기 때문입니다. 왓슨이 입사하고 난 후 3년 만에 매출은 2배로 늘었고, 5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1924년, 왓슨은 회사의 이름을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때쯤 IBM의 핵심 상품은 계산기를 바탕으로 한 표 작성기와 시간기록기였습니다. 매출이 정체되어 있던 중 또 한 번의 행운이 찾아오는데, 1930년대 중반 미국에서 사회 안정법과 임금 노동시간법이 통과되면서 표작성기와 시간기록기계의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자금이 마련되자 왓슨의 더 나은 제품에 대한 욕구, 연구 개발에 대한 열의는 더욱 거세게 타올랐습니다. 왓슨은 하버드의 에이컨 교수를 찾아가 좀 더 빠른 계산을 위한 컴퓨터를 만들어달라며 각종 장비와 제작비를 지원하였습니다.

 

아낌없는 지원의 결실로 1944년 에이컨 교수는 드디어 ‘’마크Ⅰ’이라는 컴퓨터를 발명하였습니다. 비록 기계식이기는 하지만, 1946년에 탄생한 에니악보다 2년이나 먼저 이루어낸 성과였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왓슨은 이 일로 크게 자존심을 상하고 말았으니, 하버드에 엄청난 자금을 지원했음도 불구하고, 모든 언론의 관심과 공로가 하버드와 교수인 에이컨에게만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마크Ⅰ. 이미지 출처: CHM, https://computerhistory.org

 

왓슨은 꺾인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하여 IBM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컴퓨터를 개발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10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 결과 1948년 1월 SSEC라는 컴퓨터를 완성하였습니다. SSEC는 천문학, 유전 탐사에 활용되고 미분 방정식까지 풀 수 있는 고도의 컴퓨터였습니다.

 

이후 기술력을 축적한 IBM은 1950년대 초중반 IBM700 시리즈의 전자식 컴퓨터를 연달아 출시했는데, 이것은 애니악을 만든 에커트가 만든 회사의 최초의 상업용 전자식 컴퓨터 유니백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기념비적인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1956년 왓슨 1세, 즉 토마스 왓슨은 왓슨 주니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 물러나게 되는데, 같은 해에 왓슨은 사망하였습니다. 왓슨은 사망하는 날까지 IBM의 회장이었으니 왓슨은 실로 IBM이라는 거대한 패밀리의 아버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젊은 날 한때 실수가 있었지만, 토마스 왓슨은 그때 일을 교훈 삼아 항상 정직과 신뢰를 강조하였고, 사원들이 아무리 큰 실수를 해도, 해고하지 않고 다시 기회를 주고, 교육을 해서 자신에게 적합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실질적으로 가족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토마스 왓슨이 구축한 연구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IBM의 경영 문화는 그가 사망하고 나서도 지속되었으니 때로는 회사 전체 수입의 3분의 1을 신제품, 더 혁신적인 제품에 투자하는 행보를 보이며 IT기업의 시초이자 모범으로 많은 후발 주자들에게 선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물론 그 혜택은 백 년여에 걸쳐서 일반 대중들이 더 빠른 시간에 더 유용한 IT 제품을 만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으니, 그 공로는 IBM의 아버지, 창업자 토마스 왓슨에게 전적으로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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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닷컴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뉴밀레니엄 시기, IT 벤처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한때 IT 콘텐츠 업체를 창업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최고의 콘텐츠를 찾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출판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IT와 출판 분야에서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 콘텐츠와 온라인 네트워크의 결합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다. 저서로 SNS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한 <소셜네트워크, 야만의 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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