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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혁명의 역사에서 1980년대는 1975년부터 시작된 PC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과 함께 소프트웨어에 대한 패권 다툼이 치열했던 시기라고 규정지을 수 있습니다. 컴퓨터 운영체제를 비롯한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가 앞다투어 개발되었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소송이 난무하던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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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혁명의 역사에서 1980년대는 1975년부터 시작된 PC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과 함께 소프트웨어에 대한 패권 다툼이 치열했던 시기라고 규정지을 수 있습니다. 컴퓨터 운영체제를 비롯한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가 앞다투어 개발되었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소송이 난무하던 시기입니다.
미국으로서는 자동차 산업, 중화학 기계공업 등 굴뚝 산업과 가전 시장에서 일본을 비롯한 중국, 대만, 한국 등 아시아 신흥강국에 점점 시장을 넘겨주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마침 불어오기 시작한 정보통신혁명 열풍은 미국을 20세기 중후반은 물론, 21세기에 이르러서도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만들어주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트랜지스터 개발로 촉발된 실리콘 밸리가 있다고 할 것인데, 확고한 주도권을 쥐게 한 것은 역시 소프트웨어 시장을 선점한 것입니다.
유럽이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을 때, 미국은 적극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여 기술력을 끌어올렸고, 다시 학계와 연계하여 각종 세미나와 강연, 기술 공유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공학을 비롯한 정보통신에 관한 학문과 기술, 노하우를 정립하고 전방위적으로 전파하였습니다.
이러한 역사의 물결 속에서 직접 선수로 활동한 연구원, 프로그래머, 엔지니어와 같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사업가들은 내부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했고, 법적인 다툼을 불사하며 자웅을 겨뤘습니다. IT산업은 승자독식의 성향이 더욱 선명하였기 때문에 다양한 권모술수와 전략전술이 동원되는 치열한 패권 전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를 가린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6편에서 다뤘던 CP/M이라는 최초의 PC 운영체제를 개발하고도 빌 게이츠의 MS-DOS에게 운영체제 시장을 내준, 게리 킬달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업적 감각이 부족했고, IBM이라는 거대 기업과 다투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그는 결국 운영체제 사업에 손을 떼야만 했습니다. 이후에도 킬달은 여러 가지 유용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평생 MS(MicroSoft)를 저주했으며, 만년에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술에 취해 안타까운 사고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1980년대의 소프트웨어 패권전쟁은 앞서 6편에서 이야기했던 운영체제 분쟁에 덧붙여 2가지 정도를 더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즉, GUI(Graphical User Interface) 운영체제에 관한 분쟁이고, 하나는 응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놓고 벌어진 경쟁입니다.
IBM과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매킨토시를 보고 충격에 빠져서 1980년대 초반부터 마우스를 사용하는 그래픽 사용자 환경을 갖춘 운영체제 개발에 착수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GUI에 관한 아이디어와 기술 전파는 3단계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제록스의 팔로알토연구소의 알토 컴퓨터이며, 둘째는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이고, 셋째가 빌 게이츠의 윈도우입니다.
말하자면, GUI에 대한 원천기술은 PARC(Palo Alto Research Center, 팔로알토연구소)에 있었던 것입니다. 1970년대 초반에 PARC는 이미 볼 마우스 기술을 적용한 알토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후일 윈도우에서 구현될 마우스, 아이콘, 체크박스 등등의 기능과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 스티브 잡스는 팔로알토연구소에 초대를 받아서 방문했을 때, 이 알토 컴퓨터를 보고 GUI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었고, 퍼스널 컴퓨터에 관심이 없던 제록스의 경영진들에게 불만이 많았던, 팔로알토연구소의 기술진들의 도움을 음으로 양으로 받으면서 GUI 기술을 도입한 매킨토시를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에 활용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 개발을 촉구할 목적으로 빌 게이츠에게 맥 OS를 시연하였고, 그때부터 빌 게이츠는 후일 윈도우라 이름 붙인 GUI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985년에 출시한 윈도우 1.0은 매킨토시 운영체제를 DOS에 어설프게 흉내 내서 덧입힌 것으로 스티브 잡스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라이선스를 허락해주었습니다. 하지만 1987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 2.0을 출시하자, 스티브 잡스는 위협을 느끼고 1.0의 라이선스를 벗어난 기술 복제라면서 MS를 고소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태를 지켜보던 제록스는 GUI운영체제의 가치를 새삼 자각하고, 자신들의 원천 기술을 잡스가 탈취한 것이라며, 애플을 고소하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법원은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손을 들어주었고, 빌 게이츠는 미래 운영체제 시장을 석권할 날개를 달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수순으로 1992년 출시한 윈도우 3.1과 역사적인 소프트웨어로 평가받는 1995년 출시한 윈도우 95는 전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되었고, 미국은 글로벌 정보통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 퍼스널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 IBM이나 HP 같은 대기업은 애들 장난감으로 치부했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일부 마니아나 다룰 수 있는 신기한 제품으로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가장 큰 이유는 컴퓨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응용 소프트웨어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기껏해야 게임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는 PC의 가치를 제대로 부각할 수 없었습니다.
정보통신혁명의 역사를 살펴보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해왔습니다. 미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대형 메인프레임 컴퓨터 시절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무거운 소프트웨어는 더 빠른 연산처리속도를 가진 하드웨어를 요구했고, 한동안 18개월마다 2배의 속도로 성능이 좋아진 하드웨어는 더 복잡하고 풍부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1977년 출시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플Ⅱ 역시 판매고가 급속도로 증대된 원인은 이 새로운 하드웨어에 구동되는 유용한 응용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서부터입니다. MIT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대니얼 브리클린과 프랭스톤은 1979년 소프트웨어아츠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비지캘크라는 애플 컴퓨터에서 구동되는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을 개발합니다. 스프레드시트는 표를 이용하여 수치를 계산하는 소프트웨어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1979년 판매를 시작한 비지캘크는 6년 동안 70만 개 이상이 팔려나갔고, 당연히 초창기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엄청난 성공을 견인하였습니다.
응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 개념조차 불분명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비지캘크는 모방제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다 1983년 미첼 카퍼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여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추가한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 로터스 1-2-3을 출시하였습니다. 미첼 카퍼는 비지캘크의 마케팅을 담당하던 업체에서 일했던 사람이니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났을 것이라고 충분히 추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로터스1-2-3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니, 출시된 다음 해에만 1억 5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소프트웨어아츠는 점차 사업을 접게 되었습니다.
이후 로터스는 소프트웨어아츠가 밟았던 전철을 따르게 되는데, 볼랜드라는 업체에서 쿼트로프로라는 제품을 출시하면서부터입니다. 오랜 소송전 끝에 볼랜드는 승리했고, 로터스는 이후 상황을 역전시키는데 실패합니다. 하지만 승자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윈도우로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에게 스프레드시트 시장을 내주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만 살펴보았지만, 아시다시피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프레드시트 시장만 장악한 것은 아니라 주요 응용 소프트웨어 시장 전체를 장악해 나갔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응용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하여 파워포인트를 비롯한 각종 오피스 프로그램까지 전방위적인 소프트웨어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였습니다.
물론 특정 분야에서는 맥 OS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고, 중소규모 업체의 응용 소프트웨어가 자신만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틈새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도비와 결합한 애플의 매킨토시,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인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 등 예외적인 경우도 많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MS가 1980년대 이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시장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마냥 비난만 할 수 없는 것은 MS가 개발한 다양한 오피스 프로그램과 응용 소프트웨어가 자국에게도 큰 이익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대중들에게 큰 유용성을 선사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