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개발자를 위한 파이썬 독학법 (상)

엑셀에서 SUM 함수를 사용해본 적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조금 과장이긴 해도) 이미 프로그래밍을 해봤다고 해도 거짓말은 아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린다’는 점에서 프로그래밍과 엑셀 함수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프로그래밍이 더 복잡하고 강력할 뿐이다. 개발자로 취업을 하거나 사업을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프로그래밍은 우리의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당장 학원이나 온라인 수업에 돈을 쓸 필요는 없다. 일단 혼자서 찍먹을 해보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보자. 

1. 파이썬(Python)으로 시작해보세요

“비개발자인데 어떤 언어를 배워야 할까요?” “파이썬이요!” 나의 대답은 늘 같다. 파이썬이 최고로 강력한 언어는 아니다. 하지만 입문용으로 좋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파이썬이다. IEEE(미국의 전기 전자 기술자 협회)에서 만든 ‘꼭 배워야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랭킹에서도 파이썬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 이유는 쉽고 활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다. 재미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 이미 개발지식이 있는 사람이면 모를까, 입문자가 어려운 언어에 재미를 붙이기란 쉽지 않다.

나도 비개발자로서 파이썬으로 프로그래밍 입문을 했는데, 나중에 Java나 C언어를 살펴봤을 때 ‘파이썬으로 시작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모리의 주소 값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코드도 훨씬 더 간단하다.

파이썬은 쉬울 뿐만 아니라 활용성도 높다. 웹에서 데이터 긁어오기, 데이터 분석, 웹사이트 구축, API 호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비개발자라면 다른 건 몰라도 엑셀을 통해 데이터를 다룰 때가 있을 텐데, 파이썬만큼 데이터 업무에 적용하기 좋은 언어도 없다.

2. 시작하기 전 마음가짐

‘외국어는 왜 어릴 때 배울수록 유리한가’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외국어를 있는 그대로 흡수하는 어린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자꾸 자신만의 논리로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는 내용이었다.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다. 파이썬에서는 문자를 출력할 때 print 명령어만 있으면 되는데, 왜 Go에서는 fmt 패키지를 가져와야 하는 것일까? 왜 코드를 중괄호({ })로 묶어줘야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가지지 않아도 된다. 그냥 원래 그런 거라며 넘어가야 한다. 하나씩 꼼꼼하게 이해하려고 하다 보면 어느새 지친다. 의문점은 나중에 해소해도 늦지 않다.

우리는 아이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굳이 사용법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아이패드를 익혀가는 아이의 마음. 아이가 어른보다 더 똑똑할 리가 없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속도는 누구보다 빠르다.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파이썬을 배울 때도 그래야 한다.

3. 준비물

필요한 준비물은 딱 세 가지다. 인터넷, 컴퓨터, IDE가 필요하다. IDE(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 통합 개발 환경)는 간단히 말해 코딩에 특화된 메모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문법을 자동으로 고쳐주고 코드를 실행해볼 수 있기 때문에 코드는 꼭 IDE에 작성하자.

메모장 앱 종류만큼이나 IDE도 종류가 다양한데 깊게 고민할 필요 없이 가장 대중적인 Visual Studio나 PyCharm을 사용하면 무난하다. 구글에서 이름을 검색해 다운로드하여 설치하면 준비 끝이다. 이제 흡수할 일만 남았다.

나는 프로그래밍하면 늘 감히 손대기 어려운 무언가라고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특히 반복되는 업무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가끔 파트너사 시스템의 데이터와 내가 가진 데이터를 비교해야 할 때가 있는데, 미리 작성해둔 파이썬 코드를 실행하면 데이터 통합은 물론 비교까지 1초 만에 끝나 매우 편리하다. 업무에서 반복되는 부분이 있다면 파이썬에 손을 대보자. 프로그래밍 언어는 개발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음 하편에서는 어떻게 공부하고 응용해볼지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