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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1980년대는 1987년 이전과 이후로 선명하게 나눠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국민들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불리는 민주화 운동을 통해서 제도적 민주화를 달성하였습니다. 대통령 직선제를 비롯한 민주적인 헌법이 마련되었고, 그동안 성장 일변도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억압받았던 노동자·농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욕구와 운동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최저 임금제 도입, 남녀 고용 평등법 제정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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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IT 아홉 번째. 한국 IT, 독립의 기초를 마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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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1980년대는 1987년 이전과 이후로 선명하게 나눠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국민들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불리는 민주화 운동을 통해서 제도적 민주화를 달성하였습니다. 대통령 직선제를 비롯한 민주적인 헌법이 마련되었고, 그동안 성장 일변도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억압받았던 노동자·농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욕구와 운동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최저 임금제 도입, 남녀 고용 평등법 제정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더불어 한국 경제는 자립적인 구조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국제 금리, 달러 가치, 석유 가격이 모두 안정화되는 세계적인 경제 환경의 조성과 함께 한국은 자립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러한 호재를 놓치지 않고, 단순한 굴뚝 산업을 넘어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에 진출하였고, 선진국에 종속되어 있던 산업 기술 분야에서도 혁신을 이룸으로써 무역 적자를 줄이고, 향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자립적인 기초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IOC

 

그리고 후일 정보통신 강국으로 거듭나게 되는 한국 IT 산업의 독립적인 기초 또한 이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타이컴, IT 기술 독립 프로젝트

1970년대 중후반, 애플 컴퓨터를 비롯한 미국의 퍼스널 컴퓨터 개발에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한 컴퓨터 개발에 돌입하였습니다. 1983년 한국전자기술연구소가 주도하여 16비트 마이크로컴퓨터 시스템 개발사업이 추진되었습니다. 게리 킬달의 CP/M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마이크로 컴퓨터 개발을 시작한 것입니다.

 

삼성반도체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참가하여 Intel8086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식한 CPU 기판에 CP/M 운영체제를 탑재한 제품을 개발하였고, 이 신기술을 각 기업에 전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자체적인 IBM 호환용 퍼스널 컴퓨터를 개발하는 기반기술이 되었습니다.

 

원천 기술이 부족했던 한국은 1980년대 중반, 과거 IBM이 PC 시장에서 속도전으로 승리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처럼 개방형 시스템을 통한 마이크로 컴퓨터 개발을 추진하였습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주관으로 여러 부품들을 조립하는 형식으로 기판을 만들고, 유닉스 운영체제를 탑재하여 유닉스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를 개발한 것입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1984년에는 16비트 유닉스 컴퓨터를, 1987년에는 32비트 컴퓨터를 개발하였습니다.

 

1985년에는 체신부의 주도로 국가 기간 전산망 사업을 추진하였는데, 그 내용은 공공 기관의 전산화를 통해서 국민의 편익을 증대하고, 이 사업에 사용되는 컴퓨터를 국산화하여 정부 기관에서부터 독립적인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입니다.

 

16비트 컴퓨터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1980년대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IT 사업은 1985년 3월, 체신부와 데이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소) 등이 참여하여 행정전산망용 컴퓨터 국산화를 위한 회의를 개최하고, 1987년 6월 본격적으로 행정전산망용 컴퓨터 개발 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1987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의 이름은 타이컴(TiCom)으로 정했는데, 1988년 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Tiger(호랑이)와 Computer의 합성어로 만든 것입니다.

 

타이컴 사업에는 수백 명의 인원이 투입되면서 1990년대까지 이어졌는데, 이 사업을 통해서 독자적인 컴퓨터 시스템의 설계와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독립을 이루었습니다. 중형 컴퓨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였고, 세계적인 표준을 바탕으로 한 독자적인 컴퓨터 기술과 각종 노하우의 축적, IT 전문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선진국의 기술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전산 기술 수출의 길까지 열었습니다.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과 교육

이 외에도 1980년대에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1980년 100명당 7명에 불과했던 전화보급률을 1987년에는 1,000만 회선을 넘어서면서 1가구 1전화 시대를 개막하였는데, 여기에는 완전 자동전화교환기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수동식 전화 기술을 자동식 전화 기술로 교체하여 통신기술의 독자적인 기반을 마련하였고, 전화 공급 적체를 해소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당시 정부는 240억 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여 1984년 자동식 전화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1986년에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유선통신 분야에 있어서 한국 통신기술은 크게 진일보하였습니다.

 

또한, 1982년 최초로 인터넷이 연결되었고, 1984년에는 데이콤(한국데이터통신)을 통해 한글 이메일 서비스를 최초로 서비스하기 시작하였으며, 1987년에는 행정 전산망을 표준화하여 관리하기 위한 한국 전산원이 발족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전산 독립을 위하여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동안 민간 차원에서는 어떤 변화들이 이루어지고 있었을까요?

 

1980년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설립된 삼보컴퓨터는 민간에 PC를 공급한 대표적인 업체입니다. 삼보는 1982년에 애플 호환기종인 8비트 컴퓨터 트라이젬 20을 개발하였는데, 이 제품은 한국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급한 첫 번째 PC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라이젬 20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당시 트라이젬 20은 40만 원이 넘는 제품이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상당한 고가여서 부유층 중에서도 컴퓨터에 안목이 있는 사람 정도나 갖고 있을 정도로 희귀한 제품이었습니다. 이 제품은 1983년 말까지 전국에 6천 대 가량이 판매되었으며, 개인에게는 1천 대 정도가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삼보는 한국 소프트웨어, 엘렉스 컴퓨터를 통합하여 한국 PC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외국으로도 조립 PC를 수출할 정도로 급성장하며 한 때 한국 퍼스널 컴퓨터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목적으로 개발한 개방형 구조의 조립 PC, MSX는 한국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홈 퍼스널 컴퓨터라는 브랜딩 네임을 붙인 MSX는 베이직, DOS 등의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의 표준 규격을 제시했고, 1983년 말부터 시장성을 확인한,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대기업에서는 본격적으로 MSX를 개발하여 1984년부터 일반에게 판매하였습니다.

 

당시 애플과 IBM의 PC는 사무용이 주된 기능이면서, 지나치게 고가였던 반면 게임 소프트웨어가 많았던 MSX는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1980년대 10대였던 학생들은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컴퓨터를 배우고 후일 컴퓨터 산업을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의 교육과 관련해서 국가적으로는 1983년 발표된 정보산업 육성방안을 바탕으로 교육용 PC를 상업고등학교와 직업훈련원 등 여러 교육기관에 보급하였는데 컴퓨터 개발비용을 너무 낮게 책정한 덕분에 하드웨어 기능에 결함이 많았고, 소프트웨어도 부족하여, 실제로는 널리 활용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이 일을 계기로 기술을 축적한 삼성과 금성 등의 대기업에서 제작한 컴퓨터가 비록 고가였지만 민간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대중들은 민간 시장을 통해 컴퓨터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의 실패를 바탕으로 정부에서는 1989년 교육용 PC 보급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여 민간에 보급할 계획을 세웁니다. 이때 IBM 제품을 선택하여 보급한 것이 국내에서 IBM PC 위주의, 호환성과 파급력이 높은 컴퓨터 시장이 형성되는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정부에서 30만 대에 이르는 엄청난 물량을 보급함과 동시에 정보문화센터를 통해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것도 1990년대부터 펼쳐질 한국의 PC 대중화 시대에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민간 차원에서 다가올 IT 시대를 대한민국이 주도할 준비를 한 것입니다.

 

즉, 1980년대 대한민국은 컴퓨터의 대중화에 힘쓰는 한편 무선통신, 유선통신, 퍼스널 컴퓨터 등 정보통신 산업의 다각적인 분야에서 서구와 일본 등 선진국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IT 인프라를 마련하였고, 이러한 역사적인 과정을 통하여 2021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가 주목하는 IT강국의 위상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참고 문헌>

1) 한국산업기술발전사. 산업통상자원부.

2) 컴퓨터 스토리. 2011년. 교보문고. 오일석

3) 세계가 놀란 한국의 과학기술. 2016년. 자음과모음. 그레고리 포코니.

4) 대한민국 IT사 100. 2009년. 비즈북스. 김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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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뉴밀레니엄 시기, IT 벤처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한때 IT 콘텐츠 업체를 창업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최고의 콘텐츠를 찾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출판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IT와 출판 분야에서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 콘텐츠와 온라인 네트워크의 결합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다. 저서로 SNS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한 <소셜네트워크, 야만의 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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